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2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24화(225/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24화
예전부터 성수호가 북한 공략권을 원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레벨업.
현시점에서 북한이야말로 가장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사냥터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곳은 필드형 던전이라 어떤 길드도 독점할 수 없는 곳.
다시 말해, 수호가 그곳에 갈 수만 있다면 이런저런 복잡한 걸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림자 군단을 끌고 다니며 레벨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
‘……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세상이 이 지경이 됐어도 여전히 남한과 북한은 휴전 상태일 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탓에 더더욱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이기도 했다.
어떤 특수한 상황이냐 하면, 바로 이번에 수호가 다녀온 록타크 필드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됐다.
록타크 필드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던전 브레이크들을 제때 막지 못해 발생한 초대형 몬스터 필드로,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지다가 결국엔 이웃 나라의 국경선까지 넘어 버리고 만 곳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하나의 몬스터 필드가 두 나라의 국토에 자리하고 있게 되었으니, 그곳에 출입하는 헌터들은 마수들을 사냥하다가 타국의 헌터들과 마주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그 경우, 거의 100퍼센트의 확률로 이권 다툼으로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게 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길드 간의 경쟁이 치열한데, 국가가 다르면 오죽할까.
그런데 헌터들은 걸어 다니는 전쟁 병기.
국경선 위에서 벌어지는 국적이 다른 헌터 길드 간의 무력 충돌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록타크 필드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수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세환 본부장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대격변 직후, 북한은 통째로 몬스터 필드가 되었다.
2) 그 영역이 시간이 갈수록 위아래로 점점 넓어져 갔다.
3) 아래쪽은 남한의 헌터들이 막아 냈지만, 위쪽은 결국 중국의 국경선을 침범하고 말았다.
……여기까진 록타크 필드와 정확히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북한은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얽혀 있었다.
4) 그 시점에서 동시에, 중국에서 시작된 몬스터 필드 또한 북한의 국경선을 넘고 말았다.
“오히려 중국 쪽이 북한보다 훨씬 몬스터 필드가 많지. 이번에 인도도 마찬가지였지만, 땅덩이가 넓은 국가들은 몬스터 필드가 생겨나기 쉬우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도 별로 없었다.
국가의 면적 자체가 넓지 않다는 말은, 결국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 헌터들이 제때 달려가서 수습하기도 쉽다는 뜻.
하지만 땅덩이가 넓은 나라는 그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무리 인구가 많을수록 헌터들의 숫자도 많다지만,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같은 국가들은 게이트들 간의 물리적인 거리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 국가의 헌터들은 아무리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던전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치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5) 북한에서 시작된 몬스터 필드와 중국에서 시작된 몬스터 필드가 서로 중간에서 합쳐지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몬스터 필드가 이어진 북한 영토까지 자신들 땅이라고 우길 수 있게 된 거지.”
북한 정부가 사라지고, 현재 북한은 주인이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무주공산.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남한 입장에서도 북한 필드를 공략하는 순간 깃발만 꽂으면 바로 자신들 땅이라고 우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땅에 진입하는 순간, 중국 헌터들과 충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거지. 아니, 반드시 충돌한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어떻게든 북한 땅을 집어삼킬 생각이 가득하니까. 뭐, 우리나라도 같은 입장이긴 하다만.”
호로록.
이세환 본부장은 믹스커피를 들이켜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북한 쪽 문제가 요즘 갑자기 스케일이 더 커지고 말았다.”
“러시아 말이군요.”
“그래. 뉴스 좀 봤나 보구나.”
이세환은 종이컵을 와그작 구기며 말했다.
북한은 북쪽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국경이 맞닿아 있었다.
그동안은 러시아 쪽까지는 몬스터 필드가 확장되지 않았었는데, 최근 러시아의 국경선조차 넘고 만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삼파전이다.
“요즘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서로의 국경선에 걸쳐 있는 초대형 몬스터 필드 하나를 두고 치열한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애초에 우진철 협회장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에 비하면 북한은 아주 작은 땅에 불과했고, 진짜 분쟁은 중국과 러시아 둘이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조금만 마음을 놓고 있다간, 어느새 북한 땅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깃발 중 하나가 꽂혀 있을 것이었다.
“애초에 우진철 협회장님의 목적은 두 국가 간에 분쟁에서 벗어나, 북한만 지키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지 벌써 몇 달이나 못 돌아오고 계시지.”
“…….”
수호는 우진철이 어째서 애를 먹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허 게이트.’
여러 던전들이 중첩된 초대형 필드에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차원의 틈새.
그 구멍을 타고 이타림의 사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지구로의 침략을 시도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소군주님, 레벨업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북한에 가셔야 할 것 같나이다.]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베르가 수호에게 속삭였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까지 이어진 초대형 필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았다.
그만한 중첩이면 이미 그곳에 이타림의 사도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모든 설명을 마친 이세환 본부장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호에게 물어봤다.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도 진짜 북한에 가고 싶으냐? 마수들도 문제지만 중국과 러시아 헌터들과도 싸우게 될 텐데?”
“예. 상관없습니다.”
수호의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에 이세환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체 왜 가려는 거냐? 운 좋게 S급으로 재각성을 하게 됐으면, 그냥 얌전히 국내에서만 활동해도 돈과 인기를 쓸어 담을 텐데? 어차피 국내에도 공략할 던전은 넘쳐 나고.”
그는 진심으로 수호의 결정을 말리고 싶었다.
수호가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의 아들이라는 이유도 컸지만, 이렇게 뛰어난 인재를 굳이 북한에 보내서 위험하고 복잡한 상황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수호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오히려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세환 본부장님, 예전에 저희 아버지의 동료셨다고 하셨죠?”
“그래.”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경찰이 되셨냐고.”
“……!”
그 말을 듣는 동시에 이세환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성진우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 것이다.
-너는 왜 경찰이 됐냐?
-아…… 저는…….
“그랬더니 아버지가 뭐라 대답하셨는지 아십니까?”
“……나쁜 놈을 잡고 싶어서?”
“아뇨.”
“아, 아니라고? 그러면?”
“그냥 취미랍니다.”
“……?!”
그 말에 크게 당황하는 이세환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호는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진짜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제야 기억이 난 걸까.
“취미는 경찰.”
그때는 그냥 장난으로만 치부했던 아버지의 대답이 전혀 이해가 안 갔었는데…….
“특기는 사냥.”
아버지의 진짜 직업이 뭐였는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 대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만 수호였다.
피식.
“저도 그러려고 가는 겁니다.”
-지금 그거 하러 가는 거야.
“……!”
어째서일까.
이세환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던 성진우의 대답과 그때 그가 짓던 특유의 미소가 지금 수호의 말과 표정 위로 겹쳐 보이는 건.
* * *
정부에서 북한 공략권을 허가해 주기 위해서는 총 2단계를 거친다.
1차는 국내에 있는 S급 헌터들 중 다섯 이상의 찬성.
이유는 당연히 길드들 간의 이권 다툼 때문이었고.
동시에 그 위험한 곳에 아무나 가겠다고 나댈까 봐, 그만한 힘을 S급 헌터들에게 선보여서 스스로의 자격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통과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2차인, ‘국민들의 여론’이었다.
그리고 사실 1차가 어렵지, 1차가 통과되고 나면 2차는 어떻게든 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오늘.
성수호를 테스트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모든 S급 헌터들이 바쁜 일정을 마치고 헌터 협회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S급 헌터가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가 감히 북한에 갈 자격이 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중에는 수호와 여러모로 악연으로 엮여 있는 현무 길드의 대표도 있었다.
“자네가 그 성수호인가?”
“……?”
“반갑군. 나는 S급 헌터 현무강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먼저 협회에 도착한 현무강은 수호에게 악수를 건넸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시선이 그동안 자신의 길드와 이런저런 일로 막대한 타격을 입혔던 수호의 모습을 샅샅이 훑어 내렸다.
‘벼르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군. S급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우리 편으로 거두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현무강은 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입가에 더더욱 진한 미소를 띠며 수호의 손을 억지로 붙잡고 흔들었다.
“하하하. 뭐, 이제는 같은 S급 헌터가 됐는데, 그동안에 있었던 자잘한 일들은 서로 잊자고. 그래서 얼마를 원하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수호의 의아해하는 표정에 현무강은 더더욱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번뜩였다.
“우리가 최근에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중이란 말이지. 북한 같은 헛소리는 됐고, 우리 길드에 들어오는 게 어떤가? 계약금으로 얼마든지 주지. 소환수를 2마리나 추가로 소환할 수 있는 스킬 룬이라면 어때?”
“…….”
“오, 표정이 얼어붙었군. 당연한 일이지. 소환술사라면 당연히 탐이 날 수밖에 없는 룬이니까. 아아, 이번에 S급 헌터가 됐다면 이런 룬이 존재했는지도 몰랐으려나?”
현무강은 지금 막 S급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참이었다.
정보가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할 수 있었다.
‘S급 소환술사라면 내 제안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겠지. 이런 룬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물건이니까.’
현무강은 오늘 안에 자신의 길드에 S급 헌터가 한 명 더 늘어날 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