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4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40화(141/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40화
[소군주님.]수호가 지산교도소로 발을 들이는 순간, 베르가 경고를 보내왔다.
“그래.”
수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주시했다.
교도소 곳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범인은 범행 현장에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더니, 그런 걸까?
하지만 아니었다.
“이거 경쟁자가 또 늘었군.”
“소환술사인가?”
교도소에 먼저 도착해 있던 현상금 사냥꾼들이 수호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정확히는 수호 앞에서 코를 킁킁대며 주위를 살피고 있는 작은 늑대 때문이었다.
“추적에 특화된 소환수인가?”
“쯧. 귀찮은 경쟁자가 한 명 늘었네.”
수호는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들을 보며, 현상금 사냥꾼 업계가 철저한 경쟁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수호를 단순히 경쟁자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호의를 갖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봐, 혹시 따로 소속된 팀이 있나?”
“보아하니 전투용 소환수는 아닌 거 같은데, 우리랑 같이 다니면 어때?”
“우리와 팀을…….”
전투와 관련된 능력 외엔 의미가 없는 던전 공략에서는 소환술사가 비인기 직업이나, 이처럼 빌런을 사냥할 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특히 후각이 발달한 소환수라든지, 추적에 특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소환술사도 꽤나 환대를 받는 게 이 바닥이었다.
[소군주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시나이다.]베르는 잘 키운 자식을 보는 표정으로 매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수호는 그들과 팀을 맺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수호가 그들의 러브콜을 단칼에 거절하자, 그때마다 그들은 떨떠름하게 물러났다.
“흠. 소환술사 혼자선 빌런을 마주치면 위험할 텐데.”
“아직 젊어서 그런가. 뭐, 젊을 때 고생도 해 보는 거지.”
“보아하니 초짜 같은데, 나중에 도와 달라고 하지 말라고?”
수많은 꼰대들(?)의 아낌 없는 조언이 이어졌지만 수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나면서도 미련이 남는지, 자신의 명함을 수호의 손에 쥐여 주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게. 어차피 앞으로도 자주 마주치게 될 테니.”
‘……백미호 씨의 말이 맞네.’
수호는 백미호가 말했던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일의 스케일에 비해 현상금 사냥꾼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일이 벌어진 건 이틀 전이니, 벌써 이곳에 들러 확인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떠난 자들이 더 많을 테죠.]베르의 말에 수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가 가장 먼저 이곳을 조사하러 왔듯이, 아마 대부분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이곳부터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있는 전투의 흔적들을 조사하면, 빌런들의 수준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견적 내기.
“흐음. 생각보다 센 놈도 많이 섞여 있나 본데?”
“이번엔 그냥 물러날까? 차라리 던전을 도는 게 낫겠어.”
“그러자고.”
이번 빌런 사냥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주저 없이 발길을 돌리는 헌터들도 보였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 일에 뛰어든 백호 길드와는 굉장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사실 백호 길드가 유별난 거지, 저게 헌터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돈도 안 되는 일에 목숨을 걸 사람은 보통 없으니까요.]하나둘 교도소를 떠나가는 헌터들을 보며 퀘이가 수호에게 속삭였다.
[백호 길드가 지금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건, 아마 백호 길드장이 각성 전에 소방관이었기 때문일 겁니다.]“소방관이었다고?”
S급 헌터 백윤호의 전직이 목숨 걸고 시민을 구하는 직업이었다는 말이었다.
몰랐던 사실에 수호가 관심을 보이자, 퀘이가 눈을 빛냈다.
수호에게 잘 보일 기회였다.
[예. 하지만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다 한때일 겁니다.]전직 대형 길드의 부사장이었던 퀘이는 냉정한 어조로 백호 길드를 평가했다.
[백호 길드장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윤이 남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게 될 테죠. 길드, 특히나 대형 길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니까요.]“횡령을 일삼던 부사장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흠흠.]정곡을 찔리자 퀘이는 슬그머니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수호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신기하네. 백호 길드장이 소방관 출신이었다니. 우리 할아버지도 소방관이셨는데.’
실로 재밌는 우연이었다.
‘혹시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라는 시답잖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잡생각을 떨치고 조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하군. 어딜 둘러봐도 전자발찌를 뜯어낸 흔적이 전혀 없어.”
[예. 폭탄이 폭발한 흔적은 없나이다.]베르도 긍정했다.
전투의 여파로 피로 얼룩져 있는 교도소 내부에는 온갖 스킬들이 난무했던 상흔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딜 둘러봐도 뜯어낸 전자발찌나 전자발찌가 폭발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그 말은 결국…….
“어떤 특별한 방법을 써서 전자발찌를 무력화시켰다는 건데…….”
전자발찌를 제거하지 않고 마력을 사용했다는 것.
지금 현장을 둘러봤을 때 나올 수 있는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전자발찌로는 빌런들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수호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이런 일이야말로 협회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었고, 수호는 조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레이, 아무튼 이곳에 있는 냄새들을 다 기억해 둬.”
“꾸어엉.”
수호의 말에 더욱 열심히 코를 킁킁대는 그레이였다.
500명이나 되는 빌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건 어려웠다.
게다가 빌런들이 자신 있게 얼굴을 까고 다닐 리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레이에게 지산교도소에 있는 모든 냄새를 기억시키면, 앞으로 추적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 분명했다.
아까부터 다른 현상금 사냥꾼들이 수호를 탐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호가 막 지산교도소 내를 전부 돌아본 시점이었다.
스윽.
“이봐, 조사는 다 끝났나?”
현상금 사냥꾼 한 명이 수호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다.
“끝났으면 우리 같이 다니는 거 어때?”
“…….”
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말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가 그를 노려보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꾸르릉!”
“흐흐. 귀여운 개새끼네. 추적용 소환수치고는 살기가 제법이야.”
[소군주님, 수상한 놈입니다.]베르의 경고에 수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지독한 피 냄새, 그것도 인간의 피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사람을 많이 죽여 본 놈입니다.]“오, 그것도 알아봐? 신기한 소환수들을 부리는군. 역시 쓸 만하겠는데?”
베르의 말에도 사내는 당황하기는커녕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 수호에게 펼쳐 보였다.
[협회 공인 현상금 사냥꾼]이름 : 강태식
등급 : B
그러자 드러난 협회 자격증을 본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래 봬도 나는 몇 안 되는 전문 빌런 사냥꾼이라고?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니, 나랑 함께하면 분명 꽤 도움이 될 거야.”
강태식은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소개가 범상치 않았다.
“나한테 사람의 피 냄새가 난다고 했던가? 당연히 그럴 거야. 난 마수들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였거든.”
“…….”
“어이,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쳐다보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다고? 설마 내가 협회 공인 자격증 달고 일반인들을 죽였겠어? 당연히 빌런들만 죽였지.”
신기하게도 강태식은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 빌런들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진짜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얼굴에 여전히 경계심이 느껴지자, 강태식은 어깨를 으쓱하며 먼저 호의를 보였다.
“그럼 이러면 어때? 내가 알아낸 정보들을 먼저 넘겨주지. 그걸 들어 보고 나와 함께 다닐지 결정하는 건 어때?”
“정보라고요?”
“그래. 아마 여기 모인 현상금 사냥꾼들 중에서 내가 제일 정보가 많을걸?”
“일단 들어 보죠.”
먼저 알려 주겠다는데 사양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수호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태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자신의 정보가 다른 경쟁자들에게 들어가는 건 싫은지 주변을 확인한 뒤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태의 주동자인 황동석의 뒷배가 황동수인 건 알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S급 빌런인 황동수.
예전에 그림자 병사 그리드였다던 인물이었다.
“사실 황동석은 황동수에게 진즉 손절당했다.”
“……손절이요?”
“그래. 정확히는 황동석이 황동수를 손절했지.”
강태식은 본격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 * *
형제 사기단.
대격변 전까지만 해도 황동석, 황동수 형제는 그런 별명으로 불리던 삼류 잡범에 불과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돈 욕심이 많았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탐욕적인 성격이 더더욱 강해졌다.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한 날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고.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막장 인생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황동석, 황동수 형제는 자신들의 인생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둘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같은 형량을 받고, 같은 감옥에 갇히면.
생각보다 교도소 생활도 할 만했다.
어차피 형제는 한편이니까.
하지만 대격변 직후.
그들의 인생은 180도로 달라졌다.
-뭐, 뭐야, 이거?
-형, 설마 각성한 거야?
형제 중에 먼저 각성을 한 것은 형 쪽이었다.
황동석은 자신의 몸에서 끓어오르는 엄청난 힘을 느낀 순간.
그는 깨달았다.
더 이상 비굴하게 사기만 치며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사기?
그건 싸움을 못하는 놈들이 잔머리로 돈을 버는 짓 아닌가.
대격변 직후.
한창 세상이 혼란했던 시기.
황동석은 그 시기에 바로 빌런이 되었다.
사기꾼에서 무장 강도로 돌변해 편의점이나 식당들을 털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크하하하! 돈이다! 돈!
돈 버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그깟 푼돈 좀 벌겠다고 잔머리 굴리며 사기를 치고 다녔던 세월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쯧. 아직도 각성 못했냐? 재능이 없나?
아직 한 줌의 마력도 각성 못한 동생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 보이기 시작했다.
-형, 들어 보니까 이러다가도 갑자기 각성하는 일도 많다더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그러니까 대체 언제까지?
-…….
-쯧. 쓸모없는 놈.
형의 노골적인 비난에도 비각성자인 동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마력은 타고나는 것.
노력한다고 갑자기 각성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얼마 뒤.
-너 이제 꺼져라.
-형? 그게 무슨 말…….
-꺼지라고, 이 무능한 새끼야!
황동석은 자신의 동생을 내쳤다.
사기를 칠 때야 한 명보단 둘이 훨씬 편했지만, 이제는 돈을 굳이 아깝게 동생에게 나눠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가차 없이 동생을 버린 황동석은 그 후로 본격적으로 전국을 돌며 강도 짓을 일삼았다.
느려 터진 동생과 같이 다닐 때와는 기동력 자체가 달랐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동생과 나누지 않으니까 아무리 써도 돈이 자꾸 쌓였다.
하지만 그런 좋은 세월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헌터 협회가 설립되었고.
우진철 협회장은 대대적으로 빌런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황동석은 자신을 잡으러 온 협회 헌터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체포되고 말았다.
나름 반격도 해 보았지만 허무할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의 힘에 한껏 취해 살던 황동석은 협회에 끌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때마침 외국에서 개발된 마력 측정기가 한국에도 도입되었고, 황동석은 자신이 C급 각성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그는 전국의 빌런들이 잡혀 들어오는 악명 높은 지산교도소로 보내졌고.
황동석은 그곳에서 한 가지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자신의 동생 황동수가 S급 빌런이 되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