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5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56화(15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56화
백윤호.
한국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백윤호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S급 헌터.
백호 길드의 길드장.
한국 최고의 야수화 헌터.
하지만 그들을 붙잡고 이번엔 백윤호가 ‘어떤’ 사람이냐고 다시 물어본다면.
의외로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바로.
영웅.
그렇다.
대형 길드의 사장?
S급 헌터?
그런 수식어가 붙은 헌터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백윤호만큼이나 진심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는 않았다.
헌터들은 늘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었고.
그들 모두는 그렇게 부자가 되었다.
물론 그런 실리주의가 이 뻔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실리를 포기하고, 진심으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길드가 시민들의 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빌런 사태만 해도 그러했다.
헌터들 모두가 돈도 안 되고 시간만 낭비한다며 등한시하는 사건에, 백호 길드만 유일하게 총력을 다해 나서 주지 않았던가.
바로 그런 점이 사람들이 백윤호를 존경하는 이유였고.
그렇기에 백윤호는 시민들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영웅이었다.
하지만.
백윤호도 처음부터 이런 이미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처음으로 헌터로 각성했을 때.
그가 깨우친 이능은 다름 아닌 ‘마수화’ 능력이었다.
마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신체를 변화시키며 야성적인 힘을 손에 넣는 스킬, 마수화.
대격변 초창기만 하더라도 그 스킬을 지닌 백윤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그 하위 스킬인 야수화 스킬을 지닌 헌터들도 차가운 시선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지극히도 합리적이고 당연했다.
아니, 너무 무섭지 않은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처럼 몸이 변신하는 능력이라니!
-저 사람들, 언제 갑자기 진짜 마수로 돌변할지 몰라.
-게이트라는 게 생기더니, 이제는 사람들도 점점 마수로 변하는 걸까?
-근처에 있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우리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그러기 전에 먼저 사형이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아직까진 인성이 남아 있으니까 최소한 가둬 놓기라도 해야…….
당시엔 야수화 헌터들에 대한 수많은 우려들이 인터넷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러한 여론은 헌터 협회가 출범하고, 우진철 협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야수화 헌터들을 지지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우진철의 말이라도, 야수화 헌터들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문제는, 그런 생각을 야수화 헌터들 본인들조차도 하고 있었다.
언제 갑자기 자신들이 이성을 잃고 마수로 변해 버릴지,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능력을 부끄러워하며,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백윤호도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그는 특출날 정도로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마수들을 한 손으로 전부 때려잡을 것만 같은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외모 탓에 백윤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항상 두려움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백윤호에게 곁에서 용기를 준 사람이 있었다.
-윤호야.
대격변 전까지 평생을 소방관으로 살아왔던 백윤호.
고개를 들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 성일환 대장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따스한 표정으로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 대장님.
백윤호가 성일환의 눈을 바라봤다.
자신의 어깨를 짚고 있는 성일환의 손은 오랜 굳은살로 딱딱했다.
백전노장.
혹은 명장(名將).
어떻게 불려도 이상할 것 없는 성일환 대장은 화재 현장에서 언제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뛰어난 소방관이었다.
그가 백윤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듬직한 목소리로 조언을 건넸다.
-네가 각성을 했든 어떤 능력을 얻었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너는 여전히 소방관이고, 내 부하 백윤호다.
-…….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늘 그랬듯이.
성일환 대장은 얼굴 곳곳에 시꺼먼 검댕이가 묻어 있는 모습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을 구해라.
-……!
그 말에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은 백윤호.
사실 저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장본인이 누구던가!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성일환 대장이었다!
그 말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백윤호였기에.
둘 사이에는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너, 소방관이잖냐.
씨익.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성일환 대장의 눈을 바라보는 백윤호의 입가에 드디어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한국에,
영웅이 태어났다.
S급 헌터 백윤호.
그는 곧장 그 길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신 길드를 찾아갔고.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마수화 스킬을 펼쳐, 마수들을 찢어 죽이기 시작했다.
그 강렬하고 공포스러운 힘을 같은 동료들조차 두려워했지만.
‘상관없다.’
백윤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딴 시선들에 신경을 쏟을 시간에 당장 눈앞에 있는 마수 한 마리라도 더 찢어 죽이는 것이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었으니까.
‘그저, 사람을 구할 뿐.’
그리고 그것은…….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이 성일환 대장의 뒤를 따르며 그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으니까.
그것이 고작 2년 전의 일.
그리고 바로 작년.
고작 1년 만에 엄청난 활약으로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떨친 백윤호는, 아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자신만의 길드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행보는 결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당시에 다른 헌터 길드들처럼 실리만을 좇고 있던 사신 길드장과 백윤호의 신념이 서로 충돌했고.
백윤호는 그때까지도 사람들의 편견과 싸우며 전전긍긍 살고 있던 국내의 모든 야수화 헌터들을 불러들여 ‘백호 길드’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너, 소방관이잖냐.
그가 성일환 대장님께 들은 마지막 한 마디.
그 담담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여전히 백윤호의 가슴속에 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 * *
“……크흐흑! 그래서, 히끅! 성일환 대장님께서 히끅, 내게 소방관이……! 으흐흑!”
“아니, 사정은 다 알겠으니까 제발…….”
“아빠, 그만 좀 울어요. 길드원들이 보고 있다고요. 코 좀 풀고요.”
“크흥!”
한창 열심히 옛날이야기에 심취해 있던 백윤호는 백미호가 건넨 휴지를 받아 들고 힘차게 코를 풀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니…….
백미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두루마리 휴지를 통째로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그러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수호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성수호 헌터님. 저희 아버지가 요즘 나이를 드시더니 눈물이 많아지셔서.”
“네, 뭐. 이해합니다.”
수호는 그저 허탈한 표정이었다.
첫 등장과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게 포효하며 공격을 퍼붓던 백윤호의 모습과 눈물, 콧물 질질 짜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 매치가 안 됐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 설마 우리 할아버지가 백윤호 헌터와 아는 사이셨다니.’
수호도 자신의 할아버지 성일환이 일평생을 소방관으로 활동하시다가 은퇴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할아버지의 옛날 동료들까지는 일일이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백윤호가 할아버지의 부하였을 줄이야.
하지만 수호 입장에선 신기해하고 말 문제였지만, 백윤호 입장에선 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팽!
“크흐흠. 수, 수호 군?”
다시 힘차게 코를 푼 백윤호가 쭈뼛쭈뼛 수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 말투가 처음과는 달리, 툭 건들면 깨질 듯한 유리 세공품을 만지듯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크흠. 아까 우리 사이에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 설마 성일환 대장님의 손주가 나쁜 길로 빠질 리 없지. 암, 암.”
성일환 대장의 인품에 대해선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백윤호였다.
심지어 자신은 몇 마디 대화만으로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 않았는가.
‘그분의 손주가 절대로 엇나갈 리 없지. 아까는 내가 착각한 게 맞아. 암, 암.’
그런 생각을 하며 백윤호는 수호에게 은근한 시선을 던지며 말을 건넸다.
“그, 그러니까 혹시 이런 사소한 일로 할아버지에게 이르거나 하지는 않겠…….”
“아! 그러고 보니 요즘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못 드렸었네요!”
“흐억! 자, 잠깐! 진정하게!”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드는 수호의 모습에 기겁하는 백윤호였다.
하지만 아무리 놀라도 힘으로 수호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털끝 하나 안 건드리려고 노력하며, 우왕좌왕 진땀을 흘리며 수호의 주변만 맴돌 뿐이었다.
씨익.
그 모습에 수호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하아아…….”
그러자 거의 시체 같은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백윤호의 모습을 보며 수호의 입가엔 더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튼 잘됐네. 천하의 백윤호에게 이런 빚을 지우게 되다니.’
언젠가 이타림의 사도들과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강한 동료는 많을수록 좋았다.
이번에 토마스 안드레와 친해지긴 했지만,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다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도움을 받기 힘들었다.
백윤호를 어떻게 요리(?)할까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던 수호가 드디어 그의 처분을 결정했다.
“백윤호 사장님, 일단 할아버지께는 연락 안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
“그, 그래? 으하하! 그럴 줄 알았지! 역시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성격이 화통하구만!”
“단, 부탁이 있어요.”
“으음? 부탁이라니?”
수호의 말에 크게 안도하던 백윤호는 갑자기 수호가 조건을 달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의외로 수호가 내건 조건은 평범한(?) 것이었다.
“저 대신 황동수 좀 찾아주시겠어요? 아직까지도 여기 안 나타나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직접 찾아다녀야 할 것 같아서요.”
“……황동수를 찾아 달라고?”
그 말에 아까부터 계속 허둥대기만 하던 백윤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자네가 황동수는 왜 찾는 거지?”
“현상금 사냥꾼이 빌런을 잡는 데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 대답과 함께 수호가 앞으로 내민 것은 바로 ‘협회 공인 현상금 사냥꾼’ 자격증이었다.
“……그렇군.”
협회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확인한 백윤호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한 기분은 남아 있었다.
“황동수야 어차피 우리 백호도 찾을 생각이었으니까 맡겨 두게.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이야.”
어느새 수호를 쳐다보는 백윤호의 눈빛은 성일환의 이름이 나오기 전처럼 의구심이 가득 차 있었다.
황동수를 잡겠다는 말은 결국 S급 빌런조차도 직접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말 아닌가.
그게 사실이라면, 대체 그 정도의 힘을 숨기면서까지 C급 헌터로 활동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황동수를 찾게 되면 자네가 직접 죽일 건가?”
그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수호는 뭔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뇨? 직접 죽여 주시면 저야 당연히 좋죠. S급 빌런은 S급 헌터가 직접 상대하는 게 기본이잖아요.”
“아아, 그런 말이었군.”
그제야 의심을 거두는 백윤호였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수호의 말에 그는 다시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대신 죽이시더라도 황동수의 시체만 좀 남겨 주세요.”
“……으응? 시체는 왜?”
“아, 시체를 좀 보고 싶어서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
아니, 성일환 대장님.
대체 어떤 손주를 두신 겁니까.
아무래도 오랜만에 대장님께 안부 전화라도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백윤호였다.
[사랑하는 손주♥]“…….”
은퇴 후에 유유자적 살고 계시는 대장님의 프로필 사진은 손주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