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4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46화(14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46화
……핏!
피슉!
“컥?!”
“끅!”
그 순간 근처에 있던 빌런들의 목에 차례대로 붉은 실선이 그어졌고.
촤아아악!
그 목에서 붉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은신 스킬이다!”
“으아악! 놈이 살아났다!”
촤촤촤촤촤촤촤!
그 폭죽처럼 터지는 피분수 아래서 보이지 않는 암살자의 단검이 빌런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시체는 분명 저기 있는데……!”
아주 잠깐 동안 강태식을 죽이고 의기양양했던 빌런들은 기겁하며, 여전히 바닥에 죽어 있는 강태식의 시체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끅!”
누군가는 목이 잘렸고.
“아악!”
누군가는 다리가 잘렸으며.
“사, 살려!”
뒤를 돌아 도망치는 그들의 뒤를 쫓으며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광기 어린 암살자가 있었다.
스킬, 은신.
강태식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그 스킬은 그림자 병사가 된 지금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기다!”
그때.
화르륵!
아까 강태식을 불태웠던 마법계 빌런이 이를 갈며 다시금 거대한 화염구를 일으켰다.
“하여튼 이 오합지졸들이! 고작 암살자 한 명 때문에 이런 호들갑이야!”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두 손에서 거대한 불길을 이글거렸다.
“어차피 한 방이면 죽는 놈인데!”
이 말은 과장도 허세도 아니었다.
암살계 헌터들은 강력하고 날카로운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몸이 둔해진다는 이유로 방어구조차 입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몸이 튼튼한 탱커들 뒤에 비굴하게 숨어서 싸워야만 비로소 시너지가 발휘되는 어중간한 놈들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마법계는 어떠한가?
일단 암살계 헌터처럼 직접 몸 쓰는 직업도 아니라서, 얼마든지 무겁고 튼튼한 방어구를 입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가 있다.
게다가 아무리 몬스터들이 바글바글 몰려와도.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적이 나타나도, 이렇게 광범위 마법을 쓰면 그만인 것을!
“새끼들아! 알아서들 피해라!”
화르륵!
“으아악!”
“피, 피해!”
뒤에서 들려온 경고에 빌런들이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러는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암살자가 그들의 목숨을 끊어 내고 있었지만, 그 바로 마지막 피해자를 향해서 거대한 화염구가 날아와 폭발했다.
쿠와아앙-!
[……!]그 순간, 그림자 암살자가 된 강태식은 여지없이 그 폭발에 휘말렸고.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그가 느낀 감정은…….
[……하아.]자신을 그림자 병사로 거두어 준 수호에 대한 더없는 경배와 환희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그림자인가.]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힘의 진정한 가치를 체감했다.
생과 사.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적의 생사를 주관하는 자.
그것이 암살자일지니.
[정말이지, 이 힘은 암살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힘이로구나.]문득 오래전 자신에게 첫 번째 죽음을 선고했던 한 사내의 눈빛이 떠올랐다.
누구보다 짙은 그림자를 품고 있던 그의 움직임이 떠올랐다.
그 사내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강태식은 두 자루의 단검을 역수로 쥐고 눈을 번뜩였다.
그 순간.
슈와아아악!
녹아내리던 몸에 새로운 힘이 흘러들었다.
몸을 이루는 검은 증기가 다시 합쳐졌다.
그의 몸이 악귀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자신에게 두 번째 죽음을 선고했던 마법계 빌런의 발등을 밟았다.
콰직!
“으악!”
놈이 발끝에서 밀려 올라오는 고통에 화들짝 놀라 급히 물러서려 했으나.
[늦다.]촤촤촤촤촤촤촤!
“……!”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봉쇄당한 놈의 몸뚱이를 무참히 난도질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더 더 빠르게!
수많은 직선들이 놈의 몸에 그어졌다.
놈의 입에서 끔찍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더없이 잔혹하고 아름다운 피보라가 뿌려졌다.
그 아래로 피에 젖은 잔혹한 암살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의 눈과 입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디 얼마든지 발버둥 쳐 보아라. 오늘의 나는 무적이니까.]B급 암살계 헌터 강태식.
그가 그림자 병사가 된 순간.
그는 암살자의 유일한 약점이 사라진 최강의 사신이 되어 있었다.
‘……퀘이 같은 놈이군.’
수호는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그림자 창기사 퀘이와 비교하고 있었다.
A급 빌런이었던 이민성.
그는 여왕벌에 의해 마개조를 당하면서, 모든 스킬이 녹아 버린 대신 적을 꿰뚫는 관통력과 속도에 모든 힘이 치중된 창기사로 변해 버렸다.
방어력을 포기한 대신, 민첩에 특화된 딜러가 된 것이다.
그런데 B급 암살계 헌터였던 강태식은 퀘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그림자 병사가 되었다.
속도는 퀘이보다 조금 느렸지만, 그에겐 무엇보다 은신 스킬이 있었다.
눈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퀘이와 진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강태식.
그 둘은 같은 ‘기사 등급’의 그림자 병사였지만, 등급이 같다고 해서 그 힘의 수준까지 완벽히 똑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사란 무릇, 왕을 위해 싸우는 자.
둘 중 누가 더 강한지 같은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개체 간의 차이나 생전의 능력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테니까.
그 기사들의 능력에 맞춰, 적재적소에서 활용하는 수호 본인의 역량이 더 중요했다.
다만 한 가지.
수호가 판단하기에, 지금의 강태식에겐 다른 그림자 병사들에게는 없는 뚜렷한 강점이 하나 있었으니.
[저 녀석이라면 다른 이들에게 능력이 노출될 걸 염려하지 않고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겠나이다.]“그래.”
베르의 말에 수호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탐나는 녀석이야.”
그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
“……!”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야미리 마을에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동시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구-!
갑자기 마을의 공간 자체가 기괴하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도로와 건물들이 울룩불룩 솟구치고 합쳐지며 거대한 장벽들이 여기저기서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으아악!”
빌런들조차도 당황한 모습을 보니, 그들이 벌인 짓이 아닌 것 같았다.
스팟!
그때 빌런들을 참살하던 강태식이 황급히 수호의 앞으로 돌아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주인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죽는 순간에 어떤 노인이 제 영혼을 타락시키려 했습니다!]“노인?”
[예!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때 저를 옭아매던 주술진이 이 마을 전체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왜 그 말을 이제야 하는 것이냐!]베르가 윽박지르자, 강태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차마 살인의 쾌락에 빠져 있다가 깜빡했노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소군주님! 이것은 분명 마령족들이 쓰는 주술이 틀림없나이다!]베르는 이미 군주 전쟁 때 마령족들의 여러 주술들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주술들의 종류가 워낙 천차만별인지라 매번 처음 보는 주술들만 펼쳐지곤 했었다.
[마령족은 적을 사로잡아 고문하고 실험하기를 즐기는 악랄한 놈들입니다! 그 덕분에 온갖 기괴한 마법과 주술에 도가 튼 놈들이지요!]마령족의 집착적인 호기심과 관찰력은 전 차원의 종족들을 통틀어도 워낙 악명이 자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주술사라면 역시 ‘칸디아루’일 것이다.
그가 인간의 격을 초월시키는 레벨업 시스템을 끝내 설계해 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키며 온갖 실험을 거듭한 결과 아니던가.
그중 하나가 바로 강체술을 연구했던 ‘암무트의 피라미드’였고 말이다.
그 모든 근거들을 추론해 볼 때.
수호는 강태식의 영혼을 타락시키려 했다던 ‘노인’의 의도를 알 것만 같았다.
“설마 이 마을에서 마령족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나? 암무트의 피라미드처럼?”
수호는 직각으로 접히며 기울어지고 있는 땅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있는 빌런들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발목에 채워져 있는 전자발찌들을 발견했다.
“……어쩌면 지산교도소에서 빌런들이 탈옥할 수 있게 도와준 놈도 마령족일지도.”
암무트의 피라미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도전자들이 제 발로 들어가서 암무트에게 잡혀 강제로 강체술 훈련을 빙자한 고문을 받다가 죽어 간 곳이었다.
그 숱한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물건이 바로 ‘아이템 : 미라의 붕대’였고.
그 붕대가 만들어진 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훈련을 못 견디고 죽어서 미라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떨까?
[제 생각도 그렇나이다! 어쩌면 마령족이 자신의 연구 때문에 빌런들을 실험체로 쓰려고 탈옥시켰을 가능성이……!]베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구구구구……!
수호와 베르는 갑자기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 불길한 하늘 위에서 실로 거대한 손이 나타나서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알아보고 강태식이 다급히 외쳤다.
강태식의 영혼을 낚아채려 했던 깡마른 노인의 손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 노인의 손은 강태식의 영혼을 노리고 있었다.
[끌끌. 이런 맛 좋은 악령을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지.]하늘 위에서 쩌렁쩌렁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 강태식은 그림자 병사가 되어서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혼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마령족 특유의 본성이 정확히 자신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미 그림자 병사가 된 강태식이 저 손에 잡히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이 실체를 드러낸 순간.
수호는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레이!”
“꾸어엉……!”
타다다닥!
수호의 부름에 저 멀리서 그레이가 벽을 타고 달려왔다.
그레이는 편의점에서부터 계속 빌런들을 추격하며 사납게 공격을 하고 있었는지,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그 이빨에 빌런들의 피가 흠뻑 묻어 있었다.
베르는 수호의 의도를 눈치채고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꾸릉아! 너의 달라진 힘을 보여 줄 때가 왔노라!] [베르가 ‘스킬 : 가혹한 지휘’를 사용합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가 그레이의 능력치를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의 부작용으로 그레이가 광기의 저주에 걸립니다.]그 순간.
그레이의 눈빛이 돌변했다.
“꾸르릉……!”
그런데 이번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곳니 군주의 성물, ‘아이템 : 라칸의 송곳니’의 영령이 그레이에게 깃들며.
그레이는 이제 진정한 라칸의 후계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슈와아아악!
수호에게 달려오던 그레이의 몸집이 신령한 은빛에 휩싸이더니 점점 커져 갔다.
동시에 소형견처럼 귀엽기만 했던 그레이의 표정도 점점 거대한 호랑이처럼 사납게 변했다.
그리고 그 입안에서 ‘라칸의 송곳니’와 ‘카사카의 독니’의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며.
“크러러러렁!”
그레이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맹수의 포효가 세상을 진동시켰다.
수호는 마나 포션을 꺼내 혹한의 눈보라를 사용하느라 바닥난 마력을 보충한 뒤.
타앗!
기울어진 바닥에서 뛰어올라, 지척까지 다가온 그레이의 등에 올라타 외쳤다.
“그레이! 그대로 달려라!”
“크러러렁!”
수호를 등에 업은 그레이의 두꺼워진 앞발이 기울어진 벽 위를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목표는 저 거대한 노인의 손아귀!
[‘스킬 : 강체술’을 사용합니다.]“환술이든 주술이든.”
수호는 검은 기운을 덧씌운 거대한 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남자는 주먹이지.”
쿠와아아아앙-!
그 힘을 중심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노인의 손아귀가 산산조각 났다.
[이 힘은 설마……!]노인의 당혹스런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강체의 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