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7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71화(17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71화
[그림자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강체술 훈련소.
피라미드 깊은 곳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던 암무트가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불청객이 들어왔군.]스아아아아아-
갑자기 차원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엄청난 존재감이 그림자 던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왜일까.
단순히 침입자라고 하기엔, 그 과정에서 어떠한 부자연스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암무트의 앞에 나타났다.
[너는…… 누구냐.]암무트가 남자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거대한 악어 인간이 몸을 일으킨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남자를 짓눌렀다.
쿠구구구구……!
하지만 그는 그런 위압감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했다.
그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암무트의 모습을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무트…… 요인족인가?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에 암무트는 멈칫했다.
사내는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얼굴이 아닌, 머리 위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라도 있는 것처럼.
[설마 네놈…….]암무트는 뒤늦게 사내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묘하게 성수호와 닮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눈을 빛냈다.
[……네가 바로 그림자 군주인가?]-아니. 정확히는 그 비슷한 무언가다.
[뭐?]-너라면 알 수 있을 텐데?
[대체 뭐라는 거냐.]모호한 대답에 암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성진우의 환영은 암무트와 눈을 마주치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주술적으로, 나는 오히려 너와 비슷한 존재란 말이다.
[……!]그 말에 암무트의 눈이 부릅떠졌다.
예상한 반응이었다는 듯 성진우의 환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고.
그의 시선은 이 피라미드에 새겨진 칸디아루의 주술진을 꿰뚫어 봤다.
파밧! 팟! 팟!
그 시선을 따라 피라미드 곳곳에 아로새겨진 수많은 주술 회로들이 깜빡거리며 줄기줄기 빛을 뿜어냈다.
[너는 설마…….]그 회로도가 이룩해 낸 결과물을 감상하던 성진우의 환영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나 또한 너처럼 주술에 의해 구현된 가짜 영혼이란 말이다. 아바타나 NPC 같은 조금 듣기 좋은 표현도 있긴 하지만, 결국엔 다 같은 말이지.
[…….]암무트의 모습에서 진우는 오래전 악마성 던전의 최상층에서 마주쳤던 악마왕 바란을 떠올리고 있었다.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
바란은 그가 마주친 군주들 중 유일하게 살아 있지 않은 군주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란은 성진우와 마주치기 전에 이미 1대 그림자 군주 아스본에게 죽임을 당했고.
영혼만이 칸디아루의 손에서 재창조되어 레벨업 시스템을 위해 이용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악마왕 바란은 본래의 힘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군주들이 지닌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태초의 어둠’이 빠져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궁금하군. 너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안에 갇혀 있었던 거냐.
[크르륵.]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 검은 눈동자에 암무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 기억이 나지 않는군. 이 안에선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으니까.]-죽여 줄까?
[뭐? 크흐흐. 최근 들었던 농담 중에 제일 재미있는 말이군.]그 말에 암무트가 자조적으로 킬킬거렸다.
그리고.
콰앙-!
거대한 팔을 휘둘러 옆에 있는 벽을 박살 냈다.
그곳을 중심으로 벽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잠시 시간이 흐르자, 구멍 난 벽이 스스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보았느냐.]암무트의 눈이 성진우의 눈을 직시했다.
[설령 네가 진짜 그림자 군주라 할지라도,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이곳이 바로 나의 무덤이자, 동시에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파괴되어도 자동으로 복구되는 주술이란 말이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성진우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그러나 설령 자신에게는 불가능할지라도, ‘진짜’ 자신이라면 그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애초에 그를 진짜 죽이고 싶어서 물어본 것도 아니었기에, 성진우의 환영은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이곳에 대해서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성진우’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피라미드에 대해서.
……이곳은 말하자면 칸디아루의 유산이었다.
그가 레벨업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험이 있었을 것이고, 이 피라미드도 그중 하나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이 거대한 주술적 장치가 성수호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냐는 것이었다.
‘파괴되어도 자동으로 복구되는 시스템이라.’
이내 성진우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설마 목적을 잃고 불완전해진 레벨업 시스템이 스스로를 복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건가?
사실 레벨업 시스템은 존재 이유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벌써 오래전에 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성수호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레벨업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시켰고.
그러자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달라진 상황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시키고 있는 건가.
레벨업 시스템의 목적이라면 당연히 ‘플레이어를 그림자 군주의 그릇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어떻게 해도 그림자 군주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시스템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설마 전직 퀘스트, 그 자체인가.
레벨업 시스템이 성수호의 전직을 위해 스스로를 보완하고 있다.
그렇게 성진우의 환영은 확신했다.
암무트라는 NPC의 존재와 이 피라미드에 새겨진 주술진들을 해석해 본 그 모든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거참.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은 그는 이내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의 아들이 어떤 직업을 얻게 될지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되는데.
이거 따지고 보면 결국 평범한 학부모들의 고민과 크게 다를 게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뭘 해야 할지는 확실히 알겠군.
생각을 정리한 성진우의 환영이 피식 웃는 순간이었다.
파스슥.
갑자기 그의 몸이 흔들리며 그 실체가 흩어지려 하고 있었다.
마치 주파수를 잃은 전파처럼.
그 모습을 앞에서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던 암무트가 킬킬대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네가 나보단 낫구나. 주술의 영역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니.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인가 보군.]파스슥.
성진우의 환영은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것처럼 깜빡이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슬슬 돌아가야겠군. 어차피 확인할 건 다 확인했으니.
그가 허공에 손짓을 하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림자 던전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Y/N)그가 주저 없이 몸을 돌려 앞에 나타난 그림자의 문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며 암무트가 물었다.
[그런데 대체 여긴 왜 온 거냐.]-왜긴. 아들에게 뭔가 도움이라도 줄까 싶어서 왔지.
[크르륵? 그래서 뭔가 도움은 됐나?]-됐지. 아주 많이.
[이를테면?]암무트의 물음에 성진우의 환영이 손을 뻗어 허공을 만졌다.
파바바밧!
그 손짓에 피라미드에 새겨진 주술진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화려한 주술진들의 중심에 언제나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암무트를 향해 성진우가 말했다.
-암무트, 이곳에 갇힌 너의 영혼을 사후의 바다에 있는 진짜 영혼과 연동시켰다. 지금 나처럼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지?]-네가 원한다면, 너도 이제 얼마든지 그림자 병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눈을 부릅뜨는 암무트를 향해, 성진우가 짓궂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설마 영원히 이 감옥 안에서 썩고 싶은 건 아니지? 그럴 바엔 내 아들의 병사가 되라는 말이다. 아, 그러려면 최소한 내 아들이…….
[나를 거둘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겠군. 지금보다 훨씬!]콰드득!
순간 암무트의 표정이 엄청나게 의욕적으로 변하며, 거대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가 자신의 두 주먹을 쾅쾅 맞부딪치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맡겨 둬라. 일일 퀘스트의 강도를 앞으로 2배, 아니 3배로 늘릴 테니까.]-……포션은 먹여 가며 시키고.
그 폭발할 것처럼 넘쳐흐르는 의욕에 성진우는 조금 불안해졌다.
하지만 저 훈련을 견뎌 내고 수호가 진짜 암무트를 그림자 병사로 거둘 수만 있다면.
수호의 군단은 지금보다 엄청나게 전력이 상승될 것이 분명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따악!
성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미리 조작해 둔 주술진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암무트는 갑자기 피라미드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피라미드와 한 몸이었던 그였기에, 지금 이 피라미드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아앗!
피라미드의 최정상.
그 뾰족한 중심부에서 검은 빛줄기가 수직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 빛은 차원의 벽마저 뚫고, 저 머나먼 우주를 향해 수직으로 뻗어 나갔다.
[이게 무슨 짓이냐!]-이건 일종의 보험이다. 너와는 상관없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그 말을 남기고, 성진우는 왔던 곳으로 돌아가 버렸다.
[허…….]암무트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고작 환영에 불과한 존재가 어떻게 저런 힘을…….’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암무트는 간혹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혹시나 강체의 군주를 따라서, 최강의 요인인 자신도 함께 전쟁에 참전했다면.
어쩌면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달라지는 건 없었겠군.]* * *
[그림자 던전에서 퇴장했습니다.]성진우가 다시 수호의 곁으로 돌아온 순간.
수호의 전투도 마침 종지부를 찍고 있었다.
콰직! 콰득! 쿠콰쾅!
수호의 억센 두 손이 자비에르의 모든 촉수를 찢어 뜯고, 그 환영 속에 숨어 있던 본체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윽. 어떻게 이런…….]엄청난 환술을 자랑하던 마령족의 환술사 자비에르의 본체는 정작 볼품없는 스켈레톤에 불과했다.
그 새하얀 갈비뼈들 사이로 자비에르의 영혼이 사악한 빛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자비에르는 이를 악물고 수호를 노려봤다.
그림자 암살자 키라의 활약으로 환영에 묶여 있던 헌터들이 속속들이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자 무한할 것 같았던 자비에르의 마력도 결국 바닥을 보였고, 그의 환영도 점차 힘을 잃어 갔다.
하지만 수호는 기어코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도 마지막 결정타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뭐하냐. 안 끝내고.
“……아버지.”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아버지의 모습에 수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마음이 기특했지만, 정작 성진우의 입에서 나온 건 아까와 같은 질책이었다.
-그냥 죽여라. 아빠 신경 쓰지 말고.
꾸욱.
수호의 입매가 억지로 다물어지며, 자비에르의 갈비뼈를 뚫고 그의 영혼을 파괴했다.
쾅!
[마령족의 환술사 자비에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