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1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19화(220/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19화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춘 기분이었다.
후두둑.
푸른 핏물과 내장 조각들이 하늘 위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감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방금 전까지 ‘거대 마수였던 것’이 압도적인 힘에 의해 풍선처럼 터져 버린 것이다.
-?
잠시 후, 얼어붙어 있던 채팅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걸 기점으로 수많은 물음표들이 전 세계의 채팅창에서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에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탓에 채팅창에는 물음표만이 가득했다.
그사이 가까스로 누군가가 제대로 된 문장을 쳐 내는 데 성공했다.
-누구야, 저 사람?
라이브 방송을 주관하던 중국 정부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 헌터가 대체 누구냔 말이다!”
“지, 지금 파악 중에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인민이겠지? 그렇겠지? 반드시 그래야만 할 거야…….”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강박적으로 중얼거리는 상사의 모습에 부관은 진땀을 흘리며 대꾸했다.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머리색도 그렇고, 류즈캉 님과 함께 움직이는 걸 보면…….”
“그런데 왜 우리가 모르냔 말이다! 류즈캉 님보다 더 강한 헌터가 있었으면 우리가 왜 모르고 있었냐고!”
“최,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서둘러 키보드를 두드리며 협회의 데이터를 검색하는 직원들의 얼굴 위에 떠올라 있는 감정은 다 똑같았다.
초조함.
불길했다. 정말로 너무나 초조했다.
‘반드시 중국인이어야 한다.’
‘제발 중국 헌터여야만 해.’
자신들이 국제법까지 어겨 가면서까지 과감히 드론 부대를 출동시킨 이유는, 이번 사건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뽑아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법?
그딴 건 나중에 적당한 핑계를 대고 어영부영 넘길 수 있었다.
정 안 되면 외교관을 통해 심심한 사과의 제스처와 함께 적당한 보상을 인도 정부에 내밀면 그만이었다.
그 대신 이번 일로 중국 정부가 취하게 될 정치적인 이점과 위대한 영광은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다름 아닌 류즈캉! 중국을 대표하는 최강의 헌터가 인도를 구원하는 대활약상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브랜드 가치로도 모든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계산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큰일 났다.
그 완벽했던 계산에 치명적인 오차가 생기고 만 것이다.
“크,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직원 하나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그가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가리킨 것은 안타깝게도 중국 협회의 헌터 리스트가 아니었다.
바로 채팅창.
전 세계 각지에서 올라오고 있는 채팅창에서 다름 아닌 ‘한국어’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 사람 한국 헌터 아냐?
-오, 그러네. 뉴스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야.
-뭐? 한국인이라고?? 누군데?
-이 사람 맞지?
-(관련 기사 링크 첨부)
-뭐야, 이거? 이민성 리스크?
“……!”
누군가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어 관련 링크까지 올려 줬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그곳엔 한국에서 일어난 A급 빌런 사건의 영상 캡쳐본이 올라와 있었다.
세 명의 헌터와 거대한 벌집.
영상 캡쳐본엔 고층 건물 꼭대기에 생겨난 거대한 벌집을 향해 검은 날개를 펼치고 솟구쳐 올라가는 세 명의 헌터가 찍혀 있었다.
그중 두 명은 제법 얼굴이 알려진 임태규와 백미호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누가 봐도 지금 인도에 있는 저 남자와 동일 인물이었다.
“이런 젠장!”
콰앙!
거칠게 내리친 주먹이 책상을 산산조각 냈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 정도에 깜짝 놀랄 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놀랄 만큼 놀란 상태였으니까.
망했다.
그들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
‘중국인이 아니었다니…….’
이런 걸 죽 쒀서 개 준다고 하는 걸까.
국제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중국의 강력한 전투력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가, 류즈캉보다 더 엄청난 활약을 보인 한국 헌터만 대신 홍보해 준 꼴이 된 것이다.
그것도 류즈캉을 들러리로 세워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면서까지 말이다.
‘……진짜로 망했다.’
아찔하다.
앞으로 자신들은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짐 싸서 해외로 도피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일지도.’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가장 완벽한 선택지가 떠올랐으나, 차마 용기가 나진 않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 * *
“쯧.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드론들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는 류즈캉이었다.
드론들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중국에서 보낸 것 같았다.
쾅!
그는 파리라도 잡듯이 가볍게 검을 휘둘러 가장 거슬리는 드론 하나를 박살 내고는 수호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거 미안하게 됐구나. 괜히 나 때문에 얼굴이 팔리게 됐군.”
“뭐, 괜찮습니다.”
수호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주먹에 묻은 마수의 핏물을 가볍게 털어 내곤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최근에 아버지 허락도 받았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환상이 허락해 준 것이긴 했지만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는 100레벨을 넘기기도 했고, 혼자서 이타림의 사도까지 상대할 만큼 강해졌으니 지금부터는 오히려 정체를 숨기기보단 적극적으로 이타림의 잔당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그보다 괜찮으십니까.”
수호가 고개를 뒤로 돌아보며 자신이 구해 낸 헌터들의 안위를 살폈다.
그에 인도 협회에서 나온 헌터들은 수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영어로 감사의 표현을 했다.
“가, 감사합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와중에 인도 헌터들은 지금 자신들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올라 있을지 조금 걱정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들을 구해 줘서 고맙긴 한데…….
‘솔직히 무섭다.’
‘이 사람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봐도 되는 걸까?’
알고 있다.
이건 목숨을 구해 준 사람에게 상당히 실례되는 감정이었다.
사실 등급이 뭐건 간에, 같은 헌터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겪는 고충을 알고 있었다.
마력을 각성한 순간 주변 모든 이들에게 받게 되는 ‘시선’ 말이다.
일반인들은 헌터들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언론에서야 헌터들이 인류의 방패니 뭐니 항상 추켜세워 주곤 있지만, 사실상 평범한 인간들에게 있어서 헌터라는 존재는 ‘말하는 마수’나 다름없었다.
사실 꺼림칙한 것도 당연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차를 집어 던지고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초인들이, 같은 사람인 양 아무렇지 않게 시민들 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정작 인류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헌터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이긴 했다.
그런 게 억울해서라도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마수들을 사냥하는 헌터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이해가 되어 버렸다.
헌터들에게 고마워하면서, 한편으론 두려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반인들이 그러했듯이…….
지금 자신들 또한 수호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최소 A급 마수였다.’
안 그러려고 해도, 그들의 시선이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수호가 한 방에 터뜨려 버린 마수의 잔해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S급 마수였을지도…….’
제대로 측정해 보진 못했지만, 순간적으로 느꼈던 그 위압감을 떠올려 보면 어쩌면 S급 마수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보스몹을 주먹 한 방에 폭살시켜 버린 초인이 자신들 앞에 서 있었다.
“혹시…… S급 헌터십니까?”
어색함을 풀고자 누군가 용기를 내서 간신히 입을 열었으나, 이게 다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고 있었다.
물어서 뭐하나?
저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류즈캉이 당장 중국의 6성급 헌터인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류즈캉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였지 않은가.
사실 S급 헌터라는 건, 인간이 만들어 낸 마력 측정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측정 불가’ 판정을 받은 이들을 뜻했다.
그래서 같은 S급 헌터들이라도 서로의 힘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렇다고 그 우위를 정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싸워 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누구 하나 죽기라도 하면 국가적으로도 인류적으로도 손해였고, 그 전투의 여파로 최소한 도시 하나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서 S급 헌터가 보스몹을 주먹 한 방에 풍선처럼 터뜨리는 모습을 보게 되자, 그 말이 단번에 이해가 되어 버렸다.
‘역시 S급 헌터는 대단하구나…….’
그런데 막상 그 질문을 받은 수호의 표정이 뭔가 어색했다.
긁적.
수호는 머쓱하게 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구구절절 설명할 능력은 없고, 그냥 본론만.
“저는 C급입니다.”
“……예?”
혼란이 가중되었다.
* * *
수호는 인도의 헌터들을 전부 이끌고 임팔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들에게 마수 사냥이 아닌 시민들의 보호를 맡겼다.
같은 인도인인 리오 싱이 통역을 맡자, 대화가 수월해졌다.
“저희 길드장님께서 마수들을 사냥하는 동안, 도시로 들어오는 놈들만 막아 주십시오.”
“저희도 싸울 수 있습니다!”
“부족한 힘이지만 저희도 돕겠습니다!”
졸지에 약자 취급을 당하게 된 인도 협회의 헌터들은 무력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리오 싱은 단호했다.
“아아, 괜찮습니다. 저희 길드장님이 알아서 하실 테니까요.”
“……?”
그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성수호의 강함은 눈으로 봐서 잘 알겠지만, 이 필드는 너무 땅덩이가 넓고 마수들의 숫자도 너무 많았다.
“아무리 중국의 류즈캉 님이 돕는다 해도, 그 많은 놈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냥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겁니다!”
“류즈캉 님도 저기서 쉬고 계십니다만?”
“……예?”
리오 싱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시선을 받은 류즈캉은 진짜 말 그대로 쉬고 있었다.
에실에게 어깨 안마까지 받으며.
“크흠. 거,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도 심심해서 그래요.”
이로써 에실까지 수호의 레벨업에 방해되는 모든 이들이 제외되었다.
“……뭐야, 진짜 혼자 해결하겠다고?”
수호는 넋을 놓은 인도의 헌터들을 뒤로한 채 도시 밖에서 설쳐 대고 있는 마수들을 향해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들어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드론 카메라들을 힐끔거렸다.
“전 세계 송출이라……. 조금 부담스럽긴 하네.”
[오히려 잘됐나이다.]수호의 곁으로 얼굴을 내민 베르가 눈을 번뜩였다.
원래 레벨이 높을수록 레벨업에 들어가는 경험치가 많이 필요한 법.
그런데 이젠 수호의 레벨이 너무 높아진 탓에, 방금 전에 보스몹을 잡았는데도 레벨업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제 소군주님이 레벨업을 하시려면 잡몹들 몇 마리로는 불가능할 것 같나이다. 지금부턴 차라리 강한 놈들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게 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나이다.]이번 기회에 전 세계에 숨어 있는 이타림 놈들에게 보여 주자는 베르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여 주자고.”
그 순간.
화르륵!
그의 몸에서 용제에게 받은 마력이 들끓었고.
후와아아악!
발밑을 중심으로 검은 그림자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대지를 뒤덮었다.
“모두 나와.”
크아아아아아아아-!
수호의 명령에 수천의 그림자 군단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칠흑 같은 검은 증기를 일렁이며.
……그리고 그 광경이 전 세계에 송출된 순간.
채팅창의 과부하로 중국의 서버가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