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5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55화(15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55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쿠콰쾅!
갑자기 나타난 중년의 사내는 수호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백윤호.
백호 길드의 길드장이자, S급 헌터인 그는 백미호의 지원 요청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포천시로 달려온 참이었다.
‘지산교도소의 대탈주 사건에 황동수가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더니! 이런 이상한 놈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참으로 꺼림칙한 놈이었다.
백윤호는 수호가 빌런이라는 사실에 모든 것을 걸 수도 있었다.
자신이 포천시에 발을 들인 순간, 고도로 발달한 그의 감각에 포착되었던 불길한 기운!
그 기운을 쫓다가 발견한 이 수상한 녀석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지독한 피 냄새!
‘이런 꺼림칙한 냄새를 풍기는 놈은 둘 중 하나지!’
빌런이거나, 혹은 빌런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이거나.
그리고 백윤호는 수호가 당연히 빌런일 거라고 20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S급인 자신의 공격을 피해 낼 정도의 실력자가 고작 빌런들이나 쫓아다닐 리 없었으니까.
게다가 또 한 가지.
이 수상한 놈이 빌런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
“네가 빌런이 아니라고? 그딴 얄팍한 거짓말에 내가 속아 넘어갈 것 같으냐! 어서 숨기고 있는 그 불길한 힘을 꺼내 보여라!”
백윤호는 쉴 새 없이 수호를 몰아붙였지만, 수호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백윤호가 전력을 드러낸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었다.
S급 헌터인 그의 전력은 당연히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저 수호가 숨기고 있는 ‘불길한 ’힘을 경계하느라, 자신 또한 최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불길한 힘?”
그 말에 수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그거…….’
[하르마칸을 말하는 것 같나이다, 소군주님.]베르의 속삭임에 수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
마령족인 하르카만은 다른 자의 영혼을 타락시키며 그 절망을 저주의 힘으로 사용하는,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불길한 놈이었다.
쓸 만한 놈이라 그림자 병사로 거둔 것이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곤란한 오해를 만들어 낼 줄이야.
‘두고 보자, 하르마칸.’
속으로 이를 가는 수호.
그의 기분을 눈치챈 하르마칸이 그림자 속에서 불길함에 몸을 떨었다.
웨에에에엥-
게다가 수호가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또 있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이 경황없는 틈을 타서 아르샤가 평범한 벌들로 변해 멀리서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어딜 보느냐! 감히 날 상대로 여유를 부려?!”
“아오.”
계속 몰아치는 백윤호의 공격에 딴청을 피울 틈도 없었다.
수호는 투덜거리며 이 부질없는 싸움을 가장 효율적으로 끝낼 방법을 떠올렸다.
파박!
수호는 곧장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갑자기 수호가 도망치자, 백윤호는 맹렬한 속도로 그 뒤를 쫓았다.
그는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현존하는 최강의 야수화 헌터 백윤호였다.
분명 그 사실을 저 빌런 녀석도 알고 있을 터.
“처음부터 내게 발각당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설마 진심으로 내 감각을 속이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상대가 황동수 같은 S급 빌런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딱 봐도 저 젊은 놈은 황동수가 아니지 않은가.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겁도 없이 S급 헌터 앞에서 등을 보이다니!
그런데.
‘뭐, 뭐지?’
뭔가 좀 이상하다.
아니, 아주 많이 이상했다!
‘저놈 왜 저렇게 빨라?’
백윤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쫓아가도 앞서 달려가는 빌런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나무들이 우거진 숲속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긴 했다.
불규칙적으로 자라난 나무들 때문에 그냥 일직선으로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보통 근력보단 민첩성이 높은 것이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데……
눈앞에서 달리고 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우지끈! 와지끈!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저런 무식한 놈을 봤나.”
저 젊은 놈은 지금 앞을 막아서는 모든 나무들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무식하게 박살 내면서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었으니까.
‘혹시 달리기 스킬이나 돌진 스킬을 쓰고 있는 건가?’
아니다.
딱히 스킬을 쓰는 느낌은 못 받았다.
계속 그가 숨기고 있는 힘을 경계하고 있던 백윤호였기에 그가 지금 스킬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니, 그럴 리가. 당연히 스킬이겠지.’
그래. 스킬일 것이다.
저게 스킬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 그럼 저런 무식한 짓거리를 순수한 근력만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오싹.
‘자, 잠깐. 그러고 보니!’
수호의 뒤를 쫓던 백윤호는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엄습했다.
‘설마 이 방향은?!’
아니나 다를까.
“……!”
그 순간 갑자기 울창했던 숲이 끝나고,
갑자기 탁 트이는 시야.
그리고 그 너머로 드러난 작은 마을.
마침 그곳에는 야미리 마을의 생존자들을 열심히 구조하고 있는 백호 길드원들이 보였다.
“이, 이런!”
수호의 의도를 눈치챈 백윤호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숨기고 있던 자신의 모든 전력을 곧장 드러냈다.
마수화.
-완전 변신.
콰오오오오!
수호를 쫓는 그의 전신이 점차 괴물처럼 모습이 변해 가기 시작했다.
백윤호는 이 흉측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탓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전력을 다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저 빌런 놈이 달려가는 그 방향 끝에……!
마을에서 한창 길드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백호 길드의 부사장이자 자신의 딸 백미호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열한 놈! 감히 내 딸을 인질로 삼을 생각을 하다니!’
크워어어어어-!
마수화가 시전된 순간부터 이미 그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손에 돋아난 강인한 발톱이 빌런의 등을 할퀴려는 찰나.
“음? 성수호 헌터?”
갑자기 느껴진 익숙한 기운에 백미호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빡였다.
“왜 다시 돌아오셨습니까? 혹시 잊고 가신 물건이라도?”
“아버님 배달왔습니다.”
“……저희 아빠요?”
턱.
그 순간, 백윤호의 몸이 덜컥 굳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당황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아, 아버님? 아버님이라고?”
일단.
어머님이 아니긴 했다.
***
“…….”
“…….”
수많은 구급차와 힐러들이 왔다 갔다 하는 야미리 마을의 구조 현장.
그 한가운데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
물론 여기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백윤호 한 명뿐이었고.
그런 그를 그 앞에서 단단하게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는 백미호가 있었다.
“……아빠.”
움찔.
딸의 차가운 한 마디에 백윤호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사과 안 하세요?”
“아, 아니. 내가 진짜 느꼈다니까? 진짜 저 녀석에게서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졌…….”
“그래서 그게 무슨 기운인데요.”
“……지금은 전혀 안 느껴지긴 하다만.”
“그럼 여기서 빌런들 상대하시다가 묻었나 보죠.”
딸의 서슬 퍼런 눈빛에 주눅이 든 백윤호는 비굴하게 시선을 피하며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거기다 저렇게 온몸에 피 냄새가 진동을…….”
“그야 당연히 빌런들 피 냄새겠죠.”
“…….”
“게다가 저렇게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계시는데 피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하고요.”
“…….”
“그거 알아요? 무려 500명이에요. 오늘 성수호 헌터님 혼자서 상대하신 빌런들 숫자가요.”
“…….”
따박따박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백미호의 말에, 변명을 늘어놓을수록 백윤호의 시선은 점점 더 땅으로 꺼져만 갔다.
“게다가 누구 때문에 아직 집에도 못 돌아가는 바람에 샤워도 못하셨을 테니까요.”
“딸아, 그래도 압존법은 좀…….”
“씁.”
“…….”
괜히 용기 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백윤호가 다시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수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논리적으론 설명할 수 없으나, 자신의 감각은 논리보다 훨씬 정확한 능력이었으니까.
‘내가 느낀 그 기운은 절대 착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인간에게서는 느껴질 수 없는 굉장히 불길한 무언가였다.
결국 백윤호는 자신의 감각을 믿기로 했다.
“아빠, 그만하세요.”
“이봐.”
뒤에서 딸이 뭐라 하건 그는 무작정 수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곤 손을 뻗어 그의 한쪽 어깨를 덥석 붙잡아 세우고 말했다.
“자네 이름이 성수호라고 했나? 듣자 하니 C급 헌터라며?”
하, 그럴 리가.
이런 놈이 C급 헌터라고?
고작 C급 헌터 혼자서 500명의 빌런을 다 해치웠다고?
그딴 헛소리를 믿을 바엔 지나가던 개가 알고 보니 보스몹이었다는 말이 더 신빙성 있을 것이었다.
“부정 등록자.”
백윤호는 수호의 귀에 대고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헌터 중에는 극히 일부지만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런 놈들은 마음만 먹으면 마력 측정 때 등급을 낮추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 마력을 일부 숨기고 원래 등급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헌터들을 흔히 ‘부정 등록자’라 불렀다.
그리고…….
“부정 등록자 대부분은 학살을 취미 삼는 변태 살인마들이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수호가 뻔뻔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에 백윤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기세를 피어올렸다.
그리고 수호의 얼굴을 꼼꼼히 자신의 머릿속에 새겨 넣으며 그를 강하게 압박했다.
“지금 당장 협회로 가서 마력 재측정을 받아라. 물론 그렇다 해도…… 나는 앞으로 계속 너를 주시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모든 행동을 주의하며 살아야 할…… 으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눈, 코, 입.
수호의 얼굴을 머릿속에 똑똑히 새겨넣고 있던 백윤호의 표정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 갔다.
“자, 잠깐. 잠깐만!”
그러곤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백윤호.
“아니, 그, 그럴 리가…….”
그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에서 카톡을 켜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성일환 대장님]자신의 선배님의 프로필에 떡하니 걸려 있는 ‘사랑하는 손주’ 사진 한 장.
그걸 본 백윤호의 눈이 점점 커져 갔다.
“……어어? 어어어?”
“……?”
한순간에 사색이 되어 버린 백윤호의 모습에, 수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