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4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43화(14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43화
“……!”
등 뒤에서 느껴진 기척에 강태식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공격을 막아 냈다.
쾅!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시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경악에 차 소리쳤다.
“어떻게 시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신이 직접 목을 잘라 낸 빌런들의 시체가 몸을 일으켜 덤벼들고 있었다.
스아아아.
심지어 잘려 바닥을 뒹굴던 머리통이 푸른 귀기에 휩싸여 떠오르더니, 이내 목 위에 다시 붙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언데드라고?!”
당황은 했으나 강태식의 대처는 빨랐다.
곧장 기민한 움직임으로 자세를 숙여 놈들에게 단검을 휘둘렀다.
촤촤촤촤악!
상대가 죽지 않는 언데드라면 우선 기동력부터 빼앗는 것이 기본.
강태식의 공격에 놈들의 다리가 가차 없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또다시 새어 나온 푸른 귀기가 그 잘린 다리들을 도로 붙여 버렸다.
[그어어어!]“아니, 무슨 이런 놈들이…….”
아무리 조각내도 몸을 다시 이어 붙이는 언데드들에, 강태식은 결국 이를 악문 채 뒤로 물러섰다.
그 틈에 3마리의 언데드가 일제히 강태식을 공격했고.
텁!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수호의 손이 바닥에 쓰러진 가판대 모서리를 붙잡아, 그대로 휘둘렀다.
콰장창-!
……!
커다란 편의점 가판대가 언데드 셋을 호쾌하게 후려치고 박살이 나 버렸다.
“허어.”
잠시 뒤로 물러선 강태식이 묘한 시선으로 수호를 돌아봤다.
“너, 소환술사치고 힘이 꽤…….”
애초에 그는 소환술사인 수호에게 큰 전투 능력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소환수의 능력으로 여기까지 길을 안내해 준 것만으로도 사실상 수호의 역할은 다한 셈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괴력이라니?
‘혹시 드루이드 계열인가?’
요즘 세간에선 헌터들을 그들이 지닌 스킬에 따라 게임 속 직업들로 분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드루이드’.
게임 속 드루이드는 일반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부리는 동물을 전위에 앞세운 후 본인은 후방에서 지원을 하거나.
또는 동물들과 함께 근접 전투를 하거나.
지금의 모습을 미루어 판단하건대 아마 수호는 후자, 소환술사와 탱커의 중간 포지션이 아닐까 싶었다.
‘……생각보다 이용 가치가 있는 녀석일지도.’
순간 딴생각에 잠겼던 강태식은 아차 하며 언데드가 날아간 방향을 주시했다.
이런 물리 공격으로는 언데드들을 죽일 수 없었으니까.
[그으으.]그리고 예상대로 언데드들은 박살 난 가판대 밑에서 꿈틀거리며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게다가…….
[그어어어어!] [그워어어어어어!]방금 전 소란 탓인지 어느새 편의점 밖에서도 언데드들이 나타나 몰려들고 있었다.
“빌런 잡으러 왔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꼴이야?”
강태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활활 불타고 있는 편의점.
아무리 몸을 조각내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언데드들.
마치 아포칼립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 영화 속 좀비는 그래도 죽일 수나 있지.
이놈들은 몸을 잘라 내도 다시 붙어 버리니까 문제였다.
강태식은 단검을 역수로 쥐며 수호를 향해 외쳤다.
“성수호! 일단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자! 소환수와 함께 전위를 맡아라!”
“…….”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수호에게선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현재 수호는 머릿속으로 악마계에서 만났던 ‘광혈폭군’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광혈폭군이 악마의 시체를 갑옷처럼 입고 있던 기생 악마였다면, 저 좀비들도 누군가가 인간의 시체를 갑옷처럼 입고 있는 느낌 아닌가.
‘설마 이타림의 사도인가?’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게다가 저놈들의 머리에 이름표가 뜨지 않는다.’
일단 저 언데드들이 정상적인 마수는 아니라는 증거였다.
게다가…….
“으아, 으아아아……!”
“…….”
문득 들려오는 비명에 수호의 시선이 아까부터 내내 눈에 밟혔던 빌런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여전히 실드 안에 숨어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데드가 되어 버린 동료들의 모습에 경기를 일으켰다.
“또, 또 저렇게! 결국 우리도……!”
‘그래. 일단 이놈부터.’
수호의 눈이 가늘어지며 강태식을 향해 외쳤다.
“강태식 씨!”
“왜! 빨리 오라니까!”
강태식은 한창 밖에서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거기서 잠깐만 시간 좀 끌고 계세요!”
“뭐, 뭣?! 나는 딜러지 탱커가 아니……!”
당황하는 강태식.
물론 아무리 딜러라도 B급 헌터나 되는 그가 이 정도 물량을 감당 못할 리는 없었다.
수호는 바로 실드 안에 숨어 있는 빌런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히익!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야.”
수호가 다가오자, 빌런이 더욱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
“잠깐 나와 봐. 대화 좀 하자.”
“시, 싫어! 오지 말라고!”
쾅!
수호의 주먹이 가차 없이 그를 둘러싼 투명한 벽을 후려쳤다.
하지만 실드는 단단했다.
그 안에서 빌런이 더욱 악에 받쳐 수호에게 소리쳤다.
“고, 고작 그딴 힘으로 내 실드를 뚫을 수 있을 것 같냐! 내 마나가 떨어지기 전까진 실드는 절대 뚫리지 않……!”
쾅!
“히끅.”
수호의 주먹이 또다시 실드를 후려치자, 빌런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드는 견고했고, 빌런은 더더욱 자신감을 갖고 소리를 질렀다.
“안 된다니까!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고 제발 꺼지라고! 고작 맨주먹으로 내 실드가 깨질……!”
쾅!
“리가…….”
쾅!
“어, 없는데…….”
수호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갈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대체 왜일까?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저딴 우악스런 물리 공격 따위로는 자신의 실드가 절대 깨질 리 없는데.
“절대 같은 소리 하네.”
수호는 피식 웃으며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 주먹에 검은 기운이 덧씌워졌다.
“실드보다 더 세게 때리면 깨지는 거지 뭐.”
그리고, 쾅!
와장창창!
“……!”
순간 빌런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렇게 자신하던 자신의 실드가 산산조각이 나며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 구멍을 뚫고 수호의 손이 자신의 멱살을 덥석 잡아 끌어냈다.
“케켁?! 어, 어떻……!”
“야.”
경악하는 그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린 수호가 그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와.”
“제, 제발 살려……!”
“같잖은 연기 그만하고.”
수호는 겁에 질려 허우적대는 빌런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눈을 부라렸다.
아니, 정확히는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
“나오라니까? 그 안에 숨어 있는 놈.”
하얗게 웃는 수호였다.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뚝.
멱살이 잡혀 벌벌 떨고 있던 빌런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아.”
빌런은 기이한 각도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
쾅!
“아, 미안.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때렸다.”
수호의 주먹이 녀석의 머리통을 냅다 쥐어박자, 쉴 새 없이 지껄이던 그 입이 다물어졌다.
그러곤 동공이 확장된 채로 더듬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네가 더 무섭다.”
“내가 더 무서워지기 전에 저것들부터 물려.”
“진짜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려던 그의 입이 수호가 다시 주먹을 치켜들자 다물어졌다.
‘어떻게 알긴.’
수호의 시선이 녀석의 머리 위로 향했다.
[???]물음표로만 채워진 이름표.
편의점에서 마주친 빌런들 중에서 이 녀석의 머리 위에만 이런 이상한 이름표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레이도 제일 처음에 이 녀석부터 공격하지 않았던가.
“베르.”
수호가 입을 열자, 그 뜻을 바로 이해한 베르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타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나이다. 그보단 오히려…….]베르는 성진우와 함께 수많은 적들과 싸우면서 어지간한 종족들은 다 알고 있었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추정되는 놈은 하나뿐이었다.
[아무래도 마령족인 것 같나이다.]“마령족?”
마령(魔靈).
말 그대로 악한 영혼이라는 뜻이었다.
[예. 주로 고스트 계열의 몬스터들을 뜻하며, 환계에서 살기 때문에 환족이라고도 불리는 놈들입니다. 영적인 존재들이라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잘 죽지 않는 특징이 있나이다.]“역시.”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쩐지 계속 이상하다 싶었다.
이렇게 사방에서 불이 활활 타고 있는데, 이 정도면 천장의 소방 시설이 작동해야 정상 아닌가.
수호는 사로잡은 마령족의 멱살을 다시 치켜올리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환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이 환술부터 풀어.”
“아, 안 된다. 그랬다간 나 죽는다.”
마령족은 당황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런 거짓된 표정에 속아 줄 생각은 없었다.
저 표정 또한 연기에 불과할 테니까.
수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죽여 줄까?”
“거짓말. 거짓말. 너는 어차피 나 못 죽인…….”
그때였다.
[‘스킬 : 살기’를 사용합니다.]“……!”
수호와 눈이 마주친 마령족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 확장된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효과 : 공포’가 발동합니다.] [대상의 모든 능력치가 1분간 50% 감소합니다.]대체 이 감각은 무엇인가!
마령족은 마치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수호의 뒤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검은 그림자 속에 담겨 있는 깊은 무저갱을.
“너, 너는 대체 누구냐. 어째서 발밑에 이토록 짙은 죽음을 달고 살아가는 것이냐.”
마령족은 수호의 앞에서 더없이 두려움을 느끼며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단순히 살기 스킬에 노출되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령족 자체가 영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수호와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아득한 심연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던 것이다.
“……아, 알겠다.”
결국 마령족은 공포에 짓눌려 수호의 요구에 응하고 말았다.
그 순간.
화아아아악-!
편의점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던 환술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 환각에 감춰져 있던 이 마을의 실체가 드러났다.
“우욱. 이건 또 뭐야.”
앞에서 언데드들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던 강태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사방에서 역겨운 피 냄새가 몰려오며, 더더욱 참혹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편의점 앞에 수많은 시체가 피에 낭자되어 쓰러져 있었다.
일견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던 야미리 마을은…… 이미 폐허 그 자체였다.
이미 이곳에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엄청난 참사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설마 우리가 환각에 빠져 있었나? 탈옥범들 중에 이런 스킬을 가진 놈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강태식의 말에 수호는 더없이 사나운 표정으로 마령족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전부 말해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그게…… 그아아아악!”
눈알을 굴리며 순순히 대답을 하려던 마령족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