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4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46화(247/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6화
그림자 권능이란 무엇인가!
바로 사후의 바다에 떠도는 죽은 영혼들을 다시 바닷속에서 건져 올리는 능력이었다.
그 매개체로 해당 영혼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시체의 그림자’가 필요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사후의 바다에 직접 뛰어든 이상 그 중간 단계는 얼마든지 생략할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직접 망령들의 멱살을 잡아끌면 그만이니까!
“일어나라!”
그렇게 수호가 뿜어낸 그림자 권능에.
사후의 바다가 출렁였다.
――――――――!
하나의 유기물처럼 끈적거리며 흐르고 있던 시꺼먼 수면 위로 크고 작은 파문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원인은 그 아래, 깊은 심연 속에 시체처럼 멍하니 가라앉아 있던 수많은 망령들.
……번쩍!
그들의 초점이 없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동시에 침잠했던 의식이 살아났고.
아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아아아-!
크워어어어-
그들은 분연히 몸을 일으켰다.
촤아아악-
하지만 사후의 바다는 그들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점액질처럼 끈적거리는 검은 바닷물이 집요하게 망령들의 몸에 달라붙었다.
죽은 영혼들을 다시 아래로 끌어 내리려는 의지.
이 강제력이야말로 바로 이곳.
‘사후의 바다’를 지배하는 중력이자, 순리였으므로.
하지만 그림자 권능은 기어코 그 순리를 거슬렀다.
촤아아아악-
고요하게 흐르던 수면 위에서 시작된 파문들은 곧 파도가 되었고.
솟구쳐 해일이 되었다.
검은 바다가 소용돌이쳤다.
쿠와아아아-
그리고 그 위로.
결국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망령들이 수호의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그들을 죽음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바닷물을 전신에 뒤집어쓴 채로.
고오오오.
새까맣고 끈적이는 사후의 바닷물은, 그들이 전신에서 발산하는 투지로 인해 새까만 증기가 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스템 메시지들과 함께.
수호는 수많은 종족들로 구성된 새로운 병사들을 보았다.
다양한 차원에서 살아가던 혼세의 주민들.
지구에서야 이들을 가리켜 마수, 혹은 몬스터라 부르고 있었으나, 이들의 진면목은 수많은 세월 동안 이루어진 전쟁과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죽어 갔던 전사들의 영혼이었다.
[키에에에엑-! 대단하시나이다! 진짜 월척이나이다!]베르가 감격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그림자 군단에 미처 편입시키진 못했던 영혼들입니다! 애초에 마주친 적도 없는 놈들을 어떻게 병사로 추출했겠나이까!]그렇다.
전대 그림자 군주 아스본에 이어, 현 군주인 성진우까지.
아무리 그들이라도, 온 우주에 펼쳐진 모든 차원에서 제각각 죽어 간 영혼들을 전부 그림자 군단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전쟁과 무관하게, 그림자 군주와 일면식도 없이 죽어 간 영혼들이 바로 여기, 사후의 바다에 다 모여 있는 것이다.
씨익.
그들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수호의 입꼬리가 매우 흡족하게 호선을 그렸다.
던전의 마수들로 마주친 적 있어서 익히 아는 종족도 있었고, 생판 처음 보는 종족도 있었다.
심지어 전쟁에 앞장서서 싸우기엔 터무니없이 약한 종족들도 존재했지만, 전투와는 무관한 재능이 엿보이는 놈들도 보였다.
그 와중에.
“……음?”
수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보니, 모든 영혼이 추출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림자 추출을 시도합니다.] [추출 시도 중…….]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추출 시도 중…….]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이런.”
수호는 추출하지 못한 망령들을 향해 몇 번이고 다시 추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실패.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이유는 두 가지였다.
[대상이 가진 능력치, 대상의 사망 경과 시간에 비례하여 추출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먼저, 사망 경과 시간.
너무 오래전에 사후의 바다에 온 망령들은 그동안 잡초들에게 양분이 빨려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잡초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림자 권능으로도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사후의 바다에 녹아들어 버린 것이다.
아마 이들은 억지로 추출하더라도, 병사로서 제대로 된 활약이 불가능했다.
다만 수호의 표정이 찌푸려진 건 그런 놈들 때문이 아니었다.
“대상이 가진 능력치…….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냐.”
…….
수호의 말에 대답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망령들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개체들.
그때 그 이유를 눈치챈 베르가 옆에서 수호의 어깨를 토닥였다.
성장기 어린이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푸근하게 웃으면서.
[어쩌겠나이까. 소군주님이 진정한 그림자 군주가 아니셔서 그런 것을. 물론 주군이셨다면 손짓만 까딱해도 벌떡벌떡 일어났을 놈들이지만, 아직 소군주님의 그림자 권능으로는 놈들을 설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봅니다.]토닥토닥.
[차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지요.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되시지 않나이까? 자, 보십시오. 저 건방진 망령들을! 다음번에 레벨을 더 올리고 오시면, 저 건방진 놈들이 다 소군주님의 군단이 되고 싶다며 두 손 들고 환영할 겁니다.]……이건 응원인지, 놀리는 건지 원.
평소였으면 베르의 말에 발끈했을 수호도 오늘만큼은 진중한 눈빛으로 놈들을 노려봤다.
그래.
사후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영혼 중에는 아직 자신의 힘으로는 굴복시킬 수 없는 대단한 놈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아직 놈들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 그만한 자격을 만들고 오면 그만이었다.
“그래. 두고 보자.”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는 수호였다.
그리고 이 아까운 영혼들이 여기서 허무하게 잡초들에게 뜯어먹히기 전에,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려와 저 도도한 녀석들을 추출하고 말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에도 수호의 체력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다.
[HP -514] [HP -763] [HP -989] [HP -1,314]…….
[소군주님, 더는 위험하나이다.]“……그래. 올라가자.”
푸화악-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자, 급속도로 떨어지던 HP가 다시 속도가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와 보니, 이 속도가 단번에 -100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HP -931] [HP -819]…….
[HP -434]…….
[HP -100] [HP -100]…….
수호의 몸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던 검은 물이 다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정상적으로 1초당 100씩 HP가 줄어들게 되었다.
수호는 바로 포션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슬아슬하게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군.”
[소군주님, 일단 지금은 밖으로 잠시 나가셨다가 회복하고 돌아오시지요. 이 상태로는 세계수를 찾게 되더라도 오히려 위험하실 수 있나이다.]“그래, 그러자. 하지만 그 전에.”
수호는 새로 거둔 병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 중에 혹시 세계수의 위치를 아는 놈들 있어?”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들은 이곳에 온 순간부터 의식이 없었을 테니까.
수호는 아쉬워하며 날개 달린 병사들을 따로 분류해 명령을 내렸다.
“난 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날개 달린 놈들은 계속 여기 남아서 세계수를 찾아봐. 그리고 잡초들이 보이면…….”
[철저하게 말살시키겠습니다.]그림자 용인족들의 중심에서 시타가 눈빛을 번뜩였다.
[이 아까운 영혼들을 잡초들이 다 빨아먹게 둘 수는 없지요.]“알아들었으면 흩어져.”
수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즉시 날개 달린 병사들이 날개를 펼치고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을 잠시 올려다보던 수호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그래. 인원은 많을수록 좋겠지.”
생각해 보니 이 사후의 바다와 적격인 종족이 있지 않은가.
바로 악마들.
[‘스킬 : 그림자 교환’을 사용합니다.]핏!
수호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그 시각.
으아아아아아아아-!
에실의 영지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끝났다!”
“시련을 버텼다!”
“우리가 결국 시련을 이겨 냈다고!”
틈새의 주민들의 침략을 가까스로 버텨 낸 악마들의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팔다리를 잃은 이도 있었고, 전신에 검은 피를 철철 흘리며 빈사 상태인 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기뻐해도 좋으리라.
악마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했으니.
“악마들이여!”
……!
갑자기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모든 악마들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라디르가의 장녀, 에실.
아니.
우리들의 왕, 에실 라디르!
악마들의 뜨거운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에실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모든 악마들의 시선을 당당히 마주한 채.
히죽,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래. 우리가 이겼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 말 한마디에 악마계가 터져 나갈 듯이 한목소리로 함성을 지르는 악마들이었다.
침공이 시작된 순간.
악마계를 갑자기 침략한 틈새의 주민들을 목격한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악마들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이 시련을 이겨 내지 못하면, 저 틈새의 주민들과 자신들의 처지가 뒤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는 악마로서 존재할 수 없을 거라는 절대적인 공포감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우리야말로, 진정한 악마다.”
에실의 선포에 악마들은 또다시 열광했다.
진심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저 순혈의 악마 귀족 ‘에실 라디르’가 바로 자신들의 왕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그때였다.
쩌저저저적-!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은.
“……?!”
우르릉- 콰콰쾅!
천둥 벼락.
차분해진 악마계의 하늘에서 별안간 백염의 공포가 내리꽂혔다.
“뭐, 뭐야!”
“설마 2차 공세인가!”
“더는 버틸 힘이 없는데…….”
악마들은 절망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왕인 에실 라디르에게 애원하는 시선을 보냈다.
에실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안심해라. 시련은 끝났다.”
……!
그 말에 크게 안도하는 악마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운이 낀 저 하늘 너머를 바라보는 에실의 굳은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악마들은 두려움에 떨며 수군거렸다.
“시련이 아니라면…….”
“저 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하지만 얼마 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말없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던 에실의 두 눈이 번쩍 커졌다.
“……왔다!”
꽈르릉!
그 순간.
하늘에서 검은 벼락이 줄기줄기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그 실로 두려운 광경에 모든 악마가 경악했으나, 유일하게 에실은 더없이 반가운 표정으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갔다.
“성수호!”
검은 벼락이 아니었다!
수호를 중심으로 차원을 뛰어넘은 검은 그림자들!
악마계에 남겨 둔 그림자 병사를 이용해, 성수호가 악마계로 돌아온 것이었다!
“에실.”
검은 기운을 일렁이는 그림자 병사들의 중심에서 수호가 에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한 손으로는 포션 한 병을 꺼내 입에 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번에 획득한 다른 아이템을 꺼냈다.
[아이템 : 바란의 뿔]바란의 영혼을 처치하고 남은 건 이 아이템 하나뿐.
어떤 용도의 아이템인지 시스템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지 않았지만, 수호는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수호는 에실에게 바란의 뿔을 건네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악마왕이다.”
……!
그 뿔을 받아 든 에실의 전신이 검은 기운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