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6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64화(16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64화
해운대 바닷가를 둘러싸고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때아닌 언데드 몬스터들의 창궐에 구경 나온 시민들과 기자들이었다.
“여기서부턴 접근 금지입니다!”
“아! 위험하다니까요!”
협조를 요청받은 경찰들과 헌터 협회 부산지부 직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몰려드는 발걸음은 전혀 줄지를 않았다.
“위험하기는 무슨! 서울에서 S급 헌터가 내려왔다는데 이건 못 참지!”
대격변 이후, 헌터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자신에게 맞춰 던전에 들어간다면 생각보다 위험한 일도 많지 않았고.
그런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으니 누구나 헌터를 선망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세계에 몇 없는 S급 헌터는 그야말로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탁 트인 장소에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멀리 피신하거나.
구경 오거나.
대부분은 전자를 택했지만, 의외로 겁도 없이 이렇게 직접 구경하러 몰려드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를테면 이런 부류.
“아이고, 시청자 행님들! 잘 보이십니까?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스켈레톤을 직관하기 위해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왔습니다! 후원금 쏘시면 바로 드론 띄우겠습니다!”
“행님들! 사신 길드의 길드장 임태규가 지원을 나왔다는데, 이건 무조건 직관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달풍선 감사합니다!”
구경 나온 시민들 중에는 시민 기자단을 자처하는 개인방송 유튜버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아예 고가의 드론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전투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다 후원금을 노리고 더욱 자극적인 행동을 하다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선배.”
앞에서 한창 인파에 치이다 온 협회의 여직원이 울상을 하며 사수에게 물었다.
“저희는 게이트가 생길 때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야 되는 건가요?”
사수 또한 피로한 표정으로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럼 어쩌겠냐. 이번이 부산에 발생했던 던전 브레이크 중에서 역대 최고 스케일이라는데.”
그러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는 사수의 시선에 피로감이 더더욱 짙어졌다.
게이트가 일찌감치 발견만 됐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부산 앞바다와 해골 병사들이라니.’
마치 고전 영화인 캐리비안의 해적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 아닌가.
게다가 이번엔 최근에 가장 핫한 이슈를 끌었던 S급 헌터까지 직접 나타났으니, 그 관심도와 자극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그로 끌기 딱 좋은 소재잖냐. 내가 유튜버였어도 직접 카메라 들고 나왔을 거다.”
평소 본인 자신도 개인방송 애청자였던 사수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진짜 대단하긴 하네요.”
“누구? 임태규?”
“예. 역시 뭔가 다르달까요. 한 번에 마력 화살 10개를 동시에 쏘는데, 그게 전부 적중하네요.”
“……뭐, 이런저런 논란이 있긴 해도 일단은 S급 헌터니까.”
말은 이렇게 해도, 아까부터 사수의 시선도 임태규의 뒤를 좇으며 작게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듣기로 임태규는 전투에 직접 나서기보단, 게이트 탐색조로 투입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궁수답게 안전한 곳에서 활만 쏘아 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민첩성을 이용해 스켈레톤들 사이를 직접 뛰어다니며 게이트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씩 스켈레톤들에게 포위당할 때만 활을 쏴서 앞길을 뚫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보기엔 계속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 유튜버들이 더더욱 열광하고 있었다.
“캬아! 여러분, 지금 보셨습니까! 원샷십킬! 명불허전 임태규입니다!”
“그거 아시져? 사신 길드가 쫄딱 망하긴 했어도, 임태규가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의 궁수인 거?”
빠라밤! 빠라밤!
[임태규 10킬마다 1만 원 후원!] [임태규 100킬마다 5만 원 후원!]“캬아! 도네이션 감사합니다!”
“시청자님들! 제가 지금 임태규가 잡는 스켈레톤들 실시간으로 카운트하고 있습니다!”
‘참나.’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헌터들과는 달리, 그 변두리에선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수들이 죽는 숫자에 비례해,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후원금들이 실시간으로 팡팡 터지고 있는 것이다.
임태규를 포함한 탐색조가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된 지 1분도 채 안 됐는데 말이다.
‘……이러는데 어떻게 안 나오겠냐고. 나라도 나오지.’
이래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곰 주인이 번다는 속담이 생겼나 보다.
물론 현실에선 그 곰 역할을 맡은 헌터들이 버는 돈이 개인 방송 유튜버들보다 훨씬 많으니까, 사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긴 했다.
‘뭐, 이것도 일종의 창조경제인 셈인가.’
아무튼.
협회 직원 입장에서는 그저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사태가 해결되길 바랄 뿐인…….
“……어?”
그런데 그때였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휘오오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
“어어?”
그 순간 계속 임태규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어느 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 저게 뭐야?!”
임태규와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탐색조들.
그들은 기사단 길드의 부마스터로 유명한 A급 헌터를 포함해 부산 출신의 여러 헌터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모르는 얼굴들 몇 명이 있었는데, 그들 중 가장 앞서 나간 한 명이 앞으로 손을 뻗는 순간.
쩌저정-!
……부산 앞바다가 얼어붙었다.
“……!”
“……?!”
모래사장에서 바글바글 기어 나오던 스켈레톤들.
그 마수들을 포함해 그 뒤로 철썩거리던 파도까지 얼어붙은 그 경이로운 광경에…….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의 표정도 일시적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누, 누구야! 저 사람?!”
“해, 행님들! 저 헌터님 정보 아시는 분 계십니까?”
뒤늦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경악성.
해운대 일대가 엄청난 함성으로 도배되었다.
“빠, 빨리 검색해! 이번 탐색조에 누구누구가 자원했는지!”
“지금 전화 걸고 있습니다!”
방송국에서 나온 기자들까지도 허겁지겁 기사단 길드에 정보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저돌적인 유튜버들은 아예 자신들을 통제하고 있던 협회 직원들을 붙잡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저 헌터님 대체 누구신가요? 제발 정보 좀……!”
“방금 저거 블리자드 맞죠?! 상급 마법계 헌터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가능하다는……!”
“제가 알기론 저 정도 광범위 마법을 쓰려면 엄청나게 많은 마력이 들 텐데, 대체 누구……!”
빠라밤!
[저 헌터님 정체 제일 빨리 알아내면 100만 원!]“흐이익! 후원금 나눠 드릴 테니까 제발 알려 주세요!”
“그, 그만 다가오세요! 여기서부턴 접근 금지입니다!”
“제발 안전선을 지켜 주……!”
거의 광기에 찬 사람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살면서 저렇게 특정 범위 안에만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광범위 마법을 누가 봤겠는가.
화창한 하늘에 갑자기 혹한의 눈보라가 불어닥쳐 스켈레톤들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얼려 버리다니!
“우리나라에 저런 헌터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
“차, 찾았다!”
“……!”
갑자기 터져 나온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침 기사단 길드에 인맥이 있던 한 유튜버가 자신의 핸드폰을 마치 월드컵 트로피처럼 치켜들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우진 길드! 우진 길드였어! 우진 길드의 마스터 성수호 헌터다!”
“우, 우진 길드?”
“처음 들어 본 길드인데?”
“신생 길드인가?”
드디어 블리자드 마법을 사용한 헌터의 정체를 알고 나자, 오히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우진 길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기억력이 좋은 이들도 있었다.
“자, 잠깐! 성수호라면 혹시?!”
그들이 다급히 예전에 본 적 있던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발견하고 말았다.
“성수호! 저 사람 이민성 사건을 해결했던 헌터잖아?!”
“와씨, 맞네! 백미호와 임태규 사이에 나란히 찍힌 사진도 있어!”
사람들의 집단지성은 실로 놀라웠다.
수호가 스킬을 사용한 뒤, 순식간에 그의 정체를 기어코 알아내고 만 것이다.
‘계획대로군.’
수호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란에 슬며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길드도 만들었겠다, 이번처럼 우리 길드를 알리기 좋은 상황도 좀처럼 없단 말이지.’
그동안 여러 사건을 해결해 오는 동안, 수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 자신의 정체를 숨겨 왔었다.
그 목적은 당연히 어딘가에서 암약하고 있을 이타림의 사도에게 그림자 권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림자 권능이 아닌 다른 스킬로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무 상관없었다.
‘오히려 좋지.’
수호의 계획에 길드의 유명세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애초에 그가 길드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던가.
당연히 레벨업.
길드가 있어야 더 높은 던전에 들어가서, 더 많은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급 던전들은 사실 돈만 있으면 공략권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돈이라면, 당장 다음 달이면 스케빈저 길드에서 들어올 예정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수호는 어째서 길드의 유명세를 높이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북한.
‘북한에 가기 위해선, 길드의 유명세는 필수니까.’
상급 던전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수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북한에 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었다.
대격변 이후, 북한은 사방천지가 몬스터 필드로 변해 접근 불가의 마경(魔境)이 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우진철 협회장이 최종인과 함께 직접 대북 지원을 나가서 돌아오지도 못하고 있겠는가.
북한에 바글거리는 몬스터들을 제때 소탕하지 못하면, 그놈들이 고스란히 남한으로 내려올 테니 말이다.
말이 대북 지원이지, 사실상 그건 북방 정벌에 가까웠다.
그리고 북한의 그런 최악의 환경은 오히려 수호에게는 지천에 경험치 덩어리들이 널려 있는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은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북한이 붕괴되었다곤 하지만, 실제로 남북이 통일이 된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이번 지산교도소의 빌런들처럼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은 무조건 북한으로 넘어가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기준도 없이 아무나 국경선을 넘을 수 있게 해 버리면,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북한으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아직까지 곳곳에 살아남아 있는 북한의 생존자들을 상대로 가차 없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정부와 헌터 협회는, 자격이 없는 길드들은 절대로 북한 땅을 밟을 수 없게 법적으로 막아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자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지도.
즉, 이 길드라면 최소한 나쁜 목적으로 북한에 가지 않을 거라는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길드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이곳처럼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산교도소 같은 이슈는 조금 애매하지.’
빌런 500명을 소탕한 일은 분명 대단하고 존경받을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대중들의 여론은 찬반이 나뉘어 있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들을 하루 만에 500명이나 학살한 사람인데, 정상은 아닐 듯.
-최소 살인귀.
-사람이 아니라 빌런들을 죽인 거니까 괜찮지 않나?
지금이야 백호 길드가 지산교도소의 정보를 억지로 차단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 정보가 제일 먼저 대중들에게 풀려 버리면 북한으로 사냥을 가고 싶어 하는 수호 입장에서는 조금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쩌저정-!
게이트 탐색조로서 스켈레톤들 한복판에 뛰어든 수호가 거침없이 자신의 힘을 드러낸 것이었다.
“저, 저 녀석이 진짜! 게이트 찾으라고 보냈더니 스켈레톤을 몰살시키고 있냐!”
우진 길드의 길드장으로서 수호의 화려한 데뷔에 임태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에게 저런 스킬도 있었나? 혹시 토마스 안드레를 따라갔다가 스킬 룬석이라도 선물받은 건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해운대 앞바다에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혹한의 눈보라.
그 중심에서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수호의 앞길에 레드카펫처럼 촤라락 펼쳐진 새하얀 빙판길.
그 곁으로 꽁꽁 얼어붙은 스켈레톤 동상들.
저 엄청난 광경이 고스란히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저 어처구니없는 녀석에게 사람들이 과연 어떤 별명을 붙여 줄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우뚝.
그때였다.
“응?”
거침없이 돌진하던 수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실라드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은.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시르카의 기도에 귀를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