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9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199화(200/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99화
수호가 라그나를 부화시키고 용제와 실랑이를 하고 있을 무렵.
미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었다.
-토마스 안드레가 크리스토퍼 리드를 살해했다고?!
-오 마이 갓!
-그동안 둘 중에 누가 더 강한지 궁금했던 사람들의 호기심이 드디어 해결되었군!
-그렇다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길 바란 건 아니었어!
미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S급 헌터가 어떤 이유에선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결과 한 명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은 단순히 살인 사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S급 헌터의 사망은 미국에게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손실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또한 S급 헌터라는 것이었다.
-토마스 안드레에게 모든 책임을 물고, 그를 사형시켜야 한다!
-이봐, 친구. 이미 S급 헌터 한 명을 잃었는데, 또 한 명을 죽이겠다고? 미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야?
-아니, 그보다 진심으로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토마스 안드레가 지금은 얌전히 체포당해 있지만, 그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최소한 미국 인구의 절반은 죽고 말 거야.
-하지만 토마스도 자신이 지은 죄를 인정하니까 순순히 관리국에 체포당한 것 아니겠어?
-체포? 그걸 진심으로 체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미친 폭군이 체포당하는 길에 햄버거집 들르는 사진 못 봤어?
토마스 안드레의 처분에 대한 일로 미국인들은 뜨겁게 설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토마스 안드레가 살인죄로 잡혔다 한들, 그를 건드렸다간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미국인들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헌터 관리국은 토마스 안드레를 어디에 가두고 있는 걸까?
-그야 당연히 ‘에어리어-51’ 아니겠어?
-역시 거기밖에 없겠지?
51구역(Area-51).
이곳은 미국의 네바다주 사막에 위치한 미국 국방부가 관리하는 1급 군사기지로, 원래 이곳은 신무기의 개발 및 실험을 위한 철저한 비밀 기지로 건설된 곳이었다.
그동안 미 정부는 이곳에 대한 의문들을 무응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CIA의 355페이지에 달하는 기밀 문서가 공개되면서 이 지역의 실체를 결국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에게 이 비밀 기지가 특히나 흥미를 끈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지역에 관련한 무성한 루머들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 비밀리에 외계인을 가두고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거나.
UFO의 잔해를 회수해서 외계인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등 51구역에는 온갖 흉흉하고 신비로운 소문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실제로 헌터 시대가 개막하면서, 51구역은 헌터 관리국 산하로 편입되어 여러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니 토마스 안드레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51구역 밖에 없다는 사람들의 추측은 굉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실상은 많이 달랐다.
“한 잔 더.”
“예. 토마스 씨, 얼음은 얼마나 넣으시겠습니까.”
달그락.
투명한 와인잔에 커다란 얼음을 세팅하는 바텐더의 눈이 슬쩍 토마스 안드레의 눈치를 봤다.
“여어, 애덤! 자네도 한잔할 텐가?”
“……감사하지만, 아직 근무 시간이라 힘들 것 같군요.”
막 저택으로 들어온 헌터 관리국의 국장 애덤 화이트는 거나하게 취해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토마스 안드레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이 터무니없이 화려한 저택은 헌터 관리국이 토마스 안드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준 ‘감옥’이었다.
말이 좋아 감옥이지, 사실상 휴양지에 가까운 곳.
범죄자 신분으로 잡혀 온 토마스 안드레의 복장 또한 죄수복이 아닌 화려한 꽃무늬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고, 수영장에서 한가롭게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
애덤 화이트의 입장을 뻔히 알고 있는 토마스 안드레는 싱글싱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 처분은 어떻게 되고 있나? 역시 사형이겠지?”
“……장난은 그쯤 하시고, 일 얘기나 하시죠.”
애덤 화이트는 한숨을 내쉬며 함께 온 수행비서들을 시켜 그동안 조사한 자료들을 그의 앞에 늘어놓았다.
그 자료들의 양을 본 토마스 안드레는 한쪽 눈을 치켜뜨고 눈을 빛냈다.
“호오? 그렇게나 많았나?”
“예. 토마스 씨 말씀대로였습니다.”
지난날 헌터 관리국의 국장 애덤 화이트는 토마스 안드레가 크리스토퍼 리드를 살해한 진짜 이유를 듣고, 즉시 외신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세간에는 평소에도 워낙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났던 토마스 안드레가 홧김에 크리스토퍼 리드를 패 죽였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었지만.
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애덤 화이트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외신교도들이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이더군요.”
외신교.
언제 생겨났는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조사해 보니 의외로 이들의 목적이나 행동은 다른 사이비 종교들에 비하면 상당히 온건한 편이었습니다. 기껏해야 포교 활동이나 별가루 판매 정도랄까요.”
“그렇겠지. 애초에 얌전히 숨어 지내는 게 목표였을 테니. 그래서 별가루와 별조각은 회수했나?”
“예. 보이는 족족 전부 회수했습니다. 그들을 체포할 명분은 없어서, 일단은 돈을 주고 전부 사들이는 쪽으로 해결했습니다. 감시는 따로 붙였고요.”
“흐흐. 역시 일 처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
토마스 안드레는 건배라도 하듯이 허공에 와인잔을 치켜들더니 쭈욱 들이켰다.
그 모습에 애덤 화이트의 곁에 있던 부하 직원들은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헌터 관리국의 국장인 애덤 화이트를 마치 부하 직원 대하듯이 다루는 모습이 불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쾌하면 어쩔 텐가.
토마스 안드레.
저 남자에게는 능히 그럴만한 자격과 힘이 있었다.
심지어 애덤 화이트 본인 또한 자신에게 이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미국에서 암약하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미국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토마스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데…… 정말이셨군요. 마력 구속구가 통하지 않는 것이.”
“아아, 그렇더라고.”
애덤 화이트의 말에 토마스 안드레는 태평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토마스 안드레의 양 손목과 발목에는 빌런들의 체포를 위한 마력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저 수갑은 한국의 헌터 협회에서 개발한 물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단한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체포 과정에서 토마스 안드레는 순순히 저 구속구를 착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몸에서는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나는 외우주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그리고 이 마력 구속구는 외우주의 마력에는 통하지 않지. 마찬가지로 별가루 증폭자나 외신교도들에게도 안 통할 테고.”
“……그 정보를 공유해 준 인물이 한국의 성수호 헌터라고 했던가요?”
“흐흐. 그래. 장래가 아주 유망한 녀석이지.”
“누가 지금 당신 표정을 보면 숨겨 둔 아들인 줄 알겠습니다.”
“오, 비슷하긴 해. 내 오랜 베스트 프렌드의 아들이거든.”
성수호를 떠올리며 매우 뿌듯한 미소를 짓는 토마스 안드레의 모습에 애덤 화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저 허탈했다.
미국을 지키는 헌터 관리국의 국장이 되고 나서 이토록 무력한 순간은 처음이었다.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지만, 정말 불안하군요. 대체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우주 전쟁이라니까 그러네.”
“하아…….”
저 어처구니없는 말을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애덤 화이트는 그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하고도 느긋하게 여기서 술만 퍼마시고 있는 토마스의 태평한 모습을 보니까 더더욱 속이 쓰렸다.
“그나저나 한국 협회에 협조는 구했나?”
“네. 현재 협회장이 북한에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래. 무조건 협회장 본인이어야 해. 우리 수호가 다른 놈들은 절대 믿지 말라더군.”
……또 성수호다.
“아, 그리고 혹시 관리국 창고에 남는 상급 마정석 좀 없나? 있으면 전부 우리 수호한테 보내 주면 좋겠는데? 요즘 마정석이 많이 필요하다더군.”
“……비싼 겁니다.”
“돈이라면 내가 주지.”
“경매가가…… 아닙니다. 그러겠습니다.”
“어허. 표정 펴. 이게 다 지구를 위해서라니까? 지구가 망하면 우리 미국은 멀쩡할 것 같아? 아, 상급이 몇 개 없으면 아쉬운 대로 중급 마정석이라도 긁어모아 보든가.”
“…….”
아니, 이쯤 되면 그냥 깡패 아닌가?
처음엔 햄버거였는데, 한 번 들어주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많은 걸 강탈해 가는 특급 범죄자의 모습에, 헌터 관리국의 직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저 인간이 저렇게 뻔뻔하게 나올수록 점점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토마스 안드레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애지중지하는 한국의 헌터 ‘성수호’라는 인간이 대체 누구인지.
‘역시 내가 직접 만나 봐야겠군. 만에 하나 토마스 안드레가 그에게 속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니까.’
아무래도 조만간 한국에 방문 일정을 잡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애덤 화이트였다.
“아! 그리고 우리 수호한테…….”
“…….”
제발 그만 좀 해.
* * *
한편 실종됐던 성일환이 무사히 집에 돌아온 뒤.
그를 걱정하고 있던 박경혜와 성진아는 간신히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들의 소중한 가족인 성진우와 차해인이 실종된 상태라는 건 변함없었고, 이번 일로 인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수호는 주저 없이 그 두 명에게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사용했다.
“……!”
“……이 기억은?!”
그렇게 갑자기 전생의 기억이 전부 되돌아온 박경혜와 성진아는 일시적으로 엄청난 충격에 빠졌지만, 이내 모든 진실을 받아들였고.
수호는 그들에게 성진우와 차해인의 행방에 대해 모든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걱정이 해소되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처럼 막막하고 막연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든 것이다.
[소군주님,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요?]베르는 이런 수호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사람들의 기억을 되돌리셨다간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나이다.]물론 성진우가 수호에게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넘겨주면서, 이걸 어떻게 사용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준 건 아니었다.
그나마 수호에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진호의 기억은 되돌리는 것이 좋을 거라는 조언 정도를 하긴 했으나, 나머지는 전적으로 수호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그렇다 해도 모든 이들의 기억을 무분별하게 되돌렸다간 그 기억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는 놈들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이타림에게 이용당하는 이들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호는 이런 베르의 우려를 당차게 일축시켰다.
“무분별하면 어때?”
[키엑?]“그렇다고 우리 가족들이 아버지의 생사도 모른 채 걱정하시게 둘 수는 없잖아? 게다가…….”
수호는 진지한 눈빛으로 베르를 쳐다봤다.
그 두 눈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애초에 나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를 전부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어. 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우리 아버지를 다시 기억하게 만들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야.”
[…….]수호의 진심을 느낀 베르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대로, 이 세상 사람들은 성진우가 오래전에 지구를 구원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살고 있었다.
그의 숭고하고도 고귀한 희생을 모든 이들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기억은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수호의 바람인 것이다.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수호는 이번에 겪은 용제와의 일전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늘 궁금했지. 아버지 손에 있던 화상 자국이 어쩌다 생긴 건지.’
용제가 뿜어내던 파멸의 숨결.
그 끔찍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와 홀로 전쟁을 벌이고 승리를 했던 아버지의 위대함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수호였기에.
“그러니까 나는…….”
그렇기에 그는 결심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만 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를 기억해 내게 만들 거야.”
깨닫고 만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인 것 같거든.”
[…….]베르는 울고 있었다.
그렇다.
선물.
언젠가 수호가 처음으로 이타림의 사도를 마주쳤을 때 혼자 다짐했던 그 한마디.
그때부터 줄곧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수호의 진심에…….
오랜 시간 성진우와 함께 그 길을 걸어왔던 베르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