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04화(205/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04화
‘일생을 무(武)에 전념했다.’
류즈캉.
중국의 자랑스러운 6성 헌터.
‘물러섬 따윈 배운 적도 없다.’
중국은 세계 규격의 헌터 등급을 따르지 않고 자국만의 독자적인 등급 체계를 사용한다.
등급 앞에 별의 개수가 많을수록 뛰어난 헌터를 의미하는데, 다섯 개의 별을 보유한 5성급 헌터가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그런데.
오직 단 한 사람.
류즈캉만이 유일하게 등급 외로 분류되어 6성급 헌터라 불리었다.
물론 대우도 5성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그가 예외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능히 그만한 능력을 가졌고.
혼돈의 대격변 속에서 중국을 든든히 지켜 낸 진정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구세주였으니까.
하지만.
‘……그러니 이번에도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류즈캉에겐 대격변을 겪고도 무려 10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인민들 누구도 모르는 한 가지 비밀을 숨기고 있었으니…….
‘나 류즈캉이 내 안의 심마(心魔) 따위에게 잡아먹힐 것 같으냐-!’
그는 각성과 동시에 찾아온 이타림의 신격과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홀로 싸워 오고 있었다.
마음을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 * *
헌터로 각성한 뒤, 류즈캉이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력, 갑자기 몸 안에 생겨난 신비한 힘.
다른 헌터들은 마력을 각성하게 되면 엄청난 고양감을 느낀다고 들었다.
하지만 류즈캉은 달랐다.
‘……아직 부족하다.’
마력이 생긴 순간, 그가 느낀 감각은 놀랍게도 ‘허전함’이었다.
사람이 너무 굶주리게 되면 결국엔 허기조차 느끼지 않게 되는 법.
그런데 누가 갑자기 그 사람의 입안에 빵 한 조각을 먹여 주게 되면, 잔뜩 굶주려 있던 그의 위장은 그것을 계기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지독한 허기를 비로소 깨닫고 마는 것이다.
‘힘을, 힘을 원한다! 보다 강력한 힘을!’
그리고 류즈캉이 느낀 그 강렬한 허기는,
그와 마찬가지로 전생에 국가권력급 헌터였던 토마스 안드레가 느꼈던 굶주림과 정확히 똑같은 감각일 터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류즈캉은 토마스 안드레보다 운이 조금 없었다.
그가 갈구하던 강력한 굶주림을 눈치챈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공허한 마음속을 비집고 찾아왔으니까.
‘……!’
[원한다면 주마. 보다 강력한 힘을.]류즈캉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악마처럼 귓가에서 속삭이는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까.
‘누구냐!’
[이름이 뭔들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네 그릇이 나를 받아들일 만큼 넉넉하다는 것이겠지.]‘……!’
후우욱!
애초에 그 목소리는 류즈캉에게 허락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류즈캉의 공허했던 그릇 안에 외우주에서 넘어온 새로운 힘이 흘러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마음속 굶주림 또한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릇 대가 없는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그러니 기꺼이 복종하라.]‘……!’
그렇게 류즈캉은 각성과 동시에 이타림의 사도로 다시 태어났…….
‘……웃기지 마라!’
하지만 이타림의 신격조차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류즈캉은 일평생 ‘무(武)’의 길을 걸어온 무인이었고.
그것은 평생을 폭력이라는 수단으로 망나니로 살아왔던 토마스 안드레와는 애초에 질이 다른, 일평생 ‘도(道)’를 마음속 중심에 우뚝 세우고 정진해 온 도인의 고집이었다.
‘신 따윈 믿지 않는다! 내 정신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
[……!]몸속 가득히 충만한 힘을 받아들이던 류즈캉은 이를 악물고 그 강요받는 굴종을 가까스로 버텨 냈다.
하지만 이타림의 신격은 한낱 인간 따위의 의지로 감당할 만한 힘이 아니었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너의 신앙을…….]‘닥쳐! 닥쳐라! 네가 누가 됐든 간에! 나는…… 나는!’
류즈캉은 본능적으로 그 위대한 힘 앞에 엎드려 경배를 하고 싶은 욕망을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
악문 입가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고.
하지만 동시에 류즈캉의 얼굴에 치밀어 오른 감정의 정체는 다름 아닌 ‘굴욕감’, 그리고 ‘독선’이었다.
크득!
‘……나는 류즈캉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류즈캉은 결국 이타림의 신격에 오염되지 않았다.
아니, 여전히 시시각각 오염되는 중이었으나 류즈캉은 그 힘을 뿌리치기 위해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일평생 수련해 온 장검 두 자루를 양손에 거머쥐고, 던전에 들어가 마수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장악하려는 이타림의 힘을 쉴 새 없이 밖으로 분출시켰다.
‘태극(太極)’
‘이화접목(移花接木)’
‘유능제강(柔能制剛)’
뭐라 불러도 좋았다.
류즈캉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자신이 평생을 수련해 온 무술에서 답을 찾았다.
물론 앎과 행함이 일치하는 경지는 누구나 도달할 수 없지만, 류즈캉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성공시키고 말았다.
크아아악!
캬아아아악!
그가 걷는 길에 무수한 마수들이 피를 뿜고 죽어 갔다.
류즈캉은 자신에게 흘러드는 이타림의 힘의 방향을 반대로 뒤집어 몸 밖으로 끊임없이 분출시켰다.
길드?
자신을 존경하고 따르는 세력?
그딴 걸 챙길 정신은 없었다.
그렇게 꼬박 2년.
그 시간 동안 류즈캉은 그야말로 미친 사람처럼 쉴 새 없이 드넓은 중국 전역을 떠돌며 마수들을 향해서 이타림의 힘을 배출시켰다.
그 안에 담긴 압도적인 신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밖으로 튕겨 냈다.
잠자는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조차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는 순간을 노리고 있는 심마와 싸워야 했다.
철저한 외길.
지독한 독심.
그 과정에서 그가 10억 중국 인민들의 진심 어린 존경과 지지를 받고, 6성급 헌터라는 허울 좋은 위명까지 얻게 되었으나, 정작 당사자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까.
‘내 마음을 지배하려는 심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리라!’
……그렇게 류즈캉은.
마수들이 많은 곳을 찾아서 정처 없이 방랑하는 괴인이 되어 있었다.
특히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던전보다는, 위험하게 방치된 필드형 던전이 마음껏 날뛸 수 있어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싸움터였다.
비록 그곳이 국경선을 넘어 다른 나라에 존재할지라도.
‘싯다르트 밧찬이 투입되었는데도 여전히 공략을 못한 필드가 있다고?’
……류즈캉은 기꺼이 국경을 넘었다.
인도의 S급 헌터조차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록타크 필드’에 들어서고 만 것이다.
-류즈캉이 단신으로 인도 국경을 침략했다!
-아니, 어째서-!
당연히 그 여파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익히 그의 방랑벽을 알고 있던 중국 정부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왔었다.
류즈캉이 사냥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근처에 있는 다음 사냥터를 찾아다 주고, 그 외 모든 편의를 봐준 것이다.
어차피 넓은 중국 대륙에 사냥터는 셀 수 없이 많았고, 류즈캉이 자신의 모든 마력이 동날 때까지 정신없이 싸울 수 있는 필드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막지 못했다.
-류즈캉이 결국 국경선을 넘었다!
-대체 왜 그를 막지 못한 것인가!
-중국의 6성급 헌터가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텐데!
-외교적인 문제로 번진다는 말이다!
중국 여론이 들끓었다.
그가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모습을 본 사람들도 많았기에, 그 사실은 순식간에 인도 정부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엔 인도의 여론도 불이 붙었다.
-중국 최강의 헌터가 인도를 침략했다고?!
-설마 중국은 인도와 전쟁을 벌일 생각인가!
-처음부터 이걸 노린 중국의 음모가 틀림없다!
-하필이면 류즈캉이 가는 길 끝에 싯다르트 밧찬이 있는 필드가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설마 류즈캉은 마수들을 학살하는 것이 지겨워서 싯다르트 밧찬을 노리는 건가!
-중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인도를 침략한 류즈캉을……!
사실 이런 사태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았던 상황이었다.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간혹 생각 없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인도를 점령하자는 헛소리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극소수였다.
특히나 국경선 앞에서 그의 행보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던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류즈캉, 일평생 무도의 길을 걸어온 그 고집스러운 노인네는 도저히 설득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국경을 지키고 있던 직원들에 의해 녹화된 류즈캉의 발언을 인터넷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머리들은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건가? 내가 직접 떼 주랴?
오싹.
류즈캉의 한마디에, 그가 국경선을 넘으려는 것을 막으려던 중국 헌터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자신들의 목을 감췄다.
-그 싯다르트 밧찬도 애를 먹고 있는 록타크 필드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위는 우리 중국이지.
그렇다.
류즈캉에게도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국경을 넘기 전, 그는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에게 똑똑히 전해라! 나 류즈캉은 싯다르트 밧찬이 막지 못한 사고를 막아 낼 자신이 없어서, 지금부터 그를 도우러 가겠노라고. 그게 불만이면 본인들이 직접 마수를 잡으러…….
물론 그것은 뻔한 변명이었고 핑계였다.
류즈캉은 그저 싯다르트 밧찬이 애를 먹고 있을 정도의 필드에 들어가서 마음껏 날뛰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이제 한계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티고 버텼으나, 그는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어서 빨리 더욱 강한 마수들을 찾아, 시시각각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려는 사특한 힘을 전부 쏟아 내지 않으면…….
‘진짜 먹히고 만다.’
그렇게 결국…….
류즈캉은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 상대를.
그건 바로 불길하고 시꺼먼 증기가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사특한 악령.
“으하하! 이렇게나 강한 마수가 있었다니!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그리드를.
[소군주님! 이놈 눈이 돌았습니다! 이타림의 사도가 확실합니다!]그와 접전을 벌이던 그리드가 뒤늦게 도착한 수호를 향해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던 류즈캉과 수호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류즈캉이 수호를 노려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네놈, 이 악령과 무슨 관계냐.”
“…….”
큰일 났군.
그 살기등등한 목소리에 수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중국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