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4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44화(245/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4화
후와아악-!
얼어붙어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수호의 정신은 어느새 현실로 돌아왔다.
한창 그림자 병사들이 틈새의 악마들을 소탕하고 있는 차원의 틈새 한가운데로.
하르마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서지우의 곁으로.
그 순간.
핏!
성수호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그 자리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아직 잔존하는 틈새의 악마들이 모여 있는 한가운데였다.
화륵!
순간, 수호의 앞으로 교차된 양손에서 ‘카미쉬의 분노’가 검붉은 오러를 뿜어냈다.
‘상급 단검술’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악!
검붉은 검기가 온 시야를 가득 채운다.
새로 얻은 스킬이 능숙하게 허공을 찢어발겼다.
……촤촤악!
이윽고 눈에 보이지도 않던 수호의 발이 미끄러지듯 저만치 앞에서 멈추어 섰을 때.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틈새의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그가 지나쳐 온 길에 있던 모든 악마들이 비명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서 난도질 되어 버렸다.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다름 아닌 베르였다.
[키에에엑?! 저, 저것은 설마!]“……성수호 헌터?!”
뒤에 있던 서지우도 한발 늦게 경악한 표정으로 수호의 손에 들린 단검들을 쳐다보았다.
“그 무기는 갑자기 어디서……?”
서지우 입장에서는 진짜 마술이 따로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갑자기 수호의 손에 악마의 뿔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게 순식간에 두 자루의 단검으로 변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심지어 딱 봐도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단검들 아닌가.
[소군주님! 이 귀한 물건을 어디서 구하셨나이까?!]베르가 쏜살같이 날아와 묻는 말에 수호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아버지가 주셨어.”
[……!]“……아버지?”
서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반면에 베르는 몹시도 감격한 표정으로 눈망울을 글썽거렸다.
한때 성진우의 주력 무기였던 카미쉬의 분노를 베르가 몰라볼 리 만무했다.
[소군님! 이 카미쉬의 분노가 어떤 물건인지 아시나이까? 이 단검들로 말씀드리자면, 주군께서 다른 군주들에게 패배를 안겨 줄 때 사용하셨던 무기이나이다.]베르는 그윽한 표정으로 성진우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열심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카미쉬는 군주들을 제외한 마수들 중에서는 최상위에 자리한 광룡.
그 광룡의 이빨 중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로 만든 ‘카미쉬의 분노’는 군주들의 육체조차 베어 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곤.
[하지만 다른 군주들의 목을 베어 냈던 카미쉬의 분노도 용제에게만큼은 무용했지요.]단단한 비늘을 뚫는 것조차 힘겨웠으나, 간신히 뚫어 내도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남기는 게 고작이었다.
카미쉬의 분노로는 용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심지어 용제와의 일전에서 한 자루가 부러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성진우는 윤회의 잔을 사용하여 시간을 되돌렸을 때, 평상시에 사용할 무기로는 그만한 것이 없었기에 카미쉬를 찾아내 다시 한번 카미쉬의 분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 역시 설명충.”
[케헴. 송구스럽나이다. 제가 바로 설명을 잘하는 벌레긴 하지요.]수호가 엄지를 척 치켜들자, 베르는 어깨를 우쭐거리며 위풍당당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이나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이렇게 날이 손상되고 말았나이다. 특히 용제와 싸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으흠. 그야 당연한 일이지.”
끄덕끄덕.
베르의 말에, 어느새 수호의 곁에서 작은 도마뱀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안타레스의 입꼬리에는 매우 흡족한 표정이 걸려 있었다.
성진우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공격하다가, 칼날이 부러지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용의 이빨로 만든 단검이 이 용제의 몸을 뚫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안타레스, 최강의 용이며…….”
[그래서 요즘 왕께서는 ‘안타레스의 송곳니’로 만든 단검을 쓰고 계시나이다.]“뭐, 뭣이?!”
화들짝!
베르의 말에 입이 떡 벌어진 안타레스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 벌어진 입안으로 보이는 앙증맞게 삐죽삐죽한 송곳니들이 어째선지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기분 탓이겠지만.
하지만 눈치 없는 베르 개미는 용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간 정말 많은 용의 이빨로 무기를 만들어 봤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용제의 이빨이 최고였나이다.]“…….”
이것은 칭찬인가 욕인가.
안타레스는 매우 복잡한 심경으로 이를 악물고 수호를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잡담은 그만하고, 여기에 온 목적이나 해결하지 그래.”
“그래야지.”
그 말에 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사후의 바다’
애초에 서지우와 이 차원의 틈새를 찾아온 목적은 사후의 바다로 가는 길을 찾는 것 아니었던가.
[제가 안내하겠나이다!]베르는 먼저 찾아둔 ‘정화된 악마들의 영혼’이 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수호를 안내했다.
* * *
차원의 틈새는 그 자체로 균열투성이다.
그 균열들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수시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곳이 바로 차원의 틈새라 불리는 미지의 차원이었다.
요컨대, 방향을 알아냈다 해서 곧장 사후의 바다로 연결된 구멍을 찾아낼 수 있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미끼.
용제가 제시한 서지우의 역할이었다.
“크흡……!”
정화된 악마들의 영혼의 흐름을 따라서 이동하고 있던 중 서지우가 갑자기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수호가 당황하며 서지우를 돌아봤다.
“서지우 헌터님? 왜 그러십니까?”
“허억, 허억……. 수,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
뭔가 이상하다.
극한의 공포.
서지우는 여기서 더 앞으로 갔다간 죽을 것 같다는 공포심이 밀려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
“하르마칸! 원인을 찾아라!”
수호는 곧장 하르마칸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서지우 같은 S급 헌터가 이런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었다는 건, 환계의 주술사 같은 놈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명령을 듣고도 하르마칸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이건 누군가의 소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건…….]그 말에 베르는 옆에서 가늘게 뜬 눈으로 주변을 빠르게 탐색하며 말했다.
[소군주님, 아무래도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나이다.]한참 전부터 그들 주변에는 산산조각이 난 유리창처럼 수많은 균열이 가득 둘러싸고 있었다.
[이 균열들 중에 분명…….]“사후의 바다가 있겠군.”
안타레스가 베르의 말을 받으며, 과호흡 증세가 온 서지우를 힐끔 쳐다봤다.
“지금 이 인간이 느끼고 있는 공포감은 생명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적인 거부감. 즉, 생존 본능이다. 아무리 마력이 강한 인간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공평한 법이니까.”
“뭐? 그럼 나는?”
“……너는 공평하지 않다.”
수호의 대꾸에 안타레스는 썩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아마도 태초 이래 처음일 것이다.
광룡들의 왕 안타레스가 혈통의 불공평함을 논하게 된 것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서지우와는 달리, 수호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튼 제대로 찾아왔다는 거군.”
상황을 파악한 수호는 곧장 서지우부터 뒤로 물러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쩌저정-!
“……!”
갑자기 서지우의 머리 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균열이 깨지며, 거대한 꽃봉오리가 튀어나왔다.
[악몽의 꽃봉오리]쫘아아악-
갑자기 튀어나온 흉물스러운 꽃봉오리가 4등분으로 갈라지며, 바로 아래에 주저앉아 있는 서지우를 향해 악어처럼 생긴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
그 모습에 안 그래도 숨도 못 쉬고 있던 서지우는 비명조차 못 지르고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놈이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기괴한 식물이 바로 자신의 영혼을 잡아먹고 사후의 바다로 끌고 갔던 놈이라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자신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침을 뚝뚝 흘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또 잡아먹…….’
캬아아웁-!
서지우에게 닥쳐온 절망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어딜!”
촤촤악-
순간 수호가 뛰어올라, 한입에 서지우를 꿀꺽하려던 놈의 줄기를 허공에서 댕겅 잘라 버렸다.
“키아아악-!”
바닥을 뒹구는 놈의 입에서 고막을 긁는 기괴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용제가 말한 대로, 사후의 바다에서 자라난 잡초들은 집요했다.
특히나 이놈, 악몽의 꽃봉오리 같은 놈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집요했다.
퉁, 퉁, 퉁!
촤라라락-
목이 잘려 머리만 바닥을 나뒹구는 순간에도, 악몽의 꽃봉오리의 잘려 나간 줄기 끝에서는 새로운 줄기, 아니 징그러운 뿌리들이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파바바바밧-
그리고 그 뿌리들을 이용해, 다리 많은 벌레처럼 바닥을 빠르게 기어서 서지우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지배자의 권능!’
쐐애액-
그 순간, 수호의 손에서 카미쉬의 분노가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촤촤촤촥!
그리고 이번에는 줄기가 아니라 놈의 꽃봉오리를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화르륵!
“끼아아아…….”
결국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진 놈의 꽃잎들이 그대로 불타 버렸다.
[악몽의 꽃봉오리를 처치했습니다.]“하아아…….”
눈앞에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놈의 모습을 보자, 서지우는 이제야 비로소 막혔던 숨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디선가 자신을 계속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미지의 존재가 드디어 사라진 것을 보자, 본능적인 안도감이 밀려온 것이다.
서지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 수호를 돌아보며 힘없이 웃으며 물었다.
“미끼 역할…… 제대로 했나요?”
“고생하셨습니다.”
수호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서지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부탁한 일인걸요.”
서지우는 여전히 익면증에 걸려 잠들어 있는 동료들에게 부채감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료들은 천천히 죽어 가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깨어나 S급 헌터로 재각성해서 살고 있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미안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지우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하르마칸.”
수호는 고개를 들어, 악몽의 꽃봉오리가 튀어나온 차원의 구멍을 노려보며 하르마칸에게 명령했다.
“좌표 고정해.”
[예, 주인님.]번쩍-
그 말에 즉시 하르마칸은 두 손에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차원의 틈새는 변동성이 심하다.
이렇게 사후의 바다로 연결된 통로를 찾았어도, 언제 갑자기 좌표가 뒤틀려 연결이 끊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 차원의 틈새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 심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내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마령들의 왕, 환계의 군주 요그문트였다.
하지만 그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통로를 연결하는 능력 자체는 결코 요그문트에게만 허락된 능력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환계의 2인자였던 대주술사 칸디아루 또한.
[하르마칸이 인스턴스 던전을 발동합니다.]칸디아루의 유산이었던 인스턴스 던전은, 기존의 차원을 비틀어 ‘이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광범위 주술진이었다.
이 능력은 차원의 틈새를 비틀어 그 너머의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이었으나, 조금만 응용하면 이면 세계가 아닌 단순한 ‘문’을 창조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촤라락!
하르마칸의 두 손을 뻗자, 주술로 엮어 낸 사슬들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 사슬들은 불규칙적으로 깨져 있던 균열들을 강제로 묶어, 구멍을 크게 벌리고 좌표를 고정시켰고.
그 결과.
파아아앗-
“……맙소사.”
서지우의 두 눈이 경악으로 차오른다.
그들의 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일렁이는 거대한 게이트가 탄생하고 말았다.
띠링!
[‘게이트 : 사후의 바다’가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