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8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184화(185/196)
<h1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24″ data-original-line-height=”38″ style=”font-size: 21.6px !important;”>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4화</h1>
<p></p>
<p></p>
<p><span style=”text-indent: 1em; font-size: 18px !important;” data-p-id=”3″ data-original-font-size=”20″ data-original-line-height=”32″>한 폭의 동양화.</span></p>
<p>그것이 수호가 블랙마켓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느낀 첫인상이었다.</p>
<p>물안개가 자욱한 산맥의 깊은 계곡길.</p>
<p>그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자, 수호의 앞에 거대한 건축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더니 이윽고 그 실체를 드러냈다.</p>
<p><br></p>
<p>‘신전’</p>
<p><br></p>
<p>그랬다.</p>
<p>그렇게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p>
<p>높이 솟은 천장.</p>
<p>투박하지만 정교하게 장식된 돌기둥.</p>
<p>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p>
<p>보자마자 압도되는 이 신성한 분위기는, 이곳이 누굴 위한 곳인지는 몰라도 ‘신전’임을 본능적으로 자각하게 만들었다.</p>
<p>움찔.</p>
<p>갑자기 베르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며 전방을 주시했다.</p>
<p>[소군주님, 저 건물 깊은 곳에서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지나이다.]</p>
<p>“인간? 아니면 마수?”</p>
<p>더듬.</p>
<p>수호의 물음에 베르가 더듬이를 까딱이며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p>
<p>[마력을 가진 인간들. 아마 대부분이 헌터들인 것 같나이다.]</p>
<p>“악마는?”</p>
<p>[악마들도 느껴집니다만 많지는 않나이다. 그리고 문 바로 건너편에는 아무도 없나이다.]</p>
<p>“그 지부장 말대로네.”</p>
<p>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전 앞으로 신중히 걸어갔다.</p>
<p>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 앞에 굳게 닫힌 거대한 문을 올려다봤다.</p>
<p>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열 수 없을 것 같은 육중한 문.</p>
<p>물론 수호의 무지막지한 근력 스탯이라면, 단순히 여는 게 아니라 한 방에 박살 낼 수도 있을 터였다.</p>
<p>‘하지만 그랬다간 기껏 몰래 숨어든 보람이 없지.’</p>
<p>이 건물 안에 할아버지가 계실지 안 계실지도 모르는 판국에 다짜고짜 소란을 일으키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p>
<p>게다가 이미 수호는 이 문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p>
<p>짤그락.</p>
<p>수호는 주머니에서 민대석 지부장에게 빼앗은 ‘별가루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p>
<p>그리고 목걸이를 목에 건 뒤, 손을 뻗어 굳게 닫힌 문을 슬쩍 밀었다.</p>
<p><br></p>
<p>그그그그그그-!</p>
<p><br></p>
<p>그러자 놀랍게도 육중한 문이 너무도 가볍게 밀려나기 시작했다.</p>
<p><br></p>
<p>쿠웅-!</p>
<p><br></p>
<p>이윽고 문이 활짝 열리자 넓은 내부가 드러났다.</p>
<p>바닥이나 벽면, 천정에는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 있는 음습한 내부.</p>
<p>수호는 벽면에 걸려 있는 횃불들을 따라 복도 위로 발을 들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p>
<p>“……진짜였네. 설마 별가루 목걸이의 진짜 용도가 블랙마켓의 통행증이었을 줄이야.”</p>
<p>지금 세간에는 별가루 목걸이가 만들어진 이유가 추모의 의미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p>
<p>이른바 ‘그동안 별가루의 재료가 되어 죽어 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자’는 정말 뜻깊고 좋은 취지였다.</p>
<p>게다가 실제로도 별가루 목걸이의 수익금 대부분이 유가족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취지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p>
<p>‘……그런데 사실은 그게 다 연막이었다니.’</p>
<p>민대석 지부장의 말에 따르면, 이런 진실을 아는 헌터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p>
<p>애초에 블랙마켓이 생겨난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존재를 아는 이들도 극히 드물었고 말이다.</p>
<p>하지만 이건 결국 시간문제였다.</p>
<p>[몇몇에게만 블랙마켓에 대한 정보를 뿌려 둬도, 앞으로는 그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낼 테니까요.]</p>
<p>그렇게 점차 블랙마켓에 대해 알려지면, 그때는 헌터들이 알아서 별가루 목걸이를 손에 넣고자 움직일 터였다.</p>
<p>퀘이가 흥미롭다는 듯 얼굴을 내밀었다.</p>
<p>정말이지, 블랙마켓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곳이 아닐 수 없었다.</p>
<p>[마치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에서 볼 법한 방식이란 말이죠.]</p>
<p>폰지 사기(Ponzi scheme), 흔히 피라미드식 다단계라고 불리는 사기들이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를 늘리곤 했다.</p>
<p>처음엔 소수에서 시작해서, 마치 좋은 것을 소개해 주는 양 타인을 꼬드겨 그 수를 늘려 나가는 방식.</p>
<p>개중에는 가끔 수상쩍을 정도로 종교색이 짙은 곳들도 많았다.</p>
<p>그러나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만 없다면, 사실 수호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p>
<p>그런데 그 종교가 이타림을 섬기는 외신교라면?</p>
<p>‘아무튼 한 가지는 분명하네.’</p>
<p>여기가 진짜 외신교의 신전이라면, 이타림의 사도들은 이미 지구에 아주 완벽하게 적응을 끝마친 것 같았다.</p>
<p>잠시 복도를 따라 걸었더니, 이윽고 수호의 앞에 넓은 돔 형태의 공간이 펼쳐졌다.</p>
<p>올림픽 주경기장 몇 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아니 몇 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 큰 것 같았다.</p>
<p>그런데 그 안에 펼쳐진 광경을 목격한 수호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p>
<p>암시장이라고 생각해서 되게 어둡고 은밀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너무나 밝고 경쾌한 분위기 아닌가.</p>
<p><br></p>
<p>“마정석 200키로! 네고 가능합니다!”</p>
<p>“던전 광석 종류 별로 없는 거 빼고 다 있습니다!”</p>
<p>“마수 사체 오늘 떨이! 선착순 마지막 한 분께만 싸게 드립니다!”</p>
<p>“파격 세일! 사장이 미쳤어요!”</p>
<p>“돈 없으신 분은 마정석으로도 계산 가능하십니다!”</p>
<p>“아오! 당신 여기 초짜지? 세상 어떤 멍청이가 암시장에서 신용카드를 내밀어?!”</p>
<p><br></p>
<p>무슨 박람회장에 온 기분이었다.</p>
<p>넓은 공동을 가득 채운 수많은 돗자리와 부스들.</p>
<p>거기에 각자 자리를 잡고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수많은 장사꾼들.</p>
<p>그 광경을 보며 수호는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p>
<p>“……무슨 바자회에 온 것 같네.”</p>
<p>탈세를 위해 만들어진 암시장이라더니, 막상 보니까 무슨 중고 거래 장터에 온 기분이었다.</p>
<p>그런데 의외의 모습도 보였다.</p>
<p>[소군주님, 직접 광석을 제련해 주고 무기를 만들어 파는 대장간도 있는 것 같나이다.]</p>
<p>“그러게. 대장장이들이 주로 악마들이네.”</p>
<p>의외로 이곳은 인간들과 악마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었다.</p>
<p>잠시 다녀가며 물물 거래를 하는 이들은 주로 헌터들이었지만, 아예 여기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이들은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는 악마들이었다.</p>
<p>말하자면 주최 측.</p>
<p>스태프인 것이다.</p>
<p>‘인간들과 악마들이 공존하는 시장이라니. 진짜 기묘하네.’</p>
<p>[마스터, 저기 경매장과 도박장도 보입니다.]</p>
<p>‘음?’</p>
<p>퀘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이제야 진짜 암시장다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p>
<p>“하, 한 번만 더! 돈 좀 더 빌려줘! 따서 갚는다니까?!”</p>
<p>도박장 앞에서 전 재산을 탕진한 것 같은 헌터들이 지독한 표정으로 애걸복걸하고 있었다.</p>
<p>마침내 그들이 전신에서 마력까지 피어올리자, 도박장을 지키고 있던 까마귀 가면들이 무게 잡고 그들의 어깨를 붙잡았다.</p>
<p>“회원님들, 진정하시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p>
<p>“저희도 퇴장 조치까진 취하고 싶진 않습니다.”</p>
<p>“그, 그러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빌려 달라고!”</p>
<p>“……후. 별수 없군요. 정 그러시면 차라리 몇 판 정도 직접 뛰시면 어떠십니까?”</p>
<p>“뭐, 뭐?”</p>
<p>“걱정 마시지요. 제가 책임지고 체급은 맞춰 드리겠습니다.”</p>
<p>악마들의 제안에 도박쟁이들의 눈이 흔들렸다.</p>
<p>그러는 와중에도 미련이 남는지 계속 도박장에 눈을 못 떼고 있었다.</p>
<p>그리고 결국 하면 안 될 결정을 하고 말았다.</p>
<p>“지, 진짜 체급은 맞춰 줄 거지?”</p>
<p>“아이고, 당연한 말씀을. 잘 아시잖습니까? 지하 격투장은 원래 아이템 다 떼고, 순수 맨몸 격투라는 거. 헌터님 정도 되시는 강한 분께서 뭐가 그리 걱정이십니까?”</p>
<p>“……그, 그럼 혹시 선금 좀 미리 받을 수도 있나?”</p>
<p>그 말이 나오는 순간, 수호는 보고 말았다.</p>
<p>까마귀 가면 너머로 길게 찢어지는 악마들의 입꼬리를.</p>
<p>악마들이 환하게 웃으며 호구, 아니 헌터들의 손을 마주 잡았다.</p>
<p>“무슨 당연한 말씀을. 그럼 본격적인 계약 얘기는 저쪽에서 하시지요.”</p>
<p>수호는 악마들을 줄줄이 따라가는 도박쟁이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p>
<p>‘지하 격투장이라. 말 그대로 진짜 악마와의 계약이네.’</p>
<p>[소군주님, 아시겠지요?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어? 왜 그쪽으로 가십니까?]</p>
<p>“지하 격투장이라잖아. 구경 정도는 괜찮잖아.”</p>
<p>수호가 도박장으로 걸어가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 악마들이 수호를 향해 정중히 목례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p>
<p>“못 보던 분인 것 같은데, 혹시 다른 팩토리에서 방문하셨습니까?”</p>
<p>그러면서 힐끔 시선을 들어 수호의 머리 위에 달려 있는 한 쌍의 뿔을 살피는 시선에 약간의 경계심이 느껴졌다.</p>
<p>[너는 반말로 대답해. 볼칸의 뿔을 달고 있어서, 네가 훨씬 높은 악마라고 생각해서 조심하는 거야.]</p>
<p>시기적절한 에실의 조언에 수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p>
<p>“소문을 듣고 잠시 들렀다. 문제 있나?”</p>
<p>그러면서 슬쩍 목에 걸린 별가루 목걸이를 들어 보여 주자, 문지기 악마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꽤 호의적인 태도로 대꾸했다.</p>
<p>“아이고, 문제라니요. 저희야 새로운 팩토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혹시 안내가 필요하시면 저희가 옆에서 도와 드려도 되겠습니까?”</p>
<p>‘묘하군.’</p>
<p>수호는 악마들에게서 새로운 거래처를 뚫고 싶어 하는 영업 사원의 느낌을 받았다.</p>
<p>그리고 악마들은 그 내심을 전혀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p>
<p>“그런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별조각을 얼마나 보유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p>
<p>그 물음과 동시에 놈들의 뱀 같은 시선이 빈손으로 이곳에 온 수호의 행색을 훑었다.</p>
<p>“아시다시피 요즘 빈털터리가 된 팩토리들이 워낙 많아서요.”</p>
<p>“…….”</p>
<p>수호가 잠시 말을 고르는 동안, 에실이 불쾌하다는 듯 속삭였다.</p>
<p>[참나. 하찮은 종자들이 감히 뿔이 있는 악마에게 이딴 말을 지껄여?]</p>
<p>‘아니, 왜 네가 화를 내고 그래? 내가 진짜 악마도 아닌데.’</p>
<p>아무래도 여긴 악마족의 서열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곳인 것 같았다.</p>
<p>그런데 잠시 수호가 말이 없자, 문지기들의 입가에 그럴 줄 알았다며 노골적인 비웃음이 떠올랐다.</p>
<p>“아아, 이런. 역시 그러셨군요. 빈손으로 오셨을 때부터 알아봤죠. 요즘 빈털터리들이 우리 쪽에 들어오고 싶어서 찾아오는 악마들이 참 많은…… 음?”</p>
<p>그때였다.</p>
<p>분명히 빈손이었던 수호의 손에서 갑자기 한 뭉치의 별가루가 나타난 건.</p>
<p>“……!”</p>
<p>그 순간 문지기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p>
<p>아니, 한 뭉치가 아니었다.</p>
<p>두 뭉치.</p>
<p>세 뭉치.</p>
<p>네 뭉치.</p>
<p>수호는 그동안 악마 팩토리들을 탈탈 털면서, 그곳에 획득한 별가루들을 고스란히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었다.</p>
<p>그걸 한 꾸러미 꺼내서 악마들에게 보여 주는 수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p>
<p>“혹시 더 많아야 되나?”</p>
<p>“추, 충분합니다.”</p>
<p>“이,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희가 VIP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p>
<p>“안내하도록.”</p>
<p>“옙!”</p>
<p>문지기 악마들은 곧장 저자세가 되어 수호를 도박장으로 안내했다.</p>
<p>수호는 그들의 뒤를 따르며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p>
<p>‘VIP실이라……. 악마들이 진짜 사람답게 사네.’</p>
<p>처음부터 악마인 척을 하길 잘했다.</p>
<p>할아버지가 이곳에 있는지 알려면, 아예 깊숙한 곳부터 조사하는 것이 빠를 테니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