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9화(2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9화
한동안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특종! 하이에나 길드의 숨겨진 실체!
-관악산의 늑대인간들!
-마수밥이 될 뻔한 생존자들!
수호가 구조한 관악산 필드의 생존자들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전부 언론에 공개했고,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미친;;; 저게 뭐야;;;;
– 같은 인간을 잡아서 마수밥으로 줬다고??
-사람이 할 짓이야??
-헌터들이 마수의 노예로 살고 있었네;;
-이 정도면 인류의 배신자 아니냐?
같은 인간이 인간을 사냥해 마수의 먹이로 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반응했다.
그와 함께 그동안 하이에나 길드와 조금이라도 엮여 있던 다른 길드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사신 길드가 하이에나 뒷배 아니었어?
-ㅇㅇ 맞지. 이제 와서 아니라고 잡아떼 봤자 업계 사람들은 다 알걸?
-애초에 하이에나가 하급 헌터들 고리대금으로 피 빨아 먹을 때, 그 막대한 자본금이 어디서 나왔겠어?
-하이에나가 원래 동네 양아치들이었다며?
-백퍼 뒤에서 대형 길드가 돈 대 준 거지.
-이참에 사신 길드도 탈탈 털어 봐야 함.
쾅!
“이딴 헛소리들을 계속 지켜보고만 있어야겠습니까?!”
사신 길드의 길드장 임태규는 분노한 얼굴로 주먹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 힘에 대리석 책상이 두 쪽이 나 버렸지만, 회의실의 어느 누구도 그것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도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보시다시피 화력이 너무 세서…….”
“기획실장.”
뚝.
차가운 목소리가 기획실장의 숨통을 콱 틀어막았다.
“내가 그딴 변명이나 하라고 당신을 고용한 것 같습니까? 기획실에 모여서 댓글이나 달라고?”
“……죄송합니다.”
“후우.”
임태규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만 물읍시다. 어쩌다 우리 이미지가 이 꼴이 된 겁니까? 작년까지는 우리 분위기 좋았잖아요?”
“…….”
임태규의 물음에 임원진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원래 사신 길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1위 길드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길드장인 임태규.
그가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도 몇 없는 S급 헌터인 덕분이었다.
거기에 한 사람 더.
사신 길드에는 임태규 외에도 S급 헌터가 한 명 더 존재했었다. 작년까지는.
“그야 작년에 백윤호 부사장님이 독립하시면서…….”
“쉿.”
기획실장은 다급히 부하 직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눈치 없는 자식이! 그걸 누가 몰라서 묻겠냐고!’
S급 헌터 백윤호.
그는 작년에 사신 길드에서 독립해 ‘백호 길드’를 세운 인물이었다.
S급 헌터인 그가 떠나는 순간, 사신 길드의 전력은 사실상 반토막이 나 버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사실은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뿐.
‘그걸 말했다간 내 목이 날아갈 테니까.’
백윤호가 그렇게 떠난 뒤, 임태규는 홧김에 외부에서 A급 헌터 한 명을 데려와 덜컥 부사장 자리에 앉혀 버렸다.
임태규와는 대격변 전부터 친분이 있는 지인이었다는 것을 보면,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였다.
당연히 사신 길드의 임원진들은 그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A급 헌터 따위가 S급 헌터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었으니까.
심지어 그가 데려온 A급 헌터 ‘이민성’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던전에 들어가 본 적 없는 초심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임태규는 애초에 이민성을 전력으로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이민성은…… 그냥 돈이 많았다.
그는 각성하기 전부터 이미 금수저에 돈이 많은 사업가였으니까.
심지어 젊었을 때는 아시아의 슈퍼스타로 이름을 날렸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던 영화배우 출신.
던전이나 헌터와 무관하게, 이민성의 인생은 그야말로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화려한 돈길만 걸어온 부자였던 것이다.
임태규의 진짜 목적?
그건 바로 돈지랄이었다.
‘전력이 약해졌으면, 그만큼 비싼 무기를 사서 전력을 높이면 될 것 아닌가!’
사실상 이민성은 부사장이라기보단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스폰서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민성이 부사장이 된 후로 길드원들의 손에 점점 비싸고 화려한 장비들이 쥐어지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우리 길드의 이미지가 최악이 되어 갔지.’
기획실장은 하고 싶은 말을 꾸욱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회의실 문이 열리며 문제의 이민성 부사장이 들어온 것이다.
“이야! 늦어서 미안, 미안! 차가 너무 막히더라고~”
회의에 1시간이나 늦었는데도 껄껄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이민성.
소싯적에 잘생긴 배우로 유명했던 만큼 얼굴에 서글서글한 미소가 가득했다.
임태규의 서늘한 눈빛이 이민성을 노려봤다.
“이민성 부사장.”
“어우, 뭐야 이거? 테이블 부순 거 사장님이지? 하여튼 힘도 좋아?”
“이민성 부사장.”
“어이, 김 비서! 이 테이블 오늘 중으로 더 좋은 걸로 바꿔놔, 알았지?”
“야! 이민성!”
뚝.
결국 임태규가 화를 못 참고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때까지 실실 웃고 있던 이민성의 얼굴에 미소가 싹 걷혔다.
“야?”
이민성의 고개가 삐딱하게 돌아가며 서늘한 시선으로 임태규를 바라봤다.
“그 호칭은 좀 무례한 것 같은데?”
임태규는 그 말을 무시하고 이민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민성 부사장, 회의에 왜 늦었지?”
“말했잖아. 차가 막혔다고.”
“하이에나들 뒷수습하느라 늦은 건 아니고?”
“…….”
그 말에 순간 이민성의 미간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래? 하이에나가 뭔데? 동물원 가면 볼 수 있는 그거?”
“말 돌리지 마라, 이민성.”
뚝.
그 말에 이민성의 얼굴에서 가면이 벗겨졌다.
“아까부터 말투가 참 고깝네.”
S급 헌터인 임태규의 분노를 직면하고도, 이민성의 얼굴에 드러난 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우리 태규가 언제 이렇게 컸지? 원래 내 운전기사나 하던 새끼가?”
“…….”
뿌득.
그 말에 순간 임태규의 눈에서 살기가 솟구쳤다.
하지만 이민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그의 옷깃을 툭툭 여며 주며, 고까운 시선으로 그의 위아래를 훑어 내렸다.
“참나. 사람 일 참~ 모르는 거야? 어쩌다 운 좋게 S급으로 각성 좀 했기로서니, 고작 2년 만에 이렇게나 거만해져? 그것도 옛 주인 앞에서?”
“이민성…….”
“아차차. 생각해 보니까 옛 주인이 아니잖아? 우리 태규 씨, 아직 내 운전기사 계약 기간 2년 남지 않았어?”
“이민성……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왜? 죽이게? 어휴, 무서워라. 키우던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하네. 기껏 몰락해 가는 길드에 돈 챙겨 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미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제발 나가서 싸우세요…….’
관계가 복잡한 두 사람의 신경전에 임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임태규는 분노에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다혈질은 아니었다.
“……후우. 그만하지.”
“뭘 하려고 하긴 했구나?”
“이민성 부사장, 지금까지 당신이 하이에나 길드와 모종의 커미션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조만간 협회에서도 그걸로 걸고 들어올 거야.”
“……협회가?”
그 말에 내내 뺀질거리던 이민성의 표정이 굳었다.
임태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대체 뒤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있었는지 말해라. 뭘 알아야 길드 차원에서 뒷수습이라도 할 거 아닌가.”
“흐음. 뒷수습이라.”
이민성은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굳이 구체적으로 말해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도 안 되고.’
결국 이민성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딱히 별거 없었어. 그냥 가벼운 심부름이랑 돈놀이 정도?”
“진짜 그게 전부냐?”
“그렇다니까. 협회에서 따져 봤자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신경 끄라고.”
“그 말이 부디 사실이길 바란다.”
“아니면 또 어쩔 건데? 헌터법이 워낙 부실해서 내 변호사들 동원하면 문제 될 것도 없을걸?”
“법이라…….”
헌터법은 확실히 부실하지.
그 말을 곱씹는 임태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격변이 생긴 지 고작 2년째.
지금도 열심히 협회에서 헌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었지만,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러니 아직도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끝났지?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휙.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가는 이민성.
그 뒤에서 임태규가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이민성 부사장, 그래도 너무 과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법은 부실해도 협회장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쾅.
회의실 문이 거칠게 닫혔다.
임태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제야 임직원들도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느긋한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온 이민성은…….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주제도 모르는 새끼가 감히!’
내색하진 않았지만, 사실 그는 임태규가 뿜어낸 살기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깟 공포 따위보다 자존심이 더 상했다.
‘부사장 좀 해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들어왔더니, 나를 종처럼 부려? 임태규 네 까짓게?’
하지만 지금 자신은 이 분노를 표출할 자격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S급 헌터였고, 자신은 고작 A급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터질 것 같은 분노는 결국 이런 사태가 오게 만든 원흉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에나 길드?
아니.
‘하이에나 길드를 궤멸시킨 그놈!’
이민성은 무서운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다. 정체는 알아냈나?”
-그게 말입니다, 부사장님. 생존자들을 전부 수소문해 봤는데 말입니다…….
핸드폰 너머에서 영 자신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존자들 어느 누구도 그놈의 인상착의를 모릅니다.
“뭐? 모른다고? 왜 몰라?”
-그 헌터가 내내 마스크와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답니다. 특징될 만한 건 쌍검을 썼다는 정도인데, 그것도 결국 늑대인간들이 쓰던 검을 주워서 쓴 거라고 합니다.
뿌득.
“……더 알아봐. 그 새끼가 누군지 어떻게든 찾아내서 내 앞으로 끌고 와.”
-예, 알겠…….
쾅!
이민성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 * *
한편 그 시각.
수호는 그림자 던전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평화로운 건 수호 혼자뿐.
송곳니 일족의 새끼 늑대 그레이는 죽을 맛이었다.
“꾸르렁!”
[오냐, 장하다. 드디어 우리 꾸릉이가 고블린 한 마리를 혼자 사냥했구나. 상대도 물론 새끼 고블린이긴 하지만.]“꾸아오오-!”
베르의 칭찬에 손바닥만 한 새끼 늑대가 서럽게, 아니 사납게 울부짖었다.
새끼 고블린의 시체를 앞발로 밟은 모습이 더없이 불쌍, 아니 용맹해 보였다.
[자, 이제 먹어라! 진정한 사냥꾼은 사냥감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다!]“꾸르렁!”
[어허! 입 크게 벌리고 씹어라!]“꾸아앙!”
와구 와구!
그레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혹독한 베르 조교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키는 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사냥한 고블린을 물고 뜯다 보니…….
띠링!
[‘펫 : 그레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수호의 앞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 이게 레벨업이 되네?”
-내가 말했지 않은가. 먹고 자고 놀면 성장한다고.
“그러게. 나 혼자만 레벨업 하는 줄 알았는데, 펫도 되네?”
그런데 그 뒤로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펫 : 그레이’가 경험치의 50%를 주인에게 제물로 바칩니다.]“엇?”
[끼엑?]그 메시지에 수호와 베르가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곤 동시에 시선을 돌려 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레이를 쳐다봤다.
“끼우웅…….”
[소, 소군주님. 어찌하여 벼룩의 간을 뺏어 드시나이까.]“아니, 나는…….”
갑자기 죄책감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