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1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12화(213/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12화
고오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
도시를 가득 채운 불길한 마력에 피부가 따가웠다.
캬오오오!
그르르르-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짐승들의 울음소리.
흡사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것 같은 수준의 압도적인 몬스터 웨이브가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촤촤악!
그 가운데서 쌍검을 들고 위태롭게 달리던 리오 싱은 기어코 또 한 마리의 용인족의 목을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푸확!
푸른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단말마와 함께 그 뒤로 쓰러지는 용인족의 모습이 보였다.
리오 싱은 얼굴에 튄 핏방울과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가쁜 숨을 토해 냈다.
‘대체 얼마나 남은 거지?’
누적된 피로에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습관적으로 적들의 숫자를 가늠해 보려 했던 리오 싱은 이내 셈을 포기했다.
그가 지나온 길만 해도 지금까지 죽인 수많은 용인족들의 사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수십, 수백 배나 많은 대군이 여전히 온 시야를 뒤덮고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제아무리 단신으로도 마수 떼를 압도하는 상위 헌터라 할지라도, 이곳에 용인족들은 일반적인 마수가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한때는 인간이었던, 용혈에 의해 변이된 강화 인간들.
하나하나가 B급 마수에 준하는 힘을 가졌으며, 지능이 남아 있어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한 놈들이었다.
즉, 탱커와 딜러.
공격과 방어가 적절히 어우러진 협동 공격이 가능한 ‘군단’인 것이다.
저쪽에 그나마 힐러가 없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이만한 물량이면 힐러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길드장님!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계신 겁니까!’
리오 싱은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길드장 싯다르트 밧찬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설마 인도의 영웅 싯다르트 밧찬이 아무도 모르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을 줄이야!
‘같은 인간들을 마수로 개조하다니!’
그 무슨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촤촤악!
리오 싱의 검이 또 한 마리를 베어 내고, 그 바로 뒤에 숨어서 득달같이 덤벼오는 세 마리의 용인족의 공격들을 간발의 차로 피해 냈다.
그리고 반격. 회피. 반격. 회피.
공격, 또 공격…….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겁이 덜컥 났다.
헌터도 결국 인간이다.
다치면 피가 흐르고, 지치면 움직임이 느려지는 건 당연한 일.
A급 헌터인 자신은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 대단한 중국의 6성 헌터 류즈캉이나 수호도 마찬가지일…….
‘아닌가?’
문득 시선을 다른 동료들에게로 향한 리오 싱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허허허! 심마에서 벗어났더니 이리 홀가분할 수가 없구나!”
번쩍!
순간 류즈캉의 검기가 한 무리의 용인족들을 한꺼번에 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동시에 폭죽처럼 터지는 푸른 피의 향연.
그 아래에서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검무를 펼치는 백발의 노장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좋구나. 정말 좋아.”
오늘의 그는 더없이 개운한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체력 고갈?
자신에겐 오히려 이게 일상이었다.
이타림의 신격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그 이질적인 기운을 몸 밖으로 뿜어내며 살아왔던 지난날들.
자신은 언제나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수라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허허. 그런데 저 녀석은 뭐지?’
오히려 류즈캉 입장에서는 수호가 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조금씩 호흡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자신과는 달리, 수호는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고 있었다.
‘정말 놀랍군. 단순히 체력이 좋다는 걸론 설명이 안 된다.’
류즈캉의 날카로운 눈썰미는 수호의 상태를 정확히 꿰뚫어 봤다.
‘오히려 처음보다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마치 싸울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었다.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류즈캉이 걸어온 길은 어설프지 않았다.
그는 점점 수호가 강해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이 짧은 시간에 계속 깨달음이라도 얻고 있다는 건가?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류즈캉은 지금 수호의 모습에서 오래전에 봤던 한 사내의 모습을 겹쳐 보고 있었다.
성진우!
“역시 그의 아들이란 말인가. 허헛.”
지금은 잊히고 사라진 시대.
과거에 류즈캉은 수호의 아버지인 성진우와 대면한 적이 있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대련을 통해 힘을 겨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뿐.
류즈캉은 성진우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성진우가 싸우는 모습을 실제로 봤더라도 고작 자신의 수준으로 그의 진면목을 감히 가늠이나 할 수 있었을까?
서울 상공에 나타났던 극초대형 게이트를 막기 위해 지원을 하러 갔다가 보았던 광경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했다.
수십만에 달하는 마수들이 성진우에게 무릎 꿇던 그 경이로운 광경!
성진우는 감히 자신이 평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저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의 아들의 모습을 통해서!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슈와아악!
[레벨이 올랐습니다.]거듭되는 레벨업!
그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태 회복!
쿠와아아아앙!
수호의 칼날 폭풍에 적들이 휘말리며 거침없이 썰려 나간다.
그렇다.
수호에겐 오히려 적들이 많을수록, 경험치가 많이 들어 올수록 끝도 없이 싸울 수 있었다.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리오 싱이나 류즈캉의 눈에는 그 모습이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맙소사. 수호의 체력은 무한대란 말인가?’
‘고작 이 정도 전투로는 지치지도 않는다는 건가!’
한국은 대체 어찌하여 저런 말도 안 되는 강자에게 고작 C급이라는 등급을 매겼단 말인가.
그리고.
“일어나라!”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그아아아아아-!
수호의 레벨업과 함께 올라간 지능 스탯만큼 그림자 병사들의 숫자도 착실하게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래 봤자 아직 120명.
하지만 이 숫자는 실시간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적들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전력 차였다.
하지만 이쪽은 대신 마나 포션을 계속 마시는 한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의 군단!
스스로 겁먹고 물러서지만 않는다면 이 터무니없는 전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소군주님! 그래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저 멀리서 심상치 않은 존재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나이다!]이런 와중에도 베르는 유일하게 수호를 걱정하고 있었다.
[성장을 하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군주님의 안전입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시면 곧장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하나이다!]어쩌다 보니 이런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수호도 무턱대고 일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그림자 교환’ 스킬의 쿨타임은 진즉 돌아와 있었고, 여차하면 이곳에 올 때처럼 그림자 암살자 키라와 위치를 바꿔 한국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레벨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언제까지고 계속 이런 잡몹들만 상대할 생각도 없었다.
‘보스몹이 제 발로 찾아와 준다면 오히려 좋다!’
수호의 감각 스탯도 조금 전부터 계속 경고를 주고 있었다.
싯다르트 밧찬일 것이 분명한 거대한 존재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그때였다.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저기다!”
에실이 용인족의 심장에 쑤셔 박은 창을 뽑아내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노려봤다.
같은 곳을 본 리오 싱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며 비명을 토해 냈다.
“맙소사! 대체 저게 무슨……!”
그곳엔 흉측한 모습으로 변이된 거대한 용인족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수호의 곁에 있던 라그나, 아니 용제 안타레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건방진…… 감히 용혈을 이용해 인간 따위로 용족의 모습을 흉내 내려 하다니.”
지금까지 대체 어떤 실험을 해 온 것인지, 거대한 용인족들의 모습은 누더기를 기워 만든 것처럼 흉측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위대한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의 눈에만 성에 안 찰 뿐.
인간의 생명력과 외신의 불균형한 마력, 그리고 그 강력한 용족의 힘이 합쳐진 저 키메라들의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싹!
순간 류즈캉은 본능적으로 기분 나쁜 예감을 느끼고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뭔가 온다!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대비하거라!”
그 직후.
하늘 위에서 놈들의 입이 쩌억 벌어지며 수호 일행을 향해 포효했고.
끔찍한 살기가 이 땅에 강림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아아아!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드래곤 피어!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용족 최악의 스킬!
주위에 있는 자신보다 약한 모든 대상을 절망에 빠뜨리는 영혼의 외침에 지상에 있던 이들의 움직임이 경직됐다.
* * *
황홀하다.
싯다르트 밧찬은 어쩌면 지금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이날까지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기억 속에 있던 용족들의 공포를 재현해 내기 위해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 온 숱한 노력들.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기적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드래곤 피어!
용인 군단의 강력한 포효가 하나로 합쳐지며, 이 세상 누구도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가 강한 충격파처럼 지상을 뒤덮고 있었다.
끊임없는 진동이 대기를 뒤흔들고.
마력의 지진이 천재지변처럼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나약한 모든 미물들에게 극한의 공포와 고통, 혼란을 느끼게 했다.
그 결과.
“큭.”
싯다르트 밧찬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 모습을 보라!
이 압도적인 힘에 그 대단하다던 중국의 6성급 헌터 류즈캉마저도 살기에 짓눌려 바짝 굳어 있는 모습을!
이 위대한 힘 앞에서 도시를 시끄럽게 하던 검은 소환수들의 형체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는 통쾌한 모습을!
그리고 이 모든 상황 위에서 절대적인 힘과 권위로 군림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나! 싯다르트 밧찬인 것이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
싯다르트 밧찬은 하늘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며 더없이 광오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운수가 좋을 수가 있을까!
류즈캉이라니!
저 꼼짝도 못하는 류즈캉을 잡아서 용인족으로 개조하면 대체 얼마나 강력한 병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그는 드래곤 피어에 짓눌린 류즈캉 일당을 가리키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놈들을 전부 잡아들여라! 목숨만 붙어 있다면 팔다리는 잘라도 좋다!”
크아아아아!
그의 명령에 용인족 군단이 울부짖으며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살기에 짓눌려 꼼짝도 하지 못하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송골매처럼 놈들을 낚아채기 위해 갈퀴를 뻗었다.
그런데.
“이건 제법이구나.”
드래곤 피어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용제 안타레스였다.
“설마하니 이딴 잡종들을 모아서 드래곤 피어까지 흉내 낼 줄이야.”
새끼 드래곤 라그나의 몸에 강신한 용제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을 노려보는 그의 두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감정은 더없이 노골적인 불쾌감이었다.
저 누더기 같은 버러지가 지금 누굴 흉내 내고 있는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네까짓 게 감히…… 내 흉내를 내?”
수호는 그림자 군주의 아들이기라도 했지, 저딴 격 떨어지는 놈까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설칠 정도로 용제라는 이름은 하찮지 않았다.
화르륵!
용제 안타레스의 분노에 감응해, 라그나의 작은 몸에서 뜨거운 불길이 끓어올랐다.
그 기운은 시간마저 얼려 버린 듯한 정적을 꿰뚫고 정확히 싯다르트 밧찬에게 닿았다.
흠칫!
순간 이상한 기분을 느낀 싯다르트 밧찬의 시선이 저 멀리 작은 점, 라그나의 존재감을 눈치채고 그 방향을 찾아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드래곤 피어에 의해 피아 구분 없이 모든 이들이 멈춰 있어야 할 도시 한복판.
그 전장의 한가운데서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바로 광역 스턴기에 당해 모두가 경직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꼼짝도 하지 못하는 적들을 계속해서 처치하고 있던 수호였다.
띠링!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그 결과.
[99레벨을 달성했습니다.]그 순간.
[‘전직 퀘스트 : 용제의 시련-1’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지상과 하늘.
순간 수호의 눈빛과 싯다르트 밧찬의 눈빛이 서로를 마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