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6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65화(16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65화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 실라드시여! 군주의 후예 시르카가 간절히 기도합니다!
일찍이 차해인과 함께 광룡들의 무덤으로 떠났던 시르카의 간곡한 기도 소리가 실라드에게 들려왔다.
후예의 기도.
이것의 본질적인 목적은 원래 죽은 영령에게 올리는 찬양과 경배였다.
그 간절한 기도에 실라드는 흔쾌히 응했다.
시르카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후예였다.
그 녀석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올리는 기도에 얼마나 갸륵하고 지극한 마음이 깃들어 있을지…….
-그…… 저기, 뭐냐.
……같은 건 물론 없었다.
-실라드 님. 진짜 급해서 그러는데, 수호한테 말 좀 전해 주시겠어요?
……?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자신의 귀를 의심합니다.]-아! 그리고 혹시 가능하시면, 저희가 보고 있는 광경도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아무리 군주님이라도 이건 좀 힘드시려나…….
……?!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시르카의 도발에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립니다.]그랬다.
기도는 그저 구실일 뿐.
시르카가 실라드에게 말을 건 목적은 명백했다.
요즘 인간들의 표현을 쓰자면, 문자 메시지.
혹은 영상 메시지.
너무나 무엄하게도 저 후예라는 녀석은, 설인들의 왕이자 군주인 자신을 고작 메신저로 사용하겠다는 말이었다!
아니, 그래도 명색이 첫 기도인데 최소한의 제물이나 인사치레 정도는……!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이내 회한이 깊은 표정으로 상념에 빠집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긴 한숨을 내쉽니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실라드와 다른 의미에서, 수호도 눈앞에 연달아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찼다.
시르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수호 입장에선 갑자기 실라드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만 듣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수호가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가, 시야를 가로막는 얼어붙은 스켈레톤들을 호쾌하게 후려치는 순간.
콰장창-!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메시지?’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새로운 퀘스트인가?!’
퀘스트는 곧 레벨업.
수호는 크게 반기며 곧장 메시지함을 열어 보았다.
[한 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편지] (미확인)“어머니의 편지?”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처음에 시르카의 기도가 어쩌고 하더니, 의외로 퀘스트가 아니라 진짜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광룡들의 무덤에 가신 어머니에게서 보내진 편지라니?
‘어머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수호는 다급하게 메시지의 내용을 열어 봤다.
“메시지 확인!”
띠링.
그 순간 차원을 넘어서 차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야,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은데, 베르에게 한번 물어봐 줄 수 있니?] [키에엑?!]수호의 품속에서 베르의 작은 머리통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때.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스킬 : 얼음꽃의 환상’을 사용합니다.]휘오오오-
갑자기 사방에서 휘몰아치던 혹한의 눈보라가 수호의 앞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투명한 얼음꽃을 피워 내기 시작했다.
그 얼음꽃은 마치 봄의 아지랑이처럼.
사막의 신기루처럼.
수호와 베르 앞에 광룡들의 무덤에 가 있는 차해인과 시르카의 모습을 아스라이 펼쳐 보였다.
“……!”
[키에엑?!]그 순간 수호와 베르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얼음꽃의 환상이 점점 작아지더니, 차해인과 시르카가 처한 전체적인 상황을 구현해 주었다.
거대한 유적지처럼, 혹은 기둥처럼 솟구쳐 있는 거대한 광룡들의 뼈들.
그 아래에서 수많은 용아병들에게 둘러싸여 전투를 치르고 있는 차해인과 시르카.
[이럴 수가! 용아병입니다!]베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기함했다.
[소군주님! 큰일 났습니다!]그리고 어째서 차해인이 자신에게 저 광경을 보여 주려 했는지, 그 의도를 바로 깨닫고 수호에게 설명했다.
[용아병은 용의 이빨에서 태어나는 존재로, 그 이빨의 주인이 죽는 순간 바로 소멸하는 놈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잠깐. 그 말은 설마 어머니가 계신 저곳에 저만큼이나 용들이 살아 있다는 거야?”
[아니!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일찍이 용제의 군단들은 다 죽고, 우리 그림자 군단에 전부 편입되었……!]흠칫.
말을 하던 베르가 중간에 뭔가를 깨닫고 눈을 부릅떴다.
[설마 이제 와서 용제의 후예가…….]베르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용제가 누구던가.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 안타레스!
그는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여덟 군주 중 최강의 군주이자, 그림자 군주 성진우를 압도했던 유일한 군주였다.
그는 피와 비명, 광기, 파괴가 응어리져 휘몰아치는 전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파멸조차 마다하지 않던, 진정한 파괴의 화신이었고.
그렇기에 성진우는 더더욱 용제의 군단을 철저히 몰아붙였다.
그가 이끄는 그림자 군단이 지나가는 길에는 단 한 마리의 용족도 살아남지 못했다.
성진우가 그토록 지독한 전투를 벌였던 까닭이 무엇이던가.
혹여 나중에라도 용제의 후예가 새롭게 나타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데 용제의 후예가 나타났을 리가!]베르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바글거리는 용아병들이 그 증거 아니겠는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수호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실라드! 어머니께 최대한 빨리 저곳에서 빠져나오시라고 전…….”
그때였다.
꽈르릉-!
때마침 얼음꽃의 환상 속에서 차해인이 검을 치켜들었고, 그 위에서 소리 없는 벼락이 줄기줄기 뻗어 나가 용아병들에게 내리꽂혔다.
그때 차해인의 쾌활한 목소리가 다시 수호와 베르에게 들려왔다.
[아, 그런데 지금 혹시 엄마 걱정하는 건 아니지?]“…….”
[…….]지금 차해인의 손에 들려 있는 악마왕의 장검은 다름 아닌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의 무기였다.
저런 위험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S급 헌터에게 어지간해선 위험할 일은 없었다.
설령 파멸의 군주의 뒤를 이을 후예가 나타났다 할지라도, 아직은 어디까지나 후예에 불과할 터.
아직은 차해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아무튼 여기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이렇게 용아병들이 많은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살아 있는 용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차해인의 말에 베르도 퍼뜩 이성을 되찾았다.
광룡의 크기를 생각할 때, 그 거대한 몸을 저 광활한 세계에 숨길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이 용아병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니까, 뭔가를 지키고 있는 느낌이 강하단 말이지. 아무튼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베르가 조언 좀 해 줄래?] [크음. 상황은 알겠나이다…….]그 말에 베르는 침착한 눈빛으로 얼음꽃의 환상 곳곳을 살폈다.
그사이에 수호는 여전히 혹한의 눈보라와 함께 스켈레톤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숨겨진 게이트의 흔적을 찾고 있었고.
베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단 용족들은 모든 마력을 심장에 모으는 습성이 있나이다. 그러니까 뭔가 중요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 위치는 분명 심장 부근에 있을 확률이 높겠지요.]아무리 뼈만 남았다 해도 광룡들의 사체는 생전과 비슷한 형태로 쓰러져 있었다.
그 거대한 사체들은 마치 거대한 유적지를 보는 듯했다.
베르가 가리킨 지점은 바로 그 사체들의 심장 부근이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그렇게 전달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실라드가 베르의 말을 고스란히 차해인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누가 감히 내 앞에서 환술을 사용하느냐!
“……!”
파창창-!
[‘스킬 : 얼음꽃의 환상’이 강제로 취소됩니다.]갑자기 실라드의 스킬이 만들어 낸 환상이 산산이 바스러지며, 스켈레톤들로 가득한 모래사장 전체가 파도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으헉?!”
“꺄아악!”
“이, 이게 무슨!”
스켈레톤들과 전투 중이던 헌터들이 크게 당황하며 출렁이는 모래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쿠와아아아-
급기야 그들이 발을 딛고 서 있던 백사장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스켈레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늪처럼 아래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멀리서 구경하던 시민들에게까지도 이어졌다.
“시, 시청자 행님들! 지금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 으아악!”
드론 카메라를 조종하느라 자기도 모르게 현장 가까이 다가왔던 유튜버는 도망은커녕 두 다리가 고스란히 그 모래늪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으아아악! 어푸풉! 사, 사람 살……!”
사력을 다해 모래늪에서 빠져 허우적댈수록 그의 몸은 속수무책으로 아래로 빨려 들어갈 뿐이었다.
‘주, 죽는다!’
객기 하나로 살아온 그의 뇌리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죽음이란 그림자가 파고들었다.
그때.
덥석!
“……!”
누군가의 손이 우악스럽게 그 유튜버의 멱살을 잡고 쑤욱 들어 올렸다.
“푸학……!”
강제로 위로 딸려 올라온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을 구해 준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 고맙…… 으악!”
휙!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이 가차 없이 모래사장 밖으로 던져졌다.
“으아아아……!”
“바, 받아!”
다행히 모래사장 밖에 있던 협회 헌터들이 그의 몸을 받아 들었고, 맨땅에 곤두박질칠 뻔했던 유튜버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을 찾아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휙! 휙! 휙!
“으아아악!”
“으아아-!”
저 멀리 방금 자신이 당한 것처럼 꼴사납게 하늘을 날아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가까스로 받아 드는 협회 헌터들의 모습을 지나쳐, 유튜버의 시선이 그들을 밖으로 집어 던지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성수호 헌터……!”
우진 길드의 사장 성수호!
마른하늘에 눈보라를 일으켰던 장본인인 성수호였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수호를 따르는 우진 길드의 길드원들 또한!
“도균이 형!”
“그래! 구조는 나한테 맡겨!”
놀랍게도 E급 헌터에 불과한 임도균은, 이곳의 헌터들 중 누구보다도 빨리 모래늪을 빠져나와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그의 민첩한 다리는 발아래에서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모래 소용돌이의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채,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헌터들까지도 구조하고 있었다.
‘도망 하나는 진짜…….’
암무트가 대체 그동안 임도균에게 무슨 고문, 아니 어떤 훈련을 시켜 왔는지 감히 상상하기도 싫은 수호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수호는 갑자기 벌어진 혼란의 중심에서 온전히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래 소용돌이?
그런 건 수호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강체술.”
콰앙-!
수호는 평소와는 다르게 강체의 기운을 두 다리에 덧씌우고, 모래 늪의 중심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소군주님.]“그래.”
베르의 말에 수호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그가 노려보는 시선 끝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환술.
환계에서 사는 사악한 종족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능력.
“마령족이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자신의 환술이 깨진 것에 인상을 구깁니다.]저런 반응을 보이는 실라드와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그가 사용한 환술이 이곳에 숨어 있던 마령족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수호는 모래늪의 중심, 마령족이 숨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며 소리쳤다.
“실라드! 어머니께 베르의 말을 전해 드려!”
이미 실라드는 차해인에게 그 말을 전달한 후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공교롭게도 차해인은 용아병들이 지키고 있는 광룡의 심장 부근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자 그곳엔…….
“……이것들은 다 뭐야.”
차해인과 시르카는 굳은 표정으로 그곳에 모여 있는 수많은 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르카는 신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용의 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