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8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185화(186/196)
<h1 data-p-id=”0″ data-original-font-size=”24″ data-original-line-height=”38″ style=”font-size: 21.6px !important;”>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5화</h1>
<p></p>
<p></p>
<p><span style=”text-indent: 1em; font-size: 18px !important;” data-p-id=”3″ data-original-font-size=”20″ data-original-line-height=”32″>수호는 악마들의 안내를 받아 블랙마켓의 도박장으로 들어갔다.</span></p>
<p>밖에서 들었던 대로, 이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도박은 화투나 포커 같은 종류가 아니었다.</p>
<p>“크아악!”</p>
<p>“죽어! 죽어!”</p>
<p>피와 땀내가 진동하는 넓은 지하 격투장.</p>
<p>그곳에서 모든 장비를 탈의한 헌터 2명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p>
<p>눈에 가득한 독기와 악에 받친 표정들을 보니, 어떤 상황인지가 눈에 뻔히 그려졌다.</p>
<p>“흐흐. 참으로 흥겨워 보이지 않습니까? 다들 도박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뛰어든 인간들이지요.”</p>
<p>수호를 안내하던 문지기 악마가 실실 웃으면서 하는 말에, 에실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p>
<p>[쯧. 하급 악마들이란…….]</p>
<p>절대적인 지위를 가진 악마 귀족이 모두 사라진 지금.</p>
<p>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하급 악마들은 저마다 악마 귀족을 흉내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것 같았다.</p>
<p>‘그나마 저번 악마계에 있던 놈들은 같은 악마들끼리 싸우게 하더니, 여기선 아예 인간들끼리 싸움을 붙이고 자기들은 구경만 하는 건가.’</p>
<p>순간적으로 수호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p>
<p>수호도 악마 귀족들의 문화인 콜로세움 결투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p>
<p>본인 스스로 악마 검투사가 되어 참전해 본 적도 있지 않던가.</p>
<p>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엔 그때와는 정반대 입장이 되어 있었다.</p>
<p>잠시 후 수호는 지하 격투장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처럼 생긴 곳에 도착했다.</p>
<p>“이곳이 VIP실입니다. 여긴 인간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니 편하게 관전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게임에 참여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저희를 불러 주십시오.”</p>
<p>“그러지.”</p>
<p>수호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느긋한 자세로 주변을 둘러봤다.</p>
<p>VIP실에는 먼저 지하 격투장을 관람하고 있던 악마들 몇몇이 앉아 있었다.</p>
<p>행색은 거의 비슷했는데, 까마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목에는 별가루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p>
<p>그런데 그들의 관심은 수호가 VIP실로 들어온 순간부터, 지하 격투가 아닌 수호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p>
<p>“호오. 못 보던 분이군요.”</p>
<p>“새 손님이신가.”</p>
<p>“뿔이 정말…… 멋지군요.”</p>
<p>뿔.</p>
<p>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수호의 머리에 돋아난 볼칸의 뿔에 집중되어 있었다.</p>
<p>호기심 가득한 눈빛.</p>
<p>두려움이 섞인 비굴한 눈빛.</p>
<p>두려움을 넘어서 경외에 찬 시선들까지.</p>
<p>그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까마귀 가면 너머에서 수호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p>
<p>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수호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p>
<p>[당연한 반응이야.]</p>
<p>에실은 설명했다.</p>
<p>[네가 검투사였을 때와 지금의 볼칸의 뿔은 완전히 다르거든.]</p>
<p>원래 볼칸은 악마 귀족들의 고급 식사법인 혈석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어설픈 귀족이었다.</p>
<p>그렇기에 오히려 그 어떤 귀족보다도 동족을 가장 많이 잡아먹은 악마였다.</p>
<p>오죽하면 죽어서 뿔만 남겨진 상태에서조차 다른 악마의 영혼을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을까.</p>
<p>그래서 지금 인간인 수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같은 악마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p>
<p>악마의 영혼을 배불리 포식한 볼칸의 뿔에서 이글거리고 있는 이 지독하고 탐욕스러운 악마의 기운이.</p>
<p>‘……끔찍하군.’</p>
<p>‘대체 얼마나 동족들을 많이 잡아먹어야 이런 기운을 낼 수 있는 거지?’</p>
<p>‘설마 자기 팩토리의 악마들을 전부 잡아먹은 건 아니겠지?’</p>
<p>입 밖으로 직접 말을 꺼내진 않고 있어도, 지금 VIP실의 악마들이 수호를 보며 떠올리는 생각들은 거의 비슷했다.</p>
<p>그때였다.</p>
<p><br></p>
<p>“쯧.”</p>
<p><br></p>
<p>수호가 갑자기 혀를 차며 그들의 정신을 깨웠다.</p>
<p>“구경거리는 저쪽일 텐데.”</p>
<p>움찔.</p>
<p>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악마들이 그제야 민망한 표정이 되어 수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p>
<p>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p>
<p>“이거, 초면에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다들 반가워서 그런 겁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새 친구를 사귀는 곳이기도 해서요.”</p>
<p>갑자기 한 악마가 수호의 앞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p>
<p>다른 놈들과 행색은 비슷했으나, 가까이 보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p>
<p>‘목걸이가…… 없군.’</p>
<p>[설마 이곳의 주최자일까?]</p>
<p>수호와 에실이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았다.</p>
<p>그사이 가까이 다가온 악마는 수호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p>
<p>“하하, 조금 과묵하신 분이시군요. 그럼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이 도박장 운영을 맡고 있는 ‘로토’라고 합니다.”</p>
<p>[악마식 이름이 아니야. 애초에 이름이 없는 악마거나, 대충 지은 가명인 것 같아.]</p>
<p>에실의 설명을 들으며 수호는 잠시 고민했다.</p>
<p>‘흠. 어떡할까.’</p>
<p>이 로토라는 악마는 지금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요구하고 있었다.</p>
<p>어차피 상대방도 가명이니까, 이름 같은 건 아무 말이나 둘러대도 상관없긴 했다.</p>
<p>하지만 그래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터.</p>
<p>피하기만 해서는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흐를 뿐이지 않겠는가.</p>
<p>“내 이름은.”</p>
<p>마침내 수호가 입을 열었다.</p>
<p>“볼칸이다.”</p>
<p><br></p>
<p>……!</p>
<p><br></p>
<p>그 순간.</p>
<p>VIP실에 있던 모든 악마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경악에 찬 시선으로 수호를 쳐다봤다.</p>
<p>[수, 수호야?]</p>
<p>에실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수호를 불렀다.</p>
<p>“……가명으로는 조금 위험한 이름을 대신 것 같습니다만.”</p>
<p>“가명이라…….”</p>
<p>수호가 참으로 재밌는 말을 들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로토의 눈을 직시했다.</p>
<p>내내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던 로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p>
<p>수호는 피식 웃으며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p>
<p>“내가 굳이 가명을 써야 할 이유가 뭐지?”</p>
<p>“……이 세상에 남아 있는 악마 귀족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p>
<p>“다른 악마 귀족들이야 그렇겠지.”</p>
<p>“볼칸…… 님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p>
<p>수호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로토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p>
<p>마찬가지로 다른 악마들에게서도 어마어마한 살기가 수호를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p>
<p>하지만 그런 같잖은 살기 따위에 짓눌리기에는 수호가 그동안 상대해 온 강자들이 너무 많았다.</p>
<p>오히려 수호는 더욱 느긋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p>
<p>그리고 슬쩍 한 손을 들어, 옆에 서 있던 문지기 악마에게 손을 뻗으며 속으로 에실을 불렀다.</p>
<p>‘에실, 혈석 가능하지?’</p>
<p>[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볼칸은…… 일단은 알겠어.]</p>
<p>에실은 수호가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p>
<p>어차피 여차하면 여길 다 때려 부수고 튀거나 싸우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p>
<p><br></p>
<p>스아아아아-</p>
<p><br></p>
<p>“……헉?!”</p>
<p>갑자기 수호의 손길을 따라, 문지기 악마의 몸에서 검은 피가 강제로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p>
<p>그 모습을 목격한 모든 악마들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p>
<p>수호의 손 위에서 막 뽑아낸 악마의 피가 둥글게 뭉쳐지며, 검은 혈석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p>
<p>“혀, 혈석?!”</p>
<p>“혈석이다!”</p>
<p>“맙소사! 진짜 악마 귀족이라고?!”</p>
<p>그 순간.</p>
<p>수호가 타이밍 좋게 전신에서 살기를 뿜어냈다.</p>
<p><br></p>
<p>[‘스킬 : 살기’를 사용합니다.]</p>
<p><br></p>
<p>“……!”</p>
<p>“……!”</p>
<p><br></p>
<p>쿠구구구구구구-!</p>
<p><br></p>
<p>수호의 살기가 VIP실을 넘어서 도박장 전체를 가득 채우자, 악마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바짝 낮추거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p>
<p>눈앞에 나타난 혈석과 자신들의 기운을 뛰어넘는 엄청난 살기.</p>
<p>이 두 개의 조합이 합쳐지자, 자신 있게 수호의 앞에 나타났던 로토조차도 안색이 창백하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p>
<p>“이, 이럴 수…….”</p>
<p>“설마, 진짜 볼칸…….”</p>
<p>“생긴 게 다른데…….”</p>
<p>“인간에 빙의…….”</p>
<p>‘음. 리액션 좋고.’</p>
<p>사방에서 숨죽이며 중얼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수호와 에실이 속으로 대화를 나눴다.</p>
<p>[진짜 무슨 속셈인지…….]</p>
<p>‘무슨 속셈이긴. 귀족 놀이를 하는 놈들 앞에서 진짜 귀족 놀이를 하는 중이지.’</p>
<p>[알잖아. 볼칸은 혈석을 만들 수 없는 귀족이었어. 얘네도 알고 있을 거고.]</p>
<p>‘그래. 그래서 의미가 있는 거야.’</p>
<p>수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뿜어낸 살기를 거둬들였다.</p>
<p>그리고 로토를 향해 다시 시선을 가져가며 물었다.</p>
<p>“어떤가. 이러면 좀 설득력 있었나?”</p>
<p>그 물음에 로토는 얼굴에 떠올라 있던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애써 침착하게 수호의 말에 대꾸했다.</p>
<p>“정말 놀랐습니다. 진짜 혈석이라니.”</p>
<p>그의 시선은 여전히 수호의 손에 들려 있는 혈석에 꽂혀 있었다.</p>
<p>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p>
<p>하지만 저건 어떻게 봐도 ‘진짜’가 아닌가.</p>
<p>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p>
<p>“하지만…… 원래 볼칸 님께선 혈석을 만들 수 없는 분이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p>
<p>“그랬었지. 그런데 막상 터득하고 나니 별로 어렵지 않더군.”</p>
<p>“……어렵지 않다고요?”</p>
<p>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로토.</p>
<p>순간,</p>
<p>이곳의 모든 악마들의 눈빛에 엄청난 탐욕이 번져 갔다.</p>
<p>수호의 말은 악마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p>
<p>애초에 악마들이 별가루를 개발했던 이유가 무엇이던가?</p>
<p>바로 귀족의 고유한 권능인 혈석을 흉내 내고 싶기 때문 아니던가.</p>
<p>혈석이야말로 진짜 귀족의 증거이자, 존재 증명.</p>
<p>혈석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만, 악마들은 자신의 힘을 더욱 효율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고, 귀족이 될 수 있었다.</p>
<p>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진짜 귀족이 되어야만, 지금은 죽고 없는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었다.</p>
<p>그런데 혈석을 만들 수 있게 됐다니?</p>
<p>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오랜 세월 동안 혈석을 만들지 못해서 같은 귀족들에게 무시를 받던 ‘볼칸’이?</p>
<p>이렇게 되자, 여기 있는 악마들에게는 더 이상 수호가 진짜 볼칸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p>
<p>“설마 혈석을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신 겁니까?”</p>
<p>“왜? 배우고 싶나?”</p>
<p>“……!”</p>
<p>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뜨는 로토.</p>
<p>이제는 수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 때마다 악마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p>
<p>그 반응들을 보며 에실이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p>
<p>[너어는 진짜…….]</p>
<p>하지만 사람은 누구나…….</p>
<p>아니, 악마들이라도 누구나…….</p>
<p>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 주는 상대가 나타나면 그 말을 믿고 싶은 법.</p>
<p>로토가 더듬거리며 수호에게 물었다.</p>
<p>“배, 배울 수 있는 겁니까?”</p>
<p>[아니, 아니. 못 배워. 절대. 혈석이란 건…….]</p>
<p>“못 배울 것도 없지.”</p>
<p>[이 사기꾼아.]</p>
<p>에실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며, 수호는 최대한 무게를 잡고 진지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로토와 대화를 나눴다.</p>
<p>그러다 갑자기.</p>
<p>“그런데.”</p>
<p>움찔.</p>
<p>‘그런데?’</p>
<p>‘그런데 뭐?’</p>
<p>처음에는 경계.</p>
<p>그다음은 충격과 공포.</p>
<p>이제는 수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악마들…….</p>
<p>수호는 자신에게 과하게 집중된 악마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p>
<p>“여기 도박장 아니었나? 도박하러 왔으면 도박이나 즐기자고.”</p>
<p>“자, 잠시만요. 볼칸 님……!”</p>
<p>지금 도박이 중요한 게 아니잖습……!</p>
<p><br></p>
<p>콰직.</p>
<p><br></p>
<p>그 순간, 수호가 들고 있던 혈석을 손가락으로 으스러뜨렸고.</p>
<p>‘아아……!’</p>
<p>악마들은 수호의 손에서 파스슥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혈석의 모습을 애타게 쳐다봤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