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0화(251/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0화
“그, 그게 가능합니까? 사후의 바다 위에 뜨는 배를 만든다는 것이?”
방금 전에 사후의 바다에 다녀왔던 에실 입장에선 수호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후의 바다는 죽은 영혼들이 떠다니는 영체 우주.
이름만 바다일 뿐이지, 평범한 바다와는 아예 다른 개념으로 존재하는 이질적인 차원이었다.
그런 곳에서 배를 만들어 타고 다니겠다는 수호의 계획은, 에실의 상식에서 아득히 벗어난 발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곳에서 배가 버텨 줄까요? 아무리 튼튼한 재료로 배를 만든다 해도, 그곳의 공기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삭아 버릴 겁니다.”
하지만 에실의 우려를 수호는 단번에 박살 냈다.
“재료라면 여기 널려 있잖아?”
“……예?”
수호의 말에 에실의 고개가 수호의 시선을 따라 옆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곳엔…….
“아!”
순간 에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금 이곳은 시련이 막 끝난 악마계.
그 덕분에 이 일대에 악마들이 직접 죽인 ‘틈새의 주민들’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사실 죽었다는 표현은 틀렸다.
틈새의 주민들은 모두 철저히 파괴되어 원래의 형상인 ‘잡초 더미’로 돌아가 있었다.
수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거기서 직접 싸워 봤거든? 보니까 얘네들 전부 사후의 바다 위에 동동 떠다니더라고. 어때? 재료로는 충분하지 않겠어?”
“…….”
에실은 대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감복했다.
당연히…… 충분했다!
이 잡초들이야말로, 사후의 바다에서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자라난 초목들 아니던가.
사실상 말이 잡초지, 직접 싸워 본 입장에서는 그 크기와 단단함이 수목형 마수나 다름없었다.
배를 만들 목재로써 더할 나위 없는 재료란 말이다.
[키에에엑! 역시 우리 소군주님은 영특하시나이다! 그야 당연히 가능하나이다!]베르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수호가 어찌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입꼬리가 아주 귀에 걸린 채 수호의 머리통에 착 달라붙어 수호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이 정도로 대견한 건, 갓난아기 수호가 처음으로 베르에게 ‘갸미’라고 불렀을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베르가 수호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금도 그렇다.
피싱!
베르의 가늘게 뜬 눈이 이지적이고 냉철한 일타강사처럼 번뜩였다.
설명하는 벌레가 나타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후의 바다를 여행하는 데 있어 악마들만큼이나 적격인 종족도 없나이다.]‘디버프 : 죽음’
사후의 바다에 들어갔을 때 발동되던 이 죽음의 저주는, 실시간으로 수명을 갉아먹는 최악의 디버프였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1초당 HP가 무려 100씩이나 쭉쭉 떨어지는데, 수호가 포션을 아무리 줄기차게 먹어도 그 속도를 아슬아슬하게 늦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바닷속에 빠지면, HP가 떨어지는 양과 속도는 수심의 깊이에 비례해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인간인 수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당시에 수호를 호위하던 그림자 병사들에게는 ‘디버프 : 죽음’이 아무 효과도 주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당초 그림자 병사들에겐 떨어질 HP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영혼들인 그림자 병사들은 HP가 아니라 MP, 즉 수호의 마력으로 존재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불사.
수호의 마력이 남아 있는 한, 그림자 군단은 영원토록 사후의 바다에 잠식되지 않는 불사의 군단인 것이다.
[……그런데 원리는 다르지만, 악마들 또한 사후의 바다에 잠식되지 않는 종족이지요!]모든 상황을 일일이 게임 시스템에 대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악마족도 HP보다 MP로 살아가는 종족이었다.
풀어 말하자면, 악마족은 기본적으로 영체화에 익숙하다.
심지어 악마족의 모태가 바로 틈새의 주민들, 즉 사후의 바다에서 자라난 ‘잡초’에 오염된 영혼들 아니던가.
[거슬러 올라가면 사후의 바다야말로 악마족에겐 영혼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말씀이지요.]슬그머니 하르마칸도 끼어들어 설명에 동참했다.
본디 마령족이란 영혼들을 가지고 이런저런 실험하는 것을 즐기는 음험한 족속.
여기 모인 악마들을 스윽 훑어보며 입맛을 다시는 하르마칸의 머릿속에선 이미 수많은 사악한 발상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악령의 갑옷’ 같은 것들 말이다.
[흐흐. 손이 근질거리는군요. 이 하르마칸에게 맡겨 주신다면,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악마들의 배’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곳의 악마들을 다 태우기 위한 배를 만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시간과 재료만 충분하다면 못 만들 것이 없다며 자신하는 하르마칸이었다.
그러자 베르도 질세라 하르마칸의 얼굴을 옆으로 밀어내고 첨언했다.
[소군주님, 마령족도 좋지만 이럴 때 써먹기 좋은 종족이 따로 있나이다. 마침 이번에…….]“나도 봤어.”
히죽.
그 말에 서로를 보며 씨익 웃는 수호와 베르였다.
베르가 어떤 종족을 지목하려는지 수호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갓난아기 시절에 본 것들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개중에 아주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도 있는 법.
수호가 이번에 사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혼세의 영혼들 중에는, 정말 다양한 종족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영혼들이 다 강하고 대단한 종족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로 강한 놈들은 훨씬 깊은 바닥에 가라앉은 채 수호의 레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림자 권능을 튕겨 냈었다.
하지만 추출에 성공한 놈들 중에는, 수호가 어릴 때 아버지의 그림자 세계에서 본 적 있는 종족들도 꽤 섞여 있었다.
이를테면.
“수염 난쟁이.”
슈우욱.
그 말에 수호의 발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 신참들이 있었다.
그 모습에 베르의 웃고 있는 눈이 더더욱 가늘게 휘어졌다.
[바로 맞추셨나이다. 수염 난쟁이 종족은 전투력은 형편없어도, 제작에는 특출난 재능이 있는 대장장이들이지요.]새까만 기운이 넘실거리는 덥수룩한 수염.
키는 작지만 두툼하고 듬직한 몸집의 대장장이들.
[그림자 드워프 Lv.1]일반 등급
[그림자 드워프 Lv.3]일반 등급
[그림자 드워프 Lv.1]기사 등급
…….
참고로 이놈들에게 레벨 같은 건 상관없었다.
전투를 시킬 것이 아니니까.
* * *
수염 난쟁이 종족.
그림자 드워프들은 생각보다 성격이 폭급했다.
등급이 낮은 놈들은 말을 하지 못했지만, 말을 할 수 있는 녀석들은 앞다투어 의견을 냈다.
[으허허! 세계수를 찾아 떠나는 배를 만드신다고요?] [크으! 이런 재미있는 일을 죽고 나서야 맡게 되다니!]수호의 목적을 듣자마자, 그들 모두는 이글거리는 의욕과 투지로 인해 덥수룩한 수염이 삐죽삐죽 사방으로 뻗쳐 버렸다.
그들의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한시가 급하시다면, 굳이 여기서 다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맞습니다. 재료는 충분하니, 일단 뗏목부터 잔뜩 만들어서 당장 출발하시면 어떠십니까?] [뗏목 위에 저희가 한 명씩 타고 다니면서, 사후의 바다에서 차근차근 증축하면 됩니다.] [맞습니다! 재료가 어차피 사후의 바다에서 자라는 잡초라면, 그곳에서 재료를 자체 조달해서 키우면 됩니다.] [조오아써-! 당장 만들어 보자고!]그들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순간.
뚝딱뚝딱!
어어어? 하는 사이에 수호의 계획이 그들의 입과 손을 통해 눈앞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어이, 거기 악마 놈들!] [멍하니 보고만 있지만 말고, 이것 좀 날라!]……?
[어허! 힘들 뒀다 뭐해?! 일 안 할 거야?]엉겁결에 악마들은 그들의 조수가 되어 충실히 부려 먹히게 되었다.
“……아니, 왕은 난데.”
에실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퍼뜩 정신 차려 보니 자신을 왕으로 섬기게 된 악마들이 모두 드워프들의 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림자 드워프들의 상상 이상의 제작 속도는 경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슥삭슥삭!
[으허허! 뗏목 따위는 금방이지!] [그냥 통나무 줄줄이 엮으면 끝인 것을!] [주인님! 완성입니다!]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수호의 앞에 수많은 뗏목이 완성되었다.
띠링!
[‘아이템 : 사후의 뗏목’을 제작했습니다.] [‘아이템 : 사후의 뗏목’ 제작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급기야 수호의 스킬창 맨 끝에 있던 [제작 스킬]칸에 한 줄이 추가되었다.
[제작 스킬]– 생명의 신수
– 사후의 뗏목
수호의 시선이 ‘사후의 뗏목’을 쳐다보자, 그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아이템 : 사후의 뗏목]입수 난이도 : E
종류 : 탈것
사후의 바다에서 자라난 잡초들을 엮어 만든 엉성한 뗏목입니다.
방어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지만, 사후의 바다 위에서 이동이 가능한 배입니다.
“이게 진짜 되네…….”
마지막 줄을 보니, 계획은 성공인 것 같았다.
[일단 이 정도면 당장 악마들을 태워서 출발이 가능할 겁니다!] [진짜 뜨는지 바로 가 보시지요!]잔뜩 들떠서 수염을 삐쭉거리는 모습.
그림자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만든 배가 실제로 사후의 바다에서 뜨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뒤에서 수염 난쟁이 하나가 남들보다 조금 더 의욕을 보여 버렸다.
[허이고, 이걸 어쩌나? 시간이 남아서 너무 열심히 만들어 버렸구먼?]띠링.
[‘아이템 : 사후의 나룻배’를 제작했습니다.] [‘아이템 : 사후의 뗏목’ 제작 스킬이 ‘아이템 : 사후의 나룻배’로 업그레이드됩니다.] [허허허! 뭐, 이게 별거라고! 나중에 이 뗏목들을 이런 식으로 조금씩 증축시켜 가겠다는 걸 보여 드리려고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수호의 앞에 아양을 떠는 가증스러운 모습에 다른 그림자 드워프들이 그놈에게 눈을 부라렸다.
핑계는 그럴싸하지만, 누가 봐도 수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혼자만 설쳐 댄 것 아닌가!
누구는 나룻배를 못 만들어서 엉성한 뗏목을 만들었을까.
뗏목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서 아니던가!
그림자 드워프들은 그 아첨꾼에게 이를 갈며 수호에게 설명을 계속 이어 나갔다.
[아무튼, 저런 식으로 사후의 바다 위에서 더 크고 단단한 배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처음에 뗏목에 태울 인원은, 저희 종족 1명에 일꾼으로 부려 먹을 악마족 10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저희 배가 자체적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추기 전까지만 전투를 담당할 병사들을 태워 주시면 됩니다.] [나중에 함선이 완성되면 그마저도 필요 없을 겁니다. 아, 함선이라면 대포도 만들까요?]갑자기 누군가 ‘대포’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하르마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들이 사용할 대포라면, 이 하르마칸 님께서 이미 해결해 두었다.]파아앗-!
하르마칸이 두 손바닥을 펼쳐 사악한 주술진을 펼쳤다.
[지옥철. 악마계에서만 나는 마기에 물든 단단한 금속이지.]그림자 드워프들이 뗏목을 만드는 동안, 하르마칸도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다.
수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뒤에서 제 꿍꿍이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옥철을 활용해 악마족의 마기를 응집시켜 발사하는 대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인님.]번쩍!
[하르마칸이 ‘아이템 : 악마의 대포’를 제작했습니다.] [뭐, 변변찮은 재주에 불과합니다. 흐흐.]하르마칸과 그림자 드워프들 간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호는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잠깐. 혹시 그러면…….”
수호는 ‘카미쉬의 분노’를 꺼내서 그림자 드워프들 앞에 내보이며 물었다.
“너네 혹시 이 칼도 고칠 수 있어?”
……!
그 순간.
카미쉬의 분노를 보게 된 그림자 드워프들 모두의 수염이 삐쭉삐쭉 솟구쳤다.
[용의 이빨로 만든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