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1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11화(212/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11화
[변이체 17호] [변이체 26호] [변이체 31호]…….
아수라 길드는 그동안 수많은 실험을 해 왔다.
실패도 많았지만 그만큼의 성과도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저 강화된 인간들, 용인족 군단이었다.
“헉헉……!”
마누 키잘은 허겁지겁 도망치는 중에도 혼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아수라 길드가 심혈을 들여 개발한 용인족 군단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 전황은 여전히 이쪽이 우세했다.
그런데 뭘까 저건.
‘대체 왜!
일이 단단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크하하하하하하! 고작 이 정도냐!]‘왜 안 죽는 거냐고!’
대체 저게 뭔 괴물들인가.
저들은 사지가 찢겨도.
몸의 반쪽이 뜯겨 나가도.
하물며 목이 통째로 짓뭉개져도!
고작 수십 마리밖에 안 되는 저쪽의 소환수들이 도무지 죽지를 않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불사의 군대라니! 대체 어디서 저딴 놈들이 튀어나온 거냔 말이다!’
심지어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어나라!
크아아아아아아!
‘저 망할 놈의 사령술사! 무슨 저런 사기적인 스킬이 다 있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류즈캉이 문제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 젊은 놈이 가장 문제였을 줄이야!
-일어나라!
키아아아아아!
저 사령술사의 명령 한 번에, 용인족들의 사체에서 검은 증기로 이루어진 영혼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는 광경은 소름 그 자체였다.
“으아아! 저게 진짜 뭐냐고-!”
꿈이라면 이렇게 지독한 악몽도 없을 것이다.
저쪽은 불사인데, 이쪽은 죽으면 바로 저쪽 편이 된다니.
적들이 복사가 된다니!
이딴 치사하고 편파적인 전투가 대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냐는 말이다!
‘안 좋다! 이런 흐름이라면 필패야!’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누 키잘은 본디 유능한 사람이었고, 이 난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판을 뒤엎는다!’
마력 불변의 원칙!
이 세상에 진짜 불사의 군단이라는 게 존재할 리 없었다!
압도적인 위력으로 부활할 틈도 없이 일격에 소멸시키면 더 이상 부활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건 무조건 싯다르트 님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저들이 지금 원하는 것도 분명 그것이겠지!’
마누 키잘은 명석한 지능으로 저들의 계책을 한눈에 파악했다.
‘저 짜증 나는 사령술사가 전황을 어지럽히고, 싯다르트 님을 불러내려는 술책이다. 그 대응책으로 류즈캉이 있는 것이겠고!’
그렇다.
어쩌면 이번 일은 중국이 인도를 침략하기 위해 벌인 계획의 시작일지도 몰랐다.
‘중국의 류즈캉과 인도의 싯다르트 밧찬. 둘 중 누가 더 강한가의 화두는 언제나 있어 왔지.’
물론 미 헌터관리국에서 만든 헌터 랭킹에서 싯다르트 밧찬은 류즈캉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싯다르트 밧찬의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는 마누 키잘은 그 헌터 랭킹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하. 중국의 류즈캉? 세상 사람들은 철저히 속고 있다! 싯다르트 님은 이미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벽마저도 초월한 분이시란 말이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도망치고 있던 마누 키잘의 두 눈은 어느새 푸른 귀기로 완벽히 물들어 있었다.
외적의 침입 때문인지, 다른 영향인지, 최근까지도 신경 쓰고 있던 싯다르트 밧찬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진 뒤였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선 새로운 감정은 맹목적인 충성심.
‘싯다르트 님은…… 위대한 신의 사도시니까!’
우뚝.
어느새 마누 키잘의 걸음이 불길하게 일렁이는 균열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용인족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서 싯다르트 님을 모셔 와라! 중국이 쳐들어왔다!”
“마스터께선 바쁘시다. 사소한 일은 네 선에서 해결하라 했을 텐데?”
예리하게 빛나는 용인족들의 눈빛에 압도당한 마누 키잘이 주춤거렸다.
하지만 퍼뜩 사태의 심각성을 되새기며 다시금 소리쳤다.
“이익! 류즈캉이 나타났단 말이다! 싯다르트 님께서 직접 나서지 않으면 임팔을 눈 뜨고 빼앗기게 된다!”
“……류즈캉?”
인간일 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용인족들은 그 이름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라. 마스터께 보고드리고 오겠다.”
“아니,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 내가 직접 만나 뵙고 설명드리겠다!”
“하. 너 따위가?”
용인족들은 마누 키잘이 억지로 게이트를 밟으려고 하는 모습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서라. 지금 네놈이 이 안에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린다. 마스터께선 지금 배가 많이 고프시거든.”
오싹.
그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님을 깨달은 마누 키잘은 주춤거렸다.
“배, 배가 고프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식량은 충분할 텐데?”
“식량? 키힛.”
“크큭. 제물이겠지.”
돌아오는 비웃음에 마누 키잘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게이트 너머를 쳐다봤다.
“너희는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짓을…….”
콰앙!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인족이 들고 있던 거대한 칼이 그의 발 앞에 내리꽂혔다.
“불경스런 말을 삼가라! 이곳은 위대한 성소(聖所)이니!”
“……히끅.”
“쯧. 아무튼 차분히 기다려라. 이미 내 부하가 마스터를 깨우러 갔으니.”
마누 키잘은 바닥이 갈라진 땅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동시에 방금 들은 말을 곱씹으며 꺼림칙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깨운다니?’
기분 탓일까.
저 말이 단순히 자는 것을 깨운다는 의미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 * *
싯다르트 밧찬이 눈을 떴다.
“……류즈캉?”
“그렇다고 합니다.”
“…….”
용인족의 보고에 싯다르트 밧찬의 눈이 가느다란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인류 최강의 전력이 부하들을 끌고 쳐들어왔다는 말에도 그는 전혀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아무래도 좋다는 반응이었다.
“그리운 이름이군.”
오랜만에 듣는 류즈캉이라는 이름에 그의 새까만 눈동자가 아득하게 침잠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실된 과거의 기억을 곱씹으며, 그의 이름을 추억했다.
7성급 헌터 류즈캉.
한때는 동료였던 사내.
“흐흐. 류즈캉은 정녕 강한 자였지. 그가 없었다면 아무리 나라도 카미쉬에게서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류즈캉은…… 과거의 그와는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
지금의 싯다르트 밧찬은 이미 외우주의 힘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전생의 모든 기억이 돌아온 상태였다.
그리고 그 두 개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충돌한 날의 충격은 여전히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실로 참혹했던 카미쉬와의 전투.
그 후 얻게 된 국가권력급이라는 위대한 칭호.
하지만.
그 10년 뒤에 다시금 지구를 덮친 압도적인 종말은…….
고작 카미쉬 때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의 절망을 그에게 안겨 줬었다.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결국엔 세상이 종말하고 말았던가.
그 끝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통신 장비들이 고장 나는 바람에, 전 세계의 소식들이 철저히 단절되고 말았으니까.
한국의 성진우라는 헌터가 상당히 분전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그 또한 한낱 인간에 불과했으니 결국 죽었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자면, 싯다르트 밧찬은 한창 하늘 찢고 모습을 드러낸 광룡들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고.
어느 순간 기억이 끊기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 세상이 평화로워져 있었다.
-아.
그 엄청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순간.
그는 엄청난 진실을 마주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참혹했던 역사가 모조리 없었던 일이 되었다니.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다니.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그때와 비슷하게 다시금 지구에 게이트가 열리고, 또 그때처럼 마수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소름이 끼쳤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아, 그런 건가.’
이런 혼란한 역사의 반복 속에서, 다시 한번 S급 헌터로 각성하게 된 싯다르트 밧찬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확신한 것이다.
전생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살아가게 된 단 한 명의 헌터인 자신이…….
‘오직 나만이, 이 지구를 구원할 존재로군.’
자신은 선택받은 것이다.
이 세계의 구원자로서.
화아아악-!
그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외우주의 힘을 움켜쥐고 비릿하게 웃었다.
비교해 보면, 전생과 현생의 자신은 크게 상태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때는 지배자라 불리는 신의 사도들에게서 힘을 받아 군주들과 전쟁을 벌였고.
이번 생은 외우주의 신을 섬기는 사도에게서 힘을 받았다.
그 힘의 근원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또다시 국가권력급의 힘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운명.
아니,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것이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저 싸울 뿐.’
그렇다면 누굴 위한 싸움인가?
그야 당연히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싯다르트 밧찬은 본인이 얼마나 전생에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결국 실패했다. 노력이 무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말았지.’
싯다르트 밧찬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과거를 자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눈빛은 푸른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니 이번엔 실패하지 않겠다. 그것이 내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이유일 테니까.’
그래서 싯다르트 밧찬은 선택한 것이었다.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인류를 강화시킨다!’
바야흐로, 전 인류 강화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아무리 지키려 노력해도 약자들은 결국 허망하게 죽고 만다.’
‘한 줌의 마력도 각성하지 못한 가엾은 인간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결국 그들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싯다르트 밧찬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의 몸에 지배자의 힘이 강제로 주입되었듯이.
‘인간들의 몸에 힘을 강제로 주입시키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 과부하는 따를 것이다.
몸이 버티지 못하고 붕괴될 수도 있었다.
천하의 자신도 지배자의 힘을 처음 받고 나서는, 한동안 그 힘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겪지 않았던가.
하지만 인간이란 결국 적응의 동물.
아주 조금씩 적응시키다 보면 언젠간 성공할 게 분명했다.
그 실험 과정에서 소소한 희생이 따를 순 있겠지만, 역사적으로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리고 그의 철저한 계획 아래 수많은 실험이 자행되었고.
뜻밖의 운이 따라 줬다.
아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운이 아니라 위대한 신 이타림의 가르침이었으리라.
‘아아! 이런 곳에 광룡들의 무덤으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니!’
이타림의 인도를 따라, 차원의 틈새를 떠돌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새로운 차원이 나타났고.
그 너머에 방치되어 있던 광룡들의 알이 발견된 순간.
싯다르트 밧찬은 진심에서 우러난 예배를 드렸다.
위대한 신 이타림을 향해.
그리고 기꺼이 그 알들에서 뽑아낸 용혈을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몸속에 주입시켰다.
자신의 몸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아니, 그 이상까지도!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전생의 나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변이체 1호]그렇게 싯다르트 밧찬은…….
기꺼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촤아악-
이윽고, 게이트 밖으로 나온 싯다르트 밧찬의 등 뒤로 용족을 닮은 한 쌍의 푸른 날개가 펼쳐졌다.
그러자 그의 앞에 수많은 용인족들이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 흡족한 모습에 싯다르트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출격하라.”
촤아악!
……실패로 끝나 버린 전생.
그 괴로웠던 기억 속에서 자신이 마주했던 가장 공포스러웠던 존재들.
용제 안타레스의 군단을 흉내 내어 만든 싯다르트 밧찬의 용인족 군단이 일제히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