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6화(1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6화
하이에나 길드가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건 약 1년 전쯤이었다.
원래는 과천 일대에서 활동하던 뒷골목 양아치들이었다고 하는데, 각성하고 난 뒤론 자신들이 원래 잘나가던 조폭 출신이었다며 과거 이력을 부풀리고 다녔다고 한다.
실로 얄팍한 허세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각성자가 된 후부터 진짜 조폭 같은 일을 많이도 저지르고 다녔다.
하급 헌터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으로 빚을 지게 한다거나.
그 이자를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던전에 처넣고 무급으로 곡괭이질을 시킨다거나.
지금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당시엔 헌터 협회도 생기기 전이라 그들의 악행을 막을 만한 헌터 관련 법도 아직 없을 때였다.
그런데 그들에 대해 알아보던 수호는 한 가지 묘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동네 양아치에 불과했던 그들 전원이 거의 한날한시에 각성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장소도 바로 이곳, 관악산에서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
수호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관악산에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던 1년 전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조폭들의 심부름으로 관악산에 시체를 파묻으러 왔던 심부름꾼들은 ‘우연히’ 전원 다 각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하이에나 길드라는 단체를 만들어 관악산 필드를 장악하고, 마석을 채굴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냥 우연치곤 너무 공교로운데.’
아직도 일반인이 마력을 각성하게 되는 계기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재능이니, 유전이니 하는 말도 있었고.
로또나 벼락 맞을 확률처럼 순수한 운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러한 추측들은 어쩌면 다 헛소리일 수도 있었고, 혹은 전부 다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유전이고, 누군가에겐 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각성의 계기가 온다면 이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케바케라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하이에나 길드원들이 각성을 한 계기는 아무래도 송곳니 일족의 피를 마셨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날한시에 각성을 했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 문제는 그 피를 줬다는 송곳니 일족이 따로 있다는 건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 송곳니 일족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엄청난 위압감이 게이트 안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크르르르르…….]오싹!
소름 끼치는 짐승의 숨소리.
그 안에 담긴 흉악한 살기가 푸른 안개로 덮인 관악산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
그 노골적이고 명백한 악의에 늑대인간들과 싸우고 있던 수호의 시선이 게이트로 향했다.
베르가 수호의 어깨로 올라와 다급히 속삭였다.
지금까지 줄곧 산책이라도 온 분위기였던 베르의 표정은 어느새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합니다. 이 정도의 상대는…… 아직 소군주님이 감당할 수 없나이다!]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스킬 : 가혹한 지휘’가 늑대인간들의 능력치를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의 부작용으로 늑대인간들이 광기의 저주에 걸립니다.]“캬오오오!”
갑자기 수호가 상대하던 늑대인간들의 덩치가 커지더니 움직임이 엄청나게 빠르고 강력해졌다.
그들의 광기가 수호를 더욱 압박하기 시작했다.
“크르렁! 도망치게 둘 것 같으냐!”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촤촤촤촤악!
“크아악! 저 새끼 죽여어어어어-!”
츄파팟! 콰앙!
[소군주님!]“큭!”
갑작스런 사태에 수호의 몸에 빠른 속도로 상처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스킬 : 맷집’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물리 방어력 +20% → +40%]스킬 레벨이 오른 건 좋은데, 그렇다고 전투가 더 수월해진 건 아니었다.
-쯧. 이럴까 봐 나는 분명 처음부터 경고했다. 성역에 가까워질수록 위험하다고.
라칸의 송곳니는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기색이었다.
-이 기운…… 아무래도 이쪽에는 유물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잡종까지 살고 있었나 보군.
“잡종?”
가까스로 늑대인간 하나를 베어 낸 수호가 되물었다.
-그래. 위대한 송곳니 일족에겐 따르는 수많은 부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이런 지저분한 기운을 내뿜는 놈이 하나 있었지.
바로 그때였다.
쿠웅.
[캬아아오오오!]살벌한 짐승의 포효가 관악산을 뒤흔들었다.
-……그래. 바로 저놈이다. 하이에나 일족의 수장 브로키.
때마침 게이트 밖으로 거대한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지저분한 갈기와 얼룩진 무늬.
제멋대로 돋아난 뾰족한 이빨들.
집채만 한 크기의 하이에나가 나타난 것이다.
[가혹한 지휘관 브로키]놈의 머리 위에 드러난 붉은색 이름표.
그 색깔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저 하이에나는 수호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지닌 몬스터라는 것.
‘……던전의 보스가 살아 있었군.’
수호는 놈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전율했다.
아무래도 하이에나 길드는 1년 동안이나 이곳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던 것 같다.
보스몹이 존재하는 필드형 던전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이 사실을 다른 헌터들이 알았다면, 지금까지 이곳을 가만히 내버려 뒀을 리 없었다.
‘길드 이름이 하이에나였던 이유도 이거였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마수를 사냥해야 하는 헌터들이 오히려 마수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이렇게 같은 인간들을 잡아 와서 먹이로 바치기까지?
크득.
상황을 파악한 수호가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에 거대 하이에나는 아가리를 길게 찢으며 하품을 했다.
그러곤 수호의 손에 들린 라칸의 송곳니를 알아보고 킬킬거렸다.
[크륵? 뭐야, 어째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라칸의 송곳니였나?]-……브로키.
[그 꼴은 뭐지? 어쩌다 그 위대한 송곳니 군주의 유물께서 고작 인간 따위에게 붙잡혀 있는 거지?]라칸의 송곳니는 굴욕감을 느꼈다.
자신은 지금 이 순간도 수호의 손에 붙잡혀 정신없이 휘둘러지고 있는데, 하필 그 상대가 저 브로키 따위가 부리는 하수인들이라니.
-그러는 네 꼴도 만만치 않구나. 원래 힘을 다 잃은 건가?
[키히힉. 너나 나나 군주를 잃은 패잔병 신세가 다 이런 거 아니겠나.]‘둘이 친한 사이는 아닌가 보군.’
지금 이 순간에도 수호는 여전히 늑대인간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이제 이놈들을 다 죽여도 저 하이에나가 남아 있었다.
아무리 군주를 잃은 패잔병들이 본래 힘을 잃고 약해졌다 해도, 수호가 그보다 훨씬 약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다.’
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수호는 냉철한 눈빛으로 전황을 살폈다.
촤아악-!
[늑대인간을 처치했습니다.] [처치해야 할 적의 숫자 : 10명] [처치한 적의 숫자 : 9명]이제 살아남은 늑대인간은 한 마리.
하지만 브로키는 자신의 하수인들이 죽는 모습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쯧. 나약한 놈들. 인간 한 놈을 못 당해 내다니.]그는 오히려 그들의 죽음을 비웃으며 수호의 손에 들린 라칸의 송곳니에게 제안을 했다.
[잘됐다. 라칸의 송곳니여, 내가 그 인간을 죽여 줄 테니 나에게 오너라. 마침 쓸 만한 도구가 필요하던 참이니, 내가 너의 새 주인이 되어 주마.]-개소리 마라. 너 따위 잡종이 감히 내 주인이 되겠다고? 내 주인은 오직 라칸 님 한 분뿐이다.
[그런데 라칸은 이미 뒈졌잖아?]-뭐, 뭐라? 네놈이 감히!
[키헤헥. 화내지 마라. 원래 약하면 죽는 거다. 그리고 살아남은 놈이 강한 거지. 바로 나처럼.]비열한 웃음을 터뜨리는 브로키의 모습에 라칸의 송곳니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수호에게 바락 소리쳤다.
-인간! 당장 저놈을 죽여라! 라칸 님을 모욕한 저 잡종의 목에 내 칼날을 쑤셔 넣어라!
[캬하학!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거라! 그딴 약한…….]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호의 손에서 라칸의 송곳니가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푹!
-……!
웃고 있던 브로키의 목에 차가운 검날이 박혔다.
[케…… 헥?]순간 브로키의 입에서 바람 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휘둥그레 커진 그의 시야에 수호가 보였다.
수호는 검을 날린 자세로 오연히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남은 한 명의 늑대인간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됐냐?”
브로키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재밌는 놈이구나.]목에 라칸의 송곳니가 꽂혀 있음에도 그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딴 공격으로 나를 죽일 수는…….]“알아. 그래도 아프게는 할 수 있지.”
수호가 손을 까딱였다.
‘지배자의 권능.’
들썩.
‘돌아라.’
그 순간 브로키의 목에 꽂혀 있던 라칸의 송곳니가 그 자리에서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콰콰콰콰콱-!
[무, 케흑?!]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브로키는 깜짝 놀라 몸부림을 쳤다.
‘돌아라.’
더욱 맹렬하게.
쿠콰콰콰콰콰콰콱-!
[크학!]‘돌아라!’
더욱 깊게!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콰르르르르르르르륵-!
[끄아아아악! 이, 이런 개 같은-!]폭풍처럼 맹렬하게 휘돌며 브로키의 몸속을 파고드는 라칸의 송곳니!
그럴수록 더더욱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브로키였다.
-……너 이 새끼, 마음에 들었다.
그 순간 라칸의 송곳니의 한 줄기 웃음소리가 수호에게 흘러들었다.
-그런데 이래도 정말 괜찮겠나?
아무리 이래 봤자 현재 수호의 수준으론 브로키를 죽이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브로키가 아무리 옛날보다 많이 약해졌어도 그의 재생력이 수호의 공격력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통쾌하지 않은가.
‘그런데 라칸은 이미 뒈졌잖아?’
감히……!
자신의 주인이었던 위대한 군주의 죽음을 모욕하는 종이라니!
마음 같아선 당장 참수를 해도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하지만 현실은 고작 이 정도 고통을 안겨 준 걸로 만족해야 하다니.
그리고 그 대가는 결국…….
브로키의 이 모든 분노를 수호가 받게 될 터였다.
쿠콰앙!
상처 입은 짐승이 된 브로키가 사나운 살기를 토해 내며 발을 굴렀다.
관악산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괴력!
[캬아오오오!]바위처럼 거대한 압박감이 수호를 덮쳤다.
그때였다.
-……미안하군. 하지만 고마웠다. 패잔병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주어서.
라칸의 송곳니의 결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덜컥!
[크륵?!]수호를 짓밟으려던 브로키의 몸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라칸의 송곳니, 이노오옴-! 크라라락!]놈의 몸속에서 움직임을 강제로 제어한 라칸의 송곳니가 수호에게 다급히 외쳤다.
-도망쳐라! 내가 어떻게든 이 안에서 시간을 끌어 볼 테니!
그런데.
정작 도망쳐야 할 수호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털썩!
때마침 수호의 손에서 마지막 늑대인간의 숨이 끊겼다.
[처치한 적의 숫자 : 10명]그러자 이어지는 메시지들.
띠링.
[‘긴급 퀘스트 : 적들을 처치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띠링.
[아래와 같은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보상 1. 능력치 포인트 +5
보상 2. 칭호 : ‘늑대 학살자’
“보상 수락.”
띠링.
[‘칭호 : 늑대 학살자’를 획득했습니다.]척.
바닥에서 늑대인간들이 쓰던 무기를 주워 든 수호.
양손에 검 두 자루를 꼬나든 수호의 눈빛이 사냥꾼처럼 번뜩였다.
그 순간.
[칭호 : 늑대 학살자]늑대를 잡는 데 능숙한 사냥꾼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짐승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40% 증가합니다.
“사냥 시작.”
수호의 전신이 강렬한 투기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