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6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67화(16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67화
……돌아보면 수호의 학창 시절은 늘 따분함의 연속이었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칠판.
네모난 교실.
같은 옷을 입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두 같은 것을 배우던 획일화된 세계.
그것이 수호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의 전부였다.
‘……따분하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자신은 항상 영문도 없이 하품이 나오고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뭔가.
뭔가 좀 더 가슴이 뛰고 놀라운 일들을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아련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수호는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째깍.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수호의 눈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교문을 빠져나가는 학생들.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차도를 지나는 차.
그 옆의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는 공중에 띄워진 공까지.
움직이던 모든 것이 일시에 멈춰 버렸고.
‘그것’이 나타났다.
게이트.
갑작스레 교실 뒤편에 나타난 둥근 형태의 검은 구멍.
가까이 다가갔다간 빨려 들어가고 말 것 같은 짙은 어둠의 문.
평범한 아이라면 충분히 겁에 질리고도 남을 만한 일이었건만, 수호는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두근, 두근, 두근.
흥분한 심장이 거칠게 박동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자신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항상 내가 아빠를 닮았다고 했었지.’
만약 아버지였다면…….
이럴 때 어떻게 움직였을까?
답은 나와 있었다.
수호는 주저 없이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언컨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고 치열했던.
정말이지…… 지독했던 꿈이.
크아아아아!
캬아오오오오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꿈속에서 수호는 수도 없이 다치고 죽었으며.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엄청나게 많은 마수를 물리치며 앞으로,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의 끝자락에서 수호는 ‘그’를 마주칠 수 있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내.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을 전신에서 뿜어내던 정체불명의 남자를.
하지만 이제는 자신도 안다.
‘그’가 누구였는지를.
‘……아버지?’
수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아버지 성진우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알고 있다.
저건 분명 환상이었다.
우주에 있을 아버지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저건 가짜다.
하지만.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의 내가 아버지를 상대로 이길 수 있나?’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수호.
돌이켜보면 꿈속에서의 자신은 99레벨이었음에도 한 방에 나가떨어졌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레벨은 그때보다도 낮았다.
‘아니. 아버지도 그때만큼 강하진 않을 거야. 저건 어디까지나 환술로 만들어 낸 가짜니까.’
수호는 확신했다.
한낱 마령족의 환술사 따위가 그림자 군주인 아버지의 힘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니까 충분히…….
‘아니, 그렇다 해도 너무 압박감이 심한데?’
일대를 짓누르고 있는 무자비한 압박감.
대관절 마령족의 환술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버지의 환상이 나타난 순간부터 수호의 감각 스탯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뻔히 환상인 줄 알고 있음에도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수호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크, 크하하하하! 설마 이런 기억을 가진 자가 있었을 줄이야! 그림자 군주라니!]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비에르가 광소를 터뜨렸다.
비로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자비에르가 수호를 가리키며 확신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
[네놈! 어딘가에서 그림자 군주를 마주쳤던 게로구나! 암! 그림자 군주는 그 자체로 악몽이지!]마령족의 환술사 자비에르는 그림자 군주를 잠시나마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보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기에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먼발치에서 본 것만으로도 그날의 기억은 실로 공포스럽고 저주스러운 기억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림자 군주가 뿜어내던 죽음의 기운!
그날의 공포를 자신의 기억 속에서 고스란히 끄집어낼 수만 있다면!
‘나는 그림자 군주조차 부하로 거느릴 수 있게 된다!’
기억의 재현(再現)!
그것이 자비에르가 일평생을 바쳐 집대성한 환술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똑같을 순 없지만, 죽음의 왕인 그림자 군주를 엇비슷하게만 재현하는 데만 성공해도 자신의 영혼은 엄청난 격의 초월을 이룩할 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연구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신기루의 환술은 완성했으나, 정작 자비에르 본인이 목격한 그림자 군주의 모습이 너무 찰나간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딴 어설픈 기억을 재료로는 그림자 군주를 환상으로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발견할 줄이야!]그림자 군주가 오랫동안 인간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들 중에서 이렇게나 뚜렷하게 그림자 군주를 기억하고 있는 영혼이 있었을 줄이야!
자비에르는 탐욕스런 시선으로 수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클클클. 너는 이제 내 것이다! 네 영혼을 묶어 두고 영원히 그림자 군주의 환상을 불러내는 재료로 써 주마!]그리고 끔찍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는 그림자 군주를 향해 잔혹한 음성으로 명령했다.
[듣거라! 그림자 군주여! 내가 바로 너의 주인 자비에르다! 당장 네 앞에 있는 인간을 죽이고, 그 영혼을 내게 가져와 바치거라!]그 말에 수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사실 환술사를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환술을 무시한 채 환술사를 직접 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연히도 환술사가 대놓고 몸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고.
자비에르 또한 어딘가에 숨어서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수호는 그의 기운을 포착하기 위해 감각을 넓혀 봤으나, 이상하게도 그의 기운은 온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여보…….
“미, 미안해……. 내가, 내 손으로 당신을…….”
임태규가 괴로운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는 아내의 환상 속에서도.
다른 수많은 헌터들이 마주하고 있는 환상 속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저기 서 있는 그림자 군주 성진우에게서조차.
[끌끌. 눈치가 빠르구나.]……자비에르의 기운이 묻어 있었다.
[그렇다. 이곳에 있는 환상들 모두가 전부 나다. 그리고 이제는 네가 직접 불러낸 그림자 군주조차도 바로……!]자비에르의 사악한 웃음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멈칫.
[……어?]갑자기 자비에르에게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수호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 가짜 성진우가.
저 위압적인 힘으로 다짜고짜 공격을 퍼부을 것 같았던 그가.
이내 수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것이었다.
귀엽다는 듯이.
-아직 약하구나.
“……?”
순간.
뭔가 기묘한 기분을 느낀 수호였다.
과연 마령족의 환술은 놀라웠다.
저 목소리나 분위기가 진짜 아버지 같지 않은가.
문제는 저 아버지가 꿈속에서 자신을 공격하던 환상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
그런데.
[뭐, 뭐야! 어째서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를 않……!]이건 또 뭘까?
어째선지 아까부터 크게 당황하는 자비에르의 목소리.
-흠.
‘성진우’는 시선을 수호에게 거두고, 느긋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콰오오오오-!
살벌하게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그 안에 갇혀 괴로운 표정으로 환상들과 맞서고 있는 헌터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음, 그렇군. 지금의 나는 환상인가.
“어?”
[……뭐, 뭣?!]자비에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환술로 만들어 낸 환상이 자아를 가진 채 스스로가 환상임을 자각하다니!
[이, 이런 불가능한……!]-불가능한 일이란 건 없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지.
그 말에 자비에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성진우의 환상이 모래 폭풍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자비에르에게 툭, 하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그림자 병사가 된 마령족의 수가 몇인 줄 아나?
[자, 잠깐.]순간 자비에르에게 불길한 기분이 엄습했다.
대답을 듣고 싶어서 한 질문이 아니었다.
자비에르는 그 물음에 담긴 의도를 곧장 깨달았다.
치열했던 전쟁 속에서 그림자 군주의 손에 죽어 그림자 군단으로 편입된 자신의 동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그들이 그림자 병사가 된 후에도 여전히 ‘마령족답게’ 주술을 연구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제는 그림자 마령족이 되어 버린 그들을 지배하는 왕, 그림자 군주…….
-그래. 덕분에 나도 제법 마령족의 주술에 대해서는 익숙해졌단 말이지.
‘성진우’가 자비에르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러니 칭찬해 주마. 네 환술은 꽤 쓸 만한 편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리고 문득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록 모래 폭풍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너머의 하늘을 조용히 주시했다.
그 너머에 펼쳐진 광대한 우주,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자신의 본체를.
피식.
문득 성진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거둬 자신의 아들 수호를 쳐다보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베르.
[……키에에엑!]그 명령에 사라졌던 베르가 갑자기 모래 폭풍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주군, 성진우를 알아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와, 왕이시여!]신기루의 환상.
하지만 성진우와 심령적으로 연결된 베르의 눈은 정확히 그 환상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성진우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베르, 너 힘이 줄었구나.
한눈에 베르의 상태를 알아본 성진우가 혀를 찼다.
-뭐, 상관없나.
그가 손을 들어 베르의 머리에 올렸다.
-알아 둬라. 그림자 병사들은 군주와 모든 감각을 공유한다. 그게 그림자 저장 스킬의 2레벨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호에게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걸 마령족의 주술과 적당히 버무리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파아아앗!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며 베르에게 스며들었다.
오랜만에 그의 손길을 느끼며 베르는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이, 이건?”
갑자기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자 수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시선을 돌려 아버지의 환상을 쳐다보자, 그가 자신을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그래. 조금 원시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퀘스트라는 건 원래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거다.
레벨업 시스템.
그것은 마령족의 대주술사가 칸디아루가 한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 낸 고도의 주술로써.
그 목적은…….
-보상은 다음 그림자 권능이다.
‘성진우’는 약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 어디,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해 봐라.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