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8화(19/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8화
“펫?”
수호는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펫?]의아한 건 베르도 마찬가지였다.
챱챱챱.
어느새 미역국을 핥고 있는 새끼 늑대의 머리 위에 이름표가 떠올라 있었다.
[?? Lv.1]송곳니 늑대
타이밍 좋게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띠링.
[펫에게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펫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펫에게 이름을 지으라는데?”
수호가 베르를 쳐다보자, 베르는 골똘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으음? 옛날엔 이런 게 없었는데.]“뭐가 없어? 펫이?”
[예. 한창 왕께서 레벨업을 하시던 시절엔 이런 기능 같은 건 없었나이다.]베르는 설명했다.
현재 수호에게 적용된 레벨업 시스템은, 원래 그림자 군주 성진우가 옛날에 사용하던 것을 물려준 것이었다.
물론 그때보다 어느 정도 개량이 되긴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에 깃든 ‘악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악의?”
[예.]당시 시스템의 목적은 ‘성진우’라는 인간을 강제로 성장시켜 그림자 군주의 그릇으로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그 목적이 완수되는 순간, 성진우라는 인간의 영혼은 그대로 소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차저차 해서 성진우 님이 결국 시스템의 목적을 거스르고 스스로 그림자 군주가 되셨나이다. 더는 레벨업을 할 필요가 없는 위대한 존재가 되신 거지요.]그리고 그 시스템을 물려받은 이가 바로 지금의 수호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있지도 않던 펫 시스템이 지금 생긴 거지?”
[흐음. 어쩌면 지금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을지도 모르겠나이다.]베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턱을 쓰다듬었다.
[애초에 레벨업 시스템의 설계자는 우리가 아니라 영원불멸을 꿈꾸던 환계의 주술사였나이다.]“환계의 주술사?”
[예. 시스템에 정확히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는 오직 그자만 알고 있을 겁니다.]오랜 옛날, 환계의 주술사는 유한한 피조물의 운명에서 벗어나 스스로 영원한 존재가 되기를 소원했다.
그 결과 신의 천사들과 계약을 맺고 탄생시킨 것이 바로 레벨업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당시 시스템의 목적은 오직 그림자 군주의 그릇을 완성하기 위함이었으니, 펫 같은 건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전부 죽여서 그림자 병사로 만들면 그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소군주님의 시스템은 그 목적이 그때와는 전혀 다르나이다.]수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스템이 목적이 나를 그림자 군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고?”
[예. 어차피 소군주님은 그림자 군주가 되실 수 없으니까요.]베르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 세상에 그림자 군주는 오직 한 명뿐입니다.]요컨대, 성진우가 죽어서 군주의 자리가 비어야만 수호에게도 군주가 될 기회가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성진우는 죽음을 지배하는 군주.
그가 죽는 일은 영원토록 없을 터였다.
[사실 그분이야말로 진짜 영원불멸하신 분이지요.]“우리 아버지가 대단한 건 잘 알겠고.”
수호는 궁금했다.
“그럼 내 시스템의 목적은 뭔데?”
그 물음에 베르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수호의 눈을 바라봤다.
그림자 군주와 평범한 인간의 결혼으로 태어난 성수호라는 존재는 전 차원을 통틀어서도 이례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수호가 앞으로 어떤 존재로 성장하게 될지는 시스템을 만든 설계자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지금처럼 단순히 그림자 군주의 스킬을 물려받은 소군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인지.
아니면…… 오래전 성진우가 그랬던 것처럼 타고난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낼 것인지.
[시스템은 그저 소군주님께서 어떠한 길로 나아가든 그에 맞춰 가이드 역할을 할 뿐입니다. 예전에 없던 기능이 생겼다면, 그것은 분명 소군주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요.]베르는 이미 수호의 얼굴에서, 오래전 홀로 외롭고 힘든 길을 걸으며 세상 모든 것과 맞서 싸우던 한 사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는…… 세상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살아남았고.
결국엔 그 죽음조차도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고 말았다.
지금의 지구는 그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세워진 고결한 평화였다.
그런데 요즘 그 평화가 다시 위협을 받고 있었다.
외우주의 신들에 의해.
“상태창.”
베르의 말을 듣고 있던 수호가 갑자기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이름 : 성수호
레벨 : 16
직업 : 없음
칭호 : 늑대 학살자
HP : 2,350/2,350
MP : 235/235
[스탯]근력 : 35
체력 : 25
민첩 : 25
지능 : 25
감각 : 25
(분배 가능 능력치 포인트: 0)
[스킬]패시브 스킬 : 맷집 Lv.2, 쌍검술 Lv.1
액티브 스킬 : 지배자의 권능 Lv.1, 그림자 추출 Lv.1, 폭풍 베기 Lv.1
베르의 말을 듣고 나니 직업이 여전히 ‘없음’인 이유도 이해가 갔다.
아마도 저 자리에 ‘그림자 군주’라는 내용이 적힐 일은 영원히 없을 터.
수호는 직업보단 그 아래 다른 수치들에 더 주목했다.
‘이게 현재 내 수준이다.’
미스트 번들에게 쫓겨 다니던 1레벨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올라간 수치들.
쓸 만한 스킬도 벌써 이만큼이나 많아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약하다.’
수호는 결코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았다.
겸손이 아닌 팩트.
자신은 이미 사춘기 때의 꿈속에서 몇 번이나 99레벨까지 도달한 적 있었다.
그때의 감각을 되새겨 보면 지금의 힘은 너무나 하찮은 수준이었다.
당장 이번만 봐도 시기적절하게 늑대 학살자라는 칭호가 생기지 않았다면, 브로키를 상대로 그렇게 선전하지 못했을 것 아닌가.
수호는 이번 전투 중에 새로 생긴 스킬도 확인해 보았다.
[스킬 : 쌍검술 Lv.1]패시브 스킬.
필요 마나 없음.
쌍검술을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검 두 자루를 사용할 때 33%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검이 아닌 다른 무기에도 적용됩니다.)
‘쌍검술이라…….’
그러고 보니 자신은 줄곧 양손에 무기를 들고 싸워 오긴 했었다.
처음엔 도끼.
이번엔 검.
아마도 이 스킬은 지금까지의 전투법을 토대로 생겨난 스킬일 것이다.
“그럼 여기서 더 강해지려면 앞으로도 쌍검을 써야겠네.”
-……?
수호의 시선이 라칸의 송곳니에게 머물렀다.
이번에 경험해 보니 라칸의 송곳니의 공격력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일단 걸리기만 하면 관악산의 마수들의 목이 댕겅댕겅 날아갔으니까.
양손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라칸의 송곳니와 비슷한 수준의 검 하나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돈 좀 벌어야겠다. 헌터용 무기는 엄청 비싸던데.’
그리고 수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끼웅…….”
어느새 새끼 늑대는 미역국을 다 먹고 배가 뽈록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어다닐 기력은 없는지 바닥에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전력으로 써먹으려면 한참은 더 키워야겠네.”
[펫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아까부터 시스템 메시지가 수호를 재촉하고 있었다.
수호는 고민 없이 이름을 정해 주었다.
“회색 털이니까 그레이.”
[‘그레이’로 하시겠습니까?]“그래.”
수호가 말을 끝맺자마자 새끼 늑대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가 지워지고 새로운 이름이 새겨졌다.
[그레이 Lv.1]송곳니 늑대
“끼우웅…….”
정식으로 수호의 펫이 되어 버린 그레이가 초점 없는 눈으로 고개를 들고 코를 킁킁댔다.
수호의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수호는 녀석의 코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라칸의 송곳니에게 물었다.
“야, 하나만 묻자.”
-뭔가.
“얘 어떻게 키워야 쓸 만해져?”
-애 키우는 게 별거 있겠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지.
“그런 뻔한 소리 말고. 명색이 송곳니 군주의 후예인데 특별한 방법 같은 거 없어?”
-먹는 건 정말 중요하다. 애초에 이 아이가 이렇게 약해진 이유도 브로키가 이 아이의 성장을 두려워해 계속 굶겼기 때문일 테니까.
라칸의 송곳니는 이미 죽어 버린 브로키가 한 짓거리들을 떠올리자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애초에 송곳니 일족의 아이가 정상적으로만 성장했다면, 브로키 따위에게 계속 잡혀 있었을 리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먹이고 또 먹여라. 그렇게 충분히 재워 주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 브로키 따위보다 훨씬 강한 포식자로 성장할 것이다.
“그래? 뭘 먹이면 되는데?”
-그야 당연히 마수지. 스스로 사냥한 마수라면 더욱 좋고. 원래 일족의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냥을 하면서 논다.
“사냥놀이라는 거네. 흠.”
가당찮은 일이었다.
아직 제 발로 걸을 힘도 없는 놈에게 다짜고짜 사냥을 시키라니.
[어휴. 개미들보다 더 지독한 놈들이나이다. 그래도 저희 개미들은 애벌레 때는 가만히 놔둡니다.]베르의 말에 수호에게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애초에 갓난아이였던 수호를 업어 키우던 게 누구던가?
“베르, 앞으로 네가 얘 좀 맡아라.”
[갑자기요?]“응. 너는 내가 아는 최고의 보모거든.”
[크흐흐. 소군주님께 그런 찬사를 듣게 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베르가 몸을 배배 꼬며 쑥스러워했다.
“그럼 간다?”
[끼엑? 갑자기 어딜 가십니까?]어리둥절한 베르.
수호는 새끼 늑대 그레이의 뒷덜미를 집어 들며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자신의 그림자에 꽂았다.
[그림자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어디긴? 여기지.”
철컥.
[그림자 던전에 입장합니다.]슈와아아악!
* * *
그림자 던전에 들어간 수호는 다짜고짜 베르를 그레이의 등에 태웠다.
“이제부터 너네는 한 팀이야.”
[끼엑?]그레이가 아무리 작아도 베르보다는 2배나 덩치가 컸다.
물론 그래 봐야 둘을 합쳐도 두 손에 한 움큼 잡히는 수준이었지만.
-이곳은 설마…….
얼떨결에 따라오게 된 라칸의 송곳니는 그림자 던전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림자 군주의 세계인가?
[정확히는 소군주님이 물려받으신 세계지. 물론 그동안 너무 방치되어 야생의 마수들이 숨어들었지만.]베르는 어째서 수호가 이곳에 자신들을 데려왔는지 눈치채고 눈을 빛냈다.
던전 곳곳에서 불온한 시선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야생의 고블린들이라. 펫을 훈련시키기에 딱 좋은 상대로군요.]베르는 히죽 웃으며 자신이 올라탄 그레이의 궁둥이를 두들겼다.
[자, 일어나라! 송곳니 군주의 후예여! 저 가소로운 놈들에게 너의 흉악함을 보여다오!]“끼우웅…….”
털푸덕.
[음?]하지만 그레이는 전혀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아니, 일어날 의지조차 없는지 더욱 바닥에 납작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에 라칸의 송곳니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크윽! 감금 생활로 인해 타고난 전투본능을 전부 상실하고 말았구나! 이 일을 어찌할꼬!
“뭘 어째?”
[그러게 말입니다.]하지만 수호와 베르의 반응은 의연했다.
베르의 스킬은 포식.
섭취한 마수의 힘과 기억을 일부 흡수할 수 있었다.
[일어나시게, 어린 용사여.]수호가 아는 최고의 보모 베르는 다시 한번 그레이의 궁둥이를 두들겼다.
가혹하게.
[베르가 ‘스킬 : 가혹한 지휘’를 사용합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가 그레이의 능력치를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의 부작용으로 그레이가 광기의 저주에 걸립니다.]“……꾸르릉!”
그 순간 전혀 의욕이 없던 그레이의 눈빛이 돌변했다.
베르는 사악하게 웃으며 계속해서 궁둥이를 두들겼다.
[좋아! 그 기세로 출발하자, 꾸릉아!]“꾸르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