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5화(1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5화
초소가 지키고 있는 것은 당연히 게이트였다.
[던전에서 마석을 채굴하던 중이었나 봅니다.]“그러게.”
베르의 말대로 게이트 밖에는 채굴용 짐수레가 한가득 늘어서 있었다.
수레 안에 마석들이 가득한 것을 보니, 조금 전까지도 한창 채굴꾼들이 곡괭이질을 하다가 퇴근한 것 같았다.
원래라면 저만한 양의 마석을 저렇게 함부로 방치해 두지 않았겠지만, 필드형 던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마석 좀 훔치겠다고 이 야밤에 마수들이 돌아다니는 산을 탈 도둑놈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마침 그 도둑놈이 여기 있었다.
와작와작.
[오우. 여기 마석 맛집이네.]어느새 베르가 짐수레로 날아가 마석을 주워 먹고 있었다.
처음엔 난색을 표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마석을 먹는 걸 즐기는 것 같았다.
[이게 은근 씹는 맛이 있단 말이죠.]베르는 마석을 오독오독 씹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곤 어디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수호를 불렀다.
[다들 퇴근했나 봅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나이다.]-숫자를 제대로 세라. 네놈이 바로 개미 새끼다.
[호오? 소군주님, 혹시 검 손잡이가 조금 길지 않으시나이까? 어떻게 제가 끄트머리 한 입?]-흥. 나를 먹으면 성역에 들어가서 유물을 찾기 힘들 텐데?
“저 말이 맞으니까 침 그만 흘려, 베르.”
[츄릅. 알겠나이다.]수호의 말에 베르는 냉큼 대답하며 마석 쪼가리를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사실은 이딴 마석 한 트럭을 먹는 것보다 라칸의 송곳니 하나를 먹는 게 훨씬 많이 힘이 충전될 것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수호에게 쓸 만한 무기가 생겼는데 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냥 마석 한 트럭을 먹는 수밖에.
와작, 와작, 와작, 와작.
-…….
라칸의 송곳니는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베르가 마석을 질겅질겅 씹으면서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초리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자신을 들고 있는 수호의 손이 이리 든든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라. 저 너머에 성역이 있을 것이다.
“잠깐.”
그 순간 갑자기 수호가 방향을 틀어 초소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곤 눈을 가늘게 뜨고 게이트를 주시했다.
‘누가 있다.’
때마침 게이트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한두 명이 아니었다.
‘채굴꾼들이 아직 퇴근을 안 했나?’
그럴 리가.
이렇게 어두워질 때까지 남아 있으면, 필드형 던전 밖으로 나가는 길이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채굴이 무슨 하루 날 잡아서 벼락치기로 끝낼 일도 아니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저들은 공격대 헌터들이라는 말인데, 그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마수들이 전부 게이트 밖에 나와 있는데, 게이트 안에서 공격대가 할 일이 있을 리가?’
그때 수호의 어깨로 베르가 폴짝 올라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소군주님, 뭔가 이상합니다. 저들에게서 짐승의 냄새가 납니다.]‘짐승?’
그때였다.
“……크르륵.”
때마침 게이트 밖으로 나온 헌터들의 얼굴이 달빛에 드러났다.
그런데 그 모습이…….
‘늑대인간?!’
얼굴을 덮은 지저분한 털.
입안에 돋아난 뾰족한 이빨들.
놀랍게도 헌터들의 정체는 인간의 옷을 입은 늑대인간이었다.
‘야수화 스킬인가?’
수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스킬이었다.
스킬의 종류는 다양했고, 간혹 저렇게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헌터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저렇게 같은 스킬을 가진 헌터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백호 길드라면 모를까.’
하지만 아무리 야수화 헌터들이 많은 백호 길드라도 이렇게 같은 종류의 야수들만 모아 두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일족의 피를 마셨나 보군.
‘피?’
그 말에 수호가 라칸의 송곳니를 쳐다봤다.
-송곳니 일족의 피에는 위대한 권능이 깃들어 있다. 미천한 인간들은 그 피 몇 방울만 마셔도 종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너를 만지면 육신을 빼앗기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저놈들은 빼앗긴 게 아니라 일족의 힘을 빼앗은 셈이니까.
“빼앗았다고?”
-그래. 대체 일족의 어떤 멍청이가 저들에게 피를 먹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피가 빠진 만큼 힘이 줄었을 것이다.
수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피를 마시면 야수화 스킬을 얻을 수 있다니.
룬석 외에 이런 이상한 방식으로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대격변 이후 고작 2년밖에 안 됐으니, 신기한 상황은 언제든 새롭게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군.
라칸의 송곳니는 어딘가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누가 자신의 힘을 소모해서까지 저딴 개잡종들을 만들었는지…….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렇게 라칸의 송곳니가 의아함을 표하던 바로 그때.
진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늑대인간들이 게이트 근처에 만들어 둔 창고로 들어가더니, 그 안에서 청테이프로 꽁꽁 묶인 사람들을 끌고 나온 것이다.
‘무슨?!’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읍읍……!”
청테이프로 입까지 봉인당한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늑대인간들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크르륵. 낮 동안 기다리느라 심심했지?”
“마지막인데 숨이나 편하게 쉬게 해 줄까?”
“대신 조용히 해라? 우린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거든.”
쫘악.
사람들의 입에서 청테이프가 뜯겨 나왔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입에서 처절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 살려 주세요!”
“으허헝! 제발 집에 좀 돌려보내 주세요!”
“아, 시끄러워. 그냥 지금 먹힐래?”
뚝.
늑대인간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입이 동시에 닫혔다.
“히끅.”
숨소리조차 내면 죽을까 봐 이를 악물었지만, 자꾸만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그래. 조용하니까 얼마나 좋아?”
“우리가 감각이 예민해져서 시끄러운 게 싫거든.”
“그러니까 여러분? 또 지금처럼 시끄럽게 굴면 우리가 깜짝 놀라서 목을 물지도 몰라요. 크르륵.”
큽.
마지막 말은 도저히 농담 같지 않아서, 사람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 모습이 흡족한지 늑대인간 중 하나가 선심 쓰듯 말했다.
“그래. 며칠 잡혀 있으면서 할 말이 참 많아 보이는데,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 줄게. 대신 조곤조곤 말해라?”
그 말에 가운데 있던 중년의 회사원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돈이 필요하다면 제가 어떻게든……!”
“쯧.”
“아, 아니! 잠깐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무작정 이러실 게 아니라, 원하시는 걸 말씀하셔야 저희가……!”
그 말에 늑대인간이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부하를 틱 쳐다봤다.
“야. 쟤는 그냥 죽여라.”
“그럴까요?”
“귀찮아도 한 놈 정도는 우리가 직접 들고 가자고.”
“크르륵.”
성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늑대인간을 보며 회사원이 크게 당황해 소리쳤다.
“아니, 자, 잠깐! 이러시는 건 범죄…… 컥?!”
“아우, 진짜.”
회사원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린 늑대인간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떠올랐다.
“시끄러운 거 싫다니까.”
그러곤 능숙한 솜씨로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회사원의 목에 박아 넣었다.
콰직!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툭-
정작 목이 잘린 건 늑대인간 쪽이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도끼가 늑대인간의 목을 몸에서 분리시킨 것이다.
“히이익…….”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회사원은 자신의 앞에 떨어진 늑대인간의 머리통을 보고 바지를 적셨다.
“크르륵?!”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란 늑대인간들이 털을 곤두세우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누구냐!”
“누가 감히……!”
그때였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다가온 은밀한 암살자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다리를 베었다.
촤아아악!
“끄악!”
[그림자 표범 Lv.1]일반 등급
“라, 라잔?!”
적들의 정체를 확인한 늑대인간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검은 그림자 라잔은 이 숲에서 가장 위험한 마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밝은 걸 싫어하는 특성 탓에 횃불이 가득 꽂혀 있는 게이트 근처로는 얼씬도 안 하는 놈들이었다.
“라잔이 왜 여기에!”
“아니, 평범한 라잔과는 뭔가 좀 다른……!”
한가하게 입을 열 시간은 없었다.
[캬오오!]그림자 표범들이 그들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런 시발! 이, 일단 죽여!”
“당황하지 마라! 고작 다섯 마리다!”
챙챙챙!
갑작스런 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무려 1년을 지내 온 베테랑 헌터들이었다.
고작 마수 다섯 마리에 목숨을 내어 줄 정도로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뒤에서 그 다섯 마리의 마수를 부리는 주인이 지금 그들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들썩.
처음 늑대인간의 목을 잘라 내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도끼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쐐애애애액-
콰직!
“……끄억.”
또 하나의 늑대인간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늑대인간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런 미친!”
“저 도끼는 또 뭐야!”
자신들의 동료를 둘이나 참수한 돌도끼가 부메랑처럼 빙그르르 날아서 자신들의 목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스킬! 스킬이 분명하다!”
“어디냐! 누가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하지만 그 도끼의 주인은 계속 숨어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떤 상황인지는…….”
후드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수호의 눈빛이 서늘한 달빛에 반사되었다.
“민간인부터 구하고 생각하자.”
[참으로 헌터다운 말씀이시나이다.]후와아악!
라칸의 송곳니에서 엄청난 살기가 터져 나왔다.
[‘스킬 : 약자 멸시’를 사용합니다.]“……!”
그 순간 늑대인간들의 몸이 일시적으로 굳었다.
[‘효과 : 공포’가 발동합니다.] [대상들의 모든 능력치가 1분간 50% 감소합니다.]“크허헝!”
그러자 늑대인간들 중 몇몇이 포효와 함께 공포를 떨쳐 버렸다.
[‘효과 : 공포’가 해제됩니다.]하지만 그 찰나의 틈이면 충분했다.
[캬오오!]츄팟!
그림자 표범들이 놈들의 아킬레스건을 베었고.
쐐애애액- 서걱!
지배자의 권능이 부리는 돌도끼가 놈들의 심장에 박혔다.
그리고.
-천한 개잡종들 같으니.
수호의 검이 놈들의 목을 베었다.
“크르릉……!”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늑대인간들이 수호를 노려보며 이를 드러냈다.
“놈은 고작 한 명이다!”
“죽어! 크러렁!”
짐승을 닮은 그들의 저열한 살기가 수호에게 집중되었다.
그 순간.
띠링.
[긴급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수호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펼쳐졌다.
[긴급 퀘스트 : 적들을 처치하라!]‘플레이어’에게 살의를 가진 이들이 주위에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처치하여 안전을 확보하십시오.
처치해야 할 적의 숫자 : 10명
처치한 적의 숫자 : 5명
이미 시작부터 절반이나 먹고 들어가는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개이득이군요.]와작, 와작, 와작.
이 와중에도 열심히 구석에서 마석을 씹어 먹고 있던 베르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 입을 멈출 수가 없나이다. 어째서 이곳의 마석은 마력 함량이 이리도 높은 건지. 혹시 성역이라 그런 걸까요?]유감스럽게도 그 말에 대답해 주는 이는 없었다.
다들 바빠서.
그런데 그때였다.
[……!]혼자 희희낙락하던 베르의 시선이 스산하게 빛나며 게이트를 노려봤다.
[이 냄새는…….]송곳니 군주와 비슷한 냄새를 가진 누군가가 게이트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