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3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39화(240/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39화
생존이란 결국 투쟁이다.
죽지 않기 위해.
그저 살아만 있기 위해 버티는 몸부림.
끼께께껙!
그것이 곧 삶이었고.
악마들이 살아가는 지옥이었다.
키히힛!
하지만 그런 지옥조차도 누군가에겐 사치였으니.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틈새의 주민들에게는 생존도, 투쟁도, 무릇 태어났음에 누릴 수 있는 기회이자 축복이었기에.
키껙께! 끼리껙께께!
그렇기에 그들은 그저 태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악귀들이었다.
그걸 위해선 살아 있는 영혼도, 죽어 버린 영혼도, 손이 닿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비빌 언덕만 있다면 어떻게든 뿌리를 뻗고 번성하는 잡초 그 자체.
“악마들의 왕이 없어지니, 잡초들이 이토록 증식했구나.”
용제 안타레스는 혀를 찼다.
태초 이래 이토록 사후의 바다에서 많은 잡초들이 증식했던 적이 있던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득실거리는 틈새의 주민들의 숫자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말이 좋아 잡초지, 이들 중에는 얼마나 많은 양분을 빨아들였는지 크고 거대한 고목처럼 자라난 강력한 거인들도 다수 존재했다.
“아무리 잡초라도 이만한 물량이면 정말 이 중에서 다음 왕이 정해질 수도 있었겠어.”
용제의 말대로, 지금 이 순간.
에실이 다스리는 악마계는 어마어마한 침공을 받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밀리지 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라!”
캬아아아아아!
에실의 명령 아래, 모든 악마들이 힘을 합쳐 틈새의 주민들의 침공을 막아 내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자들과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들.
이 두 세력 간의 전쟁은 정녕 치열했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하지만…….”
유일한 악마 귀족이었으나, 왕이 되기엔 영 어설프고 약해 보이던 에실을 떠올리던 안타레스는 이내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군. 힘이 약하면 일찌감치 강자에게 빌붙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
그래.
다시 생각해도 에실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악마계를 침공해야 하는 틈새의 주민들이 이렇게 뒤에서부터 궤멸되는 중이었으니까.
“…….”
용제는 자신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엄청난 광경을 말없이 응시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선두에서 기세 좋게 응원만 하고 있는 베르는 무시하더라도, 수호가 일으킨 수천의 그림자 군단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그들의 앞길을 막아설 자는 아무도 없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키에에엑! 그래! 계속 몰아붙여라! 우리 앞을 막아서는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위대한 파멸을 안겨 주리라!]빠직.
아, 잠깐.
위대한 파멸은 좀 아니지.
“그건 내가 너네랑 싸울 때 쓰던 말이었…… 후우.”
조금 울컥한 기분이 든 용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나직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래. 원래 전쟁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림자 군단과 가장 마지막까지 싸웠던 광룡들의 왕이자, 파멸의 군주였던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그림자 군주의 편에 서게 됐는지 참.
심지어 스스로의 의지로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게 될 줄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미래였단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용제였기에, 더더욱 그는 이놈들과 싸우게 된 틈새의 주민들을 진심으로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지독한 놈들이거든.’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의 군단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바로 용제 자신이었으니까.
끼께껙께!
끼이이히힉!
물량? 이곳에 모인 틈새의 주민들의 숫자는 대충 봐도 수호가 부리는 군단보다 10배 이상이나 많았다. 전쟁에 임하는 그 악귀 같은 지독함 또한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이지…… 지독하게 운이 나빴다.
애석한 일이다.
“하필이면 수호를 만나다니.”
그림자 군단, 아니 그림자 권능은 그 어떤 권능보다도 전쟁에 특화되어 있는 권능이었다.
이쪽에선 죽을수록 점점 병력이 줄어드는데, 그럴수록 저쪽에선 병력이 점점 늘어나는 권능이라니!
같은 편에겐 더없이 든든한 힘이었으나, 상대 입장에선 이토록 얄미운 능력도 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같은 군주급을 제외하고, 그 치사하고 짜증 나는 그림자 권능이 유일하게 안 먹히는 종족이 있었으니…….
바로 ‘악마족’인 것이다.
“원래 악마족이야말로 그림자 군단의 유일한 대항마였지. 죽더라도 그림자 군주에게 빼앗기지 않는 유일한 종족이었으니까.”
오래전에 악마들을 활용해 써먹었던 수많은 전략들을 떠올리며, 안타레스는 수호의 군단이 쓸어버린 사체들을 쳐다봤다.
지금도 보라.
[영혼이 없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영혼이 없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용제쯤 되면 볼 수 있다.
지금 수호의 눈에 보여지고 있는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을.
틈새의 악마들의 사체 위로 떠오른 메시지들이 말하고 있듯이, 애초에 이들에겐 영혼이 없어서 아무리 죽여도 추출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이들이 죽는 순간에 그동안 이들에게 잡아먹혔던 악마들의 영혼이 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으나, 그조차도 병사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이 말이 결국 무슨 말인가.
예비 악마족인 틈새의 주민들이나 악마들이야말로, 지금처럼 물량만 많으면 그림자 군단과도 충분히 비벼 볼 만한 종족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그림자 군주를 상대로는 진즉 처참하게 패하고 굴복당한 지 오래였으나, 여기 있는 수호는 제 아버지에 비하면 비교할 가치도 없는 반쪽짜리 아니던가.
“……그래. 이 정도 물량이면 충분히 비벼 볼 만했겠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화르르륵!
“지금의 수호에겐 내 심장이 있으니까.”
거참.
정말이지 운이 더럽게 없는 놈들 아닌가.
두근! 두근!
화르륵!
지금 이 순간에도 수호의 오른쪽 가슴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용제의 심장.
그 안에서 뻗어 나온 파멸의 마나가 수호의 모든 그림자 병사들에게 흘러들고 있었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끼아아아아악-!
“고작 잡초들 따위가 내 파멸의 불길을 버텨 낼 재간이 있나.”
그야말로 흑염!
항상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던 수호의 그림자 병사들은 이제 전신에 뜨거운 화염까지 휘감고 있었다.
그림자 군주와 파멸의 군주의 힘을 동시에 계승한 수호에게서 소환된 그림자 군단의 엄청난 공세에, 틈새의 주민들은 압도적인 물량적 우위를 점하고도 맥도 못 추고 잿가루가 되어 흩날릴 뿐이었다.
[크하하! 불타올라라! 저주받은 족속들이여!]특히 그중에서도 생전부터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던 시타는 그림자 병사가 되고도 여전했다.
특히 지금처럼 정당성까지 부여되자, 그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활개 치며 틈새의 주민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괴수들만 골라서 압도적인 힘을 퍼붓고 있었다.
그어어어어-!
쿠르릉!
거목처럼 단단한 거대 괴수가 처절한 괴성을 지르며 무너져 내린다.
전쟁은 더없이 치열했고, 수적으로도 이쪽이 확실히 불리했으나.
이쯤 되면 누가 나쁜 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곳에서 가장 공포에 떨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평범한(?) S급 헌터인 서지우였다.
“세, 세상에…….”
서지우의 안색은 당장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을 눈앞에서 직관하게 될 줄은.
“이게…… S급 헌터……?”
덕분에 새하얗게 비어 버린 서지우의 머릿속에서 조금 전부터 메아리치고 있는 아련한 목소리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수호를 처음 보자마자 했던 인사말.
-우와, 방금 걔네 뭐야? S급 소환술사라고 하더니, 방금 그게 네 소환수들이야?
‘아아…… 아아아……!’
서지우는 결국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나는 왜 그딴 말을 해서는!’
대체 왜 그랬을까!
극도로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되돌아가서 그 앙증맞은 소환수들을 보며 귀여워하던 자신의 눈과 주둥이를 쥐어뜯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이곳에서 서지우의 기분 따위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정도였다.
아니, 있긴 있었다.
하르마칸.
[지금 우는 건가.]‘제발 모른 척해 줘……. 제발……!’
서지우는 옆에서 할아버지처럼 다정한 듯 무심하게 말을 건네는 하르마칸의 관심이 몸서리치게 부담스러웠다.
무릇, 그림자 마령족 하르마칸은 영혼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영혼이 시끄럽군. 설마 주인님의 능력을 보고 저열한 열등감이라도 생긴 건가?]그렇다고 다정한 건 아니고, 그냥 봤다는 말이다.
하르마칸은 서지우의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혹시 열등감을 못 이기고 빌런이 될 생각이 있느냐? 원래 악령의 갑옷은 흑화한 영혼들과 상성이 좋다.]“…….”
악마고 뭐고, 이놈이 제일 나쁜 놈이다.
[흐음. 그보다 주인님의 사냥이 슬슬 끝나 가는군.]하르마칸은 턱을 쓸며 눈에 띄게 한산해진 주변을 둘러봤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전장 위를 가득 덮고 있는 사체들.
그 위로 자욱하게 올라오는 매캐한 연기들.
[그거 아느냐? 이 연기는 평범한 연기가 아니라, 이들이 잡아먹은 악마들의 영혼이다.]하르마칸의 설명에 서지우는 히끅, 숨을 멈추고 두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쯧. 놀라기는. 이 연기를 마신다고 악마가 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라.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연기들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가이지.]“하르마칸! 베르!”
때마침 전장을 지휘하던 수호도 그 사실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이 악마들의 영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추적해!”
[알겠나이다!]베르가 예리하게 눈빛을 번뜩이며 기감을 넓혔다.
하르마칸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두 손을 펼쳐 주술진을 생성했다.
그러자 수많은 균열로 복잡하게 뒤섞인 이 공허 한가운데, 죽은 악마의 영혼들이 허공을 떠돌며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는지가 포착되었다.
[주인님, 저쪽입니다.] [아닙니다, 소군주님! 이쪽이나이다!]“두 군데라고?”
수호를 중심으로 하르마칸과 베르가 동시에 서로 반대쪽을 가리켰다.
그를 보며 안타레스가 말했다.
“아마 둘 다 정답일 것이다. 어차피 죽은 악마들의 영혼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니까.”
악마계.
이 영혼들은 본능적으로 에실이 다스리는 악마계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이 영혼들에게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지.”
안타레스는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수호를 바라봤다.
“내가 너에게 준 파멸의 힘은 영혼마저도 철저히 파괴하는 강력한 힘. 그리고 극도로 강력한 파멸은 곧, ‘정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정화?”
놀라운 말이었다.
수호의 반응이 썩 마음에 드는지 안타레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래. 내 마나에 불타서 정화된 악마의 영혼은 사후의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수호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시야를 가득 덮은 수천 개의 시스템 메시지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메시지들을 골라낼 수 있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저기다! 추출이 가능한 악마의 영혼!”
파멸의 힘에 정화된 악마의 영혼들이 갈피를 못 잡고 허공을 떠돌다가 한 무더기로 모여서 어딘가로 몰려가고 있었다.
이러는 순간에도 그림자 병사들은 틈새의 악마들을 철저히 짓밟고 불태우고 있었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연기가 더더욱 그 무리에 합세했다.
그쪽은 바로 베르가 가리키는 방향이었다.
[키헤엑! 제가 맞췄나이다!]그에 베르는 한껏 우쭐거리며 더듬이를 치켜세웠고.
패배를 인지한 하르마칸은 시무룩하게 눈을 아래로 깔았다.
하지만 모든 영혼이 파멸의 힘에 정화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수호의 군단과 싸운 건 악마들이 아니라 틈새의 악마들이었고, 그들에게 잡아먹혔던 진짜 악마들의 영혼은 대부분 하르마칸이 가리킨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악마들의 왕이 될 자격을 지닌 에실 라디르가 다스리는 악마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결과.
띠링!
[‘퀘스트 : 악마왕의 시련’을 완료하셨습니다.]“아.”
수호는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보고, 에실의 시련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실의 영지를 계속해서 침략해 오는 틈새의 주민들이 수호 선에서 정리되어 버리자, 에실의 영지가 침략을 무사히 버텨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여튼 여러모로 운이 좋다니까.”
안타레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 지독한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성진우의 밑으로 기어 들어갔던 비굴한 악마 귀족 에실 라디르에게 온 우주가 축복을 내리는 수준이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보상 확인.”
수호는 바로 보상을 확인했다.
[‘아이템 : 바란의 뿔’을 획득했습니다.]“바란의 뿔?”
수호의 손에 기다란 악마의 뿔이 나타났다.
그 뿔을 손에 쥐는 순간.
“……!”
수호는 갑자기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감각.
이 감각은 익숙했다.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이 당신을 주시합니다.]그때였다.
“바란을 조심…….”
옆에서 용제 안타레스가 수호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던 찰나.
띠링!
[패시브 스킬 ‘(알 수 없음)’이 발동합니다.]슈와아아아악-!
수호의 그림자가 온 세상을 물들이며, 시간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