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0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09화(210/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09화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최고의 사치는 기부다!’
그런 면에서 알리 핫산은 상당히 사치스러운 사람에 속했다.
빈민가에서 자란 거렁뱅이 출신 알리 핫산은 각성한 뒤에도 틈만 나면 빈민가를 방문하곤 했다.
‘와하하! 내가 또 왔다! 이 거지 새끼들아!’
빈손으로 간 건 아니다.
갈 때마다 빵을 한 트럭 가득 채워 갔다.
그리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거지 새끼들을 향해 트럭 위에서 사방팔방 빵을 뿌려 대며 한껏 으스댔다.
‘어이, 봤냐! 내가 이 정도라고! 이거나 먹어라, 이놈들아! 으하하하!’
선행?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런 어려운 단어는 배운 적도 없다.
자신은 그저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 고작 그런 이유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깟 빵조각 따위, 몇 트럭을 플렉스 해도 헌터가 던전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간에 기별도 안 갔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자랑을 하더라도, 핫산이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식량은 주되, 돈은 주지 않을 것.
‘그랬다간 서로 뺏겠다며 아귀다툼만 일어나지. 소문을 듣고 다른 동네 깡패들도 몰려들 테고.’
그러니까 딱 아슬아슬하게 배를 주리지 않을 만큼만.
내일의 굶주림이 오늘 저녁부터 무섭지 않을 만큼만.
누구보다 빈민가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던 핫산은 그 적정선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느 날부턴가 빈민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빵이 점점 남아돈다.
핫산이 그 사실을 눈치챘을 땐 이미 거지들 상당수가 실종된 상태였다.
“……그게 진짜 실종인지, 혹은 운 나쁘게 뒷거리를 배회하던 마수들에게 잡아먹힌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유를 확인한 것 같군.”
콰직!
“크르륵……!”
리오 싱의 통역을 사이에 두고 설명을 하고 있던 핫산은 마른침을 삼키고 앞을 봤다.
그 앞에 곤죽이 된 용인족들이 꼴사납게 진흙탕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져 있었다.
빈민가의 뒷골목에서 베르가 발견한 놈들.
수호는 그들의 머리통을 발로 짓밟은 채 서늘한 시선으로 놈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묻겠다. 너희는 누구냐.”
“크르륵…….”
파충류를 닮은 눈동자가 비굴한 표정으로 수호의 눈치를 살폈다.
도마뱀과 인간이 섞인 생김새.
몸에 이식된 큼직한 별조각들.
굳이 번거롭게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수호의 시야에는 놈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변이체 13호] [변이체 13호]“13호 정도 되면 말도 할 수 있는 건가. 역시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군.”
“쯧.”
수호의 말에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던 안타레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놈들을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그레이의 피를 먹고 늑대인간이 되었던 인간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립니다.]“그래.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네.”
콰직.
수호는 변이체들의 머리를 밟고 있던 발에 더욱 힘을 주며, 놈들에게 질문했다.
“리오 싱, 통역해. 네놈들은 외신교인가?”
“크르륵! 모른다!”
“그동안 사람들을 잡아간 곳이 어디냐.”
“몰라!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표독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는 놈들의 눈에서 푸른 귀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전직 외신교의 사제인 아이언과 전직 대사제인 그리드가 그것을 알아보고 수호에게 조언했다.
[이미 별조각에 단단히 홀려 있습니다.] [이 정도로 정신이 오염됐으면 죽이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쓸모없는 대화를 중단했다.
“알았다. 그럼 너희 영혼에 대고 직접 물어보마.”
콰직!
수호는 주저 없이 놈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고, 곧장 놈들의 그림자를 병사로 추출했다.
“본거지로 안내해라.”
* * *
그림자 병사가 된 놈들은 순순히 수호 일행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안내했다.
“쿠베라 길드?”
수호의 뒤를 따르던 알리 핫산이 이곳을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는 곳인가?”
“그냥 이름만 알고 있습니다. 인원이 10명 남짓한 영세 길드입니다.”
핫산의 설명에 따르면, 임팔에서 활동하는 길드의 숫자는 총 17개.
그중 유일한 중형 길드인 임팔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길드들은 모두 길드원의 숫자가 10명 남짓할 정도의 영세 길드들이었다.
물론 단순히 길드원의 숫자만으로 길드의 전력을 가늠할 수는 없었다.
수호가 이끄는 우진 길드처럼 길드장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거나.
길드원들 개개인이 일당백처럼 뛰어난 소수 정예 길드도 허다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수호 일행의 전력이 밀릴 가능성은 전무했다.
쾅!
굳이 문을 열 것도 없이 다짜고짜 벽을 박살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 누구냐!”
“…….”
안에 있던 변이체들이 깜짝 놀라 전투태세를 갖추는 동안에도 수호 일행의 시선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아이고, 세상에.”
핫산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감옥.
아니, 닭장.
어설픈 쇠창살로 칸칸이 만들어진 비좁은 감옥들을 따라, 몸을 웅크린 비루한 거지들이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는 강제로 이식된 것처럼 보이는 별조각들이…….
키에에엑……!
실험실에 갇혀 피부 곳곳이 파충류처럼 변이되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한 순간.
뚝.
수호의 안에서 감정 하나가 사라졌다.
“하르마칸.”
[예, 주인님.]“죽여라.”
화아아악-
[하르마칸이 인스턴스 던전을 발동합니다.]하르마칸은 그 즉시 쿠베라 길드의 헌터들을 몰살시키고, 수호의 경험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수호의 눈치를 살피며, 감금되어 있던 사람들의 상태를 점검한 뒤 수호에게 보고했다.
[다행히 아직 별조각이 제대로 이식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제가 회복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다행이군.”
하지만 수호의 굳은 표정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핫산이 빈민가에서 사라진 사람들에 비해 이곳에 잡혀 있던 이들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말한 것이다.
“분명 다른 영세 길드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나마 우리 임팔 길드는 중형 길드라 따로 활동하고 있지만, 나머지 영세 길드들은 진즉 아수라 길드의 밑으로 들어간 지 오래입니다.”
“시간이 없군.”
이 모든 참상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류즈캉의 눈빛이 고요히 이글거리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이렇게도 불쾌한 이유는, 아마도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때는 최소한의 낭만이라는 게 있었다.
길드 간의 경쟁은 치열했으나, 그래도 온 인류가 힘을 합쳐 마수들과 맞서 싸운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추잡하구나. 인간이 같은 인간을 실험하고, 마수로 만들고 있다니. 우리 때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다.”
류즈캉이 칼을 뽑았다.
* * *
쾅!
“누구냐!”
“류, 류즈캉?!”
임팔의 또 다른 영세 길드, 라마 길드의 헌터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들이닥친 불한당의 얼굴을 확인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묻겠다. 너희는 외신교인가?”
“……그게 무슨?”
“대답이 늦군. 팔 한쪽이 없어지면 대답이 빨라질까?”
스르릉.
“……!”
‘지, 진짜 류즈캉이다!’
류즈캉이 두 자루의 장검을 뽑아 드는 모습에 라마 길드의 헌터들은 무심결에 서로의 눈을 쳐다본 뒤, 짠 것처럼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뒤로 도마뱀을 닮은 징그러운 꼬리가 길게 빠져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류즈캉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보단 다리가 낫겠군.”
번쩍!
“끄아악……!”
“내, 내 다리……!”
주저 없이 휘두른 검기에 도망치던 헌터들의 두 다리가 뎅겅 잘려 나갔다.
피가 솟구쳤다.
푸른 피.
이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류즈캉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이들을 내버려 두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 헌터들을 쫓아 달려 나갔다.
* * *
무자비한 손속을 보이는 류즈캉과는 달리, 에실은 비교적 신사적이었다.
똑똑.
“실례합니다. 여기가 혹시 찬드라 길드인가요?”
악마들은 의념을 알아듣고 대화가 가능한 종족이었고,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단순히 언어가 통한다고 해서, 반드시 순조로운 대화가 이뤄질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나타난 헌터가 경계심 섞인 눈빛으로 에실의 위아래를 훑어 내렸다.
“예, 맞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럼 혹시 이곳에서 빈민들을 납치한 적이 있느냐.”
“……왜 갑자기 반말?”
“그 목걸이.”
고오오오오오!
이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별가루의 주재료는 악마의 피.
헌터들의 목에 걸린 별가루 목걸이를 확인한 에실의 전신에서 고고한 악마 귀족의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목걸이를 스스로 벗어 보거라. 그러지 못할 시 외신교라 판단하겠다.”
“……외신교?”
“아니면 이타림 개새끼라고 해 보든가.”
히죽.
에실에게서 ‘외신교’라는 말이 튀어나온 순간, 이미 헌터들의 눈빛은 사납게 물들어 있었다.
파충류 같은 동공을 띄며.
“네년은 누구냐!”
갑자기 살기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헌터들을 보며 에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여도 되겠군.”
푹! 푹! 푹!
류즈캉이 무자비한 검귀라면, 에실은 악마였다.
그것도 매우 순수한 혈통의 진짜배기 악마.
“끄아악!”
“사, 살려……!”
푹! 푹! 푹! 푹!
에실은 반항하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자신을 따라온 그림자 병사들에게 그들의 시체를 넘겨주었다.
“수호에게 보내.”
그리고 고개를 돌려, 놈들의 아지트 구석에 숨겨져 있던 비밀 공간을 바라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여기에도 실험당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르마칸에게 전해. 최대한 빨리.”
* * *
속전속결.
고작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수호 일행이 임팔에서 활동하는 모든 영세 길드들을 탈탈 털고, 외신교가 된 헌터들을 모조리 소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 과정에서 반항하는 놈들은 가차 없이 죽이고, 죽인 뒤에는 그림자 병사로 만들어 숨겨진 아지트까지 속속들이 찾아냈다.
그리고 그곳에 갇혀 실험을 당하고 있던 사람들을 전부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부턴 하르마칸의 역할이 중요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던 사람들은 대부분 별조각을 무리 없이 몸에서 제거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를 하르마칸이 설명했다.
[애초에 실험 자체가 용혈과 별조각에 몸을 적응시키는 과정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적응이 끝나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요.]그리고 일단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가둘 필요가 없었다.
[실패하면 처음 발견했던 변이체 8호처럼 이성이 붕괴된 마수가 되고, 도시 밖에 버려지게 되는 겁니다.]“그리고 성공하면 지금 이놈들처럼 되는 건가?”
……!
사람들을 구하느라 너무 대놓고 소란을 떨어 댄 탓일까.
어느새 수호 일행은 셀 수 없이 많은 용인족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이렇게 많은 놈들이 다 어디 숨어 있던 거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며 중얼거리는 류즈캉과 에실의 말에 수호가 눈을 번뜩이며 앞을 노려봤다.
뻔하지 않은가.
별조각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이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
“공허.”
아무래도 이 도시 어딘가에 공허 게이트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