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4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42화(14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42화
‘왜? 안 돼? 너는 짐승들의 왕이잖아? 뱀도 짐승이라고.’
[……끄응. 알겠다.]수호의 말에 잠시 앓는 소리를 내던 라칸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 녀석에겐 잡스러운 뱀독이라도 쓸모 있긴 할 테니까.]그리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수호의 앞에 있는 허공을 응시했다.
파아앗!
그러자 수호의 앞에 두 자루의 검이 떠올랐다.
[아이템 : 라칸의 송곳니]입수 난이도 : ??
종류 : 검
공격력 +60
짐승들의 왕 라칸의 송곳니로 만든 검입니다.
라칸의 영령이 깃들어 있어, 격이 낮은 이가 소지할 시 육신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효과 ‘약자 멸시’ : 지정한 상대를 1분간 공포 상태에 빠뜨립니다. (모든 능력치 –50%)
-효과 ‘치명상’ : 20% 확률로 3배 이상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아이템 : 카사카의 독니]입수 난이도 : C
종류 : 단검
공격력 +25
카사카의 독니로 만든 단검입니다. 카사카의 독이 남아 있어 공격 시 마비, 출혈 효과를 부여합니다. 인벤토리에 보관하시거나 상점에 파실 수 있습니다.
효과 ‘마비’ : 공격받은 대상이 일정 확률로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효과 ‘출혈’ : 공격받은 대상의 체력이 일정 확률로 1초에 1%씩 소모됩니다.
볼칸의 뿔이 두 자루나 생기는 바람에 계속 인벤토리에 처박혀 있던 ‘라칸의 송곳니’와 ‘카사카의 독니’였다.
다시금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봐도, 능력치가 앞으로도 다시는 꺼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수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상점에 팔아 버릴까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재활용을 하게 되네.’
[재활용이라니. 애초에 내 성물은 바로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거란 말이다.]‘아, 그래?’
라칸의 말에 수호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예전에 짐승들의 성역에서 ‘라칸의 송곳니’를 처음 만졌을 때부터 이 검이 줄기차게 외쳐 대던 말이 있지 않던가.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사실 라칸의 송곳니는 정확히 말하자면 라칸의 ‘유치(乳齒)’였다.
즉, 라칸이 성장하면서 빠진 젖니를 하위 부족들이 받아서 성물로 만든 것이다.
그 목적은 당연히 라칸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는 것.
라칸이 언젠가 지배자들과의 전쟁에서 죽었을 때를 대비해 마련해 둔 최소한의 장치였던 것이다.
라칸의 송곳니가 격이 떨어지는 이의 손에 들어가면, 바로 육신을 빼앗기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다.
[그리고 내 성물에 나의 영성이 깃들어 있는 이유 또한, 후계자를 더욱 강하게 키워 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내자 역할이지.]‘강하게 키워? 옆에 붙어서 잔소리라도 하나?’
[뭐, 그런 거다. 역시 잘 아는군.]‘마침 내 옆에도 하나 있으니까.’
수호가 떠올린 건 당연히 베르였다.
베르는 전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수호의 부족함을 인지시켜 주며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 주고 있었다.
그 언행은 결코 수호를 비난하거나 약을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베르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군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무엇이 진정한 강함인지.
아마 앞으로는 라칸의 송곳니에 깃든 영령 또한 그레이에게 베르와 비슷한 역할이 되어 줄 터.
설명을 마친 라칸은 피식 웃으며 수호를 보며 말했다.
[아무튼 너에겐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그레이가 이렇게 성물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건 온전히 네 덕분이니까.]그리고 양손을 뻗어 허공에 떠오른 두 자루의 검을 붙잡았다.
그러자.
파아아앗!
그 두 자루의 검이 그의 손에서 은빛의 가루로 변해 흩어졌고.
수호의 앞에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나타났다.
띠링. 띠링.
[그레이가 ‘아이템 : 라칸의 송곳니’를 장착했습니다.] [그레이가 ‘아이템 : 카사카의 독니’를 장착했습니다.]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레이가 ‘스킬 : 약자 멸시’를 배웠습니다.] [그레이가 ‘스킬 : 치명상’을 배웠습니다.] [그레이가 ‘스킬 : 마비’를 배웠습니다.] [그레이가 ‘스킬 : 출혈’을 배웠습니다.]‘와. 이건 좀 대단한데?’
수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검에 있던 옵션들이 고스란히 그레이의 스킬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 스킬들만 제대로 써먹어도 그레이는 이제 전투에서 제대로 한몫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완벽한 재활용이다!’
[쯧. 재활용이 아니라니까. 아무튼 이제 그만 너의 세계로 돌아가거라.]라칸은 끝까지 마땅찮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수호를 현실로 돌려보냈다.
[앞으로도 그레이를 잘 부탁한다.]슈와아아악!
“……꾸웅?”
수호의 의식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바로 눈앞에 작은 늑대 그레이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몸에 새로운 힘이 생겨난 것을 느낀 것이다.
‘그래도 겉보기는 똑같군. 아니, 송곳니가 조금 뾰족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생김새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레이 Lv.50]송곳니 늑대
그레이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그것도 무려 15레벨이나!
물론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건 단순히 아이템의 성능을 흡수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레이에게 라칸의 영령이 깃들었기 때문이겠지.’
이른바, 힘의 계승.
시르카가 혹한의 군주에게 ‘얼음나무의 창’을 계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그래서 이 늑대의 마력을 숨길 방법이 있냐니까?”
마침 옆에서 재차 물어보는 강태식의 말에 수호는 씨익 웃으며 그레이를 쳐다봤다.
“그레이, 가능하지?”
“꾸우웅.”
그 말에 그레이가 갑자기 귀를 쫑긋거리더니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레이에게 깃든 라칸의 영령이 그레이에게 힘을 사용하는 요령을 알려 주는 중이었다.
그러자…….
“……놀랍군. 이게 진짜 된다고?”
강태식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레이에게서 느껴지던 마력의 기척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긴 거랑 다르게 꽤 뛰어난 소환수였군. 이러면 일이 쉬워지지.”
강태식의 말대로 이제 빌런들을 상대로 자신들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셈이었다.
저쪽에선 이쪽의 정체를 모르는데, 이쪽에선 그들을 찾아낼 수단이 생겼으니까.
“그럼 가시죠.”
“그래. 앞장서라.”
“꾸우엉!”
수호와 강태식은 그레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야미리 마을로 발을 들였다.
그레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당당히 코를 킁킁대며 주변을 살피며 빌런의 냄새를 추적했지만, 그 모습이 평범한 소형견이 산책하는 모습이라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크기나 생김새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서 목줄도 없는데도 자연스러웠다.
“……마을이 너무 조용하군.”
마을의 분위기를 읽은 강태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야미리 마을 전체가 폐허라도 된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그가 수호에게 작게 중얼거렸다.
“걸으면서 들어라. 옛날부터 이 마을 주변에는 군부대가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포천이라는 지역 자체가 북한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제는 북한이 통째로 몬스터 필드로 변하면서, 북한군을 방어할 일은 없어졌지만.”
“작년부터 북쪽의 몬스터들을 방어하기 위한 부대로 목적이 바뀌었다더군요.”
“그래, 맞다. 너도 제법 조사 좀 했군.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군인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 군부대가 많은 위수 지역이다 보니 외출을 나온 군인들도 몇 명은 보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야미리 마을은 그조차도 없이 너무 조용했다.
“협회 때문이다.”
강태식은 설명했다.
“우진철 협회장이 대북 지원을 나가니까, 나라에서 이 일대의 모든 군부대를 전부 협회에 딸려 보냈거든.”
“비각성자 군인들까지요?”
“그래. 아무리 헌터들이라도 사람이니까. 전투 중에 밥도 먹어야 하고, 야영할 때는 불침번도 서야 하지. 언제 어디서 마수들이 덤벼들지 모르니까.”
요컨대, 군인들은 협회 헌터들이 마수들과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모든 잡무를 담당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이 마을 상권은 작년부터 망했다. 철저히 군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식당들로만 채워진 마을이니까.”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임시 폐업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편의점은 열었군요.”
마침 그레이의 발길도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들이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알바생 한 명이 밝게 인사했고.
“꾸르릉!”
파밧!
수호와 강태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바생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왜, 왜 이러십니까?!”
다짜고짜 두 팔이 꺾여 제압당한 알바생이 크게 당황하며 발버둥 쳤다.
강태식은 피식 웃으며 알바생의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여지없이 드러난 전자발찌.
“연기가 어설퍼. 요즘 어떤 알바생이 그렇게 밝게 인사해?”
“……!”
처음에 선한 미소를 짓고 있던 알바생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시발! 모두 나와!”
그 순간 편의점 창고 뒤에서 빌런 세 명이 튀어나와 수호와 강태식에게 화염을 뿜어냈다.
촤악!
그에 강태식은 제압하고 있던 빌런의 목을 단검으로 가차 없이 그어 버렸고.
“……!”
목이 잘린 시체를 한 손으로 집어 들고 그 화염을 막아 냈다.
퍼엉!
“시발! 죽여!”
“현상금 사냥꾼이다!”
“고작 두 놈뿐이다!”
쿠당탕탕!
화르륵!
삽시간에 화염구가 사방으로 튀며 편의점의 가판대가 무너지고 형광등이 깨졌다.
후끈한 불길이 번졌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빌런들은 이 소란을 틈타 밖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도망 못 치게 막아!”
강태식이 수호에게 소리치며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두 자루의 단검을 무차별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촤!
“시, 실드!”
빌런들 중 하나가 다급히 투명한 보호막을 펼쳐 그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꾸르릉!”
그는 미처 보지 못했다.
이 혼란한 틈에 작은 새끼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의 뒤쪽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걸.
은밀히 접근한 그레이는 잽싸게 그의 아킬레스건을 물어뜯었다.
“아악!”
[‘효과 : 치명상’이 발동합니다.] [‘효과 : 출혈’이 발동합니다.] [대상의 체력이 1초에 1%씩 소모됩니다.]그가 비명을 지르며 그레이를 발로 걷어찼다.
“이 쥐새끼 같은!”
하지만 그레이는 진짜 쥐새끼처럼 날쌘 움직임으로 그 발길질을 피하더니,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빌런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으헉?!”
[‘효과 : 마비’가 발동합니다.]쿠당탕탕!
그 빌런이 갑자기 다리를 절며 앞으로 요란하게 넘어졌다.
“네 소환수 진짜 제법이잖아?”
강태식은 휘파람을 불며 실드를 옆으로 피해서, 다리가 마비된 놈부터 쫓아갔다.
촤악!
“……!”
그렇게 또 한 명의 목이 날아갔고.
촤촥!
다음 놈도 죽였다.
“약해. 너무 약해.”
강태식은 얼굴에 튄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D급 따위가 빌런 짓을 왜 하는 걸까?”
그러면서 뒤에 서 있는 수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멍청히 쳐다만 보고 있지? 설마 사람 죽는 건 처음 보나?”
“오, 오지 마. 오지 마……!”
마침 수호는 투명한 실드에 숨어 벽에 몸을 웅크린 채 겁에 질려 있는 빌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발목에서는 그레이에게 물린 출혈 효과 때문에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설마 불쌍해서 살려 주고 싶냐?”
강태식이 피식 웃으며 수호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뒤로 가판대가 불타며 화재가 번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각성자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딴 나약한 마음으로는 현상금 사냥꾼 하기 힘들…….”
그때였다.
스아아아.
방금 강태식의 손에 목이 잘린 시체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뒤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