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7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74화(17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74화
그 후.
기사단 길드는 우진 길드에게 10억을 받고 총 세 곳의 중급 던전 공략권을 넘겨주었다.
부산을 포함한 영남 지역에 발생한 중급 던전 세 곳.
여기를 고작 10억만 받고 넘겨줬다는 말은, 그들이 이번 일로 수호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심지어 기사단 길드는 부탁하지도 않은 배려까지도 베풀었다.
“우진 길드에 아직 힐러가 없으시더군요.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저희 기사단 길드에서 가장 실력이 좋으신 힐러 한 분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힐러요? 아니,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야…….”
수호가 떠넘긴 계약서에 파묻혀 있던 임도균은 기사단의 박종수 사장의 배려를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계약 과정을 옆에서 도와주던 임태규가 덥석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혹시 그 실력 좋다는 힐러분, 설마 이주희 헌터님이십니까?”
“예, 맞습니다.”
“호오.”
임태규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곤 곧장 임도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조건 받아라. 이주희 헌터라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다. 여러모로.”
“예? 여러모로……?”
의아해하는 임도균.
임태규는 아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먼저 나서서 박종수 사장의 손을 덥석 잡고 씨익 웃었다.
“배려 감사합니다. 역시 기사단 길드의 명성이 자자하더니,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다 써 주시는군요.”
“아이고, 아닙니다. 이것도 이주희 헌터님께서 먼저 자원해 주신 거라서요.”
“아아, 역시 이주희 헌터님이시군요.”
“……?”
임도균은 여전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아무튼 기사단에서 던전 가격도 깎아 주고, 힐러도 지원해 준다는 말인 거지?’
그만큼 수호가 지켜 낸 해운대는 부산에서 가치가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아무튼 그렇게.
수호가 이끄는 우진 길드는 부산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사단 길드처럼 부산의 모든 헌터들이 우진 길드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야, 들었어? 기사단 길드가 우진 길드에게 중급 던전을 세 군데나 넘겨줬다는데? 그것도 헐값에.’
‘아니, 그럴 거면 우리랑 그 치열한 입찰 경쟁은 왜 했대?’
‘걔들이 아무리 해운대에서 활약을 했다곤 해도 이건 아니지!’
‘처음부터 인력이 부족했으면 던전을 선점하지나 말든가. 아니면 우리 길드한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아?’
‘애초에 해운대도 기사단 길드가 일을 제대로 했으면, 외부에서 용병들을 불러올 필요도 없었던 거 아냐?’
‘하여튼 대형 길드가 덩치만 컸지, 실속은 하나도 없다니까.’
평소에 부산 최대 길드인 기사단 길드에게 눌려 있던 부산의 중소형 길드들에서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종의 텃새였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우진 길드가 해결한 해운대 사태.
이 심각했던 상황을 해운대에 있던 사람들이야 직접 본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정작 다른 길드의 헌터들은 그 시각에 다른 던전들을 공략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대부분 뒤늦게 뉴스를 통해서만 그 사건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화면 너머로 보는 참사는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보다는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는 법.
그런데 이제는 하다 하다 부산시장까지 직접 나서서 감사패를 주는 뉴스까지 나오자, 그들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시발. 우진 길드가 대체 뭐하는 놈들인데 이렇게 난리 부르스야?’
‘고작 3명뿐인 신생 길드라던데?’
‘참나. 길드장이 C급 헌터에 부길드장은 E급 헌터? 웃기지도 않네.’
‘그래서 대체 걔네가 한 일이 뭔데?’
‘영상 마지막에서 에실이라는 외국인이 게이트 위치 찾은 거?’
‘성수호라는 놈이 보스몹을 해치웠다곤 하는데, 어떻게 해치웠는지는 영상에 아무것도 안 찍혔는데?’
……하필이면 본격적인 전투가 하르마칸이 펼친 인스턴스 던전 안에서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빚어진 불씨가 그들의 불만을 활활 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잠깐.”
당당히 돈을 주고 양도받은 중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게이트 앞에 도착한 우진 길드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다.
‘음?’
수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수호야. 아니, 길드장님.”
옆에 있던 임도균이 빠르게 수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부산에서 유명한 헌터들이야. 이름은…….”
“무슨 일이십니까?”
수호는 임도균의 설명을 들으며 그들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그들 중 가운데 있던 거구의 헌터가 험악한 표정으로 수호의 앞으로 나서며 이를 드러냈다.
“이봐…….”
“자, 잠깐만요! 노준기 헌터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던전은 우진 길드의 영역입니다!”
게이트를 관리하는 부산 지부의 헌터 협회 직원들은 크게 당황하며 갑자기 현장에 난입한 헌터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거구의 헌터, 노준기는 자신을 제지하는 협회 직원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압니다. 누구는 한글 모릅니까?”
그의 시선이 힐끔 근처에 붙어 있는 표지판으로 향했다.
[광안리 게이트]※우진 길드 외 출입 금지
뿌득.
그러곤 이를 갈며 다시 협회 직원들을 향해 험악한 기세를 피어올렸다.
“거, 협회에서 이래도 됩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협회가 정한 법을 이렇게 협회가 먼저 어겨도 되는 거냐는 말입니다.”
노준기는 우진 길드의 헌터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말했다.
길드장인 성수호, 임도균, 그리고 에실.
“하. 정말 어이가 없네. 고작 3명? 언제부터 고작 이 정도 인원으로 중급 던전을 공략하는 게 용인됐습니까?”
“맞습니다. 공격대는 최소 10명 이상부터 아닙니까?”
“이거 명백한 불법입니다.”
노준기가 끌고 온 다른 헌터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언성을 높이며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아예 작정하고 왔군.’
그 모습에 수호는 헛웃음을 지었다.
헌터들의 농성은 일반인들이 하는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노준기를 필두로한 헌터들이 실질적으로 마력까지 끌어올리며 불만을 표출하자, 일대의 공기마저 불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 잠시 진정을…….”
문제는 그 기운을 감당해야 하는 협회 직원들이 사무직이여서 비각성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노준기를 비롯한 헌터들이 여기저기서 뿜어내는 기운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죄, 죄송해요……!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기사단 길드에서 지원해 준 B급 힐러 이주희가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어?”
한순간에 무거웠던 공기가 가벼워지며, 헌터들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 이주희 헌터님?”
“이주희 씨께서 여기 어쩐 일로?”
그들은 이주희를 알아보고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 오랜만에 뵈어요. 다들 건강해 보이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주희도 헌터들을 알아보고 꾸벅 인사를 하자,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이주희 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인사는 저희가 해야지요!”
“이주희 님도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기사단 길드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 우진 길드에 힐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분간 지원을 해 드리려고 나왔어요.”
“……!”
‘음?’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갑작스런 이주희의 등장으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성수호 사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주희는 수호에게 다가와 다시금 정중히 사과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고작 몇 분 늦으신 건데.”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더 죄송한 일이 있어요. 제가 오는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발견하게 돼서, 응급환자들에게 힐을 걸어 주느라 마력을 조금 소모했어요.”
진지하게 다시 한번 사과를 하는 이주희였다.
던전 공략을 앞두고 힐러가 마력을 낭비하는 일은 대단히 큰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응급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면, 평소의 이주희의 성품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도 그 잘못을 타박할 수 없었다.
“아, 여전하시구나.”
“역시 이주희 님은…….”
“크흠.”
특히…… 돈도 인맥도 없던 초짜 헌터 시절.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무상으로 힐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부산의 헌터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프리랜서 힐러로 활동하며, 부상당한 헌터들을 무상으로 치료해 주며 살아왔던 이주희.
그녀에게 괜히 ‘부산의 성녀’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크흠.”
“크흐흠.”
기세 좋게 쳐들어왔다가 갑자기 머쓱한 표정으로 이주희의 앞에서 주춤거리는 헌터들.
‘아, 이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고 했던 거구나.’
돌아가는 분위기에 임도균은 비로소 임태규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그래도!”
노준기는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헌터들도 애써 이주희의 눈을 피하며 다시금 기세를 피어올렸다.
“불법은 불법!”
“공략 최소 인원수는 협회가 정한 규칙입니다!”
인원수 제한은 헌터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무턱대고 던전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헌터들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회가 내세운 규칙이었다.
“이런 약소 길드에게 위험한 던전을 팔아넘기다니!”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세요.”
“……예?”
비로소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이주희가 갑자기 생긋 웃으며 그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최소 인원수 제한이 있는 건 맞는데, 그 규정을 만들 때 우진철 협회장님이 특별히 예외 조건을 두셨거든요.”
“……그게 뭡니까?”
인상을 찌푸리는 헌터들을 보며, 이주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진철 협회장.
대격변 후로 매번 특별한 행보만을 걸어왔던 대단한 인물.
그의 혜안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상황까지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공격대 인인원에는 소환수의 숫자도 포함한다.”
이주희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수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
그 순간.
모든 헌터들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수호를 중심으로 일제히 몸을 일으킨 수많은 소환수들!
전신에 새까만 증기를 일렁거리는 그림자 병사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기운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 맹렬한 기세에 가장 앞에 있던 노준기는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그런데 그때.
불쑥.
노준기의 얼굴 앞으로 얼굴을 들이민 작은 개미 베르가 더없이 흉폭한 기세를 토해 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으허헉……!”
쿠당탕!
노준기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자, 그럼.”
어안이 벙벙해져 주저앉아 있는 그들에게서 몸을 돌린 수호.
그가 자신의 앞에서 불길하게 푸른 기운을 일렁거리는 게이트를 노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그리고.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우진 길드가 기사단 길드에게 양도받은 중급 던전들 모두를 공략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일이었다.
그것도 채굴하는 데 걸린 시간까지 다 합쳐서.
“……이건 말도 안 돼!”
그 경이로운 속도에 노준기를 비롯한 부산의 모든 헌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
그리고 그 무렵.
미국에서는.
“흠. 이건 성수호에게 말해 둬야겠군.”
스케빈저 길드의 사장이자, 미국 최강의 S급 헌터 토마스 안드레는 느긋하게 핸드폰을 꺼냈다.
-토마스?
“오. 마침 전화를 받는군.”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성수호의 목소리에 토마스 안드레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요즘 한국에서 제법 유명해졌던데? 서로 바쁜 몸이니 본론만 말하지.”
통화를 하는 토마스 안드레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일단 너희 어머니가 광룡들의 무덤에서 뭔가를 발견했다면서, 너에게 대신 좀 전해 달라고 부탁하더군. 마침 로라도 상급의 마정석을 구했다고 해서 같이 보냈으니 곧 도착할 거다.”
광룡들의 무덤에 좀 더 머물기로 한 차해인은 파사드 아일랜드에서 일하는 스케빈저 길드를 통해 물건을 전달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토마스 안드레는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은 반대쪽 손, 자신이 멱살을 잡고 있던 시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막 이타림의 사도 한 마리를 죽였다.”
……!
놀랍게도 지금 토마스 안드레가 서 있는 땅은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파스슥.
이내 그가 들고 있던 시체는 조각조각 갈라지며 잿가루처럼 흩어졌다.
샤아아아아.
그리고 잿가루는 빛가루로 변해 토마스 안드레의 몸에 스며들었다.
-누구였나요?
“우리 짐작대로다.”
그 힘을 흠뻑 흡수하며, 토마스 안드레는 자신이 죽인 헌터의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
“크리스토퍼 리드.”
전생에 미국의 국가권력급 헌터였던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