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01화(202/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01화
용인족(龍人族).
용[龍]의 특징과 인간[人]의 특징이 뒤섞여 있는 마수를 총칭하는 종족으로, 드래곤형 몬스터부터 파충류형 몬스터까지 제법 다양한 개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리오 싱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수가 있었다.
‘나가(Naga)’
인도에는 참으로 다양한 동물을 모티브로 하는 신화들이 등장하지만, ‘용’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화로는 뱀신 ‘나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설마 나가가 출현한 겁니까?”
“저도 현장을 확인해 본 것은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보고에 의하면 일단 외형은 나가와 흡사하다고 합니다.”
팔락.
리오 싱의 물음에 직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관련 자료를 넘겨주었다.
“이런……. 진짜 나가인가!”
자료를 건네받은 리오 싱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파충류를 닮은 몬스터의 실루엣.
자료 속 사진에 찍혀 있는 마수의 실루엣은 리오 싱이 알고 있는 나가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위치가……!’
뒤이어 용인족들이 나타났다는 지역이 어딘지를 확인한 리오 싱은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록타크 호수 등지가 전부 필드형 던전으로 전락해 버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타국에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인도에 이렇게 대형 참사가 일어나고 있었을 줄이야.
‘록타크 호수’는 인도의 마니푸르주에 위치한 대형 호수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 중 하나였다.
그 거대한 호수를 중심으로 일대의 모든 땅이 고스란히 필드형 던전으로 변해 있었다.
리오 싱이 냉철한 눈빛으로 직원에게 물었다.
“대체 이 근처에 던전 브레이크가 몇 개나 터진 겁니까?”
“총 다섯 곳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그중 하나는 길드장님께서 직접 공략하신 덕분에 이제 네 곳이 남은 상태입니다.”
“허! 내가 태평하게 밖으로 나돌 때가 아니었구나! 어떻게든 길드장님 곁에 남아서 보좌했어야 했어!”
리오 싱은 마음이 아팠다.
자국에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무것도 몰랐다니!
“이럴 때가 아니군! 나도 당장 길드장님을 도우러 가야겠습니다! 사무장, 길드에 남는 병력을 전부 내 밑으로 편성해 주십시오!”
“이미 모든 정예 헌터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한데 과연 그렇겠군! 그럼 나 혼자라도 찾아갈 테니, 길드장님이 계시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시오!”
그렇게 리오 싱은 매우 의욕적으로 길드 밖을 나섰다.
아무리 그가 A급 헌터라고 해도, 혼자서 록타크 필드에 들어가겠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수라 길드에 있는 직원들 누구 하나 리오 싱의 행동을 말리려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처음과 일관된 모습으로 그가 밖으로 나가든 말든 무표정하게 자기 할 일만 할 뿐이었다.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
그 와중에 그들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만이 고요하고 은은하게 푸른빛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동시에 록타크 호수로 향하는 리오 싱의 목에 걸린 목걸이 또한…….
* * *
얼마 후.
끼이익.
‘이곳인가!’
리오 싱은 당당한 모습으로 록타크 필드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아무리 혼자 이곳에 찾아왔어도 두려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혼자면 어떤가? 어차피 이 안에 들어가면 많은 길드원들이 자신을 반겨 줄 터.
심지어 자신은 빈손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이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동료들을 위한 엄청난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단 말이다.
‘기다려라! 내가 수입해 온 한국제 헌터 장비를 잔뜩 실어 왔다!’
그가 여기까지 타고 온 커다란 트럭 뒤에는 한국의 솜씨 좋은 장인들이 만든 고가의 아이템들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원래 그의 계획은 이 귀한 물건들을 직접 길드장에게 하나하나 보여 주면서 자신의 공로를 잔뜩 생색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위급한 순간에 들고 나타나는 장면이 훨씬 더 극적이지 않겠는가.
‘승진! 이건 무조건 승진이다!’
벌써부터 이 엄청난 장비들을 보고 쌍수를 들고 환호할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리오 싱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 그럼 출발!”
“리오 싱, 진짜 우리 둘이서 들어가도 괜찮을까? 여기는…….”
트럭 운전수 잭슨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리오 싱을 쳐다봤다.
이래 봬도 그는 은신 스킬을 가진 C급 헌터로, 리오 싱의 옛 부하였다.
작년에 능력 부족으로 아수라 길드에서 해고당하긴 했지만, 이런 험지에서의 운전 실력 하나는 일품인 인물이었다.
……물론 C급 헌터가 운전 실력이 좋아 봤자 딱히 쓸 일은 없었지만, 오늘처럼 위험한 필드형 던전에 물품을 후송하는 역할에는 적격이었다.
“리오 싱, 나야 이 안에서 위험에 처해도 은신 스킬이 있으니까 어찌어찌 빠져나올 수는 있겠지만, 당신은 공격 스킬밖에…….”
“어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가! 잭슨, 너의 안전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질 테니 운전에만 집중하라고!”
“……나마스떼.”
리오 싱의 전투력을 익히 알고 있던 트럭 운전수 잭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눈이 떠졌을 때, 그의 두 눈에는 옛 동료들을 구하겠다는 사명감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잭슨이 핸들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럼…… 간다.”
쿠와아아앙-!
그렇게 한국제 장비를 가득 실은 화물 트럭 한 대가 과감히 록타크 필드에 진입하고 말았다.
그리고 곧장 사방에서 파충류를 닮은 마수들이 그 앞길을 막아섰다.
키야아아아-!
취익! 취이이익!
“리오 싱! 리자드맨이야!”
“잭슨! 절대 멈추지 마! 나를 믿고 곧장 달려!”
리오 싱은 트럭 위로 곧장 올라타, 두 다리로 굳게 몸을 지탱하고 양손에 쌍검을 쥐었다.
그리고 사악한 기세로 덤벼드는 리자드맨들을 노려보며 사납게 웃었다.
“용인족이라더니, 고작 리자드맨인가!”
이 급박한 순간에, 문득 리오 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나의 전우, 성수호.’
그동안 자신은 성수호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정말 많은 모험을 헤쳐 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파사드의 빙하 던전.
그 외에도 그와 함께했던 사건들 중 어느 하나 위험하지 않은 일들이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역경을 뚫고 성수호와 함께 살아남아, 이렇게 본국으로 돌아온 헌터가 바로……!
“나, 리오 싱이란 말이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
리오 싱의 쌍검에서 화려한 검격이 온 사방에 뿌려졌다.
그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무자비한 공격에 리자드맨들은 비명을 토하며 잘려 나갔다.
“얼마든지 와라! 나는 하루 종일도 싸울 수 있다!”
그렇게 트럭을 보호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수들을 참살하던 리오 싱은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성수호를 닮은 것 같다고.
아니, 분명히 닮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성수호의 둘도 없는 전우니까!’
쿠와아아앙-!
잭슨이 모는 트럭이 리오 싱이 만들어 낸 피웅덩이 위를 내달렸다.
“리오 싱! 저 앞에 호수가 보인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강하게 액셀을 밟으며 잭슨이 외쳤다.
“그래! 여기만 지나치면 아수라 길드의 요새가 나온다!”
그 말에 화답하는 리오 싱의 전신은 이미 리자드맨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정작 그의 피는 단 한 방울도 묻어 있지 않았다.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리자드맨의 핏물 사이로 보이는 리오 싱의 서늘한 눈빛에 잭슨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 리오 싱의 저런 눈빛도 할 줄 아는 사내였던가!’
A급 헌터 리오 싱.
그는 명실상부 아수라 길드의 엘리트이자, 최정예 헌터로 인정받던 신예였다.
하지만 그에겐 헌터로서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몸 쓰는 것보다 잔머리를 너무 많이 굴린다는 것이었다.
그의 모든 관심사는 오로지 승진!
타인들에게 추앙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좋아하는 지독한 명예욕뿐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사내가 언제 저렇게…….’
리오 싱의 과거 모습만 알고 있던 잭슨은 그의 몸을 아끼지 않는 전투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그의 목적을 돕고 싶어졌다.
그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흠뻑 빨고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강하게 핸들을 붙잡고, 밖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는 리오 싱을 향해 호기롭게 외쳤다.
“좋다! 리오 싱! 당신을 믿고 가겠다! 지금부터 호숫가에 돌입하겠다! 내 앞길을 지켜……!”
“머, 멈춰!”
“……!”
그때였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들며, 잭슨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눈에…….
저 멀리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급히 달려오는 리오 싱의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푸화아악!
동시에 옆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잭슨의 고개가 본능적으로 옆으로 돌아갔고.
고개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 록타크 호수 안에서 갑자기 몸을 일으킨 거대한 마수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나가?!’
-콰앙!
그리고.
잭슨이 타고 있던 트럭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안 돼……!”
쿠당탕탕탕!
리오 싱은 순식간에 와지끈 구겨지며 바닥을 구르는 잭슨의 트럭을 향해 몸을 날렸고.
A급 헌터의 초인적인 힘으로 가까스로 트럭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곧장 운전석에 있는 잭슨의 상태를 살필 여유도 없이.
크아아아아!
“……!”
호수에서 나타난 ‘나가’의 거대한 그림자가 리오 싱의 위에 드리워졌다.
콰아앙!
파충류처럼 징그러운 거대한 손이 리오 싱의 머리 위로 내리쳐졌다.
그 모습을 본 리오 싱의 동공이 확장되며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나는 탱커가 아니다.’
딜러와 탱커의 차이는 현격하다.
딜러로서 트럭을 멈춰 세울 정도의 힘은 있으나, 저렇게 거대한 마수의 공격을 맨몸으로 감당할 체력이나 스킬은 없었다.
그 말은 곧.
‘피한 뒤에 반격하는 것이 효율적!’
그게 방어를 포기하고 쌍검을 사용하는 딜러로서 할 수 있는 완벽한 전략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내가 피하면 잭슨이 죽는다!’
리오 싱은 결연한 눈빛으로 자세를 고쳐잡고 쌍검을 교차했다.
그리고 기억 속에 있던 성수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아아아압!”
카각……!
“……?!”
그런데 나가의 방어력이 생각보다 단단했다.
짓쳐들어오는 나가의 손에 닿고 속절없이 부러지고 마는 검날.
그 모습을 목격한 리오 싱의 눈에 절망감이 떠올랐다.
‘아, 안 돼…….’
그 절망감의 이유는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딜러라도 A급 헌터인 자신이 한 대 맞는다고 목숨을 잃을 리는 없었으니까.
다만, 확실한 건 저 공격으로 인해 트럭에 타고 있는 잭슨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자신이 억지로 부추겨서 이 험지로 발을 들인 잭슨이!
‘안 돼-!’
후와아아앙-!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
리오 싱의 발밑에서 얌전히 숨죽이고 있던 그림자 암살자 키라가 움직였다.
주인의 명령을 받고.
띠링!
[‘스킬 : 그림자 교환’을 사용합니다.]콰앙-!
“……!”
그리고.
리오 싱의 부릅뜬 두 눈이 앞을 봤다.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아선 사내의 단단한 등을.
나가의 강력한 공격을 한 손으로 거뜬히 막아 낸 ‘그’의 모습을.
“……쓸 만한 놈을 발견했네.”
그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그 모습에 자존심이라도 상했는지 나가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더욱 강한 힘으로 내려친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
하지만 어째선지 꼼짝도 안 하는 나가의 손.
수호는 힐끔 고개만 돌려 리오 싱을 향해 말했다.
“잠깐 거기서 쉬고 있어. 이제부턴 내가 할 테니까.”
그리고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린 수호의 눈빛이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돌변했다.
“일어나라.”
슈와아아악!
“그리드.”
……!
그 순간.
거대한 마수 나가의 앞에 그림자 병사로 돌아온 S급 헌터가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