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00화(201/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00화
광활한 우주의 끝자락.
고오오오-!
차원의 벽을 녹이고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상대로,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가 우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전장의 한복판에서.
피식.
“……설마 내 아들이 용제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할 줄이야.”
검은 기운을 휘장처럼 두른 사내.
그림자 군주 성진우가 지구가 있는 방향을 응시하며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자식을 키운다는 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인 것 같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설마 그림자 군주의 아들이 스스로 파멸의 군주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날이 올 줄이야.
단언컨대, 이런 미래는 이곳에 있는 위대한 존재들 중 어느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미래였다.
그만큼 수호가 이번에 내린 결정은 변수가 많은 위험천만한 모험이었고, 불확실한 미래였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겠나?] [파멸의 군주는 결코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애초에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군주들을 다시 깨우고 있는 것 자체도 불길한 일이지.] [최악의 경우, 전쟁 중에 내부의 적을 스스로 키우는 셈이다.]성진우는 자신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우려의 말을 건네오는 지배자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뭐, 어쩌겠나? 아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 아버지로서 응원해 줄 수밖에.”
하지만 성진우는 그 모든 걱정을 뒤로한 채 순수하게 아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해 주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물론 여전히 불안 요소는 있지만, 그 정도는 내가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 좀 해야겠지.”
게다가 곰곰이 따져 보면 의외로 썩 나쁜 선택도 아니었다.
“……아니, 잘되면 오히려 좋을 수도.”
성진우의 생각에 지배자들도 일정 부분은 동의했다.
[그 말은 맞다.] [죽은 군주들의 힘을 누군가 계승할수록, 그만큼 우리의 전력도 점점 커질 테니.] [아무리 군주들이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라도, 외우주의 적들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같은 편이나 마찬가지긴 하지.] [물론 파멸을 원하는 근본적인 속성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자네 아들이 그 본능을 잘 통제할 수만 있다면…….]“잡담은 여기까지.”
우뚝.
“또 온다.”
순간 저 앞에서 또다시 열리는 균열을 발견한 성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모두 전열을 가다듬어라!]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했다!] [전군 출격하라!]번쩍!
지배자들의 명령에 하늘의 군사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찬란한 날개가 펼쳐지고.
광휘의 힘과 외신의 기운이 서로 격돌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성진우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군주의 영역을 펼쳤다.
“모두 일어나라.”
후와아아아악!
왕의 명령에 검은 증기를 이글거리며 다친 상처를 회복 중이던 죽음의 병사들이 앞다투어 전장에 뛰어들었다.
[얼마든지 와라!] [주군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한다!]그림자의 가호가 함께하는 한, 그들은 다칠지언정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의 군대였다.
크아아아아아-!
광활한 우주.
그림자 군주의 깊고도 넓은 그림자 위에서 불사의 군대가 우레처럼 포효했다.
힐끔.
그 전쟁 한가운데서 성진우는 시선을 돌려, 그 너머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자신의 아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수호야. 나의 아들아.’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네가 스스로 용제의 후계자가 될 것을 선택했으니…….
‘강해지거라.’
기필코 강해져야 한다.
‘용제의 시련’
그것은 단순한 퀘스트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안타레스의 욕망과 성수호의 목표가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상호 협약이었다.
그 말은 동시에 언제라도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순간, 순식간에 균형이 깨져 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거래였다.
‘그러니 수호야. 네가 용제의 시련을 이겨 내지 못하면, 그는 결국 너를 잡아먹으려 들 것이다.’
성진우는 이를 질끈 물고 수호의 앞날을 염려하고 축복했다.
……그러니까.
‘강해져라, 수호야.’
기필코 강해져서 네가 반대로 용제를 잡아먹어라.
살아남기 위해선 사냥감이 아닌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
‘너는 헌터니까.’
* * *
[‘스킬 : 군주의 영역’을 사용합니다.]후와아아아악!
수호가 펼친 군주의 영역 위에서 그림자 병사들이 일제히 포효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캬아악!”
“취익! 취익!”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는 마수들의 피와 비명 소리만이 넘쳐흐를 뿐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수호는 요즘 닥치는 대로 던전에 들어가 레벨업을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용제가 내건 1차 시련, 99레벨 만들기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목표였다.
레벨이 오를수록, 그에 비례해 요구되는 경험치의 양도 많아지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말은 결국 레벨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훨씬 더 위험하고 강한 마수들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균이 형, 다음 던전은 어디야?”
“넵, 사장님!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최대한 빨리 다음 던전 예약 잡겠습니다.”
어느샌가부터 임도균은 수호에게 나이를 떠나서 극존칭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임도균은 수호가 어마어마한 속도와 기세로 던전을 공략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유일한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경이를 넘어선 경의!
수호의 그림자 병사들은 사냥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채굴이나 마수들의 사체를 해체하는 속도까지 빨랐다.
때에 따라선 방금 수호가 죽인 마수의 그림자가 스스로 몸을 일으키더니, 자기 사체를 직접 해체해서 수호에게 바치는 일까지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했다.
이게 그나마 마수들의 생김새가 징그러운 괴물이라 망정이지, 혹시라도 그 대상이 인간이었다면 엄청나게 소름 끼치고 끔찍했을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직접 보고 있는 임도균으로서는 더 이상 수호를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친한 동생으로만 여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수호에게 품은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두려움? 공포?
그럴 리가.
‘땡잡았다.’
임도균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여긴 평생직장이야!’
일도 편하고, 목숨도 위험하지 않다.
심지어 연봉도 끝내준다!
E급 헌터 임도균에게 우진 길드는 평생 뼈를 묻고 싶을 만큼 매우 안정적인 직장이었던 것이다.
성수호 사장님께서 계시는 한!
“사장님! 던전 예약 잡았습니다! 현무 길드에서 2번이나 공략을 실패한 던전이라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좋네. 바로 가죠.”
던전이 위험하다면 오히려 좋다!
눈을 빛내며 앞으로 나서는 수호의 뒤를 임도균이 기세등등하게 따라나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멈칫.
“……음?”
“억?!”
수호가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엉겁결에 그의 단단한 등에 부딪친 임도균이 코를 잡고 그를 쳐다봤다.
“사장님,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
수호는 갑자기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골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수호가 입을 열었다.
“……도균이 형, 방금 그 던전은 취소하죠.”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잠시 다녀올 데가 생겨서요.”
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
임도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수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장님, 저 그럼…… 퇴근할까요?”
* * *
리오 싱.
수호의 부탁을 받고 한달음에 인도로 날아온 그는 쉬지도 않고 곧장 아수라 길드로 향했다.
“당장 길드장님을 만나야 한다! 내가 엄청난 비즈니스를 따 왔다!”
싯다르트 밧찬.
아수라 길드의 길드장이자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S급 헌터 싯다르트 밧찬을 리오 싱이 만나려는 목적은 다름 아닌 수호가 제안한 비즈니스 때문이었다.
메아리 숲의 샘물.
요즘 헌터 업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인 스케빈저 길드의 해독 포션에 대한 거래권!
그 엄청난 거래를 직접 따 온 리오 싱의 앞에 펼쳐진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이번엔 무조건 승진이다! 길드장님께 A급 헌터로서의 최고 몸값을 제안해도 무조건 수락하실 거야!’
그렇게 벅찬 가슴을 안고 길드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리오 싱은…….
“……어?”
오싹.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길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지?’
처음엔 기분 탓이라 여기려고 했다.
오랜만에 본국으로 돌아와 길드를 방문했으니 낯선 기분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여기저기 보이는 길드 직원들도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사무 일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대체 이 기분은 뭐지?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리오 싱은 길드장실을 향해 걸어가는 내내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 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리고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표정들이 없다.’
아무리 일에 치여서 살아도 그렇지, 직원들의 표정에 생기라곤 단 한 점도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에게 먼저 아는 체를 안 한다.’
아무리 자신이 외부에 출장을 갔다 왔다 해도, 자신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직원들은 꽤 많았다.
그런데 누구 한 명쯤은 자신을 알아보곤 인사를 건넬 법도 한데,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지 않았다.
“……리오 싱입니다. 길드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아, 그러십니까.”
그나마 이쪽에서 먼저 이렇게 말을 걸면, 무표정하게 응대를 해 주긴 했다.
하지만 다들 어딘가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듯한 반응들이었다.
“제가 안 그래도 여기 오기 전에 길드장실로 먼저 연락을 해 봤는데, 바쁘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시더군요. 혹시 지금 길드에 안 계십니까?”
“네, 안 계십니다.”
“어디 계시죠? 혹시 던전 공략 중이신가요?”
“예.”
“……설명은 그게 끝입니까?”
“예.”
“……?”
계속 돌아오는 탐탁잖은 반응에 리오 싱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반응들이 왜 이럴까.
혹시 최근에 길드에 무슨 안 좋은 변고라도 있었던 걸까?
리오 싱은 결국 길드장실 앞까지 가서 헛걸음을 하고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에 이상한 모습이 발견되었다.
‘저 목걸이들은 뭐지?’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제 보니 길드의 전 직원이 목에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푸른색의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였는데, 남녀 무관하게 다 같이 목에 걸고 있었다.
“그 목걸이는 뭡니까?”
“아! 이 목걸이요?”
“이 목걸이요?”
‘어?’
리오 싱이 한 명을 붙잡고 목걸이에 대해 물어봤더니,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리오 싱을 쳐다봤다.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이 목걸이는 최근에 만든, 아수라 길드 소속임을 알려 주는 일종의 사원증이랍니다.”
“하나 드릴까요?”
“제가 드릴게요!”
“아니, 제가……!”
“어어?”
리오 싱은 갑자기 여기저기서 목걸이를 건네자, 엉겁결에 목걸이를 목에 걸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목걸이를 목에 거는 순간.
“리오 싱, 길드장님께서 부르십니다.”
“갑자기요? 던전에 계신다면서요.”
“네. 길드장님을 만나시려면 던전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예, 뭐. 알겠습니다. 제가 마침 길드장님께 드릴 선물도 챙겨 왔거든요.”
리오 싱은 수호에게 선물 받은 해독 포션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즈니스를 위한 샘플이라며, 반드시 싯다르트 밧찬이 직접 시음해 봐야 한다고 전달받았던.
“그런데 무슨 던전인가요? 최근에 길드장님께서 직접 들어가실 정도의 던전이라도 생겼습니까?”
리오 싱의 물음에 직원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 대답했다.
“예. 길드장님은 요즘 용인족들의 던전을 공략 중이십니다.”
“용인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