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4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48화(249/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8화
지이이이이잉-
파멸의 숨결.
용제의 심장에서 끓어오른 지옥의 업화가 카미쉬의 분노를 타고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갔다.
화악!
솟구치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숨이 턱 막힌다.
아마도 평범한 재료로 만든 검이었다면, 이 화력을 못 버티고 검 손잡이까지 녹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용의 이빨로 만든 단검, 카미쉬의 분노는 오히려 파멸의 숨결과 상성이 아주 좋았다.
애초에 용족의 이빨이 파멸의 숨결을 버티지 못했다면, 그들이 숨을 쉴 때마다 이빨이 멀쩡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어쩌면 니드호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니드호그의 뼈나 이빨은 파멸의 숨결에 버틸지도 모르겠으나, 연약한 입천장은 사정이 달랐다.
쿠콰콰콰콰콰콰콰!
파멸의 숨결은 기어코 수호와 에실을 집어삼킨 니드호그의 입천장을 녹이고 머리통까지 일직선으로 구멍을 뚫고 말았다.
크르르르르르르!
하지만 머리가 일곱 개나 되기 때문일까.
고작 머리통 하나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해서 니드호그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수호와 에실을 씹어 먹기 위해 턱에 힘을 주었다.
콰드득!
‘큭!’
그 결과, 수호 대신 입천장을 떠받치고 있던 에실의 다리가 무게를 못 이기고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에실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가 부러진 순간, 이를 악물고 아직 부러지지 않은 나머지 다리를 굽히고 등으로 입천장을 받쳤다.
‘아직…… 괜찮으니까 계속해!’
에실이 두 팔과 등을 최대한 이용해 입천장을 떠받들며 수호의 등에 대고 외쳤다.
쿠콰콰콰콰콰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에실의 외침에, 카미쉬의 분노를 거머쥔 수호의 손등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파멸의 광선을 계속해서 뿜어내며, 뱀 머리를 조금씩 잘라 내는 수호의 이마에 진땀이 흐른다.
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의 파괴 광선은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나를 잡아먹는다.
어찌나 위력이 대단한지 그 반발력 또한 대단했다.
이렇게 방향을 옆으로 트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보람은 있다.
수호의 파괴 광선이 점점 옆으로 움직일수록, 놈의 머리통에 뚫린 구멍 또한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잘라 낸다……!’
키야아아아아아!
‘……아!’
됐다!
결국 뒷덜미가 절반이나 잘려 나간 니드호그가 고통에 못 이겨 입을 쩌억 벌리고 비명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에실 또한 온몸이 바스러질 것 같았던 압박감에서 해방되었고.
그제야 가까스로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
뚫렸다!
지옥의 업화에 녹아내린 심연 너머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세계수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큰!
하지만 그 구멍 너머로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크워어어어!
캬아아아아아아!
고통을 느낀 니드호그의 다른 여섯 개의 머리가 이쪽으로 하나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살기가 수호와 에실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리고 파멸의 숨결에 의해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놈들과 수호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가 당신을 주시합니다.]오싹.
여섯 쌍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향하자, 수호는 순간적으로 몸이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고작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온몸이 저릿거릴 정도였다.
[‘효과 : 공포’가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1분간 50% 감소합니다.]‘……하.’
눈앞에서 그 시선들을 마주한 수호는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떨어진 효과로 인해 파멸의 숨결이 뚝 끊기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마나통도 절반이나 줄어 있었는데, 여기서 또 반토막이라니.
여기서 다시 파멸의 숨결을 쓴다 해도, 여섯 개나 되는 나머지 머리들을 전부 상대하기엔 마력이 부족했다.
[현재 장소에서는 물약과 상점 사용이 불가하며, 레벨이 상승하더라도 상태가 회복되지 않습니다.]심지어 ‘알 수 없음’ 스킬로 끌려온 탓에 물약의 사용마저 제한된 상황.
크워어어어어어!
그때 다시 니드호그의 여섯 머리가 수호를 향해 일제히 포효했다.
그 순간, 누구보다도 수호를 걱정한 이들이 나타났다.
바로 죽은 군주들.
휘오오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눈보라를 일으켜 니드호그의 시야를 방해합니다.]쩌저정!
혹한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어마어마한 열기로 녹아내린 니드호그의 입속이 이번엔 차디찬 냉기로 얼어붙었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니드호그를 중독시키려다 실패합니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니드호그를 중독시키려다 실패합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이 틈에 빨리 도망치라고 재촉합니다!]그런데 그때.
‘수호…….’
어느새 수호의 곁으로 다가온 에실이 힘겹게 말을 걸어왔다.
팔다리가 하나씩 부러진 채로도 힘겹게 바닥을 기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도, 도망…….’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그 말을 하고 싶었으나, 에실은 이가 달달 떨려 말을 채 끝내지 못할 정도였다.
하기야 수호도 이 정도인데, 지금 에실이 느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실의 영혼에 새겨진 생존 본능은, 지금 이 순간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고 있었다.
‘이, 이걸…….’
에실의 덜덜 떨리는 손이 수호를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바스락.
‘……이건?’
그 정체를 확인한 수호가 눈을 크게 떴다.
‘세계수의 잎사귀’
아까 에실이 추락하면서 가까스로 손끝에 닿았던 세계수의 가지, 그 끝에 매달려 있던 작은 잎사귀 하나가 에실의 손바닥 위에 들려 있었던 것이다!
띠링.
[‘아이템 : 세계수의 잎사귀’를 획득했습니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잎사귀를 수호의 손에 꼬옥 쥐여 준 에실.
두려움에 떠는 에실의 두 눈망울이 수호의 눈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 이거, 먹어.’
‘……!’
지금 이 순간조차도.
에실의 본능은 수호가 아니라, 자기가 이 잎사귀를 먹어야 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이 잎사귀를 먹는다면, 볼칸처럼 더 강한 악마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실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약해.’
이깟 잎사귀 하나.
고작 이거 하나를 먹는다고 자신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겠는가.
볼칸처럼 가지에 매달린 모든 잎사귀를 먹어 치우는 것도 아닌데.
아니, 강해지는 건 고사하고, 애초에 여기서 도망이나 칠 수나 있을까?
하지만.
수호라면 다를 것이다.
‘네가, 먹어.’
에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아니라 수호가 먹는다면 다를 것이라고.
‘너라도, 도망쳐.’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호 혼자서라도 이곳에서 도망치게 하고 싶다고.
꼬옥.
그런 마음을 담아서, 에실은 세계수의 작은 잎사귀 하나를 수호의 손에 쥐여 준 것이었다.
그러자.
띠링!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수의 잎사귀를 만지는 순간, 수호의 눈앞에 정보창이 떠오른 것이다.
[아이템 : 세계수의 잎사귀]입수 난이도 : ??
종류 : 재료
세계수의 가지에서 뜯어낸 잎사귀입니다.
세계수의 잎사귀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최고급 마법 시약의 재료로 쓰입니다.
포션의 주재료입니다.
‘포션의 재료?!’
수호의 두 눈이 커졌다.
상점창도 포션도 사용할 수 없는 이곳에서, 포션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를 발견한 것은 우연일까?
아니.
지금 에실의 모습을 보면, 누구도 감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 없으리라.
와삭!
수호는 주저 없이 세계수의 잎사귀를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휘오오오오-
수호의 전신에 푸른 기운이 휘감겼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감각.
수호에겐 매일 겪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띠링!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됩니다.]아아, 포션의 재료라더니.
고갈되었던 체력과 마나가 완벽히 채워진 것을 넘어서, 어쩌면 칸디아루가 만든 일일 퀘스트의 보상 자체가 이 세계수의 잎사귀에서 근간한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증거가 바로 이것.
[‘칸디아루의 축복 : 무병장수’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강화됩니다.] [‘디버프 : 공포’에 저항합니다.]니드호그의 살기로 무거워진 몸이 가벼워졌다.
그 순간, 수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지배자의 권능!’
팟! 팟! 팟! 팟!
수호는 과감하게 허공을 밟고 날아올랐다.
크와아아아아!
그러자 니드호그의 여섯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흉악한 살기를 뿜어내며 수호를 향해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수호를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던 놈들이 수호를 본격적으로 적대하는 순간이었다.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가 지배자의 권능을 경계합니다.]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가 당신을 적대합니다.]콰직! 콰득! 크아아!
수호는 허공에서 방향을 이리저리 틀어, 자신을 물어뜯으려는 놈들의 입질을 간발의 차로 피해 냈다.
그 여파로 놈들이 매달려 있던 애꿎은 세계수의 잔가지들만 놈들의 몸부림을 못 이기고 우지끈 꺾이고 떨어져 내렸다.
그거야말로 수호가 바라는 바였다.
‘와라!’
수호가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세계수의 잔가지들을 향해 카미쉬의 분노를 쏘아 보냈다.
쐐애애애액-
사실 ‘잔가지’라고 표현했으나, 어디까지나 세계수의 관점일 뿐.
수호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거대했다.
그러니 수호가 노린 것은 가지 쪽이 아니었다.
그 가지에 돋아나 있는 수많은 ‘잎사귀’들.
촤촤촤촤촤촤악!
카미쉬의 분노가 허공을 난도질했다.
그러자 세계수에서 잘려 나간 잎사귀들이 수호를 향해 모조리 날아왔다.
지배자의 권능으로 인해.
와삭!
수호는 곧장 또 하나의 잎사귀를 씹어 먹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됩니다.]이번에도 마찬가지.
흡사 레벨업이라도 한 것처럼 체력과 마나가 충전되었다.
다만,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니드호그의 상처를 보라고 다그칩니다.]안타레스의 말처럼, 세계수의 잎사귀를 먹을 수 있는 건 수호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
와그작!
와작! 와작!
어느새 니드호그의 머리들 중 하나가 근처에 있던 세계수의 잔가지 하나를 통째로 씹어 삼키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머리 쪽, 아까 수호가 목을 절반이나 잘라 냈던 다른 머리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이라더니, 이런 뜻이었나.’
수호는 그 상처가 완벽히 아물기 전에, 그 안에 아직 남겨져 있는 에실을 향해 소리쳤다.
‘에실! 입 벌려!’
……?!
샤라라라락-
그러자 봄바람이 휘날리듯, 에실을 향해 세계수의 잎사귀들이 휘몰아쳐 날아갔고.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에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잎사귀를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그 바보 같은 표정에 수호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빚 갚았다.’
받은 은혜, 천 배로 갚아 준다.
그렇게 놈의 상처가 전부 아물기 전에, 가까스로 모든 잎사귀가 에실에게 도착했다.
슈와악-
그렇게 상처가 완벽하게 아물고, 에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수호는 걱정하지 않았다.
‘강해져서 돌아와라, 에실.’
……불룩!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갑자기 에실을 입에 물고 있던 니드호그의 머리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쩌저정!
엄청난 굉음과 함께 놈이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하지만 그 폭발에는 피도 살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어두웠다.
[‘태초의 어둠’이 새로운 군주에게 계승됩니다.]휘오오오오오-
어둠이 휘몰아친다.
그 어둠 너머, 언뜻 보이는 에실의 두 눈동자가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가 물러납니다.]니드호그의 여섯 개의 머리가 황급히 물러났다.
마치 꼬리를 끊어 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어둠으로 돌아가려는 머리 하나를 주저 없이 포기한 채.
그 어둠은 본디 악마들의 왕, 백염의 군주 바란에게서 나온 것이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슈와악!
휘몰아치는 어둠의 중심.
태초의 어둠을 흡수한 에실 라디르가 머리를 휘날리며 허공에 떠 있었다.
평소보다 성숙해지고 진지한 눈빛으로 수호를 바라보며.
하지만 태초의 어둠이 인정한 새 주인의 이명은 악마왕 바란 때와는 조금 달랐다.
[악마들의 왕, 탐식의 군주가 탄생합니다.]‘탐식의 군주?’
대충 먹보라는 뜻인가 보다.
그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수호와 에실의 정신이 사후의 바다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슈와악-
……와아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오는 악마들의 함성 소리.
어느새 수호와 에실은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수호에게서 에실이 두 손으로 ‘아이템 : 바란의 뿔’을 받아 들고 있는 모습 그대로.
하지만 에실은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나의 주군이시여.”
에실은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제사장께 더없이 극진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악마들의 왕, 탐식의 군주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악마들의 왕, 탐식의 군주가 당신에게 ‘탐식의 가호’를 바칩니다.] [가호 : 탐식의 가호]악마들의 왕, 탐식의 군주의 가호.
탐식의 군주 에실 라디르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당신은 앞으로 혼세의 양분을 더욱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 ‘탐식’: 앞으로 획득하는 경험치가 300%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