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7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73화(17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73화
사소한 오해가 있었지만, 수호는 본격적으로 임태규와 협상을 시작했다.
당초 수호의 계획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사신 길드가 미처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던전 공략권을 저렴하게 되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큰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사신 길드의 재정난이 수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해졌다는 것이었다.
이미 임태규는 길드에 보유하고 있던 던전 공략권들을 진즉 다 팔아 치운 뒤였다.
“……그래서 진짜 없다고요?”
“그래.”
“진짜 하나도요?”
“그렇다니까.”
임태규는 머쓱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길드는 한동안 소규모 용병단으로 활동하기로 했거든. 공략권 판 돈은 대부분 장비값에 보탰다.”
“…….”
이 부분에서 살짝 움찔하는 수호였다.
빙하 던전에 가기 전에 임태규가 수호에게 빌려줬던 A급 무기.
‘사신의 활(모조품)’은 어머니와 함께 떠난 아이스 엘프 시르카가 들고 가 버려서, 그에게 돌려줄 방법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임태규는 그 활을 돌려 달라는 말을 꺼낼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수호에게 그 활을 빌려준 이유는, 그가 이끄는 우진 길드에 아들 임도균이 속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아들이 안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쥐여 준 것이었으니까.
임도균이 우진 길드를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빌려줄 의향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마침 잘됐다. 너도 이제 길드장이 됐으니, 이번 기회에 내가 길드 운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마. 도균이 너도 부사장이니까 들어 두고.”
임태규는 수호와 임도균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 주었다.
요점은 결국 ‘돈’이었다.
“애초에 길드가 던전 하나를 통째로 독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일이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던전의 공략권이고.”
즉, 길드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길드가 보유한 자금력.
소위 말하는 ‘총알’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하지만 공략권을 구매했다고 끝이 아니야. 그 던전에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거 아냐? 그러기 위해선 또다시 많은 돈이 들어가지.”
“인건비요?”
“그래. 이해가 빠른 거 보니 너도 이제 초짜 티는 벗었구나.”
임태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계속했다.
인건비.
즉, 채굴팀과 수거팀 같은 외부 용역들을 부를 때 필요한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대부분 E급이나 D급이라서 몸값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가 한두 명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사람들한테는 무조건 퇴근할 때 그날 일한 일당을 손에 쥐여 줘야 하거든. 그런데 던전 공략권을 사느라 길드의 보유금이 빠듯해지면, 당장 용역을 부를 엄두도 못 낸다는 말이지.”
아무리 대단한 헌터라도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돈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던전에서 획득한 마수의 사체나 마정석, 광물들을 팔아 치워야 비로소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막상 던전에서 광물을 캐 왔다 해도, 그날 바로 광물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 이틀, 혹은 며칠은 더 걸렸다.
“여기서부턴 진짜 사업의 영역이라 마수 사냥과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란 말이지.”
임태규의 설명은 전부 옳았다.
하지만 사실 수호 입장에서는 이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잡무들은 수호의 고모부인 유진호 선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임태규가 굳이 이런 설명들을 수호에게 해 주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너희 길드는 그렇게 다른 길드들처럼 용역을 부를 필요가 없는 것 같단 말이지.”
그의 시선이 미친 듯이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수호의 그림자 병사들을 향했다.
몹시 허탈한 표정으로.
쾅쾅쾅쾅쾅쾅쾅쾅쾅!
쿠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2조! 손이 보인다! 1조보다 물량이 뒤졌다간 내 손에 뒤진다!] [키에에엑! 감히 영원한 2인자 따위가 어디서 기어오르느냐!] [크윽! 그놈의 2인자!]퀘이와 베르가 그림자 광부들을 지휘하며 채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치열하고도 엄청난 광경에 임태규는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소환술사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누구는 실시간으로 망해 가는데, 이쪽 길드는 점점 부흥하는 모습이 그저 허탈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질투심이 나기에는 본인 아들이 부사장(?)으로 있는 길드여서 마음이 복잡했다.
물론, 저 앞에서 누구보다 가장 신나게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퀘이가 자신을 망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자리에서 피를 토할 수도 있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었다.
‘음. 그런데 예전에도 수호가 소환수를 이렇게 많이 소환할 수 있었던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설마 그때는 힘을 감추고 있었나? 굳이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설마하니 수호가 레벨업으로 점점 성장하는 특별한 헌터라는 진실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임태규였다.
그런 일은 애초에 상상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나는 일이었으니까.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임태규에게 물었다.
“아무튼 던전 공략권이 정말 하나도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다른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부탁?”
“현재 저희 우진 길드의 보유금은 10억입니다. 기왕 부산에 내려온 김에, 이 돈으로 기사단 길드의 던전을 살 수 있을까요?”
“중개를 서 달라는 말이군.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 말에 냉큼 고개를 끄덕이는 임태규였다.
“오히려 그쪽도 바라는 바일걸?”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안 그래도 요즘 부산에는 처치 곤란한 던전들이 꽤 많았다.
그 때문에 이번에 기사단 길드도 사신 길드를 비롯한 여러 용병단을 고용할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던 차였다.
그렇다 보니 꽤 저렴한 금액에 던전 공략권을 양도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괜찮겠냐?”
“뭐가요?”
“이번 일로 부산의 모든 기자들이 너랑 인터뷰 한번 해 보겠다고 해운대로 몰려들고 있던데. 게다가 부산시에서도 지금…….”
“아, 그 정도야 뭐 괜찮습니다.”
수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 * *
“정말 감사합니다!”
‘……음?’
기사단 길드의 사장 박종수가 활짝 웃으며 임도균의 두 손을 덥석 잡고 흔들고 있었다.
“우진 길드가 힘써 주신 덕분에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우와아아아아-!
그와 함께 그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환호.
‘……으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해 주신 우진 길드의 부사장 임도균 헌터님께 부산시를 대표해서 감사패를 드립니다.”
“……?”
얼떨결에 부산시장에게 감사패를 넘겨받고 있는 임도균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팡!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이 그의 눈을 부시게 했다.
임도균은 생각했다.
‘나는 누구?’
누구냐고 묻는다면 우진 길드의 부사장이었다.
‘여긴 어디?’
부산시청.
감사패를 수여하는 행사장의 한복판.
모든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다.
부산 앞바다, 해운대는 부산의 핵심 지역 중 하나였다.
이곳이 무너졌다간 여러모로 부산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위험한 사태를 해결해 준 우진 길드가 ‘특별히’ 남아서 부산의 던전들을 더 공략해 주겠다고 하니, 결국 부산시장까지 감사패를 들고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감사패는 돈도 안 되는, 중고 마켓에서도 안 팔리는 쓸모없는 물건이긴 했다.
하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이제 우진 길드는 부산시장이 직접 인증한 믿을 만한 길드로서 부산시에서 당당히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성수호 사장님께선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허허허.”
“예. 저희 사장님께서는 지금 던전에 들어가셨…….”
왜 이런 경사스런 자리에 사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았냐는 부산시장의 은근한 물음에 임도균은 울 것 같은 기분을 삼키며 애써 대답했다.
그래, 던전이 맞긴 했다.
그림자 던전이었지만.
정작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성수호는 귀찮은 일을 전부 임도균에게 떠맡기고, 홀연히 일일 퀘스트나 하러 들어간 상태였다.
“허허허. 뭐, 괜찮습니다. 헌터들이 바쁜 게 하루 이틀인가요. 그럼 임도균 부사장님, 감사패 수여식도 끝났으니 저희 사무실로 이동하시지요. 던전 공략과 관련된 계약서를 준비해 놨습니다.”
“……예.”
“아, 그런데 들어 보니 임도균 부사장님께서는 임태규 헌터님의 아드님이셨다면서요? 아버님을 닮으셔서 그런지 인물이 훤하십니다.”
갑자기 높으신 분들에게 둘러싸이게 된 임도균은 시체 같은 얼굴로 기사단 길드장의 뒤를 비척비척 따라갔다.
실시간으로…… 기가 빨리고 있었다.
하지만 임도균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수호의 앞에도 엄청난 위기가 닥쳐 있었다.
* * *
“무슨…….”
일일 퀘스트를 하러 그림자 던전에 들어온 수호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강체술의 스승 암무트가…….
[크흐흐. 힘의 차이가 느껴지느냐.]어째선지 암무트가 평소보다 2배나 커져 있었다!
피라미드도 커져 있고!
게다가 대체 무슨 영문인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는 심상치 않은 검은 빛줄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암무트가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쿠구구구구구……!
[그럼 훈련을 시작하자.]“자, 잠깐. 평소랑 분위기가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아아, 신경 쓸 것 없다. 너희 아빠한테 이미 허락을 받았으니까.]‘대체 뭘!’
신경이…… 쓰였다!
전신을 짓누르는 중력장의 상태도 굉장히 심상치 않았다!
그때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베르가 더없이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나이다. 힘든 만큼 보상도 분명히…….]‘어차피 보상은 똑같잖아!’
수호는 질색하며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뚜두둑!
“끄읍!”
그리고 단번에 두 팔이 부러졌다.
휘리릭!
그러자 붕대가 날아와 그 팔을 칭칭 감으면서 본격적으로 오늘 치 강체술 훈련이 시작되었다.
“끄아악……!”
[크하하하하하!]그렇게 평소보다 2배의 고문, 아니 훈련이 시작되었고.
[‘스킬 : 맷집’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물리 방어력 +140% → +160%]자비에르와 육탄전을 벌였을 때도 조용했던 맷집 스킬이 단번에 올라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사지가 너덜너덜해져 바닥에 걸레짝처럼 널브러져 있는 수호의 앞에 보상이 도착했다.
[아래와 같은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보상 1. 상태 회복
보상 2. 능력치 포인트 +5
보상 3. 랜덤 박스 2개
“……보상이 올랐어?”
원래 능력치 포인트 +3을 줬던 일일 퀘스트의 보상이 +5로 변해 있었다.
랜덤 박스도 2개가 되고.
그런데 왜일까.
전혀,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