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7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72화(17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72화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수호의 전신에 힘이 차올랐다.
무려 다섯 번의 레벨업.
아무래도 자비에르가 다른 이들에게서 흡수한 방대한 마력까지 환원되어 경험치가 들어온 것 같았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수호는 보상을 확인하기보단 다급히 아버지의 환영을 찾아서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
샤아아아아아-
자비에르가 죽자, 일대를 뒤덮고 있던 모래 폭풍을 비롯해 놈이 만들어 낸 모든 환영들도 빛의 가루로 변해 흩어지고 있었다.
성진우의 환영도 상황은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몸이 흩어져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느긋한 모습이었다.
-너무 그렇게 호들갑 떨 것 없다. 지금의 나는 환영에 불과하니까.
그러곤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 나는 저 위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말이지. 아, 누가 요즘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조금 바빠지긴 했지만.
[키에에에에엑! 왕이시여! 이 불충한 죄인이 여기 있나이다! 부디 용서를……!]그 말에 베르가 쏜살같이 그의 앞에 엎드려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저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지극한데, 마력이 부족하여 도저히 돌아갈 방도가 없나이다!]-됐어. 그런 이유로 못 돌아오는 거라면 큰 걱정은 덜었으니까.
지금의 성진우는 비록 환영이지만, 영혼을 연동시켜 진짜 성진우와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비에르의 주술을 역이용해 환영에 불과한 자신을 일종의 아바타, 진짜 성진우의 화신체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이번 일로 지구에 보냈던 베르가 무사히 수호의 봉인을 풀어 주었다는 걸 우주에 있는 진짜 성진우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혹시나 베르가 모종의 방해를 받아 아직도 수호에게 도착하지 못했을까 봐 염려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걱정이 해결된 것이다.
-그보다.
성진우의 시선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작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너는 당분간 지구에 남는 게 나을 것 같다.
[키엑?! 그, 그래도 되겠나이까?]베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외우주와의 전쟁은 실로 치열하고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군단장인 자신의 빈자리는 그만큼 성진우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소인이 없으면 전쟁의 균형이……!]-아아, 괜찮아. 최근에 쓸 만한 병사를 거뒀거든.
[……?!]덜컥.
성진우의 대답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베르는 입이 떡 벌어진 채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물론 네가 빨리 돌아올수록 좋긴 한데, 아무래도 지구 쪽도 생각보다 여유로운 상태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이런 말을 하는 사이에도, 성진우의 몸은 벌써 절반이나 흩어진 상태였다.
-시간이 별로 없군.
성진우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방금 수호가 죽인 자비에르의 잔해를 쳐다봤다.
갈비뼈가 박살이 난 스켈레톤.
그 그림자 위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그 메시지를 보며 성진우가 수호가 들으라고 담담히 설명했다.
-마령족들 중에는 간혹 이렇게 악마족처럼 추출이 불가능한 놈들이 섞여 있지.
그 말에 수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성진우의 말대로 자비에르의 영혼은 악마들의 영혼처럼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하르마칸처럼 그림자 병사로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이놈은 네가 쓰지 못할 테니.
성진우는 흩어지고 있는 손을 뻗어 자비에르의 영혼을 덥석 움켜쥐었다.
-내가 좀 사용하마.
촤와아악-!
마나가 오염된 자비에르의 영혼이 그의 손에 잡혀 강제로 끌어 올려졌다.
그러자 곧이어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
네까짓 게 감히-!
이런 일은 불가능……!
-불가능한 건 없다니까 그러네.
성진우는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시꺼먼 그림자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비에르는 지독한 모멸감에 영혼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주술에 의해서 태어난 허상 따위가 반대로 자신의 영혼을 손에 넣은 것이다!
-너라면 잘 알 테지. 너처럼 오랜 시간 주술을 쌓아 올린 마령들이, 반대로 아주 좋은 주술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걸.
성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비에르의 영혼을 이용해 최후의 주술을 펼쳤다.
촤아아아아악!
갑자기 그의 손에서 그물망 같은 주술진이 펼쳐져 발버둥 치는 자비에르의 영혼을 꽁꽁 묶어 버렸고.
크아아아아아……!
주술진이 점점 촘촘해지고 작게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비에르의 비명 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이윽고 아예 들르지 않게 되었을 때.
성진우의 손에는 주먹만 한 보석이 잡혀 있었다.
-자, 선물이다.
휙.
[‘아이템 : 자비에르의 영혼석’을 획득하셨습니다.]수호는 성진우가 건넨 보석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이템 : 자비에르의 영혼석]입수 난이도 : ??
종류 : 보석
마령을 압축시켜 만든 보석입니다.
-혹시 모를 보험이니까 인벤토리에 넣어 둬라.
“보험이요?”
-그래. 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우려되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성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선 뭔가 설명을 더 해 주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지만, 그 길은 결코 같은 길이 아니었다.
아들의 미래는 아들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었기에…….
‘지금은 괜한 잔소리보다 응원을 해 주는 것이 맞겠지.’
성진우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수많은 말들을 다 쳐냈다.
-그러니까 수호야.
그리고 산산이 흩어지고 있는 손으로 수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곳은 네게 맡긴다.
“예, 아버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의 눈빛이 고요히 불타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며 짐짓 흡족한 표정을 짓던 성진우.
그 순간 그의 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파스슥.
이윽고 수호의 어깨를 토닥이던 그 손길마저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그 순간 온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인스턴스 던전이 해제됩니다.]파창창!
하르마칸의 결계가 사라졌다.
그러자 결계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비로소 결계 밖에 있던 민간인들의 모습이 나타났고.
동시에 민간인들의 시야에도 모래 폭풍에 삼켜졌던 헌터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와아아아!”
한발 늦게 사람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수들이 전부 사라졌다-!”
그 세찬 함성을 듣자 헌터들은 비로소 상황을 깨달았다.
오늘의 그 지독했던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안도감과 동시에 지독한 탈력감이 떠올라 있는 이유.
그것은 오늘 이곳에서 자신들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오직 한 명.
‘성수호…….’
저 젊은 헌터가 혼자서 보스몹과 맞서 싸워, 기어코 승리를 쟁취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성수호 헌터.’
‘우진 길드.’
그 헌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수호를 바라보자, 자연히 밖에 있던 민간인들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경외에 찬 시선들이 매우 흡족한 베르였다.
[소군주님, 손이라도 흔들어 주시지요. 모두가 소군주님을 우러러보고 있나이다.]“……됐어.”
수호는 조금 상념에 빠진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눈앞에서 다시 사라진 모습을 봤더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에 언제까지 빠져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에실!”
수호의 부름에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에실이 해안가 어딘가에서 손을 흔들었다.
“수호야! 찾았어!”
갑작스러운 보스몹의 등장으로 모두가 깜빡했지만.
수호가 이끄는 우진 길드는 여전히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고 있었다.
“게이트를 찾았다고!”
……!
에실의 외침에 비로소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쪽을 쳐다봤다.
‘아차!’
‘그러고 보니!’
‘우리는 게이트를 찾고 있었잖아?!’
어쩌다 보스몹을 잡긴 했지만, 수호의 길드는 처음부터 게이트 탐색조였다.
그리고 모두가 그 보스몹과 상대하는 동안.
에실은 유일하게 멀리 떨어져서 이 바닷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게이트를 기어코 찾아내고 만 것이었다.
“잘했어.”
멀리서 손을 흔드는 에실의 모습에 그제야 씨익 웃는 수호였다.
그리고 에실 외의 다른 길드원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힐러들은 이쪽으로!”
“의료진! 의료진!”
이미 주변에선 헌터 협회의 힐러들과 의료진들이 일제히 달려와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S급 헌터인 임태규는 눈에 띄게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임태규 본인은 이런 화상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보단 오히려…….
“저보단 제 아들부터 치료해 주십시오.”
“이분이 임태규 헌터님의 아들이셨습니까?!”
임태규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의료진들.
그들의 말에 임태규는 따뜻한 눈길로 자신의 곁에 지쳐 쓰러져 있는 임도균의 등을 토닥이며 대답했다.
“……예.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지요.”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런 끔찍한 참사 속에서도 자신의 아들을 구해 낼 수 있어서.
하지만 오늘은 ‘그때’와는 달랐다.
-으아아아악!
아들은 그때처럼 아버지를 두려움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에게 도망치지도 않았다.
“형,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임도균은 그저 살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수호의 손을 맞잡고 일어났다.
그러면서 반대쪽 손을 아버지인 임태규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버지는 괜찮아요? 많이 아프시죠?”
“……이 녀석이.”
누가 누굴 걱정해.
자신의 화상을 보며 걱정하는 아들의 모습에 임태규는 피식 웃으며 그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 * *
에실이 발견한 게이트 안은 이미 텅텅 빈 상태였다.
자비에르가 그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를 다 잡아먹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그 안에 존재하는 던전 광물의 양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 모든 광물의 소유권은 전부 수호가 이끄는 우진 길드에게로 돌아갔다.
물론 이런 사항은 계약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임태규가 자신이 받기로 한 모든 권한을 수호에게로 양보한 덕분이었다.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시간.
모든 마수가 사라지고 보스몹까지 죽은 시점에서, 이 게이트가 유지되는 시간은 지극히 짧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광석을 캐고 나오려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채굴꾼들이 한꺼번에 투입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우진 길드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일어나라.”
수호의 그림자에서 일제히 몸을 일으킨 수많은 그림자 광부들.
그들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던전에 뛰쳐 들어가 엄청난 속도로 광석을 캐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그 경이로운 모습을 목격한 임태규는 입을 쩍 벌렸다.
성수호가 소환술사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만한 물량을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수호는 그에게 다가가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도했다.
“혹시 사신 길드에 남는 던전 없으십니까? 위험할수록 좋은데.”
“……도균이가 왜 그렇게 잘 도망치게 됐나 했더니.”
“아, 그건 오해입니다.”
진짜 오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