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5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51화(15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51화
한편 빌런들을 추적하고 있던 백호 길드는 지독한 난항을 겪고 있었다.
“부사장님, 빌런들의 흔적이 또 끊겼습니다.”
“……그렇습니까.”
길드원의 보고에 백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포천시에 위치한 지산교도소 주변에는 유독 울창한 숲과 산이 많았다.
그래서 백호 길드는 벌써 이틀째 한탄강을 따라 보장산과 불무산, 은장산 등지의 예측 가능한 빌런들의 모든 이동 경로를 샅샅이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B팀과 C팀에서도 흔적을 놓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백미호는 착잡한 시선으로 화창한 햇볕이 내리쬐는 산등성이를 훑어 내렸다.
휘잉-
산등성이를 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울창한 숲속.
빌런들이 숨어 있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지만, 이곳 어디에도 그들은 없었다.
“…….”
백미호는 지금까지 알아낸 모든 단서들을 머릿속으로 종합해 보았다.
‘지산교도소에서 탈옥한 빌런들이 어느 순간부터 뿔뿔이 흩어졌다.’
처음엔 그 흔적들을 보고, 탈옥과 동시에 빌런들 간에 의견 충돌이 생겨 서로 분열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현실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애초에 그들은 탈옥이라는 목적 하나로 뭉친 이들이었고.
그 대장이었던 황동석은 고작 C급 빌런에 불과해서, 언제까지고 황동석의 리더십이 빌런들에게 유지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흔적들이 사라졌다? 그것도 한 명도 남김없이?’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가.’
빌런들의 행적에서 특별한 목적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목적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분열된 게 아닌 것 같군요. 서로 흩어졌다가 특정 지역에서 다시 모이기로 약속한 것 같습니다.”
백미호의 말에 길드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 500명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확률이 높은 건 역시…….”
“황동수, 겠지요.”
“…….”
백미호의 말에 길드원은 침묵했다.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S급 빌런이 개입되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백미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이번 사건에 황동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군요.”
“성수호 헌터에게서 그럴 확률이 낮다는 정보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듣긴 했죠.”
백미호는 수호에게 넘겨받은 정보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황동석과 황동수 형제가 서로 친하지 않다는 것.”
이 정보는 바로 수호가 강태식을 만나자마자 알게 된 정보였고, 백미호는 그에 대한 답례로 현재 백호 길드가 수색 중인 모든 루트를 수호에게 공유해 주었다.
그 정보 덕분에 수호는 그 지역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그레이를 앞세워 추적을 시작했다.
사전에 협의한 대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공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백미호는 수호가 알려 준 정보를 듣고 크게 안도했다.
실제로 프로 현상금 사냥꾼인 강태식도 수호에게만 특별히 알려 줬을 정도로, 그 정보의 가치는 굉장히 의미가 컸다.
애초에 이번 대탈주 사태에 다른 헌터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황동수가 개입됐을 가능성 때문이었으니까.
“어쩌면 그 정보가 틀렸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아니, 틀렸다기보단 아무리 서로 틀어졌어도 동생 입장에서 형이 죽는 것까진 바라지 않을지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걸까요.”
길드원의 말에 백미호의 표정은 착잡해졌다.
가장 바라지 않던 일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S급 각성자의 힘은 그야말로 천재지변.
황동수는 현재 투입된 백호 길드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물론 총력을 다하면 상처 정도는 입힐 수 있겠지만…….’
대신 자신들은 목숨을 걸어야 할 터.
어쩌면 전멸까지도 각오해야 했다.
‘S급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결국 같은 S급뿐이니까.’
생각을 정리한 백미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역시 아버지를, 아니 사장님께 지원 요청을 해야겠습니다.”
“예! 바로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백미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길드원이 바로 사장실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답변이 돌아왔다.
“사장님께서도 최대한 빨리 포천으로 달려오시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백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태에 처음부터 백호 길드의 사장인 백윤호가 나서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바쁘니까.
이건 단순히 몸값의 문제가 아니었다.
극소수에 불과한 S급 헌터들은 국내의 던전들 중 가장 위험한 곳을 도맡아 처리하느라 지금 이 순간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들은 전부 부사장인 백미호 선에서 처리하곤 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었으며, 던전과 마수들에게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발품은 다 팔았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허탕을 쳤던 일들은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다.
그 지역들을 전부 소거법으로 제거하고 나면, 이제 남은 지역은 몇 군데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중 한 곳이 바로 저기.
‘야미리.’
마침 백미호는 길드원들을 이끌고 지금까지 수색하지 않았던 포천시의 작은 마을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백미호는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성수호 헌터가 수색하겠다던 방향도 이쪽이었군.’
그렇다면 아마 성수호 헌터도 저 마을을 지나쳐 갔을 터였다.
그리고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보건대, 저 마을에서도 딱히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멀리서 봐도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고요한 모습이었으니까.
백미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최대한 빨리 마을을 지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야미리 마을 안으로 발을 들이자, 역시나 밖에서 본 것처럼 이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역시 변두리 마을답다고 해야 할까.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는 한적한 분위기가…….
오싹.
“뭐지?”
순간 야미리 마을의 기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백미호가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그건 야수화 헌터들로 이루어진 백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사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마을에서 사람들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
* * *
그리고 그 시각.
“백호 길드?”
하르마칸을 찾기 위해 베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이동하며 전투를 속행하고 있던 수호의 눈에도 백호 길드의 모습이 보였다.
때마침 백미호를 필두로 백호 길드원들이 야미리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전투를 하며 그곳으로 다가가던 수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의 앞에 처음 보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띠링!
[던전을 나갈 수 없습니다. 보스를 처치하거나 귀환석을 사용하십시오.]“음? 뭐지?”
수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투명한 벽을 두드려 보았다.
쿵, 쿵!
“결계인가?”
그런데 더 신기한 상황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부사장님! 뭔가 이상합…….”
“마을에서 사람들의 기척이…….”
스르륵.
반면 마을로 들어서던 백호 길드원들은 그 투명한 결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벽을 경계로 그들의 모습이 수호의 시야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어?”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무래도 이 보이지 않는 벽을 경계로 이곳과 저 너머는 다른 공간인 것 같았다.
수호가 억지로 힘을 써서 나가려고 하자 또다시 메시지가 떴다.
띠링.
[던전을 나갈 수 없습니다. 보스를 처치하거나 귀환석을 사용하십시오.]상황을 인지한 베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투명한 벽을 만졌다.
[이건 설마…….]“뭐 아는 것 있어?”
[아무래도 저희는 지금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인스턴스 던전?”
수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알기로 던전은 두 가지 종류였다.
게이트를 통해 진입하는 일반적인 던전과 필드형 던전.
그런데 인스턴스 던전이라니?
그런 던전이 있었는지를 떠나서, 애초에 자신은 게이트에 발을 들인 적도 없지 않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게이트를 통과했었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는 던전이 아닙니다.]베르가 심각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인스턴스 던전이란, 레벨업 시스템의 설계자 칸디아루가 개발한 던전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오로지…….]그림자 군주의 그릇이었던 성진우를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베르의 설명에 수호는 표정을 굳혔다.
“칸디아루가 개발한 던전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하르마칸이 만들어 낸 거지?”
이러는 와중에도 하르마칸의 거대한 손은 마을에 갇힌 수호를 공격하고 있었다.
콰르르릉!
수호는 그 공격을 피하며 눈을 빛냈다.
“뭐,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
[예. 이제 코앞입니다.]마침 베르 덕분에 하르마칸이 몸을 숨긴 장소를 정확히 발견한 수호였다.
그는 이 천재지변 속에서도 유일하게 무사한 상가 건물의 벽을 힘차게 박살 내고 들어갔다.
투쾅!
[이, 이놈! 기어코 나를 찾아내다니!]그 안에 숨어 있던 하르마칸은 이를 악물고 주술을 외웠다.
[하지만 나를 찾아냈다고 네가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술은 완성되었으니까!]하르마칸은 빠르게 두 손을 펼치고 주술진을 펼쳤다.
크아아아아아-!
그의 두 손에서 수많은 망령이 휘몰아치며 수호를 공격했다.
하지만 수호는 속지 않았다.
“끝까지 환술이네.”
그는 망령들을 피해 냄과 동시에 손을 뻗어 볼칸의 뿔을 옆으로 날려 보냈다.
‘지배자의 권능!’
촤촤촤촤촤촤촤!
눈부신 빛줄기가 수많은 직선을 만들어 내며 공간 전체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큭.]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짧은 신음과 함께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볼칸의 뿔이 쑤셔 박힌 것이다.
스르륵.
그 순간 그곳에 숨어 있던 진짜 하르마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앙상한 몸 한가운데 볼칸의 뿔이 꿰뚫린 채로.
[대, 대체 어떻게…….]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화아아아악-
이 주술진의 중심이었던 하르마칸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한 순간.
그의 몸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띠링.
[오염된 마나가 정화됩니다.] [오염된 마나가 정화됩니다.]하르마칸의 주술진에 의해 오염되었던 데스나이트들의 망령이 하나둘 정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딴 건 하르마칸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이, 이 힘은 설마…….]하르마칸은 심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꿰뚫은 볼칸의 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놀라는 이유는 단순히 수호가 환각에 속지 않고 자신이 숨어 있던 장소를 찾아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볼칸의 뿔에 실려 있는 힘의 정체가 ‘지배자의 권능’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네까짓 게 지배자의 권능을 쓸 수 있는 것이냐……!]하르마칸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수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본디 지배자의 권능은 단순한 염동력이 아니었다.
그 힘은 이름 그대로 오로지 지배자들만이 쓸 수 있는…….
빛에서 태어난 천사들의 상징이자, 그들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는 고유한 능력이었던 것이다.
놈들이 부리는 하늘의 병사들은 날개를 이용해 날 수 있지만, 지배자들은 날개 따위가 없어도 얼마든지 비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해 주는 능력이 바로 이 ‘지배자의 권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대체 어떻게 한낱 인간 따위가 이 힘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지배자들의 파편이 깃들…… 아니, 그럴 리 없지.]수호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한 하르마칸은 단언할 수 있었다.
범상치 않은 인간임은 분명하지만, 그는 아까부터 줄곧 송곳니 군주나 강체의 군주의 힘을 사용하고 있지 않던가.
지배자들과 정반대의 힘을 말이다.
그러다 문득.
[아니, 잠깐.]이내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하르마칸의 눈이 서서히 공포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 설마 네놈은…….]송곳니 군주의 후예?
강체의 군주의 후예?
아니, 그럴 리가!
어둠에서 태어난 군주들의 힘을 계승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빛에서 태어난 지배자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네놈은 설마 그림자 군주의……!]우뚝.
그 말에 문득 주변의 망령들과 데스나이트들을 물리치고, 하르마칸에게 마무리를 가하기 위해 달려오던 수호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아, 들켰네.”
그리고.
스윽.
문득 그의 시선이 주변에 쓰러져 있는 데스나이트들을 둘러봤다.
“그럼 별수 없지.”
[그림자 추출이 가능합니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합니다.]…….
정화된 데스나이트들의 그림자 위로 떠올라 있는 수많은 메시지들.
수호는 어딘가 후련한 표정으로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일어나라.”
슈와아아아악!
[……?!]그 순간, 하르마칸을 둘러싼 수많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