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2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22화(223/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22화
한국은 때아닌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또? 아니, 이 자식은 잠도 안 자나? 밥도 안 먹어?!”
밤낮없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목 잘린 시체들.
수시로 협회에 걸려오는 신고 전화들.
그 탓에 헌터 협회의 직원들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심인 거냐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다.
밤낮없이 연쇄 살인범이 활개 치며 살인을 취미처럼 저지르는 세상이라니.
하지만 의외로 시민들의 혼란은 없었다.
오히려 반기는 반응들과 살인범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캬! 오늘도 한 건 하셨네!
-ㅉㅉ 소식이 늦네. 오늘 벌써 3탕 뛰셨다.
-관련 기사 링크) ‘비질란테 업데이트’
-캬! 진짜 3탕 뛰셨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열심히 사십니다. 존경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발견되는 시체들은 하나같이 악질 빌런이거나 죽어도 싼 범죄자들뿐이었으니까.
예외는 없었다.
설령 빌런 명단에 없는 시체라도, 막상 조사를 착수해 보면 뒤에서 지독한 짓을 저지르고 있던 범죄 행각이 여지없이 드러나곤 했다.
헌터 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 빌런들의 범죄 행각이 음지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하루하루 밝혀지고 있었다.
그런 놈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차 없이 목을 잘라 버리고 홀연히 사라지는 연쇄 살인범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비질란테(Vigilante : 자경단)’라 부르고 있었다.
비질란테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시민들의 증언도 잇달았다.
-속보) “저를 구해 주신 분께 감사드려요.”
-인터뷰 영상) “그분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소신 발언) “부디 끝까지 안 잡히셨으면 좋겠어요.”
-뉴스) 비질란테! 대한민국은 지금 빌런 청정 구역!
-ㅋㅋ 영화에서나 보던 자경단이 우리나라에 생기다니.
-경찰이랑 협회 헌터들이야 속 터지겠지만, 죽어도 싼 놈들이 죽었으니까 좋다.
-비질란테님, 응원합니다.
-222응원합니다.
-오늘도 정의로운 살인자가 되어 주세요.
덕분에 경찰과 헌터 협회만 답답할 노릇이었다.
“진짜 속 터지는 소리들 하고 있네!”
“이럴 거면 법이 왜 있어?”
“말세다, 말세. 연쇄 살인마가 인기를 끄는 미친 세상이라니.”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국가였다.
이렇게 법을 무시하고 직접 범죄자를 처벌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범죄에도 경중이 있는데, 비질란테는 그 죗값을 무조건 살인으로만 해결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범행 대상이 빌런들로 국한되어 있지만, 언제 갑자기 비질란테의 칼끝이 선량한 시민들에게로 향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저, 그래도……. 이 댓글처럼 아직까진 죽어도 싼 놈들만 죽이고 있긴 하잖아요.”
“이 자식이! 그게 우리 입에서 나올 소리냐?”
“죄, 죄송합니다.”
“쓰읍.”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고 찌그러진 신입과 철딱서니를 갈궈 대는 선배들이었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날뛰는 놈을 왜 아무도 인상착의를 모르는 거냐고!”
“어두워서 못 봤다고? 그게 말이 돼? 자기들을 도와줬다고 정체를 숨겨 주는 게 분명해!”
“일단 은신 스킬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이 정도까지 날뛰는데 CCTV에 찍힌 모습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호로록.
그렇게 한창 바빠 보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뒤에서 느긋하게 구경만 하고 있는 이세환 본부장은 믹스커피를 입에 물고 창가에 등을 기댔다.
그러곤 시선을 돌려 어둠이 드리워진 창밖을 바라봤다.
“…….”
세상이 미쳐 가고 있었지만 믹스커피는 여전히 달다.
전 세계적으로 대격변이 발생한 뒤.
하루하루 밀려드는 긴박한 사건 사고 때문에 협회 직원들은 매일매일이 전쟁터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진급도 하고 호봉도 오르고 본부장까지 달았다.
‘인생사 모른다니까.’
인생이 참 신기하게 굴러간다.
경찰 시험을 보고, 신입 형사가 되고, 무서운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범죄자들 검거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요즘 들어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
갑자기 죽은 채로 발견되는 범죄자들?
그게 뭐 그리 신기한 일이라고 저렇게 야단들인지 모르겠다.
‘나 때는 흔했는데 말이지.’
옛날엔 심지어 제발 자기들 좀 체포해 달라고, 울며불며 제 발로 찾아와 자수하는 놈들도 허다했다.
자수를 안 하면 자기도 잡아먹힐 거라나 뭐라나.
‘……흐흐. 그때가 진짜 낭만의 시대였지.’
바야흐로 검거율 전국 1위를 찍었던 옛날의 영광을 떠올리는 이세환 본부장이었다.
호로록.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냈다간 꼰대 소리 나 듣겠지.
혼자 피식거리며 커피만 홀짝이는 이세환 본부장의 시선은 어느새 습관처럼 유리문으로 된 출입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의 눈빛이 점차 깊어져 갔다.
한때는 중부경찰서였던 이곳은, 우진철이 협회장이 되면서 이례적으로 헌터 협회에 편입되었다.
하지만 간판만 바뀌었을 뿐.
실내는 그때 그대로인 이곳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바빠서 잊고 살았던 빛바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형님.’
벌써 5년이 넘었다.
이세환 본부장에게는 하늘 같은 선배이자 동료였던, 강력계의 전설.
‘성진우 형사’가 갑자기 실종된 지도.
돌이켜보면 그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자신의 형사 생활 동안 가장 빛나고 찬란했던 순간들이었다.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어디서든 잘 지내고 계시겠지만, 슬슬 돌아와 주시면 안 됩니까.’
그래. 사실 걱정은 전혀 안 된다.
평소에도 워낙 신출귀몰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그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을 때도 크게 걱정하는 이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제멋대로 어떤 사건을 해결하러 떠났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이러다 갑자기 어느 날 태평한 얼굴로 범죄자들을 줄줄이 사탕처럼 잡아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5년이 넘도록.
그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끼익-
“……어?”
순간 이세환 본부장은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왔다.
딱 봐도 껄렁해 보이는 놈들을 줄줄이 사탕처럼 잡아서!
“혀, 형님? 아니, 아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세환 본부장은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을 주워 담고, 다시 눈을 씻고 상대를 쳐다봤다.
성진우 형님이라기엔 너무 젊다!
그런데 그 얼굴이……!
친아들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많이 닮았, 어?
“어? 어어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성수호라고 합니다. 신고할 게 있…….”
“역시 맞구나!”
이세환 본부장이 갑자기 헐레벌떡 수호의 앞으로 달려오는 모습에 협회 직원들이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와락!
“으하하! 네가 바로 수호구나!”
“어어? 예?”
이번엔 수호가 당황할 차례였다.
이세환은 성진우와 오래 일을 해 온 동료였다. 그의 아들의 이름 정도야 익히 알고 있었다.
어릴 때 사진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장성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수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터져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아빠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미안하다. 내가 주책이군. 크흠. 너 성진우 선배 아들 맞지?”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내가 바로 너희 아빠 직속 쫄따구였다, 이놈아! 으하하하!”
이세환 본부장은 다짜고짜 끌어안은 수호를 풀어주고는 껄껄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셨군요. 안녕하세요. 성수호라고 합니다.”
졸지에 우연히 아버지 부하를 만나버린 수호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일하셨던 집 근처 경찰서였고, 그때 있던 경찰들 중에서 각성한 사람들은 고스란히 헌터 협회로 배속되었다.
아버지를 아는 사람이 한두 명쯤 남아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어색한 상황이긴 했지만, 수호는 일단 잡아 온 놈들부터 협회 직원들에게 넘겨주었다.
“오는 길에 잡아 왔습니다. 빌런인 것 같은데 잡범이라서 안 죽였나 봅니다.”
“음?”
묘한 의미를 내포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협회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한발 늦게 수호에게 끌려온 빌런들의 얼굴이 겁에 잔뜩 질려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일일이 얼굴을 대조해 보니 수호의 말대로 진짜 수배 중이던 잡범들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왜 이렇게 겁을 먹었지?’
이 녀석들의 표정만 보면 빌런이 아니라, 오히려 잔인한 살해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쪽 주소로 가 보시면, 시체 몇 구가 있을 겁니다. 진즉 신고는 들어갔을 테니까 확인해 보시면…….”
“설마 비질란테?!”
거의 발작하듯 동시에 자신에게로 집중되는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보며 수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귀찮아질 것 같아서 선을 그었다.
‘키라 이 녀석, 며칠 사이에 대체 얼마나 설쳐 댄 거야?’
하르마칸과 함께 빌런 사냥을 보냈을 때는 시체 처리가 깔끔해서 이 정도로 큰 이슈가 되진 않았었다.
그런데 키라 혼자 남겨 뒀더니 아주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 두고 보자.’
그렇다고 잘못을 꾸짖기에는 또 애매했다.
자신에게 나중에 혼날까 봐, 진짜로 죽일 놈들만 딱딱 골라서 죽인 것 같으니까.
현장에 남아 있던 이 잡범들이 그 증거다.
‘잠깐.’
문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인도에서도?’
키라는 지금 인도에 있다.
거기서 원래의 명령대로 리오 싱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그를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리오 싱은 당분간 인도에 남아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고.
훗날을 기약하며 중국으로 돌아간 류즈캉의 그림자 속에도 다른 그림자 병사들을 딸려 보냈다.
이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그림자 병사를 전 세계에 퍼뜨려 놔야, 언제 어디서 외신교의 흔적이 발견되더라도 이번처럼 바로 그림자 교환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키라가 인도에서도 얌전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뭐,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선만 지킨다면 말릴 생각은 없었다.
빌런이 한 명 없어질 때마다, 무고한 사람들 1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터 업계의 정설이었으니까.
물론 이 말도 키라에게서 들은 말이긴 하다.
“아무튼.”
키라 일은 신경 끄고, 수호는 이곳에 찾아온 진짜 목적을 꺼냈다.
마침 아버지의 부하였다는 사람이 높은 사람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수호는 이세환 본부장의 목에 걸려 있는 명찰을 힐끗 확인하며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세환 본부장님, 제 소개를 다시 드리겠습니다. 저는 우진 길드의 대표, 성수호 헌터입니다. 이곳을 찾아온 건 다른 용무 때문입니다.”
멈칫.
“……뭐?”
마냥 수호의 얼굴을 보며 제 아빠와 닮았다고 반가워하고만 있던 이세환 본부장은 수호의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가 우진 길드의 대표라고?”
아, 이러면 말이 달라지는데.
새삼 수호를 보는 이세환 본부장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한발 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이름이 ‘성수호’라는 사실을.
‘하여튼 진짜…….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피식,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