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3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34화(235/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34화
우진철 협회장이 지난 2년간 이룩한 업적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입이 아프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업적만큼이나 그의 이름 뒤엔 수많은 별명과 수식어들이 붙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빌런 판별기’였다.
-진짜 신기하네.
-우진철은 대체 어떻게 빌런들을 잘 잡아 오는 거지? 무슨 노하우라도 있나?
-소문으로는 전과가 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각성할 사람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던데?
-에이, 그게 말이나 되냐?
-ㅇㅇ 말 됨. 우진철 별명이 괜히 빌런 판별기겠어?
-지산교도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들 알잖아?
지산교도소는 헌터 협회에서 2년 전에 설립한 빌런 전문 수용소로, 당시 우진철 협회장의 강력한 빌런 대응책 아래 설립된 곳이었다.
그런데 사실 대격변 초창기만 해도 그곳은 원래 그런 곳이 아니었다.
굳이 빌런이 아니라도 갈 수 있는, 형량이 높은 일반 범죄자들도 갈 수 있는 교도소였다.
그런데 어느새 그 안에서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진철 협회장이 직접 잡아넣은 일반 범죄자들이 하나둘씩 지산교도소 안에서 각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들 처음엔 우연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나중에 결국 수감자 대부분이 각성자가 되자, 사람들은 또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우진철 협회장에겐 누가, 언제 각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스킬이 있을지도 몰라.
-그건 좀 오바지. 그런 게 가능했으면 애초에 헌터 협회에서 일일이 그 사람들을 미리 찾아가서 협회 등록을 시켰겠지.
-그래도 최소한 누가 빌런이 될지는 알아볼 수 있는 건 확실한 듯. 빌런 잘 잡은 건 팩트잖아.
-경찰 생활 오래 하다가 각성한 사람이라 그런 눈썰미가 생긴 거 아닐까?
이렇듯 수많은 의견이 무성했지만, 어쨌든 우진철이 빌런이 될 놈들을 잘 알아본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럼 성수호 헌터는?
헌터 협회에서는 성수호가 S급 헌터라는 사실을 공표했고.
성수호 본인은 자신이 그동안 가면을 쓰고 활동했던 야수왕 크로우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앞다퉈 성수호 얘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수호도 우진철이 보면 빌런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보려나?
-아니, 성수호가 왜 빌런이야ㅋㅋ 인도를 구원한 록타크 필드의 영웅이 바로 성수호라잖아! 국뽕이라고!
-그러니까 더 수상하지.
-그러게. 애초에 왜 아무도 몰래 인도까지 가서 남의 나라 필드에 돌아다니고 있었겠냐고.
-알고 보면 사실 범죄자 아냐?
-ㅋㅋ 이미 범죄자인 건 팩트지. 애초에 S급 헌터가 허가 없이 국경선을 넘은 것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잖아.
-ㅇㅈ 결과적으론 해피엔딩이지만, 인도 입장에선 전쟁 선포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
-심지어 이번에 자기가 직접 야수왕 크로우라고 고백했잖아.
-애초에 S급 헌터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동안 정체까지 숨겨 가며 활동했어야 할 이유가 있지 않겠어? 스스로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아닌가?
-와, 그럼 진짜 빌런인가??
[……바야흐로 대혼란의 시대가 도래했나이다.]시끌벅적한 여론을 구경하고 있던 베르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베르의 말대로, 지금 대한민국을 강타한 성수호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었다.
옆에서 베르와 함께 태블릿을 보고 있던 임도균은 굉장히 쫄린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수호야, 아니 대표님.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나요? 지금 분위기가 너무…… 여론이 점점 대표님을 수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임도균은 지금 오너 리스크가 터지기 직전인 부실 회사의 부사장이 된 기분이었다.
억울하단 말이다.
“아니! 사람들이 진짜 너무하네! 정체만 숨겼을 뿐이지, 지금까지 우리 대표님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빌런 소리를 들어야 되는 거냐고!”
임도균의 호들갑에 수호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형이 왜 억울해하고 그래요. 잘못한 일이 있긴 하죠. S급 헌터가 허가 없이 인도에 갔다 온 건 진짜 심각한 범죄니까.”
“아니, 그건 저번에 토마스 안드레도 우리나라 왔었잖아! 그땐 아무도 뭐라 못했으면서!”
“나중에 들어 보니까, 토마스가 미안하다고 우리나라에 막대한 보상금 줬다던데요?”
“돈이면 다 되냐!”
“어지간한 건 다 되지.”
마지막 말은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유진호가 한 말이었다.
“수호야.”
유진호는 수호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지?”
수호도 웃었다.
“네. 딱 좋네요. 이 정도 찜찜함이면, 제가 북한에 가는 걸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 같아요.”
“그래. 오히려 지금은 다른 S급 헌터들 중에 누가 책임지고 우진철 협회장에게 데려가서 검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생겼다. 그리고 협회장이 직접 너를 데리고 다니면서 북한에서 좋은 일 좀 해야, 네가 빌런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댓글 달고 온 참이다.”
“감사합니다.”
흠칫.
둘의 대화에 임도균이 퍼뜩 엄청난 진실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자, 잠깐. 지금 그 말씀은 설마 이 여론 분위기가 전부 의도적인……?”
그 말에 유진호는 목을 좌우로 스트레칭하고는 임도균을 보며 눈썹을 으쓱거렸다.
“뭐, 우리 직원들 써서 소소하게 댓글 작업 좀 쳤지.”
“……?!”
임도균은 마치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아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아진 소프트의 대표가 말하는 ‘소소함’이라는 게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수준인지 알아 버린 것이다.
[투표가 시작됐나이다!]베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투표 화면으로 향했다.
“반대표가…… 거의 없군.”
“투표 결과를 오늘 저녁까진 지켜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그래. 성공한 것 같다.”
씨익.
수호와 유진호의 입가에 동시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대표 카운트가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미비했다.
혹시 몰라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론 몰이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효과가 좋다는 말은 결국 국민들이 실제로도 성수호라는 인물에 대한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말이었다.
“뭐, 당연한 일이지. 네가 그럴 것 같진 않지만, 혹시라도 괜히 상처받지 마라.”
유진호는 비교적 가벼운 말투로 수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을 이었다.
“대격변이 발생한지 고작 2년째다. 아무리 헌터들이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다 해도, 여전히 일반인들 입장에선 갑자기 초인으로 변한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게 꺼림칙한 일이지. 사람들이 적응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은 걸릴 거다.”
지난 시대의 기억이 있는 유진호가 하는 말이었기에, 저 최소 5년이라는 기간은 아마도 확실할 터였다.
“좋아. 그럼 투표는 이대로 가만히 저녁까지 기다리면 되겠고. 우린 그동안 다른 일이나 처리하러 가 볼까?”
[따르겠나이다!]수호가 기지개를 켜며 베르를 쳐다보자, 베르가 냉큼 어깨 위로 올라왔다.
때마침 서지우 헌터에게 전화가 왔다.
-성수호 헌터, 나는 도착했어요. 지금 혹시 어디?
“네. 저도 거의 다 왔습니다.”
아직 출발도 안 했지만, 냉큼 대답하는 수호였다.
익면증에 걸렸던 이중 던전.
그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기로 했던 서지우 헌터와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잡아 둔 것이다.
어차피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도균이 형, 고모부. 저 어디 좀 다녀올게요. 이따 투표 결과 나오면 문자 주세요.”
“어, 어?”
“그래, 다녀오거라.”
당황하는 임도균과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유진호.
[‘스킬 : 그림자 교환’을 사용합니다.]그 순간, 수호의 몸과 서지우의 그림자 속에 있던 그림자 병사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 * *
“안녕하세요.”
“……?!”
핸드폰을 들고 있던 서지우는 갑자기 수호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서지우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뭐지? 다가온 기척조차 못 느꼈는데? 탱커가 아니라 설마 암살계였나?’
그럴 리가?
마동욱과 대련(?)을 했을 때만 해도 수호는 영락없는 탱커였다.
그것도 힘과 맷집을 앞세우는 전투계.
반면에 서지우는 마동욱과는 반대로 민첩한 움직임과 강력한 스킬을 이용해 싸우는 민첩형 딜러였다. 그것도 S급.
‘내 감각을 속이고 다가올 정도라면 대체……?’
혼란하다.
협회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수호는 까도 까도 양파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서지우의 놀란 가슴은 전혀 관심없다는 듯이, 수호는 침착한 눈빛으로 근처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합정역. 여기 어딘가에서 익면증에 걸리셨다는 말씀이군요.”
“응. 지금은 협회에 부탁해서 이쪽 통로는 시민들의 출입을 잠시 막아 놨어.”
지금 합정역을 중심으로 ‘공사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길을 건너서 다른 개찰구를 이용하게 되었지만, 크게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협회에서 하는 일이니 혹시라도 게이트가 생겼을까 봐서 서둘러 몸을 피신하자는 마음이 더 컸다.
덕분에 한적해진 길 위에서 서지우는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수호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땐 이 계단을 따라서 게이트가 열려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지하철역 입구에 불과해요. 이런데도……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건 지금부터 찾아 봐야죠.”
대답을 하며 수호의 시선이 스윽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봤다.
“하르마칸, 나와 봐.”
[예, 주인님.]“꺄악?!”
그 순간 갑자기 수호의 그림자 위로 거대한 그림자 마령족 하르마칸이 쑤욱 몸을 일으켰고.
서지우는 이번엔 그만 못 참고 비명을 터뜨리고 말았다.
[흠.]수호에게 인사를 한 하르마칸이 스윽 시선을 내려 서지우와 눈을 마주치자, 서지우는 오싹한 기분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성수호 헌터……?”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야! 이 소환수는 대체 뭔데? 최소 A급, 아니 S급? 이런 꺼림칙한 느낌이 나는 소환수는 처음이야. 성수호 헌터는 탱커로 재각성했던 게 아니었나?’
혼란스럽다.
그동안 수호의 앙증맞은 소환수들밖에 본 적 없던 서지우로서는 지금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소환수가 뿜어내는 기운이 충분히 당혹스러울 만했다.
[하르마칸 Lv.5]정예기사 등급
수호가 그동안 레벨이 오른 만큼, 그와 함께 싸워 온 소환수들도 레벨이 오르기 마련이었다.
마령족의 대족장이었던 하르마칸에게선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꺼림칙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삼 서지우의 머릿속에 인도의 록타크에서 수호의 곁에 서 있던 수천의 그림자 마수들이 떠올랐다.
‘설마 그게 진짜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었던 거야?’
아무래도 협회에서 더 꼼꼼하게 확인 절차를 거쳤어야 했나 보다.
갑자기 마동욱과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당연히 탱커일 거라고 판단한 것은 대단한 판단 착오였다.
“성수호 헌터…….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뭔가요?”
“야수왕 크로우입니다만.”
수호가 농담처럼 대꾸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서지우였다.
“야수왕…….”
그래. 그랬던가!
예전에 마곡 필드에서 일어났던 참사.
그곳에서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왕의 힘을 얻었다는 정체불명의 헌터.
그 사람이 성수호였다는 사실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군요. 성수호 헌터, 당신은 마곡에서 왕의 힘을 얻고 재각성을…….”
소름이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짜맞춰지는 기분이다.
‘나처럼 운 좋게 익면증에서 빠져나온 신세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 그것도 엄청난 시련을 이겨 내고 재각성을 한 사람이었구나.’
수호를 바라보는 서지우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호는 합정역을 힐끔 가리키며 하르마칸에게 명령했다.
“하르마칸, 이곳에 이중 던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네 능력이라면 확인할 수 있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후와아악!
그 순간, 하르마칸을 중심으로 주술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주술은 그가 오래전 환계에서 우연히 발견한 칸디아루의 유산으로, 이 능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르마칸은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었다.
평범한 족장에 불과했던 그가 대족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 또한 바로 이 능력 덕분이었다.
[인스턴스 던전이 생성되었습니다.]인스턴스 던전.
기존의 차원을 비틀어 ‘이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광범위 주술진.
이 능력은 차원의 틈새를 비틀어, 그 너머의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이었다.
띠링!
[아이템 : 던전의 열쇠]입수 난이도 : E급
종류 : 열쇠
-인스턴스 던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지하철 합정역 3번 출구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르마칸은 공손히 수호의 앞에 주술로 만들어 낸 열쇠를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