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4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42화(243/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2화
콰오오오오!
검게 드리워진 수호의 그림자에 순백의 땅이 용암처럼 펄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악-!
그 검붉은 업화에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밀랍처럼 녹아내리는 악마들의 모습은…….
정녕 지옥이었다.
꽈르릉! 쿠과광!
그들의 머리 위에선 여전히 자신들의 왕이 일으킨 청색 폭풍이 천둥벼락을 줄기줄기 내리꽂고 있었으나.
정작 그들의 왕인 바란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이 무슨…….]바란 또한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돌발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바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용암으로 변한 검붉은 땅.
청색 폭풍이 휘몰아치는 하늘.
그 사이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고 있는 악마들의 영혼을 보며 바란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인간 따위가 이 정도의 파멸의 힘을 다룰 수 있단 말인가-!]수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 눈치는 채고 있었다.
수호가 안타레스의 후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리고 설령 군주의 힘을 이어받은 후예라 할지라도 바란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니, 도리어 희소식이었다.
약해진 최상의 영혼이 스스로 걸어 들어온 셈이었으니까.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작 군주의 후예 따위가……!]진짜 군주인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물며 이 세계는 오직 나를 위한 곳이거늘!]그가 토해 내는 분노가 지옥의 끝에서 쩌렁쩌렁 메아리쳤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흉악한 눈빛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이 모든 것들이 흡족하여 용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전쟁에서 패배하고 다 죽었다 한들, 죽은 군주들 사이에도 엄연한 서열이 있었다.
그리고 이레귤러인 그림자 군주를 제외하면, 파멸의 군주인 자신이야말로 모든 군주들의 정점.
군주들의 수장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무려 자신의 심장을 넘겨받은 자신의 계승자가 이 정도 활약은 해 줘야 파멸의 군주로서의 체면이 살지 않겠는가.
캬아아아악!
이러는 사이에도 수많은 악마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용제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파멸의 마나에!
[큭!]바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강하게 병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뭣들 하느냐! 참고 버텨라! 너희는 이미 죽은 영혼인 것을! 무엇이 두려워 진군을 멈추는가!]……!
그 말은 실제로 사실이었다.
지옥의 업화에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악마들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고통은 여전히 지독했고, 온몸이 불타고 있었으나, 왕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놈을 죽여!]캬아아아아아!
불길에 휩싸여 더더욱 끔찍한 모습이 되어 버린 악마들의 영혼이 수호를 향해 악다구니를 쓰며 덤벼들었다.
마치 좀비 떼처럼.
하지만 그 광기의 현장 한가운데서도 수호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한가로이 웃고 있었다.
이미 승패는 정해졌으니.
수호는 악마들의 건너편에 있는 바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죽은 영혼을 어떻게 또 죽이겠어. 그런데 그거 알아?’
순간 바란은 불길함을 느꼈다.
수호의 눈빛이 강렬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용제의 후예이기 전에,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야.’
때마침 수호의 시선이 자신의 코앞까지 당도한 악마들의 영혼에게로 닿았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악마들의 영혼이 파멸의 힘에 하나둘씩 빠른 속도로 ‘정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관망하고 있던 수호가 이윽고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뻗었다.
그리고.
‘똑똑히 들어라. 나의 이름은 성수호. 죽음을 다스리는 왕이자, 그림자 군주 성진우의 아들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그저 명령할 뿐인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내세우며.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슈와아아아아악!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수호의 검은 그림자가 파멸의 불에 휩싸여 있던 악마들의 영혼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그들은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림자 악마 병사 Lv.1] [그림자 악마 기사 Lv.1] [그림자 악마 장군 Lv.1]…….
처처처처처척!
검은 증기를 일렁이는 악마들이 수호를 공격하기를 멈추고, 도리어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새로운 주군을 섬기는 기사들처럼.
[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그 앞에서 악마왕 바란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절망하고 악다구니를 쓸 뿐.
하물며 지배자들과 군주들 간의 전쟁 때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악마족은 유일하게 그림자 군주에게 뺏기지 않는 우월한 족속이었다.
그런데 파멸의 힘과 그림자 권능을 동시에 한 몸에 지닌 존재가 나타나니, 이런 터무니없는 결과가 일어나고 만 것이다!
[안 돼! 이, 이럴 수는 없단 말이다!]‘없긴 왜 없어.’
수호는 이죽거리며 자신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그림자 악마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전군, 돌격.’
희번덕!
수호의 손끝을 따라 그림자 악마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바란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야말로 악마처럼 바란을 잡아먹을 듯이 입을 쩌어억 벌리고 덤벼들었다.
크아아아아아!
[크아악-!]그 모습에 바란은 완벽히 눈이 돌아 버렸다.
[누가 감히 왕에게 반기를 드는가!]결국 열이 끝까지 뻗친 바란은 손을 뻗어 가장 먼저 자신을 공격한 악마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콰드득!
바란의 이빨이 악마의 영혼을 통째로 씹어 먹었다.
그리고 꿀꺽 삼키고, 아직 정화되지 않은 악마들을 찾아서 손을 펼쳤다.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와 하나가 되자!] [악마왕 바란이 ‘스킬 : 혈정’을 사용합니다.]슈와아악-
혈정.
악마 귀족의 고유능력인 혈석보다 상위 능력.
그 권능이 아직 파멸의 힘에 정화되지 않은 악마들의 영혼을 빨아들여, 바란의 몸에 깃들었다.
그러자 바란의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수호의 머리 위로 바란의 거대해진 주먹이 내리꽂혔다.
쿠와앙!
하지만.
‘왜? 이제는 힘 싸움이야?’
[……!]수호는 피하지 않았다.
힘 싸움이라면 오히려 바라는 바.
‘괜찮겠어?’
바란의 거대한 주먹을 근력만으로 거뜬히 버텨 낸 수호가 눈을 번뜩였다.
[……끄아아아! 감히 인간 따위가-!]쿠콰쾅쾅쾅쾅쾅!
거대해진 바란이 광분하며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악마왕 바란이 ‘스킬 : 혈정’을 사용합니다.] [악마왕 바란이 ‘스킬 : 혈정’을 사용합니다.]이러는 사이에도 바란은 악마들의 영혼을 흡수하며 점점 더 거대해져 갔다.
하지만 수호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정면에서 그와 맞붙어 싸웠다.
물론 혼자서는 아니다.
캬아아아!
[이 날벌레 같은 것들!]거대해진 바란을 향해 그림자 악마들의 공격이 온 사방에서 퍼부어졌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혈투.
그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용제 안타레스였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치열한 전투를 관전하며 피가 끓어오릅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손이 근질거립니다.]지금 이 순간.
용제는 새삼 떠올리고 있었다.
죽어서 무로 돌아갔던 자신이 수호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앞을 막아섰던 ‘성진우’의 환영과 나눴던 대화를 말이다.
-안타레스.
성진우는 자신에게 제안했다.
-나도 내 아들의 그릇이 너의 힘을 계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다. 애초에 용족도 아니고. 그러니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그때는 곧장 미간부터 찌푸린 안타레스였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진우야말로 이 우주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성격을 잘 아는 존재였다.
자신이 누구던가?
위대한 광룡들의 왕이자 파멸의 군주이며, 피 튀기는 전투 속에서만이 삶의 희열을 느끼는 지독한 싸움광.
진정한 의미에서의 파괴의 화신이 바로 안타레스, 스스로가 정의 내린 뚜렷한 정체성 아니던가.
그렇기에 성진우는 확신할 수 있었으리라.
-어차피 너도 죽어서 심심할 텐데, 밖에서 제대로 날뛰어 볼 생각 없나?
……자신이 절대 이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띠링!
[‘펫 : 라그나’가 소환됩니다.] [제사장의 육신에 ‘안타레스’의 영체가 강신합니다.]결국 용제가 강림했다.
악마왕 바란의 세상에.
[크흐흐하하하하! 즐겁구나! 성진우! 네놈의 제안을 수락하기를 잘했다!]수호와 바란의 전투로 인해 지옥이 변해 버린 이 땅에 진정한 파멸이 도래한 것이다.
송곳니 군주의 후예인 그레이는 수호가 강신을 허락해 줘야 가능한 일이었으나, 애초에 그레이와 용제의 수준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용제에게 대단한 실례였다.
하물며 용제는 죽은 군주들 중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육신을 얻고 당당히 죽음에서 부활한 존재 아니던가.
물론 현세에서는 마나 부족에 허덕이는 신세였으나, 이곳에서만큼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수호의 마나가 곧 용제의 마나였으니.
[성수호, 나의 계승자여.]이 파멸로 가득한 세상이 어찌나 흡족했는지, 용제는 입꼬리를 귀에까지 걸고 바란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수호를 향해 말했다.
[내가 이 파멸의 힘을 어떻게 쓰는지 직접 알려 주마.]띠링!
‘어?’
그 순간, 수호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전직 퀘스트 : 용제의 시련-3]용제 안타레스가 파멸의 힘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를 원합니다.
파멸의 힘으로 악마왕 바란의 영혼을 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훌륭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실패하면 ‘용제의 심장’은 또다시 당신의 육신을 불태울 것입니다.
수호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100레벨을 달성하고 시련이 끝난 줄 알았더니, 갑자기 세 번째 시련이 시작된 것이다.
‘뭐야? 시련이 또 있었어?’
[당연하지 않느냐!]‘하긴 전직 퀘스트가 끝났다면, 내 직업이 아직도 비어 있지 않겠지.’
수호는 금방 납득하고 용제를 향해 외쳤다.
‘좋아!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지?’
[거기서 지켜보아라. 나의 힘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용제가 눈을 빛냈다.
화르륵!
그 순간 그가 깃들어 있는 라그나의 작은 몸뚱이가 천천히 허공에 떠오르더니, 그를 따라 검붉은 화염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쩌어억-
거기서 라그나의 작은 입이 벌어졌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스킬 : 파멸의 숨결’을 사용합니다.]콰아아아아-!
……!
그 순간, 수호는 자신의 마나가 뭉텅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고.
동시에 재앙의 입에서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온 파멸의 숨결이 바란의 옆구리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크아악!]몸통의 절반이 새까맣게 타 버린 바란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한발 늦게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드래곤의 정체가 자신이 증오해 마지않는 용제 안타레스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에 귀기를 터뜨렸다.
[용제, 이노옴-!]쿵! 쿵! 쿵! 쿵!
바란이 수호를 내버리고 용제를 공격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그 위압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안타레스는 그저 갸륵하다며 입꼬리를 올렸다.
[잘도 피했구나. 심장을 노린 것인데.]역시 라그나의 몸으로는 왕년의 힘을 똑같이 발휘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교육 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가.
[자아, 어디 이번에도 피해 보거라.]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스킬 : 파멸의 숨결’을 사용합니다.]콰아아아아-
라그나의 작은 입에서 파멸의 숨결이 또다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바란도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가까스로 용제의 공격을 피해 낸 바란의 주먹이 까마득히 작은 라그나의 몸뚱이를 짓눌렀다.
쾅-!
어마어마한 공격에 땅이 쪼개지고 박살 났다.
하지만 용제는 무사했다.
수호가 재빨리 그림자 악마들을 시켜서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전무한 라그나를 피신시킨 것이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레스는 그저 즐겁다는 듯이 그림자 악마의 품에 안긴 채로 연신 킬킬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수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자, 벌써 두 번이나 보여 줬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지?]가벼운 말투를 쓰곤 있으나, 수호는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단, 실패하면 ‘용제의 심장’은 또다시 당신의 육신을 불태울 것입니다.
퀘스트를 실패했을 때의 후폭풍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몸소 경험해 봤으니 말이다.
[왜? 못하겠나? 그럼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은데.]‘아니, 충분해.’
이미 수호는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방해마라!]두다다다다다-!
바란이 용제에게 가는 것을 방해하는 수호를 향해 팔을 휘둘렀고.
수호는 높이 뛰어올라 그 거대한 팔뚝 위를 내달리며 한 손에 힘을 집중했다.
‘요령은 대충 파악했으니까.’
[호오?]마치 록타크 필드에서 싯다르트 밧찬을 처치했을 때처럼.
대신 그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완벽하게 파멸의 힘을 한 점에 집중시킨 뒤.
자신을 노려보는 바란의 얼굴을 향해 손을 펼쳤다.
[‘스킬 : 파멸의 숨결’을 배웠습니다.]그 순간.
[‘스킬 : 파멸의 숨결’을 사용합니다.]바란은 보고 말았다.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강력한 파멸의 힘을.
바란의 두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의 영혼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계산 중에 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가 들어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응?’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기계음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수호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들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