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2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23화(224/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23화
중부경찰서.
지금은 헌터 협회의 본부로 변해 버린 이곳에는 한때 ‘귀신’이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강력계 형사가 한 명 있었다.
검거율이 무려 200퍼센트.
자신이 맡은 사건뿐만 아니라 미제로 남겨져 있던 과거 사건의 범인들까지 지옥까지 찾아내서 잡아 온다는, 그 ‘귀신’ 앞에서는 어떠한 흉악범이나 폭력배도 순하디순한 양이 되어 버린다는 대한민국 강력계의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세환이 아직 젊었을 적.
그가 막 햇병아리 신참 형사였던 시절에.
중부서 강력계에 지원했던 이세환은 하필이면 그 소문의 당사자인 ‘귀신 형사’의 직속 부하가 되어 버리는 운명에 처해지고 말았다.
그렇다, 운명.
이세환은 그 선배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불운도 불행도 아닌, 감히 ‘운명’이었노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이 그 신입입니까?
-그래, 맞아. 얘가 이세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
숨 막히는 위압감.
이세환은 대한민국 남성 평균 키인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 선배를 올려다보며 바짝 얼어붙고 말았다.
-이 녀석 좀 가르치고 오겠습니다.
-다녀와, 다녀와.
자신을 두고 짧은 인사가 오가고, 이세환은 귀신 선배에게 이끌려 바깥으로 나갔다.
-서, 선배님! 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가는 이세환의 다급한 물음에 그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너는 왜 경찰이 됐냐?
-아…… 저는…….
잠시 주저하던 이세환은 그동안 지구대에서 순경으로 근무하던 시절, 취객들과 씨름하며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기억해 냈다.
-나쁜 놈들 잡고 싶어서…….
-그래.
우뚝.
그제야 비로소 귀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이세환을 돌아보는 그의 입가에 특유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지금 그거 하러 가는 거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미소.
-나도 그래서 경찰이 됐거든.
그 한마디가 그 후로 이세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갈 거지?
-물론입니다, 선배님!
그렇게 이세환은 그 귀신 형사의 정식 파트너가 되었고.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다.
대격변 이후, 이세환이 헌터 협회의 본부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물론 경찰서장 출신의 우진철 협회장의 강력한 추천도 있긴 했지만.
그 과감한 인사 결정에 누구도 토를 다는 이가 없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이세환이 그 ‘성진우 형사’의 오랜 파트너였다는 것.
귀신에게서 직접 범죄자를 잡는 방법을 배운 강력계 형사 출신 A급 헌터.
그게 바로 지금의 이세환 본부장인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허.”
지금 이세환 앞에는 그 귀신 선배의 젊었을 적 얼굴을 쏙 빼닮은 녀석이 당당히 서 있었다.
성수호.
그의 아들.
‘……형님을 쏙 빼닮았군.’
이세환 본부장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 위압감.
굳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우러나오는 저 은은한 자신감.
지금 성수호의 입가에 떠올라 있는 저 미소조차도 형님이 자주 짓던 특유의 미소와 쏙 빼닮아 있었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하자, 이세환의 머릿속에서 문득 이런 의심이 들었다.
‘……혹시 진우 형님은 그 시절에 이미 누구보다도 먼저 각성을 하셨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꽤 많은 의문들이 설명된다.
그 신출귀몰했던…….
‘아니, 아니지.’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나도 지금 A급 헌터지만, 그때의 형님만큼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으니까. 형님이 S급 헌터였다고 해야 그나마…….’
물론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 봐야, 어차피 당사자도 실종된 마당에 이제 와서 진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한창 추억에 젖어 있던 이세환 본부장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무튼 수호야. 아니, 우진 길드의 대표 성수호 헌터님. 그래서 협회에 방문한 목적이 뭡니까?”
아무리 친한 형님의 아들이라도 길드의 대표로서 협회에 들어온 만큼 이쪽도 예의를 갖춰 주기로 했다.
“아니, 아니지. 그 전에…….”
하지만 수호의 입에서 대답을 듣기 전에, 가장 중요한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했다.
“당신이 그 ‘성수호’입니까?”
형님과 닮은 얼굴을 보며 반가워하던 이세환의 눈빛이 어느새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국에서 ‘성수호’라는 이름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국제 관계나 여론, 기타 등등.
거기에 한술 더 떠, 북한에 있던 우진철 협회장에게까지 긴급 명령서가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긴급 보안) 성수호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할 것!
덕분에 협회에선 요즘 성수호에 대해 조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한민국에 ‘성수호’라는 동명이인은 수두룩했고, 그중 헌터로 등록된 숫자도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하지만 얼굴이 나온 사진까지 공개되었으니, 난이도가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출국 기록.
한국에 있는 헌터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인도로 떠난 한국 헌터 중에선 성수호라는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또 입국 기록이 없는데, 갑자기 이곳에 서 있었으니 협회 입장에서는 대체 어떤 상황인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이세환의 가라앉은 눈빛을 마주 보며 수호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
그 대답에 이세환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협회 직원들 모두가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세상에 맙소사!
진짜가 나타났다!
요즘 가장 전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그 ‘성수호’가 제 발로 협회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세환 본부장이 누구던가.
“크흠. 그럼 일단.”
그 전설의 형사 성진우의 파트너였던 그는 이런 혼란스러운 순간조차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가 귀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갑을 꺼냈다.
“인도에 불법으로 밀입국을 한 건 중대한 범죄니까 성수호, 당신을 국제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아.”
“……는 장난이고. 아무튼 나중에 인도에서 막대한 벌금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각오해라. 물론 지금 여론만 보면 보상금이 더 클 수도 있지만. 아무튼 네가 인도에 나타났던 그 헌터라면 협회 본부까지 찾아온 목적은…… 역시 그것 때문인가?”
수호는 피식 웃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이세환 본부장은 벌써 부하 직원에게 눈짓으로 뭔가를 가져오게 지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마력 측정기.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력 재측정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래. 애초에 C급 헌터가 그런 활약을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우리도 그것 때문에 처음에 조사하느라 애 좀 먹었다. 최근에 재각성이라도 한 건가? 아, 쏘리. 또 내가 반말을 해 버렸군.”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 그럴 순 없지.”
이세환 본부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수호의 앞에 마력 측정기를 내밀었다.
“어쩌면 S급 헌터가 될지도 모르는 분께 예의를 지켜야지. 자.”
‘계속 반말하고 계시면서.’
수호는 피식 웃으며 마력 측정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마력 측정기 위에 박혀 있는 주먹만 한 흑색의 마정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그 빛이 점차 강해질수록 마력 측정기에 표기되는 수치도 점점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세환 본부장과 협회 직원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생겼다.
쩌저정!
“……!”
갑자기 마정석에서 금이 가더니, 결국엔 깨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측정기가 터져 버렸어!”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S급 헌터는 애초에 사람이 만든 기계로 측정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존재들.
하지만 아무리 S급 헌터라도 지금처럼 마력 측정기가 폭발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수호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린 마력 측정기는 정체불명의 열기까지 띠며 조각조각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용암에라도 닿은 듯이!
“고, 고장일 수 있다. 새 걸로 다시 가져와!”
“……예!”
이윽고 새로운 마력 측정기가 수호의 앞에 나타났고.
쩌정!
여지없이 그의 손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또다시 용암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수호 너, 어떻게 이런 마력을…….”
이세환은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수호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 몸으로 버티고 있는 거냐…….”
헌터들의 마나에 속성이 붙는 경우야 흔하다.
화속성 마법이나 수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헌터들.
아니면 무속성이나 동시에 여러 속성을 다룰 수 있는 헌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마력 측정기 자체를 녹여 버리는 마나는 듣도 보도 못했다.
심지어 측정 불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열기를 띤 마나를 몸 안에 품고 있는 헌터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건지 감히 상상조차 안 됐다.
“이러면 저 이제 S급 헌터가 된 겁니까?”
심지어 저렇게 태연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 괴이한 현상이 놀랍지도 않다는 듯, 수호가 자신에게 묻는 말에 이세환 본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네, 성수호 헌터. 당신은 지금부터 국가 공인 S급 헌터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만한 힘을 지닌 존재를 감히…… 다른 ‘평범한’ S급들과 동등한 카테고리에 넣어 놔도 되는 것일까?
* * *
비질란테 사건이 워낙 시끄럽긴 했지만, 사실 그건 언론에서 억지로 밀고 있는 유행에 불과했다.
비질란테?
그래 봤자 고작 며칠 사이에 빌런 수백 명 죽인 놈에 불과했다.
대단하지 않냐고? 그게 뭐?
지금 그러는 사이에 인도에서는 한국의 헌터 한 명이 초대형 필드를 통째로 공략해 버렸단 말이다.
다시 말해, 국뽕이었다.
-한국의 헌터가 인도를 구원하다!
-캬아!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아아, 드디어 전 세계가 알아 버렸나? 이것이 한국의 저력이다.
성수호라는 이름은 이미 대한민국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일이 있었다.
-아니, 그래서 성수호가 대체 누구냐니까? 진짜 아무도 몰라?
-왜 저만한 헌터를 아무도 모르는 거냐고!
정작 그 유명세에 비해, 성수호의 신상 정보는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었다.
돌아다니는 사진도 고작 하나.
이민성 빌런 사건 때 작게 찍힌 사진 한 장과 기사 내용에 적힌 이름 석 자뿐이었다.
그리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갑자기 모든 언론사에서 비질란테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빌런들의 시체와 그놈들이 벌인 악행들이 워낙 자극적이라서 효과가 꽤 괜찮았다.
이러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갑자기 북한으로 떠나 있던 협회장에게서 날아온 긴급 지령 때문이었다.
-지금 즉시 성수호에 관한 모든 정보를 1급 보안 사항으로 둘 것.
요컨대, 정보를 통제하라는 말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협회장은 심지어 성수호와 한 번이라도 같이 일을 해 본 대형 길드들의 입까지 단단히 봉쇄해 버렸다.
-정보가 풀리는 타이밍은 무조건 성수호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이 아는 우진철은 절대로 이유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한 것이다.
협회장이 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말인가? 대체 뭘 위해?”
하지만 우진철 협회장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인도에 있던 성수호가 그림자 교환으로 순식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
바로 그 성수호가 제 발로 협회 본부를 찾아왔다.
그리고 협회장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신의 목적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럼 이제 S급 헌터가 되었으니…….”
마력 재측정을 마친 수호는 정식으로 자신이 온 목적을 입 밖으로 꺼냈다.
“S급 헌터로서 북한 공략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
그렇다.
바로 북한.
인도의 록타크 필드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초대형 필드가 되어 버린 땅.
북한을 지나서 중국,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그 방대한 아포칼립스의 시작점.
“정부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성수호가 북한행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