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2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20화(221/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20화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뭐, 뭐야!”
“뭔데, 이거?!”
“던전 브레이크라도 터졌나?!”
“진짜 이거 뭐냐고!”
라이브 영상을 보고 있던 전 세계 사람들은 멈춰 버린 마지막 장면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솟아난 수천의 군단!
전신에서 검은 증기를 일렁이는 그림자 병사들이 주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화면 너머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뭐, 뭐야? 설마 싯다르트 밧찬이 인간으로 실험했다던 변이체가 방금 그건가?”
“진짜 그건가? 용인족처럼 날개도 있잖아!”
“날개 없는 놈도 있던데?”
“이 중국 놈들아! 뭐였는지 계속 좀 보여 주라고!”
그렇게 마지막 순간의 캡쳐본이 온 세상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그 소식은 세계 각지에 있던 여러 유명 인사들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
* * *
러시아.
“허? 이건 또 뭐야. 중국?”
“인도의 마니푸르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총리님.”
“흐음.”
러시아 최강의 S급 헌터이자, 국가의 실질적 지도자인 유리 오를로프 총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비서가 보여 준 화면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수천의 검은 그림자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마수들의 모습을 면밀히 훑어 내리는 유리 오를로프 총리의 눈빛이 뱀처럼 번들거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간다.
“마니푸르주라면, 일단 우리 쪽까지 넘어올 확률은 없겠군.”
“예. 거리상 멀기도 하고, 중간에 중국이 버텨 주고 있으니 우리나라까지 밀려올 확률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게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라면?”
“그, 그건…….”
유리 오를로프의 날카로운 지적에 비서는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더듬거렸다.
“이 검은 놈들이 일반적인 마수가 아닐 경우, 헌터의 소환 스킬일 확률이 조금…….”
자신의 입으로 대답을 하면서도 비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명의 헌터가 이만한 물량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고?
‘그럴 리가.’
소환술사들은 평소에 전투의 보조 역할만 가능한 어중간한 놈들이었다.
설령 소환술사들 중에서 이레귤러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저만한 수를 소환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마력이 필요할까?
애초에 그 정도의 마력량을 인간의 육체가 견딜 수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설마.’
대답 도중에 입을 다문 비서의 머릿속에서 단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당장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그 증거 아니겠는가.
“이게 진짜 헌터의 스킬이라면, 어쩌면 외부의 마력을 끌어오는 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부의 마력이라……. 흐흐. 그건 내 장기인데?”
“…….”
유리 오를로프의 눈빛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비서는 찔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서늘한 눈빛에 식은땀으로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꿀꺽.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이 남자의 앞에만 서면 뱀 앞에 선 개구리 같은 기분을 느꼈다.
러시아의 총리 ‘유리 오를로프’.
지금 자신을 향해 넉살 좋게 미소 짓고 있는 이 노인은 1년 전 느닷없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인물이었다.
당시 그는 정치 경력이 전무하였으나 그 누구도 그것을 단점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S급 헌터였으니까.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인 초인이 앞장서서 국방을 책임지겠다는데, 그걸 반대할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특히나 그의 주력 스킬인 ‘결계’는 가뜩이나 땅덩어리가 넓어서 몬스터 필드가 자주 발생하는 러시아에서 가장 절실한 능력이었다.
심지어 그의 결계 마법진은 주위의 마력을 흡수하여 유지되는데, 주변의 마력이 강력할수록 결계 또한 견고해지고 거대해지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상대가 강대할수록 그의 스킬 또한 극대화되는 셈.
그는 국방부 장관이 되자마자, 러시아의 주요 도심지들에 마법진을 그린 뒤 광역 결계를 만들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헌터들이 모아 온 대량의 마정석이 소모되었지만, 그 모든 업적과 영광을 한 몸에 받게 된 유리 오를로프는 ‘구원자’라는 별명과 함께 전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애초에 S급 헌터라는 강력한 무력을 지닌 초인의 손에 권력까지 쥐여 준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아무리 보조 계열이라도, S급 헌터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전 국민의 환영과 지지를 받게 된 유리 오를로프는 국방부 장관이 된 지 고작 반년도 안 되어서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제2인자인 ‘총리’라는 자리를 쟁취하고 말았다.
그 전까지 총리였던 사람은 바로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되었지만, 누가 감히 나설 텐가.
‘실은 모든 국민들이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죽기 싫으면 입을 다물 수밖에.’
갑자기 총리가 죽고,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유리 오를로프.
그가 그렇게 자신의 야욕을 뻔뻔하게 드러냈음에도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그건 총리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당당히 선포한 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걱정 마라! 내가 있는 한 러시아는 영원히 안전하다!
그렇다.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다.
이미 그가 만들어 준 광역 결계 안에서 보호받고 살고 있던 러시아인들에게는.
‘아니, 차라리 이 남자가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면 반발했겠지. 그건 그야말로 쿠테타니까.’
헌터의 무력 통치는 국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을 행동이었다.
아마 그랬으면 국제 헌터 협회까지 개입해서 그의 야욕을 막으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리 오를로프는 대통령직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건 그 바로 아래, 총리직이었기에 국민들의 반발도 크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국방을 책임져 주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오를로프의 비서는 얼마 전에 알고 말았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는 모르고 있는 숨겨진 진실을 말이다.
‘……이 남자는 이미 대통령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삼았다.’
하필 국가 최고 권력자였던 대통령은 잃을 게 많은 사람이었고, 그 모든 것들이 그의 약점이자 인질이었다.
자신의 목숨조차도 S급 헌터 앞에서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반면에 오를로프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 나이까지 독신으로 살았고, 그의 부모 또한 대격변 전에 이미 노환으로 죽은 지 오래였니까.
그러니 무력으로도 전략으로도, 그의 야욕을 막을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러시아는 이미 유리 오를로프의 것이다.’
어차피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러시아는 이미 무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 겉보기에 이 나라는 예전과 똑같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래서, 자네의 말은 지금 나 같은 능력을 가진 놈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흠칫.
유리 오를로프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비서가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그놈이 우리 러시아 사람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애초에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중국 아니면 한국의 헌터일 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정황상 한국 쪽이 더 신빙성이 높습니다.”
“한국이라…… 쓰읍. 하필이면 우리나라의 바로 아래 놈들이군.”
유리 오를로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와인을 쭈욱 들이켜고, 와인잔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유리잔이 산산조각 나는 날카로운 소음에 비서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가 봐.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계속 보고하고.”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떠나고, 혼자 남은 유리 오를로프는 와인병 하나를 새로 깠다.
그리고 병째로 쭈욱 들이켜곤, 문득 시선을 돌려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창밖을 바라봤다.
히죽.
슬며시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죽여야 하나.”
군단과 결계.
창과 방패라니, 상성부터가 최악이었다.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랬다간 누가 들러리가 될지는 뻔하지 않은가.
“마정석을 더 모아야겠군.”
유리 오를로프의 눈빛이 음험하게 번들거렸다.
* * *
그리고 한편 미국에서는.
“하핫. 요놈 봐라? 이번에 아주 제대로 일을 벌였는데?”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토마스 안드레는 킬킬거리며 로라를 향해 말을 건넸다.
아니나 다를까, 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처음이네요. 토마스 당신보다 더 시끄러운 짓을 벌이는 남자는.”
“오우, 로라! 그 말은 좀 서운한데? 아무리 내가 늙다리라도 할 땐 한다고!”
“그딴 걸로 경쟁심 느끼지 마요, 제발.”
진저리를 치는 로라의 반응을 한껏 즐기며, 토마스 안드레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며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중국 덕분에 아주 성대한 데뷔전을 치렀군. 이게 독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군.”
입꼬리는 웃고 있지만, 그의 험악한 두 눈동자는 맹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이걸 기점으로 음지에 숨어 있던 버러지들이 본격적으로 기어 나오겠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성수호는 이번에 전 세계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벌레처럼 지구 곳곳에 숨어서 암약하고 있던 이타림의 사도들, 외신교를 향해서.
뚜둑. 뚜둑.
두 주먹을 마주 쥔 토마스 안드레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오냐. 그 승부 받아 주마.”
“그러니까 경쟁이 아니…… 하아.”
미국에서도 벌레 사냥이 시작되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북한에서도.
“협회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비서의 목소리에 우진철 협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쿠콰콰쾅!
마침 그의 등 뒤에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초대형 바위 골렘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빌딩이 철거되고 있는 듯한 광경에도 누구 하나 놀라는 이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 최강의 헌터 최종인이 앞장서서 마수들을 토벌하는 중이었으니까.
“인도에서 큰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음?”
비서가 내민 태블릿을 받아 든 우진철 협회장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밀어 올렸다.
그러자 드러난 맹금을 닮은 날카로운 두 눈동자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감정이 떠올랐다.
경악.
“자, 잠깐! 이거 설마……!”
“……협회장님?”
크게 당황하며 태블릿을 다시 확인하는 그의 반응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있는 누구도 지금까지 우진철 협회장이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한국에서 우진철 협회장이 칭송받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그는 마치 인생 2회 차라도 사는 것처럼, 앞으로 벌어질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의 예측은 거의 대부분 정확했으며, 이 정도면 예언이나 미래시 같은 스킬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은 누가 뭐래도, 바로 저기서 활약 중인 한국 최강의 헌터 최종인을 각성과 동시에 바로 협회로 끌어들인 일.
그리고 대격변과 동시에, 법도 없이 미쳐 날뛸 빌런들을 예방하는 헌터법을 제정한 일이었다.
그 격동의 시기에 어느 정치가보다도 침착하게 모든 절차를 밟아 가며 여러 법안들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우진철이었다.
그런데 그 침착함의 대명사인 우진철이 지금 몹시도 당황하고 경악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그분이 돌아오신 건가? 아니, 그러기엔 뭔가 좀…… 자, 잠깐 설마?!”
방송 캡쳐본을 들고 한참을 혼자 횡설수설하던 우진철은 마침내 발견하고 말았다.
수천의 그림자 병사가 나타나기 전, 거대 마수를 한주먹에 풍선처럼 터뜨려 버린 헌터의 얼굴을.
“……하핫.”
마침내 우진철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좋다 말았다.
안타깝게도 이 남자의 얼굴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의 얼굴을 몹시도 닮은 이 남자의 정체가 누구인지.
이 녀석의 바로 옆에 아주 작아져서 화면을 한참 확대해야 간신히 보이는 ‘개미’의 정체가 무엇인지.
우진철은 꽤 많은 것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척.
우진철은 다시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정 비서님.”
“네, 넵.”
그리고 자신의 흔치 않은 모습에 바짝 긴장한 정 비서의 손에 태블릿을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우리나라 협회에 등록된 헌터들 명단에서 사람 한 명만 찾아 주시겠습니까? 혹시라도 그와 관련된 정보가 있다면 사소한 것까지 전부 다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누구를…….”
“성수호.”
오랜 친구이자 전우이자, 자신이 존경하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그’의 하나뿐인 외아들.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우진철의 입가에는 어딘가 허탈하면서도 동시에 더없이 후련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워 뒀나 봅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