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7화(1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7화
[‘칭호 : 늑대 학살자’ 버프 효과가 발동합니다.]꽝!
수호의 발이 땅을 박차고.
쐐액-
수호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그 앞에 경악으로 물든 브로키의 표정이 보였다.
[이 무슨……!]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수호의 힘과 속도.
전신에서 터져 나오는 기세.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레벨업으로 얻은 올 스탯 +1.
퀘스트 보상으로 획득한 추가 스탯 +5.
거기에 짐승형 몬스터를 상대로 모든 능력치가 무려 +40%나 증폭되는 칭호까지.
그 모든 시너지가 수호의 검에 집중되었다.
쌍검. 폭풍 베기.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아앙-!
수호는 그야말로 폭풍이 되었고.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하며 세찬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스킬 : 쌍검술 Lv.1’을 배웠습니다.]그것은 실로 무자비한 폭력이었고.
잔혹한 도살자의 일방적인 난도질이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악!
[크아아아악! 이노옴-!]브로키는 반격을 시도했으나, 그 또한 처절한 발버둥에 불과했다.
쿠콰콰쾅!
브로키의 몸부림에 하이에나 길드가 지어 놓은 초소들이 무너지고 박살 났다.
[감히 나를……!]그리고 브로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납게 벌려진 그 입속에서 일직선으로 붉은빛이 솟구쳐 올라왔다.
지배자의 권능으로 끌려 올라온 라칸의 송곳니.
수호의 손이 그 검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번쩍!
내리찍었다.
[가혹한 지휘관 브로키를 처치했습니다.]쿠구궁!
마침내 거대한 마수가 무너져 내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후.”
바닥에 내려선 수호.
[끼에에에에엑! 해치웠나이다! 죽였나이다! 이 엄청난 놈을 우리 소군주님이-!]그리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날아오는 베르였다.
-……맙소사. 이게 된다고? 인간이 브로키를?
라칸의 송곳니의 말에 베르는 킬킬 웃으며 대꾸했다.
[몰랐나? 세상은 결국 약육강식. 강자는 더 강자에게 먹히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 소군주님은 앞으로도 더 강해질 분이시지. 아, 그리고 소군주님? 혹시 이거 제가 좀 먹어도 되겠나이까?]베르가 입맛을 다시며 브로키의 사체를 가리켰다.
그 말에 수호가 브로키의 사체를 쳐다봤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그 위에 검은 연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 녀석도 추출이 가능하다고?’
그럼 아까워서 못 주지.
“딱 한 입만. 남은 건 나중에 그림자 추출하고 나서 먹어.”
[예입!]쓩!
허락이 떨어지자 바로 신나게 날아가는 베르.
죽은 브로키는 좋은 마력원이었다.
[흐흐. 딱 한 입만이라.]베르의 입이 사악하게 벌어졌다.
딱 한 입만 먹는다면 어느 부위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역시 여기뿐이었다.
뇌.
[약육강식. 나도 참 좋아하는 말이지.]베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브로키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 * *
수호는 묶여 있던 사람들을 전부 풀어 주었다.
“헌터 협회에 신고했으니 금방 구조대가 올 겁니다. 산에 아직 마수들이 돌아다니니까, 딴 데 가지 마시고 잠시만 여기 모여 계세요.”
“크흐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잡혀 있었는지 꼬질꼬질해진 그들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대성통곡을 했다.
[소군주님, 이들은 전부 하이에나 길드에게 빚을 진 채무자들입니다. 빚을 못 갚아서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잡혀 왔나이다.]“베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 스킬은 포식. 브로키의 뇌를 먹고 그 기억의 일부를 훔쳐봤나이다.]“별걸 다 하네.”
[케헴. 제가 좀 여러모로 쓸모있는 종입니다.]양손을 척, 허리춤에 올리고 한껏 우쭐거리는 베르였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브로키의 능력을 살펴보니 피를 먹여서 늑대인간을 만드는 힘 같은 건 없었나이다.]“뭐? 그럼 이놈들은 어떻게…….”
수호의 시선이 바닥에 죽어 있는 늑대인간들에게로 향했다.
-나도 처음부터 그게 제일 이상했지.
그에 라칸의 송곳니가 입을 열었다.
-하이에나 일족은 송곳니 일족을 따르던 수많은 부족 중 하나에 불과하다. 피를 먹여 하수인을 만드는 건 오직 송곳니 일족만이 가능한 일이지.
“그렇다면…….”
-아무래도 저 안에 브로키 외에 진짜 송곳니 일족이 있는 것 같다.
그 말에 수호와 베르의 시선이 동시에 브로키가 나왔던 게이트를 쳐다봤다.
“진짜 보스몹이 따로 있단 말이군.”
수호는 결연한 눈빛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그러자 옆에서 베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보스몹은 아닐 겁니다.]“아니라고?”
그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수호.
[예. 브로키의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전투 상황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 같나이다.]베르는 조금 씁쓸한 표정이었다.
[들어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 * *
수호는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고 여린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수호가 표정을 굳혔다.
그곳엔 피로 얼룩진 새끼 늑대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꾀죄죄한 잿빛 털.
대충 둘둘 감겨 있는 붕대들.
크기가 고작 한 뼘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늑대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피를 뽑았던 주사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브로키, 이 미친놈이 감히!
그 모습을 본 라칸의 송곳니가 격한 분노에 몸을 떨었다.
-설마 일족의 후예를 묶어 놓고 강제로 피를 뽑았단 말이냐!
움찔.
그의 분노를 들은 걸까.
개목걸이에 묶여 있던 새끼 늑대가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수호가 서 있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곤 작은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낯선 인간.
그 옷에 묻어 있는 피 냄새.
“끼웅…….”
힘 빠진 울음소리 한번.
그것을 끝으로 새끼 늑대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기력을 잃은 작은 몸뚱이에서 생의 의지나 희망 따위는 티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브로키, 이 미친 잡종놈이-!
극도로 분노한 라칸의 송곳니가 이미 죽고 없는 브로키를 저주했다.
베르는 브로키의 기억을 읽으며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그림자 군대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직후, 브로키는 누구보다 먼저 전장에서 이탈했나이다. 사실상 그는 패잔병이라기보단 탈영병에 가까웠지요.]그다음 브로키의 행보는 참으로 저열한 것이었다.
모든 어른들이 전쟁에 나가고 그곳에서 홀로 지내고 있던 새끼 늑대.
기억 속의 녀석은 브로키가 성역에 들어오자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브로키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나이다.]‘그래, 이거다! 이 송곳니 일족의 피를 이용하면 가디언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가디언들로 하여금 나를 지키게 하자!’
‘나만의 군대! 오로지 나만을 섬기는 부족을 이곳에서 새로 만드는 거다!’
‘너도 좋지? 크흐흐.’
브로키는 자신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새끼 늑대를 보며 저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후, 성역은 여러 조각으로 찢어져 차원의 틈새를 떠돌게 되었고. 어느 날 브로키의 앞에 지구와 연결된 구멍이 생겨났나이다.]그리고 한 무리의 인간들을 발견했다.
[그 순간 브로키는 주저 없이 이 어린 늑대의 피를 뽑아 그들에게 먹였나이다.]그다음은 수호도 익히 아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가디언들은 하이에나 길드라는 이름으로 브로키의 군대가 되었고.
같은 인간들을 사냥해 와 브로키에게 먹이를 바쳤다.
무려 1년 동안이나.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라칸의 송곳니가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가디언들의 힘은 영원하지 않다. 길어야 열흘. 그 기간이 지나면 가디언들의 몸에 새겨진 피의 권능이 사라지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열흘에 한 번씩, 이 녀석에게서 피를 뽑아 길드원들에게 먹였다는 말이네. 무려 1년 동안이나.”
-크아아악! 브로키! 브로키!
수호는 축 늘어진 새끼 늑대를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들썩.
생각보다 너무 가벼워서 조금 놀랐다.
[끼엑? 설마 데려가시게요?]베르의 눈이 커졌다.
이 어린 늑대는 송곳니 군주의 직계 자손까진 아니더라도 그 피를 이어받은 일족이었다.
[살려 뒀다간 훗날 제2의 송곳니 군주로 성장해 다시 지구를 위협할 수도 있나이다.]“그래 봤자 전에도 어차피 우리가 이겼었다며?”
[그건…… 그렇지요? 흠.]수호의 말에 베르는 수호의 손에 들린 새끼 늑대를 골똘히 쳐다봤다.
얼마나 피가 뽑혔는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비실거리는 모습에 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외우주 놈들이 쳐들어오는 판국에 우리끼리 반목할 필요는 없겠지요.]전쟁에선 패배했을지라도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었다.
오히려 이 작고 가벼운 몸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니 그 자체로 대견하지 않은가.
하지만 수호가 꼭 그런 낭만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이 늑대를 데려가려는 건 아니었다.
‘왠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 같단 말이지. 게다가…….’
“지금 여기서 죽으면 마지막 기억이 너무 불행하잖아? 믿었던 아저씨한테 잡혀서 1년 내내 피를 빨렸는데.”
수호는 그렇게 말하며 녀석을 품에 안아 들었다.
“그러니까 일단 밥이라도 먹이고 생각해 보자고.”
* * *
수호는 새끼 늑대를 들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이에나 길드와 관악산 필드에 대한 건, 협회에 신고했으니 일단은 신경을 끄기로 했다.
어차피 민간인 생존자들이 수호보다 훨씬 구체적인 증언을 해 줄 테니까.
그보단 이 녀석의 상태가 오늘이라도 당장 죽을 것 같았다.
“베르, 너 힐러라면서 이런 건 치료 못해?”
[힐러의 회복 마법은 오직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 가능하나이다. 피가 부족하거나 배가 고픈 건 어떻게 해 줄 수 없지요.]“회복 스킬도 만능은 아니라는 거네. 그럼 일단…….”
수호는 전기난로를 켜서 새끼 늑대 앞에 세워 놨다.
“끼잉.”
“왜? 따뜻하니까 좋냐?”
새끼 늑대는 꽤 당황한 눈치였다.
꼬리까지 말고 달달 떨면서도 시선만큼은 홀린 듯이 전기난로의 붉은빛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을 보는 걸 수도 있겠네.”
수호는 녀석을 그렇게 내버려 두고 바로 미역국부터 끓였다.
그리고 너무 뜨겁지 않게 식혀서 작은 접시에 덜어 주었다.
“너 진짜 오늘 호강하는 줄 알아라. 이게 원래 내 생일 때마다 우리 엄마가 해 주던 레시피라고.”
수호는 생색을 내며 녀석의 짧은 주둥이 앞에 미역국을 내밀었다.
“먹어 봐. 미역국이 피가 부족할 때 좋다더라.”
……킁킁.
미역국의 냄새를 맡자 새끼 늑대의 꼬리가 움찔 흔들렸다.
“괜찮아. 먹으라니까.”
수호가 억지로 녀석의 주둥이에 미역국을 묻혀 주자, 본능적으로 혓바닥이 날름거렸다.
할짝?
……!
“오, 몰랐네. 늑대도 사람처럼 놀란 표정을 짓는구나.”
챱챱챱.
본격적으로 접시에 코를 박고 미역국을 핥아 먹기 시작하는 새끼 늑대.
털이 숭숭 빠진 볼품없는 꼬리가 힘없이 살랑거렸다.
그 모습을 베르의 손에 들린 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라칸의 송곳니가 숙연하게 중얼거렸다.
-……고맙다. 여러모로.
그는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했다.
애초에 자신들이 이 꼴이 된 건 이들과의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록 전쟁에선 패배했을지라도,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었다.
살아남은 현재를 밟고 일어서서 미래를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어린 늑대는 송곳니 일족의 유일한 생존자일지도 몰랐다.
베르의 경고대로 언젠가 장성해서 송곳니 군주의 계보를 잇게 될 소군주인 셈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그림자 군주의 후계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먹을 만하냐?”
따뜻한 국물을 핥는 자그마한 새끼 늑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히죽거리는 수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칸의 송곳니는 비로소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희가 이겼다. 우리의 모든 신병을 너희에게 맡기겠다.
그가 나직하게 탄식하는 순간.
위대한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 라칸의 의지가 수호에게 깃들었다.
띠링.
[‘펫 : 송곳니 늑대 Lv.1’을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