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6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59화(16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59화
“이제 마지막으로…….”
하르마칸의 세 번째 능력을 확인할 차례였다.
“하르마칸, 인스턴스 던전에 대해서 설명해 봐.”
인스턴스 던전.
이번에 하르마칸이 야미리 마을을 통째로 던전과 비슷한 세상으로 만들어 버렸던 능력이었다.
하르마칸은 이 능력을 우연히 발견한 칸디아루의 유산을 거듭 연구한 끝에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칸디아루의 제자라고 자처하는 것이기도 했고.
수호의 물음에 하르마칸이 병사들에게 얻어터져서 너덜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예, 주인님. 인스턴스 던전이란, 기존의 차원을 비틀어 ‘이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주술입니다.]“이면 세계가 뭐지?”
[비유하자면, 거울 너머의 세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변의 환경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가상의 차원을 창조하는 것이지요. 아, 그러고 보니……!]하르마칸은 갑자기 뭔가를 크게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벌렸다.
이곳이 어디던가!
수호의 그림자를 경계로 넘어온 안식의 세계, 그림자 던전 아니던가!
지금 이 흑백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폐허 도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인스턴스 던전과 비슷한 세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곳 또한 수호가 살고 있는 지구의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르마칸은 수호에게 읍소하며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취소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주인님! 비유가 틀렸던 것 같습니다! 거울 너머가 아니라 그림자 너머의 세계였습니다!]하르마칸은 칸디아루가 어디서 영감을 얻어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기술을 창안한 것인지를 깨닫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부터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칸디아루는 이 그림자 세계를 본따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주술을 개발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레벨업.”
수호가 말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레벨업을 위해서 개발한 것이겠군.”
[그런 것 같습니다!]지금까지 하르마칸은 인스턴스 던전의 목적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고 착각해 왔었다.
그 이면 세계의 중심축인 자신은 그야말로 왕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왕이 아니었다.
그저 보스몹.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하러 온 플레이어에게 막대한 경험치를 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게다가 아까 살펴보니, 저 피라미드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하르마칸이 암무트의 피라미드를 가리켰다.
[저 피라미드 또한 칸디아루가 그림자 군주님의 그릇을 성장시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던 흔적들로 가득했었습니다.]“그렇겠지.”
그 말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체술 훈련소와 인스턴스 던전.
결국 그 수많은 연구 끝에 완성된 것이 바로 아버지가 사용했던 레벨업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스템을 완성시키기 위해 칸디아루가 노력했던 ‘미완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수호에게 모여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주인님, 제가 독자적으로 터득한 인스턴스 던전은 주변의 악한 영혼을 지닌 존재를 끌어들이는 특징이 있습니다.]“악한 영혼이라면, 가령 빌런들 같은?”
악령들을 좋아하는 하르마칸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그 말은 즉, 저의 인스턴스 던전을 이용하면 주인님께서 마음 편히 사냥할 수 있는 빌런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주 좋구나! 사특한 놈인 줄 알았더니 이런 기특한 재주가 있었다니!]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베르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하르마칸보다 더더욱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를 재촉했다.
[소군주님! 아주 잘됐나이다! 그동안 레벨업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했는데, 이제부턴 제대로 달릴 수 있겠나이다! 앞으로는 빌런이든 악령이든 보이는 족족 다 죽여 버리고 강해지시는 겁니다!]“아르샤.”
베르의 잔소리를 들으며 수호가 고개를 치켜들자, 머리 위로 벌 떼가 작은 인형 사이즈로 뭉쳐졌다.
[예, 수호 님. 부르셨어요?]“찾으라는 건 어떻게 됐어?”
[제 벌들을 각지에 뿌려 놨는데, 아직까진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대신 혹시나 황동수와 관련이 있을까 싶어서 몇몇 빌런들의 위치를 파악해 두긴 했…….] [키에에에엑!] [꺄악?!]아르샤는 갑자기 베르가 무서운 기세로 자신의 몸을 낚아채자 비명을 질렀다.
베르는 아르샤를 트로피처럼 높이 치켜들고 칭찬을 퍼부었다.
[실로 기특하도다! 참으로 쓸모 있는 꿀벌이로다! 소군주님! 이제야 비로소 소군주님의 병사들이 손발이 맞기 시작한 것 같나이다. 바로 레벨업하러 가시지요!]“굳이?”
[키엑?]수호의 반응에 베르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레, 레벨업 안 하시나이까?]“해야지. 하지만 빌런들을 사냥하려던 목적은 이미 달성했잖아. 단순히 레벨업을 하려는 거라면 그냥 던전에 들어가는 게 더 효율적이야.”
그렇다.
모든 헌터들이 그렇듯이, 수호도 이제는 현상금 사냥꾼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비효율적인 상황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찾아낸 빌런들을 굳이 내버려 둘 필요는 없었다.
수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림자 병사들이 죽여도 경험치는 나한테 들어오잖아?”
[키엑! 물론 그렇나이다!]“그러면 팀을 둘로 나누자. 나는 던전에서 사냥하고, 빌런들은…….”
그림자 병사들은 수호의 시선이 자신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자, 몸을 뻣뻣하게 긴장한 상태로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퀘이.”
[예! 마스터!]수호의 부름에 창기사 퀘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튀어나와 무릎을 꿇었다.
“빌런들은 너에게 일임하겠다. 하르마칸과 키라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처리하고 와. 가능하지?”
[그, 그런……! 여부가 있겠습니까! 맡겨만 주신다면 제 선에서 완벽하게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죽이기 전에 정보까지 탈탈 털어서 황동수의 흔적도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수호의 명령에 퀘이는 극한의 전율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사 등급에 불과한 자신에게 무려 정예기사 등급인 하르마칸을 부하로 쓰라는 명령을 내려 주시다니!
퀘이는 엄청나게 우쭐한 표정으로 자신보다 강한 신입 병사 하르마칸을 내려다봤다.
[크흐흐! 보았느냐! 내가 바로 마스터의 첫 번째 기사 퀘이다!] [이, 이럴 수가…….]그 노골적인 시선에 엄청난 굴욕감을 느끼는 하르마칸이었다.
그렇게 서로 희비가 엇갈리는 퀘이와 하르마칸의 옆에서 키라는 그저 조용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살인…….]* * *
그 직후.
지산교도소의 사건으로 여론이 떠들썩한 가운데.
지금까지 협회의 눈을 피해서 전국에서 암약 중이던 빌런들에게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역시 수도권은 위험하단 말이지.”
“내 말이. 흐흐.”
“결국 어떤 헌터들도 돈을 벌면 서울로 이사 가기 마련이잖아? 헌터 협회 본부도 강남에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결국 빌런 짓을 하려면 우리처럼 지방 순회공연을 도는 게 안전하다니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외각.
여행객들을 상대로 음식 장사를 하던 읍내 시장 한가운데에서 빌런들은 태평하게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크으. 그나저나 오늘 날씨 참 좋네.”
와삭.
근처에서 파는 사과를 들고와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빌런이 한가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기분 좋게 살랑거리는 바람.
이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다만.
그 바람을 타고 진동을 하는 비릿한 혈향만 빼면 말이다.
……!
피 칠갑이 된 시장통.
끔찍한 상태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아침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이곳은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빌런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생지옥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당사자들은 태평하게 앉아서 두런두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끄윽. 이 악마들…….”
“어? 아직 살아 있는 놈이 있었네? 명이 긴데?”
힘겹게 숨을 토하며 바닥을 기어가는 생존자를 보며 빌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곤.
푹찍.
“자, 이제 끝.”
깔끔하게 생존자의 목숨을 끝장낸 빌런은 개운한 표정으로 먹고 있던 사과를 다시 베어 물었다.
아삭.
“그러니까 애초에 잡힌 놈들이 병신이라니까? 이렇게 목격자를 다 죽여 버리면 우리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
그때였다.
오싹.
사과를 먹고 있던 빌런은 갑자기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뭔가 변했다.
산들거리던 바람이 멈췄다.
내리쬐던 햇살이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뭐, 뭐지! 뭔데 이거?!”
“왜 갑자기 호들갑이야?”
사과를 먹던 빌런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자, 그의 동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피 냄새.
시체들.
그리고 몇 달째 서로 손발을 맞춰 온 자신의 동료들.
그런데 확실히 변했다.
“시, 시발! 너 그거 뭐야!”
“아니, 뭐가? 이 새끼 왜 이래?”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한 빌런은 동료가 자신을 보며 소리를 지르자 그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서걱.
“……어?”
멀뚱히 앉아 있던 그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툭.
데구루루.
그렇게 허무하게 옆으로 기울어져 바닥을 구르는 동료의 머리통.
“뭐, 뭔데 시발!”
“으아악!”
그제야 경각심을 느끼고 일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는 빌런들.
그때 그들의 귓가를 스쳐 가는 한 줄기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나.]“누, 누구……!”
서걱.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던 빌런의 목이 또다시 잘려 나갔다.
[이제 둘.]또다시 바람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에 흡족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으아아악! 모두 조심해! 암살 타입의 헌터다!”
“색적 스킬을 써!”
“으악! 시발, 저건 또 뭐야!”
빌런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솨아아아아아-
자신들이 직접 죽인 시체들에서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는 망령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흐흐흐. 너희에게 원한을 가진 영혼들이 많구나.]망령술.
하르마칸의 음험한 웃음소리와 함께 수많은 망령이 빌런들의 발목을 붙잡고 목을 졸랐다.
“귀, 귀신?!”
“이런 젠장! 뭔진 몰라도 일단 여기서 도망……!”
[그건 안 되지.]쐐애애애액-
“끄악!”
갑자기 다가온 퀘이가 도망치려는 빌런의 허벅지를 창으로 쑤셔 박았다.
그러고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겁에 질린 빌런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나는 말이 많은 놈을 아주 좋아하지.]“히익…….”
가늘게 뜬 퀘이의 음험한 미소에 빌런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며 새하얗게 질려 갔다.
퀘이는 어느새 사신 길드의 부사장이자 A급 빌런이었던 이민성의 눈빛으로 돌아가 있었다.
히죽.
퀘이가 그에게 물었다.
[자아, 이제 뭐라도 좋으니 아는 걸 전부 나불거려 보아라. 말을 멈추면 이 주둥이에서 혓바닥을 뽑아 버릴 테니까.]그에 질세라, 그 뒤에선 하르마칸이 이미 죽어 버린 빌런의 영혼을 사악한 손길로 움켜쥐었다.
[끌끌. 역시 기사 등급이란. 이렇게 먼저 죽인 뒤에 물어봐도 되는 것을.] […….]퀘이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시각.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어? 벌써?”
수호는 갑자기 레벨업을 했다.
유진호의 비서진과 함께 길드 창설 서류 절차를 밟고 있던 수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녀석들 대체 얼마나 죽이고 다니는 거야?”
어쩌다 보니 착실하게 빌런 청정국으로 변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