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24화(2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4화
순식간에 인벤토리에서 검 두 자루를 뽑아서 놈의 공격을 막아 낸 수호.
그 찰나의 순간 까마귀 가면과 수호의 눈이 허공에서 엇갈렸다.
‘엄청난 힘이다.’
‘제법인데?’
현재 수호의 근력 스탯은 39.
능력치 포인트를 근력 스탯 위주로 분배했기에 수호는 여타 스탯들 중에서도 근력에 가장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한쪽 팔만 거대한 까마귀 가면의 힘도 그에 못지않았다.
파악!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서로를 향해 튀어 나갔다.
번쩍!
쿠콰쾅!
수호의 쌍검이 엄청난 기세로 휘몰아쳤고.
까마귀 가면의 비대한 팔이 그 공격들을 후려치며 벽과 바닥을 폭사시켰다.
여기까지 고작 2초.
“큭!”
수호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공격대장은 즉각 뒤로 빠졌다.
‘어떻게 된 거지? 저 소환술사가 어떻게 저런…….’
순간적으로 수호의 엄청난 전투력에 시선을 뺏겼지만, 그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공격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
그건 바로 마수의 수준을 파악하는 눈썰미.
즉, 위기 감지 능력이었다.
“D급 마수다! 전원 공격!”
그가 빠르게 까마귀 가면의 마력 수준을 가늠하고 모두에게 소리쳤다.
“D급이라고?”
그 말에 헌터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공격 태세를 갖췄다.
“그럼 문제없지!”
“죽여!”
쿠콰쾅!
헌터들의 스킬들이 수호와 싸우고 있는 까마귀 가면을 향해 집중 폭사되었다.
하지만 까마귀 가면은 그 모든 공격들을 쉽게 피해 내고, 뒤로 풀쩍 뛰어올랐다.
“D급?”
그는 거미처럼 터널 벽에 들러붙은 채 이죽거렸다.
“사람을 앞에 두고 어디서 같잖은 평가질이야?”
그리고 비대한 팔이 아닌 반대쪽 손을 로브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스윽.
그의 품에서 작은 포션이 들려 나왔다.
“저건?!”
그 포션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바로 임 조교였다.
영롱한 별빛이 반짝거리는 푸른 용액.
“별가루! 별가루다! 저거 먹지 못하게 막아요!”
임 조교의 다급한 외침에 헌터들의 눈이 커졌다.
“별가루?”
“설마 그 마력 증폭제?”
언젠가부터 헌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별가루라는 이름의 마력증폭제가 있다더라.
소문에 의하면 별가루는 그냥 먹기만 하면 딱 일주일 정도 마력이 늘어난 채로 유지되는 약이었다.
심지어 어떤 부작용도 없다고 했다.
물론 그만큼 값도 너무 비쌌지만, 가격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별가루로 증폭된 마력량을 이용해 더 높은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면, 그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매물이 없어서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약이 바로 별가루였다.
“정답.”
까마귀 가면은 히죽 웃으며 가면 아래 드러난 입으로 포션병을 물었다.
“막아!”
꿀-꺽.
헌터들이 다급히 놈에게 달려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쩌저저적!
별가루를 삼킨 그의 몸이 급격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비대했던 한쪽 팔과 균형이라도 맞추듯이.
“크아아아!”
그가 사납게 포효하며 벽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쿠와앙!
뒤이어 거대한 두 팔이 헌터들의 몸을 순식간에 휩쓸었다.
“아악!”
볼링핀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헌터들.
“말도 안 돼.”
그 광경에 공격대장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까마귀 가면을 D급이라고 했던 판단은 착오였다.
“C급…… 마수가 되다니!”
전혀 예상 밖이었다.
설마 별가루가 저렇게까지 마력을 증폭시키는 약이었을 줄이야!
“모두 도망쳐! 우리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놈이다!”
[어허. 그건 해봐야 알지.]“……!”
어느새 공격대장의 옆으로 다가온 베르가 히죽 웃고 있었다.
[우리 소군주님은 이제 발동걸렸거든.]“……!”
베르의 말이 누굴 지칭하는 건지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수호는 그림자 병사들과 함께 놈을 사냥하고 있었으니까.
“그림자 고블린 스킬 사용!”
[케륵, 케륵!]현재 수호가 이끄는 그림자 병사 일곱은 고블린 십부장 5마리와 그림자 백부장 2마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 고블린들을 이끌었던 대장들이었던 만큼 저마다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키라쿨라!] [그림자 고블린이 ‘스킬 :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합니다.]쐐애애액!
차가운 얼음창이 날아가 까마귀 가면의 다리를 얼려 버렸다.
쩌적!
그 순간 엄청난 힘과 덩치로 수호를 압박하던 놈의 기동력이 일시적으로 멈칫했고.
[키라쿨라!]쓰아아아!
사악한 붉은 혈기가 놈의 몸에 내려앉았다.
[그림자 고블린이 ‘스킬 : 피의 저주’를 사용합니다.] [대상이 받는 물리 피해가 1분간 15% 증가합니다.]“……!”
갑자기 기동성 저하와 피해 증폭의 저주에 걸리게 된 까마귀 가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케르륵!]그런 그에게 일제히 달려든 그림자 고블린들이 도축용 단검과 톱으로 그를 마구 난도질했다.
“크하! 이깟 잔재주 따위……!”
콰장창!
까마귀 가면이 가소롭다는 듯 얼어붙은 다리를 털어 내고, 그림자 고블린들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하지만.
[케르륵!]그림자 고블린들은 더욱 가소롭다는 듯 낄낄거리며 반토막이 났던 몸이 그 자리에서 도로 붙어 버렸다.
그리고 기괴한 움직임으로 거대한 까마귀 가면의 몸통에 찰싹 달라붙어 사정없이 단검을 푹푹 쑤셔 대기 시작했다.
“크악! 이, 이게 뭔……?!”
놈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떠올랐다.
일곱 마리의 고블린이 들고 있는 무기는 고작해야 마수를 해체하기 위한 식칼과 톱에 불과했다.
피해가 15% 증폭되는 저주가 더해졌다고 한들, 그에겐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에 무한히 재생하는 고블린들의 광기가 더해지자, 그 시너지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케헷! 케헤헷!]푹푹푹푹!
[케륵! 케르르륵!]푹팍푹팍! 촤악, 촤악촤악!
[키헤헤헷!]“이 거머리 같은 놈들이!”
순식간의 검은 피로 범벅된 까마귀 가면이 분노하며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놈들을 계속해서 찢고 패대기쳤다.
고블린들은 그럴수록 더욱 집요하게 몸을 재생시키며 놈을 물고 늘어졌다.
“저, 저게 대체 뭐야…….”
그 지독히도 처참하고 참혹한 전투를 지켜보는 헌터들은 아연실색해 있었다.
“소환수가 어떻게…….”
그들이 익히 알고 있던 소환술사의 스킬은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손톱만 한 폭발충을 부려 터뜨린다거나.
수면 나비를 소환해 마수 한두 마리를 잠재운다거나.
물론 가끔 쓸 만한 소환수를 쓰는 헌터도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무한히 재생하며 상대를 농락하는 악귀 같은 놈들을 다루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수호의 마력도 무한정은 아니었다.
‘그림자 병사를 재생시키면 마나가 소모된다. 시간을 끌수록 내 손해야.’
타앗!
수호의 라칸의 송곳니와 볼칸의 뿔이 놈의 거대한 몸을 베고 또 베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악!
그 속도가 빨라질수록.
[효과 ‘치명상’ : 15% 확률로 2배 이상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힙니다.]라칸의 송곳니의 스킬이 빛을 발했다.
“크아아! 이노오옴-!”
까마귀 가면은 분노하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수호를 노려봤다.
그리고 덥석!
“……!”
자잘한 고블린들의 공격 따위는 무시하고, 우람한 손으로 수호의 검날을 움켜쥐었다.
“하. 드디어 잡았네. 이 쥐새끼 같은 놈.”
검날을 쥐어 손아귀에서 피가 터졌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입가에 더없이 사악한 미소를 띠며, 다른 주먹으로 수호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퍼억-!
북이 터지는 소리.
하지만.
[‘스킬 : 맷집’이 데미지를 경감시킵니다.]수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더 해 봐.”
[스킬 : 맷집 Lv.2]패시브 스킬.
필요 마나 없음.
당신은 불굴의 맷집을 가졌습니다.
물리 방어력이 40% 증가합니다.
“이 새끼가!”
콰앙!
놈이 검째로 수호의 몸을 들어 올려 바닥에 패대기쳤다.
“커헉!”
그 충격에 수호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손에서 검을 놓치고 말았다.
“아, 안 돼!”
“수호야!”
귀가 윙윙거렸다.
아스라이 먼 곳에서 임 조교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았다.
“퉤. 약해 빠진 소환술사 주제에 감히.”
자신을 비웃는 까마귀 가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제 이 검은 내가 써 주마.”
그는 자신을 피투성이로 몰아갔던 수호의 검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에 든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넌 또 뭐냐.
“응?”
그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호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누가 감히 송곳니 군주의 검은 탐하는가!
“……!”
슈와아악!
그 순간 갑자기 ‘라칸의 송곳니’를 들고 있던 까마귀 가면의 팔을 타고 붉은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이, 이게 무슨……!”
그가 기겁하며 라칸의 송곳니를 뿌리치려 했으나, 이미 침식은 시작되었다.
접착제라도 붙인 것처럼 라칸의 송곳니가 그의 손에 딱 달라붙어 몸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격 떨어지는 것이 감히 나를 취해? 너의 영혼과 육체를 나에게 바치고 죽어라!
“이 미친 검이!”
까마귀 가면은 침식을 막기 위해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사이한 기운이 라칸의 송곳니의 기운을 밀어냈다.
-호오? 이게 뭐야. 선객이 있었잖아?
라칸의 송곳니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네놈, 이미 악마에게 몸을 뺏긴 놈이었구나.
“크아아!”
까마귀 가면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가까스로 라칸의 송곳니를 손에서 떨쳐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때.
푸욱-
어느새 다가온 수호가 볼칸의 뿔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흑……?”
그가 부릅뜬 눈으로 가쁜 숨을 토해 냈다.
“체크메이트.”
수호는 그대로 볼칸의 뿔을 그어 놈의 몸을 두 동강 냈다.
촤악!
검은 피가 비처럼 뿌려지며.
털썩.
바닥을 나뒹구는 그의 얼굴에서 까마귀 가면이 벗겨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났다.
“쿨럭!”
그가 마지막 숨을 토해 내며 수호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고작 나 하나 죽였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라.”
“뭐?”
“빠르건 늦건, 어차피 네놈들도 다 죽은 목숨이니까.”
그는 그렇게 저주와도 같은 유언을 남기며.
“……라디르 가문이 멸망했듯이.”
눈에서 빛을 잃었다.
그 순간.
슈와악!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볼칸의 뿔이 놈의 몸에서 사악한 기운을 빨아들였다.
[포식한 악마의 영혼 : 1]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31%] 증가시킵니다.]“악마?”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역시 처음의 짐작대로 저주받은 랜덤 박스가 볼칸의 뿔을 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번쩍!
그 순간 수호의 전신이 은은한 푸른빛에 휩싸이며, 다쳤던 모든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었다.
수호는 놈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되새겼다.
“……그런데 라디르 가문? 그게 무슨 말이지?”
[라디르 가문이 멸망했다고요?]때마침 수호의 곁으로 다가온 베르가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갸웃거렸다.
“뭔지 알아?”
[알다마다요. 라디르 가문은 악마 귀족입니다. 물론 귀족 가문이라고 해도 악마 서열 20위의 최약체 중 하나였지요. 하지만…….]베르는 가늘게 뜬 눈으로 하급 악마의 시체를 지그시 노려봤다.
[오래전 주군의 손에 1위부터 19위까지가 다 멸족하는 바람에, 졸지에 서열 1위가 된 가문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