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1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10화(211/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10화
임팔의 뒷거리.
도심의 화려함을 등지고 그늘진 뒷골목을 걷노라면, 그 너머 언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낡아빠진 판자촌이 있었다.
그런 그곳에 몇 년 전 사업가들의 관심이 몰리며 새로운 간판이 붙게 되었다.
[재개발 예정지]이제 이 초라한 뒷골목은 통째로 저 화려한 앞거리처럼 천지개벽이 예정된 금싸라기 땅이 된 것이다.
다만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이곳에 살고 있던 빈민들은 터전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곳에 살고 있던 이들은 시위를 이어 나갔고, 정부와 사업가들은 그들을 어르고 달래거나, 혹은 협박까지 불사하며 그들을 쫓아냈다.
그것이 불과 3년 전.
이제는 재개발만 이루어지면 끝이었으나, 아무리 뛰어난 사업가들이라도 ‘대격변’이라는 범세계적 천재지변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다.
임팔이란 도시가 하루아침에 필드형 던전으로 전락한 이후.
결국 지난하고 웅대했던 투자자들의 계획은 전면 딜레이되고 말았다.
물론 사업가들은 이 사태를 얌전히 손 놓고 지켜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서는 대체 언제 공략이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초대형 필드.
이곳의 공략을 막연히 임팔의 헌터들만 믿고 기다리기엔 사업가들에겐 시간이 곧 돈이었다.
결국 사업가들은 한뜻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인도 최강의 전력인 아수라 길드에게 의뢰를 맡겨, 한시라도 빨리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오히려 싸게 먹히리라 판단 내린 것이다.
그리고 싯다르트 밧찬은 그들의 초청에 기꺼이 응했다.
표면적으론 가엾은 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풋이 큰 만큼 아웃풋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싯다르트 밧찬이 공략에 투입된 순간, 록타크 필드의 수많은 게이트 중 하나가 순식간에 공략되었으니까.
‘……딱 거기까진 좋았지.’
사업가들과 싯다르트 밧찬의 거래를 사이에서 중개해 주었던 마니푸르주의 주지사 ‘마누 키잘’은 지금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짤그락.
지금까진 이렇게 목에 걸린 스타더스트 목걸이를 만지면 마음이 평안해지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느낌이 달랐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싯다르트 밧찬은 그 처음의 공략을 끝으로, 나머지 던전들을 전혀 공략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길드원들을 이끌고 게이트를 들락거리곤 했지만, 그 목적이 공략이 아님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실험을 하는 건지…….’
마누 카잘은 구체적인 목적까진 알지 못했으나, 싯다르트 밧찬이 임팔에서 모종의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악 중이었다.
그 생체 실험의 대상이 임팔의 빈민들이라는 것도.
어차피 지속적으로 사업가들과 재개발을 이어 나가야 하는 주지사로서는 미리 빈민들을 처리해 두는 편이 좋았기에, 마누 키잘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껏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나한테 자질구레한 명령을 내리고 있어. 마치 자기가 주지사라도 되는 양.’
공략이 늦춰져서 사업가들의 원성이 쌓이고 있었지만 그건 어떻게든 감내할 수 있었다.
그보다 그가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건 싯다르트 밧찬이 자신을 대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싯다르트 밧찬의 행동을 눈감아 준 순간부터, 그 또한 공범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싯다르트 밧찬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필드형 던전까지 약속대로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짤그락.
순간 그가 만지작거리던 목걸이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불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뭐, 결과적으로 싯다르트 밧찬 님이 하시는 일들이 딱히 나한테 나쁜 일은 아니기도 하니까.’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스며들며,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지. 생체 실험을 통해 비밀리의 군대를 양성하시는 이유가 록타크 필드를 시작으로, 마니푸르주를 인도에서 독립시키려는 것일지도. 임팔은 그 독립 국가의 수도가 되는 거고.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야 뻔했다.
‘왕’
순간 마누 키잘의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싯다르트 밧찬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무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결코 정치가는 아니었다.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정치가가 필요한 법.
‘결국 정치는 내가 맡을 테고, 그분은 국방을…….’
즉, 싯다르트 밧찬의 목적이 성공한다면, 자신은 고작 주지사가 아닌 독립 국가의 수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 봐야 지배하는 땅은 똑같다곤 해도, 투표로 뽑히는 주지사와 한 나라의 국왕이 갖는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마누 키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서 푸른 귀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자신의 시야 저 멀리, 임팔에 오늘 갑자기 쳐들어와서 헌터들을 사냥하고 있는 외적들이 저 앞에 있었다.
‘침략자는 죽여야지.’
우리의 원대한 목표를 위하여.
씨익.
마치 지성을 상실한 것처럼 망상을 이어 나가던 마누 키잘의 입에서 결국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단이 흘러나왔다.
“하. 중국의 류즈캉이 국경을 넘어 임팔에 쳐들어왔다고? 모든 총력을 다해 그와 그의 부하들을 죽여라!”
아무리 류즈캉이 6성급 헌터라도, 그 또한 결국 피가 흐르는 인간 아닌가.
지칠 때까지 계속 몰아붙이면 언젠간 죽을 터!
“오히려 우리 손으로 류즈캉을 죽였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진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독립 국가로서 인정을 받을 것이다!”
마누 키잘은 결국 임팔의 길드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류즈캉 일당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들이 사냥한 헌터들 따위는 어차피 미완성 실험체들에 불과했다.
운 좋게 자아가 붕괴되진 않았으나, 용혈을 고작 몇 방울밖에 흡수하지 못한 반쪽짜리 변이체들!
하지만 천하의 류즈캉이라도 완성된 용인족 군단을 상대로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터!
“놈들을 죽여라!”
크아아아아아!
* * *
수호 일행은 베르가 뒷골목에서 주워(?) 온 거지 꼬마를 치료해 주며 이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싯다르트 밧찬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저는 계속 철창에 갇혀 있어서 몰라요. 던전들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정도밖에요.”
묻는 말에 대답하는 내내 소년은 힐링 포션의 효과로 점점 상처가 회복되는 기적을 맛보고 있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로서는 그야말로 신의 은총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주인님, 별조각을 제거했습니다.]마침 하르마칸의 시술도 끝나서, 소년은 완벽히 실험당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이 소년을 치료한 하르마칸은 이 작은 소년 하나를 이토록 헌터들이 쫓는 이유를 알아냈다.
[이 어린 인간의 체질이, 지금까지 구한 실험체들보다 유독 용혈에 적성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아끼던 실험체였다는 말이군.”
[예. 이대로 계속 갇혀 있었다면 성공적으로 저런 모습으로 변했겠지요.]“…….”
그 말에 수호는 시선을 돌려 갑자기 자신들을 노리고 몰려든 변이체들을 쳐다봤다.
하나하나가 최소 C급, B급, 어쩌면 그 이상의 기운까지도 뿜어내고 있는 용인족들.
그 숫자가 무려 수백.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진짜 수천 마리가 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무서운 점은 숫자가 아닌, 이놈들이 단순히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마수들과는 달리 아이스 엘프들처럼 지성을 갖췄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나라 하나는 전복시키고도 남을 전력이군. 싯다르트, 이놈이 대체 무슨 짓을…….”
류즈캉은 혀를 찼다.
이 정도면 빌런들로만 이루어진 대형 길드인 셈 아닌가.
이 용인족들이 인간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끔찍하고 파멸적인 단체였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상황이 더없이 흐뭇한 광경이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입맛을 다십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이들의 몸에서 용혈을 흡수하면 라그나의 마력량이 늘어날 거라고 주장합니다.]그리고 레벨업도 말이지.
안타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파멸의 군주가 되기 위한 전직 퀘스트.
그 1차 목표인 100레벨을 찍는 것이 어쩌면 오늘 안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수호는 덤벼드는 용인족들을 바라보며, 뿔뿔이 흩어져서 공허 게이트를 찾고 있던 모든 병사들을 자신의 그림자로 불러들였다.
“일어나라.”
그 순간, 수호의 그림자 위에서 몸을 일으킨 그림자 병사들!
슈와아아아악!
그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기세가 전장을 압도했다.
그 엄청난 모습을 목도한 류즈캉은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지금까지 내가 본 소환수들이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자신이 직접 검을 맞대 본 그리드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병사들이 뿜어내는 기세도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꿀꺽.
류즈캉의 목울대가 꿀렁거리며 마른침이 삼켜졌다.
다른 무엇보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수호의 소환수들의 진정한 무서움을.
이들은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무한히 재생하는 불사의 군단이었다.
‘실로 무서운 능력이군.’
류즈캉은 전생에서 성진우를 만난 적은 있어도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목격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본능적으로 수호의 뒷모습에서 성진우의 모습을 좇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성진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군.’
심지어 몰려드는 적들에 비해 수적 열세도 현격했다.
현재 수호의 병력은 고작 50기.
저장된 병사들과 여기까지 오면서 영입한 인스턴트 용병들을 전부 합친 최대 병력이었다.
심지어 이 안에는 복수를 위해 스스로 병사가 된 평범한 그림자 보병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에 시시각각 많아지는 적들의 물량은 20배, 혹은 30배 그 이상의 전력 차.
거기에 이 뒤에 도사리고 있을 싯다르트 밧찬이 외우주의 신격을 통해 얼마나 강해졌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쉽게 승산을 짐작할 수 없었다.
적어도 류즈캉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씨익.
“부족한 전력은 보충하면 되지.”
[추출 가능한 그림자 수 : 50/100] [저장 가능한 그림자 수 : 8/10]“내가 그동안 지능에 좀 투자를 해 놨거든.”
그리고 또 하나.
약한 병사들은 강화시키면 그만이다.
“하르마칸! 그림자 보병들을 강화시켜!”
[예! 데스나이트의 갑옷을 사용하겠습니다!]과거 하르마칸이 악령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던 악령의 갑옷이 소환되었다.
그림자 보병들은 기꺼이 그 갑옷을 착용했고.
크아아아아아!
데스나이트로 거듭난 원혼들은 갑옷 안에서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원한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실험을 자행했던 용인족들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 순간.
수호의 그림자가 사방을 검게 물들였다.
[‘스킬 : 군주의 영역’을 사용합니다.]후와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
그의 그림자 위에서 모든 병사들이 끓어오르는 전율에 몸을 맡기고 포효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르마칸이 ‘스킬 : 피해 증폭’을 사용합니다.] [하르마칸이 ‘스킬 : 고통의 가시’를 사용합니다.] [저주를 받은 이들이 받는 피해를 증가시킵니다.] [보통의 공격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림자 병사들이 받는 모든 고통과 피해를 공격한 대상과 공유합니다.]그 결과는 가히 파멸적.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광소를 터뜨립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라그나를 재촉합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혹한의 눈보라’를…….]“……이것이 성진우의 아들인가.”
류즈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한 명 더.
저 멀리 높은 건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 참상을 지켜보고 있던 주지사, 마누 키잘 또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저, 저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인가.
자신의 도시가…… 악령들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뒤를 돌아 어디론가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