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1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14화(215/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14화
크아아아!
저 하늘 높은 곳에서 싯다르트 밧찬이 당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럴 수는 없다! 이건 말도 안 돼!”
살면서 이토록 당황했던 적이 있던가.
그동안 자신이 고생해서 만들어 낸 용인족 군단이, 그 모든 병사들이 날개를 접고 저 젊은 헌터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위대한 전사들이 한낱 인간 앞에서 겁먹은 생쥐처럼 덜덜 떨고 있는 것이다!
“캬르륵!”
“크르르르…….”
그들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굴욕적인 표정들을 보면 정신까지 굴복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이성은 여전히 싯다르트 밧찬의 명령대로 수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어 했다.
어렵지도 않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그들의 사냥감이 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본능이.
심장에 자리 잡힌 용혈이.
그들의 의지를 강제로 억누르고 있었다.
용제의 권위 앞에 굴종하라고!
화르르륵!
하지만 수호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영혼마저 녹여 버릴 것 같은 지독한 열기에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관통했다.
실시간으로 쭉쭉 떨어지고 있는 HP를 보며 수호는 비로소 깨달았다.
‘……어째서 99레벨인지 알겠군.’
용제가 내린 최소한의 자격 조건이 어째서 99레벨이어야 했는지를.
‘HP의 총량이 낮았다면 힘을 제대로 써 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불타 죽었겠어.’
용제의 심장에서 시작된 흑염은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우고 파멸시킬 기세로 수호의 육체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꿀꺽.
수호는 힐링 포션을 꺼내 마셨지만, 고작해야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아주 약간 늦출 수 있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타오르는 흑염을 억누르지 못하는 이상, 이대로라면 결국 흑염에 집어삼켜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제야 알겠느냐.]용제 안타레스는 그런 수호의 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용족도 아닌 한낱 인간 따위가 용제가 되겠다고 설쳐 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한 짓인지.]하지만 수호는 원했고.
기꺼이 목숨을 걸고 그 시련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직 퀘스트 : 용제의 시련-2]용제의 심장이 뿜어내는 강력한 화염이 당신의 나약한 육신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HP가 0이 되기 전까지 레벨업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 소멸하고 말 것입니다.
(남은 HP : 49,891/96,140)
시련에 도전한 보상으로 기존의 몇 배에 달하는 마나를 손에 넣게 되었지만,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 또한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오히려 머릿속이 깨끗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포션으로는 시간 벌이밖에 안 되지만, 레벨업을 하면 모든 상태 이상이 한순간에 치료된다.
그 단순한 해결책에 해야 할 일이 명확해서 좋았다.
“살고 싶으면 레벨업을 하라는 말이군.”
언제나처럼 말이지.
불길 속에서 수호의 안광이 번뜩인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업에 요구되는 경험치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결국 그만큼 강한 상대를 사냥해야 한다는 뜻.
이를테면 저…… 싯다르트 밧찬 같은 놈을 말이다.
“오냐. 기꺼이 증명해 주마.”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수호.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빈 포션병을 버리고 양손에 볼칸의 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흑염에 휩싸인 채 강하게 땅을 박차 올랐다.
싯다르트 밧찬을 향해서.
“내가 용제의 심장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쿠왕!
그 반동으로 그가 서 있던 땅이 움푹 파이며 박살 났다.
그 뒤를 쫓아 솟구쳐 오르는 지옥의 업화가 승천하는 용의 꼬리처럼 휘몰아쳤다.
그 반대편에서 싯다르트 밧찬은 더욱 흉악한 표정으로 이를 드러냈다.
캬아아악!
용의 비늘에 감싸인 그의 팔이 갈퀴처럼 휘둘러진다.
그를 따라 시퍼런 오러가 줄기줄기 뻗어 나가 대기를 가르고 수호를 할퀴었다.
순간.
투콰앙-
하늘이 두 쪽으로 쪼개졌다.
스스로 용이 되고자 외신에게 영혼을 판 자와 목숨을 걸고 용제의 시련을 받아들인 자.
일견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대척점에 위치한 두 힘의 격돌에 엄청난 충격파가 온 하늘과 대지를 휩쓸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꺄악!”
“사, 살려……!”
충격파에 휩쓸린 수호의 동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람에 나부꼈고.
바닥에 강제로 엎드려 있던 용인족들조차 그 여파를 못 견디고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드래곤 피어의 효과는 진작 사라졌으나, 사태는 더더욱 아수라장이 되었다.
투콰콰콰쾅!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수호와 싯다르트 밧찬의 격돌에 하늘이 무너질 듯 갈기갈기 찢겨졌다.
수호는 스킬 ‘지배자의 권능’을 이용해 허공을 밟고 다니며, 마치 천둥 번개처럼 무수히 많은 직선의 검기로 싯다르트 밧찬을 난도질했고.
날개가 달린 싯다르트 밧찬은 무수히 많은 곡선을 그리며 수호의 몸을 할퀴고 짓이겼다.
공교롭게도 둘 다 서로의 공격을 방어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스스로의 단단한 방어력을 믿기에 오로지 공격, 또 공격뿐!
공격을 피한다면 오로지 그 목적은 하나.
상대가 공격을 해 오는 순간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가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서였다.
“마, 맙소사! 수호가 더 강해졌다!”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리오 싱이 그 터무니없는 광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호가 점점 성장하는 헌터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불가해의 영역까지 아득히 초월해 버린 것이다.
그 증거로, 보라! 저 류즈캉까지 수호를 보며 당황하고 있지 않은가!
“역시 수호는 대단……!”
“멍청한! 그런 단순한 게 아니다!”
리오 싱의 호들갑에 류즈캉이 역정을 냈다.
모름지기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헌터로 각성하기 전부터 오랜 세월 무인의 길을 걸어왔던 류즈캉은 저 어마어마한 위력을 뿜어내고 있는 수호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성수호 지금 저놈! 자신의 수명을 끌어다 쓰고 있다!”
“예? 수, 수명을요?”
류즈캉은 몹시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래!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워서 힘을 끌어내고 있단 말이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
그 말에 수호를 보는 리오 싱의 두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류즈캉의 생각은 약간의 오해가 있긴 했지만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눈치챈 건 싯다르트 밧찬도 마찬가지였다.
“크하하! 하루살이 같은 놈! 제 수명을 갉아먹으며 싸우고 있구나!”
싯다르트 밧찬은 흑염에 휩싸인 채 자신에게 맞서는 수호를 비웃었다.
상상 이상으로 강한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정체가 알고 보니 자신의 생명력을 소진하며 싸우는 버서커라니!
시간만 지나면 알아서 자멸할 것 같은 놈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너무 강한 힘을 탐냈구나!”
싯다르트 밧찬은 본능적으로 수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용제의 기운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그 힘에 굴종한 다른 용인족 병사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에게서 집착적이고 집요한 탐욕이 뿜어져 나왔다.
“그 힘은 너에겐 너무 과분한 힘이다! 너를 죽이고 내가 취하겠다!”
그는 자신 있었다.
이 일대엔 여전히 자신의 수많은 용인족 군단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비록 용제의 권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지만, 그들의 몸에 이식된 힘은 용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작 몇 방울의 용혈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힘의 원천.
그것은 바로 별조각.
외신의 힘이었다.
“신이시여! 내 기도에 응답하소서!”
그가 수호의 공격을 맞받아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그 순간 그의 이마에 박혀 있는 별조각이 푸른빛을 뿜어냈다.
파아앗!
“당신의 충성스러운 사제가 고귀하고 아름다운 당신의 힘을 원합니다!”
그의 강력한 기도에 그의 몸 곳곳에 박혀 있던 수많은 별조각들이 제각각 번쩍거리며 푸른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냈다.
그 수많은 빛줄기들이 폭죽처럼 갈래갈래 온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
그 빛줄기들이 용제의 권위에 떨고 있던 용인족 병사들의 몸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실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그러자 그들 또한 몸에 있는 별조각들에서 일제히 빛을 뿜어내며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소군주님, 조심하소서! 대군이 몰려옵니다!]갑자기 베르가 이변을 느끼고 수호의 그림자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베르는 단순히 저 어마어마한 물량의 용인족 군단의 위험성만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베르의 가늘게 뜬 눈이 싯다르트 밧찬에게로 향했다.
[외신의 사도가 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냈나이다!]번쩍!
그 말과 동시에 사방의 모든 푸른 빛줄기가 싯다트르 밧찬의 손에서 하나로 뭉쳐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외신이시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 더! 더! 더! 더!”
계속되는 간절한 기도에 그 힘이 계속 압축되고 또 압축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외우주 너머에 존재하는 위대한 신께서 넘겨준 이 강력한 힘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스트라(Astra).”
파아아앗!
이름은 곧, 실체가 되어 그의 손에 강력한 무기로 현현했다.
[소군주님! 조심하소서! 저건 진짜…… 외신의 힘이옵니다!]그 익숙한 힘을 눈치챈 베르가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도는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베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외신의 도끼 ‘아스트라’가 거대한 반원을 그리며 수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 꽂혔다.
쿠와아아앙!
대기가 세로로 찢겼다.
그 힘은 고스란히 그 아래 있던 땅마저 반으로 갈랐다.
진정한 천재지변.
그 힘에 휩쓸린 도로와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고, 근처에 있던 용인족 병사들의 육체까지 산산이 흩어질 정도로 가공할 위력의 공격이었다.
“마, 맙소사.”
다행히 멀리 떨어져 있던 리오 싱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그 힘에 너무 놀라 공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스트라……. 신들의 힘을 빌려 소환하는 전설의 무구.”
아스트라.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무기’라는 뜻을 지닌, 인도 신화에서는 신들의 힘을 빌려 소환하는 무기, 또는 술법을 ‘아스트라’라고 불렀다.
그리고 지금, 싯다르트 밧찬이 선보인 힘은 가히 신의 힘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크흐흐. 용케 피했구나.”
싯다르트 밧찬은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호를 발견하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멀쩡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건방지게 자신의 모든 공격들을 계속 몸으로 받아 내며 싸우던 녀석이 처음으로 겁을 먹고 공격을 피했다는 사실이 더없이 통쾌했다.
그는 신께서 자신의 손에 쥐여 주신 ‘아스트라’를 다시 한번 치켜들며 이를 드러냈다.
“어디 이번에도 또 피해 보거라. 겁먹은 쥐새끼처럼.”
크아아아아!
때마침 그의 등 뒤로 날아오른 수많은 용인족 병사들의 모습까지 합쳐지니, 더없이 공포스러운 광경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몰랐다.
조금 전 그 공격으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는지.
“그레이.”
크르릉!
수호의 부름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송곳니 늑대 그레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씨익,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들어와.”
[제사장의 육신에 ‘펫 : 그레이’의 영체가 강신합니다.]후와아악!
순간, 수호의 머리칼이 하얗게 탈색되며 용제의 불길과 어지러이 뒤섞였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사나운 표정으로 이를 드러냅니다.]“마나도 많은데 우리도 지금부터 총력전으로 간다.”
수호의 시선이 힐끔 지상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아스트라에 당해 갈가리 찢겨 죽은 용인족들의 시체를 향해.
“모두 일어나라.”
크아아아아아아-!
군단에는 군단.
외신의 힘에 의해 육체를 개조당하고 영혼마저 조롱당한, 수많은 그림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