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2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25화(226/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25화
한국의 모든 S급 헌터들은 갑자기 협회에서 온 연락을 받고 저마다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새로운 S급 헌터가 출현했다고? 누구지?”
호기심.
당사자의 정보가 현재 비공개 처리가 되어 있어서, 직접 협회에 가야만 정확한 신상을 알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간단한 설명은 꽤 눈길을 끌었다.
“뭐? 재각성이라고?”
“C급 헌터가 S급으로 재각성했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다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북한 공략권.
“뭐? 다짜고짜 북한 공략권을 요구했다고?”
“쯧쯧.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군.”
이 내용 앞에선 S급 헌터들 모두가 코웃음을 치거나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중하급 헌터가 S급으로 재각성을 한 건 분명 신기한 일이었지만, 거기까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재각성이 흔하진 않아도 간간이 일어나는 현상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S급이 되자마자 다짜고짜 북한에 가겠다고 선언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푸핫. 철딱서니 없기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하여튼 로또 맞은 사람들 중에 꼭 이런 놈들이 나온다니까?”
“뭐, 이해 못하는 기분은 아니지. 엉겁결에 신분 상승을 하면 어깨뽕이 단단히 차기 마련이니까.”
“자기가 무슨 선택받은 용사라도 된 것 같겠지.”
굳이 S급까지 갈 것도 없다.
등급을 막론하고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이능력을 각성하는 순간에 비슷한 기분을 경험하곤 했다.
내가 신에게 선택받은 것 같다는 그 소름 끼치는 고양감!
내 손으로 이 세계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사명감은 그다음이었다.
“캬. 좋을 때다. 이것도 다 한때지.”
“이것도 일종의 중2병 같은 거지.”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에혀. 북한은 개뿔. 당장 우리나라만 지키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아무리 S급 헌터가 됐다 한들 그저 공략하는 던전의 난이도와 버는 돈의 액수만 달라질 뿐, 큰 의미에서 보면 헌터들이 하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오히려 중하급 헌터들보다 더 바쁘게 굴러야 하는 것이 S급 헌터들의 현실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한 던전들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었고, 그에 반해 S급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채굴이나 자잘한 사냥들은 중하급 헌터들에게 맡긴다 해도, 결국 막판에 보스몹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건 S급 헌터들의 몫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애꿎은 길드원들의 목숨만 위험해지고, 쓸 만한 길드원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목숨의 소중함까지 갈 것 없이, 헌터들의 몸값만 떠올려 봐도 그게 얼마나 길드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결국 누가 제일 바쁘냐.
고작 9명밖에 없는 S급 헌터가 전국을 누비며 중하급 헌터들이 상대하기 힘든 마수들을 잡느라 죽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바쁜지 알면 북한 얘기는 쏙 들어갈걸.”
“이래서 초짜들이란. 귀엽다, 귀여워.”
“이러니까 북한 공략에 S급 다섯 명의 찬성표를 얻는 절차가 있는 거지. 역시 우진철 협회장이 법을 참 잘 만들어 놨단 말이지.”
사람들이 괜히 우진철, 우진철 하는 게 아니다.
그가 만든 헌터 관련 규정들은 진짜 버릴 거 하나 없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효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쓰이고 있었다.
“자아, 그럼 보러 가 보실까.”
“이 헛바람 잔뜩 낀 애송이가 과연 누구인지 낯짝이나 봐야겠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미루고 협회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S급 헌터들.
하지만 그들 중에서 협회의 연락을 받자마자 새로운 S급 헌터의 정체를 바로 눈치챈 이들이 있었다.
바로 백미호와 임태규.
백미호는 S급 헌터는 아니었지만, 때마침 아버지인 백윤호 옆에 있었기에 그 정보를 같이 확인하고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아, 아빠! 이거 아무래도 성수호 헌터 같은데요?”
백미호와 임태규는 이미 중국에서 송출한 록타크 필드의 라이브 영상 속에서 수호의 모습을 바로 알아본 참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한국에 있었던 성수호가 언제 갑자기 인도까지 가서 저러고 있는지도 신기했지만, 영상에서 보여 준 그의 진정한 힘을 목격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수호가 거대한 마수를 주먹 한 방에 풍선처럼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었지만, 진짜 놀라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던 마지막 장면!
영상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했던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 마수들!
세간에선 그게 던전 브레이크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수호와 한 번이라도 함께 싸워 봤던 이들은 모두 수호의 소환수의 생김새를 알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 많은 소환수를 부릴 수 있게 된 거지? 언제부터?’
‘설마 원래부터 가능했는데,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건……? 아니, 그러니까 굳이 왜?!’
수호 때문에 한동안 백미호와 임태규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들이 알기로 여태까지 수호가 소환할 수 있었던 그림자 병사들의 숫자는 기껏해야 10기 남짓.
그런데 갑자기 그 숫자가 100배나 많아진 것이다.
“그, 그래! 재각성을 했다면 말이 되지!”
언제 한국에 순식간에 돌아와서는 재측정까지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신출귀몰한 인간이 바로 성수호였다.
“아빠! 저도 같이 가도 되죠?”
“……왜?”
“이 사람이 진짜 성수호 헌터가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
백윤호는 자신을 급하게 따라나서는 백미호의 모습에 기분이 심란해졌다.
“미호야, 너 설마…….”
딸 가진 아빠로서의 막연한 불안감.
동시에 성수호가 자신이 존경하는 성일환 선배님의 하나뿐인 손주라는 자각.
백윤호는 그런 복잡한 심경을 꾹꾹 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백미호에게 물었다.
“……연하 취향이었니?”
“갑자기 뭔 말이에요? 아무튼 늦기 전에 서두르죠.”
“자, 잠깐!”
벌써 저 앞에서 협회로 출발하고 있는 딸의 모습에 백윤호는 허겁지겁 뒤를 따라나서며 물었다.
“대체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냐!”
“몰라서 물어요? 협회에서 현무 길드에도 연락을 넣었을 거잖아요. 현무강 대표가 그동안 성수호 헌터에게 얼마나 이를 갈고 있었는지 모르세요?”
“……!”
그 말에 갑자기 백윤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서둘러야겠군.”
S급 헌터 현무강이 수호를 만나면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이 안 됐다.
* * *
돌이켜 보면, 현무 길드와 수호 사이의 악연은 길고도 깊다.
그 질긴 악연의 시작과 끝에는 지금은 죽고 없는 ‘이영호’라는 사람이 있었다.
‘현무 길드의 제2관리과 이영호 과장’
그는 생전에 수호를 영입하려다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수호의 고모부에게 찍혀 버렸고.
그 고모부라는 사람이 하필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회사 아진 소프트의 유진호 대표였으며.
그 때문에 마침 아진 소프트와 사업 제휴를 맺기 원했던 현무 길드의 프로젝트가 엎어져 버렸고.
그 모든 일의 앙갚음으로 수호를 던전 안에서 살해하려다 대차게 실패해 버린…….
그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이영호 과장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큰 문제는 그 당사자가 책임을 못 지고, 던전에서 제멋대로 죽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 모든 일을 나중에 수습하게 된 사람은 길드장인 현무강의 몫이었다.
‘……진짜 지독한 놈이었지, 유진호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며 치를 떠는 현무강이었다.
당시에 이영호 과장과 얽혀서 수호가 평택 던전에서 실종됐을 때.
극도로 분노한 유진호 대표는 다짜고짜 현무 길드에 전화해서 ‘길드장 바꿔!’를 시전해 버렸다.
S급 헌터의 권위?
막강한 무력?
어쩌라고.
그딴 건 이미 눈이 뒤집힌 유진호 대표에겐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현무강이 S급의 힘을 지닌 초인이라도, 그 힘은 결국 마수를 상대할 때나 필요한 힘일 뿐.
던전 밖에서 시민을 상대로 발휘하는 순간 바로 빌런이었다.
현무강 스스로가 S급 빌런이 되고 싶지 않은 이상, 엄연한 법치국가인 한국에서 현무강이 유진호를 힘으로 압박하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결국 뭐가 남을까?
바로 돈이다.
하필이면 유진호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게임 회사의 대표였고, 전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한 굴지의 재벌이었다.
그런 유진호 앞에서 현무 길드는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설립된 지 고작 2년밖에 안 된 신생 회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신생 회사가 가진 강점이라고 해 봐야, 대표의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정도?
그래서는 그냥 덩치만 큰 개입사업자 아닌가.
회사 대 회사로서는.
마력이고 나발이고, 던전 밖에선 그냥 대기업이 깡패였다.
-당장 길드장 바꿔.
-예, 예? 기, 길드장님과 연결해 드리겠…….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다.
가족을 잃은 맹수처럼 사납게 으르렁거리던 유진호가 본격적으로 칼춤을 추기 직전에 수호가 무사 귀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니까.
그다음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영호 과장이 저지른 짓이 고스란히 밝혀졌고.
현무 길드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수호에게 현무 길드가 보유 중이던 던전 10개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는 대단치 않은 던전들이었지만, 현무 길드 입장에선 상당히 뼈아픈 지출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게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유진호 대표는 뒤끝이 길다.’
질끈.
그동안 자신이 겪은 유진호 대표의 지독함이 떠오르자 눈을 질끈 감는 현무강이었다.
그 후로 정작 당사자인 성수호는 외신교를 상대하느라 현무 길드를 까마득히 잊고 살고 있었지만, 유진호의 복수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감히 수호를 죽이려 들어?’
다시 말하지만, 유진호는 뒤끝이 길고도 길다.
대표가 S급 헌터?
대형 길드라고?
‘진짜 어쩌라고.’
유진호 입장에서 현무 길드는 결국 대표의 몸값이 엄청나게 높은 회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유진호의 젊었을 적 기준으로 예를 들면, 하는 일만 조금 다를 뿐 기껏해야 구독자가 엄청나게 많은 초대형 인터넷 방송인이 설립한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한 10년쯤 지나면, 헌터 길드의 위세가 아득히 높아지겠지만 아직은 그때가 오지 않았다.
반면에 아진 소프트는 굴지의 대기업.
회사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어마어마한 만큼.
유진호가 ‘합법적’으로 현무 길드를 압박할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 결과…….
현무 길드는 요즘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는 지극히 정의롭고 합법적.
헌터고 나발이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회사는 없는 것이다.
“……하하하. 뭐, 이제는 같은 S급 헌터가 됐는데, 그동안에 있었던 자잘한 일은 서로 잊자고. 그래서 얼마를 원하나?”
그런 의미에서 현무강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필사적이었다.
그가 새로운 S급 헌터를 영입하기 위해 협회에 도착하고, 그 정체가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인 ‘성수호’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그동안 수호를 향해 이를 갈고 있던 현무강은 딱 마음먹었다.
‘그래. S급이라니 차라리 잘됐다. 우리 길드가 유진호 그 지독한 인간에게 벗어나서 기사회생할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성수호를 내 손에 쥐고 흔드는 것!’
반드시 성수호를 현무 길드에 영입하기로.
우진 길드?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아진 소프트?
그래 봐야 성수호가 제 발로 현무 길드에 들어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천하의 유진호라도 뭐 어쩔 텐가!
자신에겐 무려 소환수를 2마리나 추가로 소환할 수 있게 해 주는 룬석이 있단 말이다!
‘S급 소환술사라면 내 제안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지. 이런 룬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물건이니까.’
그렇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와 악수를 하고 있는 현무강이었다.
그리고 그때.
협회에 다른 S급 헌터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사신 길드의 임태규.
백호 길드의 백윤호.
청룡 길드의 서지우.
명성 길드의 마동욱.
그리고 백윤호를 따라온 백미호까지.
“현무강! 당장 성수호 헌터에게서 떨어지세요!”
“……백미호?”
현무강은 갑자기 결연한 표정으로 수호의 앞을 막아서는 백미호를 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