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08화(209/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08화
알리 핫산, 30세.
그는 원래 임팔의 뒷골목에서 빌어먹던 거지 출신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인샬라!
거지였던 그는 대격변과 동시에 갑자기 B급 헌터로 각성하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임팔을 대표하는 임팔 길드의 마스터 알리 핫산이 되어 있었다.
물론 요즘도 가끔 거지였던 시절의 악몽을 꾸곤 하지만, 눈을 뜨면 거짓말처럼 행복해진 현실로 돌아오는 행복을 누리고 있는 알리 핫산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끔찍했던 거지 시절을 통틀어서, 어쩐지 오늘 하루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나긴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고 있었다.
“리오 싱, 통역을 부탁해.”
“아이고, 나마스테. 수고하십니다.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수호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리오 싱.
그는 능숙한 영업사원처럼 알리 핫산에게 다가가 자신의 명함부터 내밀었다.
명함을 확인한 핫산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수라 길드?! 당신들, 아수라 길드에서 나오신 겁니까?”
명함 한가운데 임팔을 점령한 ‘아수라 길드’라는 네이밍이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
이 명함은 그동안 리오 싱을 굳건히 지탱해 준 가문의 영광이자 드높은 프라이드는 개뿔.
쫙쫙!
찢어 버렸다.
“하하. 이딴 건 이제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제 이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습관적으로 내밀었던 자신의 명함을 쿨하게 4등분으로 찢어 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리오 싱.
이유는 당연히 이직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기어코 수호의 허락을 받아 낸 리오 싱은 위풍당당하지만 겸손한 셀럽처럼 두 손을 합장하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다시 인사드리지요. 제 이름은 리오 싱. 전직 아수라 길드의 A급 헌터이자, 현직 우진 길드의 통역사 겸 신입사원인 남자입니다. 조만간 부사장이 될 예정이지만요.”
“……우진 길드요?”
“그런 길드가 있던가?”
그 말에 웅성거리는 임팔 길드의 헌터들.
적어도 인도에서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리오 싱이 자연스레 부연 설명을 했다.
“아아, 당연히 모르실 수 있습니다. 저희 우진 길드는 한국에서 온 길드니까요.”
“한국이요?”
“네. 보시다시피 한국 최강의 길드죠.”
‘한국 최강?!’
마지막 설명과 함께 리오 싱의 시선이 뒤에서 심드렁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류즈캉을 잠시 쳐다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제스처였다.
그리고 그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잠깐 설마……?’
아까부터 갈피를 잃고 있던 핫산의 시선이 류즈캉에게로 향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강력한 경각심이 들었다.
“그, 그럼 저 미친 노인네…… 아니, 류즈캉 님도 우진 길드…….”
“쉿. 그 부분은 대외비라 제가 감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군요. 무슨 말인지 길드장님께서도 이해하시죠? 하하하.”
“흐업?!”
리오 싱이 의뭉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모습은 많은 말을 함축하고 있었다.
그 대외비가 무엇인지 지레짐작한 핫산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지, 진짜로? 류즈캉이 길드에 들어갔다고? 그것도 다른 나라의 길드에?’
맙소사.
진짜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아 버린 기분이었다.
저 미친 노인네가 누구던가!
검귀나찰 류즈캉!
그는 중국의 자랑이자 굳건한 자부심이며, 중국 정부의 극진한 편애를 받고 있는 유일무이한 6성급 헌터였다.
그 류즈캉이 갑자기 특정 길드에 들어갔다니?
그것도 타국의 길드에?
이 사실을 중국 정부도 알고 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중국이 아닌 어떤 나라라도 자국의 대표 헌터를 타국에서 빼돌리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
‘자,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불현듯 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알리 핫산의 시선이 황급히 류즈캉이 아닌 수호 쪽으로 돌아갔다.
‘그럼 이 젊은 놈이 류즈캉을 부하로 거두었다는 말이잖아?! 이 헌터가 대체 누구길래!’
“……?”
귀신이라도 본 듯한 핫산의 반응에 수호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간단한 아랍어 회화 정도는 가능했던 류즈캉이 뒤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리오 싱을 쳐다봤다.
“이봐, 내가 언제 우진 길드에 들어가겠다고 했…….”
“아이고, 어르신! 하하하!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하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이러는 편이 일하기는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대놓고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하겠다는 리오 싱의 태도에 류즈캉은 혀를 찼다.
“뱀 같은 사내로군. 자네는 헌터보단 정치가가 더 어울리겠어.”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그만큼 일을 잘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니, 반대다. 내 이름값을 이용할 거라면, 방법이 틀렸어.”
“예?”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류즈캉이 갑자기 팔짱을 풀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의 기세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
“……?!”
핫산을 포함한 임팔 길드의 모든 헌터들은 마치 거인을 앞에 둔 것 같은 기분으로 덜덜 떨며 류즈캉을 올려다봤다.
이런 대접이 익숙한 류즈캉은 입가에 더없이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명령했다.
“나 류즈캉이 묻겠다. 대답하기 싫은 놈들은 지금 나서도록. 단, 그 만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거야.”
……!
어째서일까.
저 말을 듣는 순간 목이 서늘해진 기분이 드는 것은.
그렇다.
리오 싱은 잠시 잊고 있었다.
류즈캉이라는 이름값의 진정한 의미를.
그는…… 비단 전투력뿐만 아니라 저 특유의 지랄 맞은 성격마저도 토마스 안드레급.
지금까지 그가 마음먹은 일은 중국 정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사형 선고에 가까운 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네놈들이 이 땅에서 행한 모든 일을 고하거라. 설령 그 말에 거짓이 있다면…….”
하지만 이곳엔 류즈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득 류즈캉이 말을 멈추곤 옆에 있는 수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아니, 설령 그 말에 거짓이 있다 한들 상관없다. 어차피 너희는 죽고 나서라도 결국엔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싹.
류즈캉이 뿜어내는 ‘진심’이 담긴 살기에 헌터들의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젖어 들었다.
그들도 보고 만 것이다.
류즈캉이 짧게 응시했던 수호.
그의 발밑을 따라 길게 이어진 검은 그림자를.
아아아아아-
그 너머 깊은 심연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악령들이 애절한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
알리 핫산을 심문한 결과, 수호는 아수라 길드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싯다르트 밧찬이라도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외신교도 아니었을 줄이야.”
[이놈들은 전부 무지몽매한 심부름꾼에 불과한 것 같나이다.]수호가 거둔 그림자 보병들은 이곳에서 ‘변이체 8호’로 실험당했던 피해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안내를 받아 막상 이곳에 쳐들어왔더니, 의외로 임팔 길드는 평범한 곳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수라 길드는 그동안 임팔에서 활동하던 영세 길드들을 전부 수족처럼 부려 왔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하청 업체 개념이긴 한데, 사실상 무보수 심부름꾼에 불과하죠.”
“도시를 위한다는 숭고한 명분이 그놈들에게 있으니, 저희로서는 그놈들이 시키는 일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임팔 길드가 아수라 길드의 명령에 따랐던 대표적인 일이 바로 스타더스트, 즉 별가루 목걸이를 도시의 시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시민들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고, 그 몸값 비싼 아수라 길드원들이 직접 움직이는 건 마진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 일대의 모든 헌터들을 수족처럼 부려 먹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눈치를 보며 수호의 모든 의문에 앞다투어 대답하던 임팔 길드원들 가운데 알리 핫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봐도 스타더스트가 100퍼센트 효과가 있는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죠.”
“그게 무슨 말이지?”
“제가 사실 길바닥 출신이다 보니, 빈민가 쪽은 빠삭한 편입니다. 그런데 스타더스트를 받아 간 거지들 중 상당수가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 말에 수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사람들이 실종됐다고?”
“예. 물론 거지들이 안 보이면 시청에서야 오히려 좋아하지만, 저는 조금 신경 쓰이더라고요. 스타더스트에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다거나…….”
두서없이 대답을 늘어놓던 알리 핫산은 문득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어째선지 아까부터 줄곧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악령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익었다.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수호는 생각이 달랐다.
그림자 보병들은 등급이 낮아서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눈치챈 것이다.
“빈민들을 몰래 납치해서 실험한 건가. 그리고 나를 여기로 안내한 이유는…….”
[이자가 같은 빈민가 출신이라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나이다.]“그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아수라 길드의 하청을 받은 다른 길드들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뒤,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일단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군.”
그리고 자신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류즈캉과 리오 싱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싯다르트 밧찬을 만나기 전에 아수라 길드의 계획이 뭔지부터 정확히 알아내야겠습니다.”
“그 말은?”
“지금부터 임팔에서 활동하는 모든 헌터 길드를 칩니다.”
씨익.
그 말에 류즈캉이 두 주먹을 뚜둑거리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뭐, 그 정도면 각자 흩어져서 움직여도 되겠군. 혹시 반항할 경우에 죽여도 되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대신 시체만 남겨 두십쇼.”
“그러지.”
리오 싱은 자신의 통역을 사이에 두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두 남자의 모습에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오늘.
임팔이라는 도시에 두 명의 악몽이 찾아왔다.
***
솨아아아아-
‘……비가 오네.’
그늘진 골목길.
습한 공기로 가득 찬 임팔의 뒷거리로 발을 들인 작은 소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축축한 빗물에 옷이 젖고 있었지만 피할 생각도, 기력도 없었다.
아니, 차라리 잘됐다.
쫓기는 입장에선 이만한 호재도 없었으니까.
‘……빗물이 내 피 냄새를 지워 줄 거야.’
평생을 신을 원망하며 살았었는데,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 틈에 조금이라도 멀리…….’
소년은 축 늘어진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다친 상처에서 눈물이 날 만큼 고통이 올라왔지만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 냈다.
‘신이시여…… 제발…….’
소년은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게 기도했다.
‘제발 도와 주세요…….’
아니, 신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살려 주세요.
그렇게 소년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어두운 골목길로 천천히 사라졌다.
하지만 곧이어.
첨벙.
파충류를 닮은 흉측한 발들이 빗물이 고인 물웅덩이를 밟으며 골목길에 들어섰다.
그들은 코를 킁킁대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쪽에서 흔적이 끊겼군.”
“운이 좋은 놈이군. 비 때문에 피 냄새가 흐려졌다.”
콰르릉!
때마침 천둥이 번쩍이며, 후드를 깊게 눌러쓴 그들의 얼굴이 잠깐이나마 겉으로 드러났다.
리자드맨.
아니, 그보다는 어딘가 사람을 닮은 듯한 혼종.
그들의 입꼬리가 길게 갈라지며, 흉측한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아직 멀리 못 갔을 거다. 찾아라.”
[찾았다.]“찾았…… 뭐?”
갑자기 들린 목소리를 따라 그들의 고개가 무심결에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곳엔…….
어두운 골목길의 벽을 따라 드리워진, 더없이 사악한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보며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