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4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45화(246/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5화
수호는 일단 서지우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서지우 헌터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저희는 여기 남아서 사후의 바다를 돌아보고 올 테니, 먼저 밖으로 돌아가 쉬세요.”
사실상 서지우의 역할은 끝이었다.
어차피 서지우는 지금 사후의 바다 근처에만 있어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최대한 빨리 던전 밖으로 내보내 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르마칸, 네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드리고 와.”
수호가 하르마칸을 쳐다보자, 하르마칸은 서지우를 직접 내보내기보단 주술을 사용했다.
번쩍-
하르마칸의 손에서 생성된 주술진이 주먹만 한 크기로 압축되었다.
[주인님,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수호는 하르마칸이 건네준 아이템을 받아 들었다.
띠링.
[‘아이템 : 귀환석’을 획득했습니다.]“귀환석?”
수호의 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귀환석]종류 : 소모품
하르마칸의 주술로 만든 아이템입니다.
귀환석을 부수면 던전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었어?”
[칸디아루의 유산을 연구하면서 터득한 잡술에 불과합니다.]하르마칸은 별것도 아니라며 겸양을 떨었지만, 수호의 놀라는 반응에 이미 입꼬리와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이 아이템은 내가 아니라도 사용이 가능한 거야?”
[원래는 불가능합니다만, 이 물건은 특별히 주인님의 그림자 병사들 근처에서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끔 개조해 봤습니다.]“그림자 병사들 근처? 설마 그림자 교환 스킬을 활용한 거야?”
[역시 예리하십니다. 제가 이렇게 주인님께 종속되어 보니, 애초에 칸디아루의 유산 자체가 처음부터 그림자 권능을 활용하기 위한 주술들이 대부분이더군요.]“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
알면 알수록 마령족이라는 놈들은 쏠쏠하게 써먹을 구석이 많은 종족인 것 같았다.
수호는 곧장 서지우의 손에 귀환석을 쥐여 주며 말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건…….”
졸지에 귀환석을 손에 쥔 서지우는 이제는 더 놀랄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던전도 만들어 낸 마당에, 여기서 쉽게 돌아가는 방법 같은 게 갑자기 튀어나온다 한들 더 놀랄 정신력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쩌적.
서지우는 그렇게 수호의 설명에 따라 귀환석을 손으로 부쉈고, 합정역 밖으로 연결된 포탈을 타고 차원의 틈새에서 떠났다.
[주인님께서는 굳이 귀환석 쓸 것 없이 그림자 교환 스킬을 쓰시면 됩니다.]“그래. 말 나온 김에 이 근처에 병사들을 미리 배치해 둬야겠어. 언제든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게.”
그림자 병사가 많아지니까 이런 게 가능해져서 좋다.
여기저기 퍼뜨려 두면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지 않은가.
수호는 오늘 추출한 그림자 악마들과 그림자 용인족들 몇 명을 따로 추려서, 앞으로도 계속 게이트 앞을 지키게 명령했다.
“자, 그럼 들어가자.”
수호는 나머지 병력을 모두 이끌고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게이트 : 사후의 바다’로 입장합니다.]파아아앗-
그 순간.
“……!”
수호의 시야에 펼쳐진 시커멓고 끈적한 하늘.
그 하늘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린 망망대해가 온 사방천지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갑자기 수호의 눈앞에 경고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육체로 ‘사후의 바다’의 기운과 접촉했습니다.] [‘디버프 : 죽음’이 발동합니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감소합니다.] [HP -100] [HP -100] [HP -100]…….
“와우.”
미쳤다.
죽음의 실체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1초마다 HP가 무려 100씩이나 쭉쭉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결국엔 죽는다는 말이네. 죽음 앞에선 칸디아루의 축복도 안 먹히는구나.”
“당연하지. 절대자조차 죽음을 피하지 못했거늘, 한낱 피조물 따위가 만들어 낸 축복 같은 건 이 안에서 무용하다.”
어느새 수호의 어깨 위로 올라탄 안타레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넓다.
어딜 둘러봐도 세계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오로지 끈적한 어둠뿐.
[소군주님, 조심하십시오. 보이는 것이 없다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나이다.]베르도 그 어느 때보다도 잔뜩 긴장한 눈빛이었다.
[이 바닷속에 빠지는 순간,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가속화될 겁니다.]다행히 수호가 바다에 빠질 일은 없었다.
수호에겐 혹한의 군주의 후계자, 아이스 엘프 시르카에게 배워 둔 스킬이 있었으니까.
찰박.
[‘스킬 : 엘프의 발걸음’을 사용합니다.]조심스레 내뻗은 수호의 발이 검은 바다 위를 밟고 걷는 데 성공했다.
[오오오!] [주인님께서 바다 위를 걸었다!] [키에엑! 역시 소군주님이시나이다!]그 모습에 두 손 들고 환호하는 그림자 병사들.
수호도 안도했다.
“다행이네. 이 스킬이 안 먹히면 지배자의 권능을 쓰려 했는데.”
지배자의 권능은 걷는 게 아니라 허공에 떠 있다는 개념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엘프의 발걸음 쪽이 여러모로 부담이 적었다.
아무튼 움직임의 제약을 해결한 수호가 베르를 비롯한 병사들을 돌아봤다.
“그런데 너네는 괜찮아?”
[저희는 이미 죽은 영혼들이라 괜찮나이다.]“그나마 다행이군.”
그림자 병사들은 HP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떨어질 체력도 없었다.
“그럼 안타레스는?”
“삐용?”
“……벌써 튀었냐. 이 삐용이.”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라그나를 그림자 세계로 피신시키라고 재촉합니다.]어느새 강신이 풀린 라그나가 얼빠진 표정으로 수호의 어깨 위에서 시들시들 죽어 가고 있었다.
“그래, 너는 들어가라.”
수호는 라그나를 그림자 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러는 사이에도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HP를 보며, 상점창에서 힐링 포션을 잔뜩 샀다.
[‘아이템 : 중급 힐링 포션’을 구매했습니다.] [‘아이템 : 중급 힐링 포션’을 구매했습니다.] [‘아이템 : 중급 힐링 포션’을 구매했습니다.]…….
“이거, 포션값이 만만치 않겠는데.”
뭐 이딴 곳이 다 있나 싶다.
필수적으로 포션을 정기적으로 마셔 줘야 하는 곳이라니.
심지어 포션 여러 병을 동시에 마셔 봤자, 포션이 HP를 회복시켜 주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포션으로는 현재 체력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정도까지가 한계라는 뜻.
“이 상태에서 전투라도 벌어졌다간, 포션만으로는 회복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말이군.”
[소군주님, 차라리 이곳의 정찰은 병사들에게 맡기시고, 소군주님께서는 안전하게 밖에 나가 계심이 어떠시나이까.]베르의 충언이었다.
“일단 들어온 김에 최대한 돌아보자고.”
수호는 비행이 가능한 그림자 용인족들을 사방으로 퍼뜨려 주변을 정찰하게 시켰다.
그리고 본인도 엘프의 발걸음으로 사후의 바다 위를 찰박찰박 거닐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든 게이트 밖에 있는 병사들과 그림자 교환을 하셔야 합니다.]하르마칸도 옆에서 수호에게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곧장 지구에 남겨 둔 병사들과 교환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림자 교환 스킬의 쿨타임을 생각하면 그게 더 효율적…….]그때였다.
오싹.
“왔다.”
순간, 수호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촤아아악!
새까맣고 끈적이는 검은 바닷속에서 거대한 촉수들이 수호를 노리고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악몽의 꽃봉오리] [악몽의 꽃봉오리] [악몽의 꽃봉오리]“역시 여기가 꽃밭이었네.”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날렸다.
촤촤촤촤촤촤촤촤!
“끼이이이!”
갑작스럽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악몽의 꽃봉오리들을 시작으로 이름 모를 잡초들까지 나타나 수호를 공격했다.
탐스러운 생명력을 가진 인간이 사후의 바다에 들어온 이상, 놈들의 목표는 명백했다.
캬웁! 캬웁!
캬아웁!
수많은 식물이 수호를 잡아 먹기 위해 아가리를 쩍쩍 벌렸다.
심지어는 수호의 발밑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놈들도 있었다.
[소군주님을 지켜라!] [주인님을 지켜라!]사실 이놈들 하나하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막강한 그림자 병사들을 상대로 잡초 따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수호에게 진짜 큰 문제는 완전히 다른 부분에 있었다.
“……이 잡초들, 아무래도 경험치를 안 주는 것 같은데?”
[주인님, 사후의 바다는 레벨업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칸디아루의 인스턴스 던전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한 영역입니다.]수호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레벨업이 불가능할 줄이야.”
이건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수호는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다시 말하지만 사후의 바다는 넓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군단을 총동원해 열심히 이곳을 탐색해 봤으나, 세계수는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소모적인 방법으로는 포션값으로 탕진할 기세였다.
“흠. 이런 곳이라 이거지? 방법을 바꾸자.”
수호가 갑자기 발밑으로 시선을 내렸다.
“다들 따라와.”
[소, 소군주님?!]베르는 경악했다.
풍덩-!
안전하게 수면 위를 걷고 있던 수호가 갑자기 사후의 바닷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모두 소군주님을 따르라!]베르의 다급성에 병사들이 수호의 뒤를 따라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그리고 그 밑에서 도사리고 있던 잡초들을 보이는 족족 처치했다.
문제는 수호였다.
띠링!
[실시간으로 체력이 감소합니다.] [수면이 깊어질수록 ‘디버프 : 죽음’의 효과가 강해집니다.] [HP -100] [HP -109] [HP -123] [HP -149] [HP -162]…….
이것이야말로 죽음.
수면이 깊어질수록 수호의 HP가 떨어지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이건 명백히 죽음을 재촉하는 짓이었다.
‘어쩐지 아버지가 세계수를 찾기 위해선 레벨부터 올리라더니.’
다행히 그동안 아버지의 말씀대로 레벨을 많이 올려 둔 덕분에 아직까진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이 수상한 검은 바닷물 속에서 숨을 쉬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예전에 사막 속을 떠돌 때, 에실에게서 마력으로 얼굴에 보호막을 씌우는 요령을 배워 둔 덕분이었다.
그렇게 병사들에게 잡몹들을 맡기고, 사후의 바닷속을 더욱 깊고 깊은 곳으로 헤엄쳐 내려가던 중.
‘……찾았다.’
수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사후의 바다는 죽은 자들이 떠도는 곳이라 했지.’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 보이나 했더니, 다들 이 아래쪽에 모여 있었구나.
그렇다.
사후의 바닷속 깊은 바닥에는…….
말 그대로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끔찍하게 많은 영혼들.
인간들을 포함한 수많은 혼세의 주민들이 차가운 시체처럼 고요히 잠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이 어떻든, 이미 죽어 버린 그들의 눈은 그저 공허할 뿐이었다.
심지어 이미 잡초들에게 양분이 빨려 너덜너덜해진 영혼들조차도, 아무런 고통도 못 느끼고 그저 이 시꺼먼 물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소군주님…….]수호를 지키기 위해 수호의 곁에 바짝 붙어 있던 베르는 불안한 눈동자로 수호를 바라봤다.
이렇게 직접 뛰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사후의 바다의 소름 끼치는 실체를 목격하게 된 수호는…….
“월척이군.”
웃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모두 일어나라.”
……!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너는 역시 불공평하다며 투덜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