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4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41화(14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41화
“……그 말은 결국 황동석이 교도소 안에서는 내내 허세를 떨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여전히 동생과 친한 것처럼?”
“맞아. 이해가 빠르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호가 묻는 말에 강태식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동석과 황동수는 20년을 넘게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를 드나들길 반복하며, 한국에선 ‘형제 사기단’으로 불리는 제법 유명한 사기단이었다.
그들 형제의 우애가 상당히 깊다는 것도 함께 알려진 이야기.
그랬던 녀석들이 갑자기 사이가 나빠졌다는 사실을 누가 감히 짐작이나 했을까.
그리고 만약 그 사실을 누가 알게 됐더라도, 아마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었다.
피가 이어진 친형제는 원래 싸우면서 크는 법이니까.
형제끼리 아무리 투덕거려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하게 지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미 혼자 교도소에 갇혀 버린 황동석에겐 그게 불가능했다.
아무리 ‘화해’를 하고 다시 잘 지내 보려 해도, 그러기 위해선 일단 서로 연락이 닿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황동석 입장에선 협회를 피해 숨어 버린 황동수에게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지.”
하지만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 이야기는 다른 이들도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걸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황동석은 마음 편히 자기를 건드리면 밖에서 황동수가 찾아올 거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거지.”
“그 말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겠네요.”
“효과가 아주 대단했지. 그 말 한마디로 A급 빌런조차 황동석에게 고개를 숙였을 정도니까.”
수호는 황동석이 교도소의 실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했다.
이미 S급 각성자인 토마스 안드레와 자신의 어머니의 힘을 눈앞에서 목격했지 않은가.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이 빌런이 되었다는 건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천재지변.
빌런들 입장에서는 황동석의 말에 거스르는 순간, 그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자신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은 엄청난 공포였으리라.
“게다가 황동석은 운도 좋았어. 황동수가 S급 빌런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계기도 애초에 최종인 때문이었으니까.”
정식으로 헌터 활동을 하는 이들은 마력 측정을 한 뒤에 헌터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을 한다.
그러나 빌런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황동수도 정식으로 마력 등급을 측정을 받은 적이 없는 빌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S급 빌런이라고 공표가 된 건, 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철 협회장이 그를 잡기 위해 무려 최종인까지 보냈었는데도 보기 좋게 놓쳤단 말이지. 사실상 거기서 이미 게임 끝인 거지.”
그날부터 황동수는 협회 최강의 S급 헌터 최종인조차도 잡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 된 셈이었다.
그날 이후로 종적을 감추긴 했지만, 그럴수록 황동수는 더더욱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꾸미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
강태식의 설명을 듣고 있던 수호는 아까부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다.
“강태식 씨라고 하셨죠? 당신은 어떻게 이런 내막들을 전부 알고 있는 겁니까?”
“아아, 그거?”
강태식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이전에 황동석의 감옥 동기였거든. 황동수가 아직 각성하기 전, 황동석이 나한테 직접 동생 황동수 욕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지.”
“……빌런이었습니까?”
“아니. 난 감옥에 있을 때 각성을 한 케이스라서, 냉큼 협회 헌터가 되겠다고 자원했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나?”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 협회는 설립된 이래로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에 들어가면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세상에서 누가 공무원이 되려 하겠는가.
그래서 협회는 궁여지책으로 빌런들 중에서 갱생의 여지가 있거나, 각성 후에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인재들을 영입하는 일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강태식이었던 것이다.
“자, 어때? 내 정보는 마음에 들었나? 뭐 내 정보만 빨아 먹고, 이제 와서 치사하게 나랑 같이 안 다니겠다고 해도 딱히 막을 생각은 없다.”
의외로 강태식은 쿨했다.
하지만 그만큼 지능적이기도 했다.
“아, 물론.”
강태식은 수호와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가진 정보가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판단 잘하라고.”
“같이 다니시죠.”
수호의 대답에 강태식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거, 젊은 친구가 대답 한번 시원해서 좋군. 그럼 우리 한편인 거다?”
* * *
수호는 강태식과 함께 지산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레이를 앞세워 빌런들의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꾸어엉!”
당연한 말이지만 그레이는 훈련된 경찰견들보다 훨씬 감각이 뛰어났다.
그레이의 후각은 마력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었으니까.
“역시 팀을 맺길 잘했군.”
자신 있게 앞으로 달려 나가는 그레이의 뒤를 따라가며, 강태식은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이름이 성수호라고 했지? 이번 일 끝나고도 나와 같이 다닐 생각 없나?”
“생각해 보죠.”
“너무 그렇게 선 긋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어차피 소환술사는 던전에서 인기 없…….”
흠칫.
그 순간 수호와 강태식의 표정이 돌변하며 앞을 주시했다.
그레이가 달려가는 방향 끝에 작은 도시가 보였던 것이다.
“……숲이 아니라 도시에 숨었나. 이거 귀찮게 됐군.”
강태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 *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
사실 이곳은 도시라기보단 작은 마을에 가까웠다.
옛날 이곳에 소나무 숲이 울창해서 밤이면 도둑이 들끓었는데, 도둑들이 밤이면 재미를 본다고 하여 야미리(夜味里)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이곳은 울창한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포천이라는 지역 자체가 산이 워낙 많은 곳이기도 했고.
산만큼 숨기 좋은 곳도 없으니 당연히 빌런들이 산으로 숨어들었을 거라 판단했었는데…….
“그런데 과감하게도 사람 사는 마을에 숨어들었다고?”
“시민들을 인질 삼겠다는 말이군요.”
“진짜 까다롭게 됐다.”
그레이를 앞세워 거침없이 여기까지 달려오던 수호와 강태식은 마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턴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괜히 마을에 숨어든 빌런들에게 현상금 사냥꾼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수호야, 너 마력 컨트롤을…… 으음.”
수호를 쳐다보던 강태식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어느새 수호의 몸에서 어떤 마력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소환술사가 이 정도로 완벽하게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강태식은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환술사는 마력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것이 어렵다.
지금처럼 소환수를 밖으로 꺼내 둔 상황에서는 특히 더.
“너 혹시 소환술사가 아니라…… 쯧, 아니다.”
수호에게 뭔가를 물어보려던 강태식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력도 겉으로 느껴지지 않게 갈무리한 뒤,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품속으로 숨겼다.
하지만 수호에겐 숨길 무기가 따로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 무기를 인벤토리에 넣고 다녔기 때문이다.
“수호야, 그거 아냐? 내가 왜 그 많은 현상금 사냥꾼들 중에서 너를 택했는지?”
“소환술사라서 그랬다면서요.”
“그게 가장 크지만, 네가 가장 기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이요?”
“그래. 빌런들을 잡으려면 우리가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걸 티 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
지산교도소에 모여 있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대부분 몸에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헌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빌런들의 공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었지만, 애초에 빌런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숨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수호는 달랐다.
전문 빌런 사냥꾼인 강태식처럼 겉으로 봐서는 그냥 일반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정작 어린 늑대인 그레이에게서도 마력이 느껴지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이 녀석을 앞장세워 마을로 들어갔다간, 대놓고 빌런들에게 소환술사라고 광고를 하는 꼴이었다.
그렇다고 그레이를 역소환했다간 빌런들의 냄새를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
그 사실을 강태식이 지적하자, 수호의 시선이 그레이에게 향했다.
‘생긴 건 일단 합격.’
늑대라곤 해도 아직 어리고 몸집도 작아서, 목줄만 채우면 반려견 산책 나온 척하는 건 문제 없었다.
“그레이, 마력 어떻게 못 숨기냐?”
“꾸웅?”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레이를 보며 수호는 단념했다.
그렇다고 몸에 강신을 하면, 수호 본인의 생김새가 일반인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였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대화를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Y/N)‘라칸?’
라칸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자, 이번엔 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대화 요청이라니. 일단…… 수락.’
수호가 수락을 누른 순간.
[패시브 스킬 ‘(알 수 없음)’이 발동합니다.]슈와아아악!
수호의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완벽한 공백(空白)의 세계.
공허한 지평선의 끝자락에 수호가 홀로 서 있었다.
수호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 시선 너머.
공허한 지평선의 끝에 2미터가 훨씬 넘어 보이는 거구가 수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짐승의 가죽 같은 것으로 만든 옷을 걸친 야성미 넘치는 사내.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 라칸이었다.
[오랜만이군. 대화에 응해 줘서 고맙다.]‘그래서 나를 이렇게 부른 이유가 뭐지?’
[그리 조급해할 것 없다. 이곳은 의식의 영역. 바깥의 시간은 멈춰 있을 테니까.]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수호도 그 정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제안?’
[그래. 요즘 내 후계자를 주로 강신용으로만 써먹는 것 같더군.]‘아, 그건 맞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레이가 너무 약하기 때문.
수호 나름대로 녀석을 키워 보려고 틈틈이 레벨업을 시켜도 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약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번처럼 추적용으로 써 보니까 쓸 만한 것 같기도?’
의식의 영역이다 보니 수호의 생각이 고스란히 라칸에게 전해졌다.
그 말에 라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차기 짐승들의 왕의 존재 목적이 냄새 맡는 것뿐이라면 너무 꼴사납지 않은가.]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러니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그레이를 강하게 만들 방법이 있다.]그 말에 수호가 눈을 빛냈다.
‘그런 방법이 있어?’
[있다. 그레이에게 내 성물을 넘겨주어라.]‘라칸의 송곳니를?’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라칸의 성물인 ‘아이템 : 라칸의 송곳니’는 발칸의 뿔을 얻은 뒤로 내내 인벤토리 안에만 들어 있었다.
‘그레이가 그 송곳니를 틀니처럼 쓸 수 있어?’
[틀…… 아무튼 가능하다. 그동안은 네가 무기로 쓰고 있기에 말을 안 했지만, 그레이에게 그 힘을 계승시키면 그 능력치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터.]‘그러지.’
수호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잠깐. 혹시 그럼 다른 송곳니도 박아 넣을 수 있어?’
[……뭐?]의아해하는 라칸에게 수호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내 인벤토리에 놀고 있는 송곳니, 아니 독니 하나가 있거든.’
[자, 잠깐.]라칸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