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2화(253/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2화
“우와아악! 이, 이게 다 뭡니까?!”
임도균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르르-
눈앞에서 수많은 짐꾼이 우진 길드의 사무실로 어마어마한 선물들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가는 선물들 앞에서 유진호 대표는 코를 쓱 훔치며 우쭐거렸다.
“후훗. 내가 힘 좀 썼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런 기분은.
오늘의 유진호는 평소의 냉정하고 이지적인 CEO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젊은 시절의 추억을 한껏 누렸다.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자신이 마련해 준 사무실에서 성수호와 임도균 둘이서 길드를 꾸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성진우와 아진 길드에서 함께했던 자신의 청춘과 겹쳐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성수호가 중요한 일을 보러 나간 사이에, 이렇게 홀로 사무실에 남아서 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임도균이 도저히 남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임도균 부사장?”
“예, 옙!”
“입은 닫고, 귀만 열고 듣거라. 현 상황을 간단하게 브리핑해 줄 테니.”
“……!”
유진호의 말에 군기가 바짝 든 자세를 취하는 임도균이 서둘러 자신의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다른 사람의 입을 거치지 않고, 유진호 대표 같은 대단한 인물이 직접 들려주는 브리핑이라니!
이는 결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엠바고!’
유진호가 직접 말해야 할 정도로 비밀스럽고 중대한 사안이라는 뜻이었다.
“일단 자네도 아는 것부터 시작하지. 국민 투표는 예상대로 확정됐다.”
역시나 이변은 없었다. 수호의 북한행이 결국 결정된 것이다.
파장은 엄청났다.
한국의 정치면, 경제면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들끓고 있었다.
-속보) 성수호 헌터의 북한행 결정!
-뉴스) S급 헌터들의 전폭적인 협력 선언!
-긴급) 국제 헌터 협회의 정치적 협조 개시!
-정치) 대통령, 이번 기회에 우진철 협회장에게 물자를 조달하자는 입장 표명!
수호가 서지우와 함께 사후의 바다를 찾아내고, 악마들을 뗏목에 태워 세계수를 찾으러 보내는 사이.
게이트 밖에서도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진호는 유진호대로, 수호를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수호의 북한행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인 이슈들을 모조리 해결해 버린 것이다.
자신의 모든 총력을 다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심해라.”
설명을 마치며, 유진호 대표의 날카로운 눈빛이 임도균의 눈을 꿰뚫었다.
“수호가 칼을 들고 수많은 마수를 처치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세 치 혀를 놀려 나머지 잡무들을 모조리 해치워 버려야 한다. 이 또한 속도가 생명이지.”
유진호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아차, 하면 뒤처진다.”
성진우와 성수호 같은 인간들이 점점 강해지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이쪽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뒷바라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잠시라도 뒤처졌다간 쓸데없는 잡무들이 악성 재고처럼 쌓여서, 결국 수호의 발목을 붙잡을 거다. 이번처럼 국제법 따위나 국민 여론 같은 귀찮은 일들 때문에 수호의 성장 속도가 늦춰지게 되면 전 세계적인 손실이자, 지구의 위기로 이어진다.”
“……!”
뒷바라지계의 최고참 유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임도균은 크게 깨달았다.
진정한 뒷바라지는 뒤가 아니라 앞에서 하는 것!
단순히 뒤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수호가 가고자 하는 앞길마저 탄탄대로로 미리 뚫어 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수호의 길드를 떠받치는 기둥, 부사장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들은 내가 직접 S급 헌터들에게 뜯어낸 선물들이다. 뉴스에선 전폭적인 협조라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사실은 전폭적인 삥을 뜯었다.”
“……!”
아앗, 엠바고다!
임도균은 결국 국민들이 모르는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아버렸다.
‘이것이 바로 대기업의 횡포! 정의로운 깡패……!’
착.
“지금부터 언박싱을 하겠다.”
유진호의 양손에 고급스러운 재질의 하얀 장갑이 씌워졌다.
그리고 테크 유튜버 같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짐꾼들이 내려놓고 간 선물들을 하나하나 직접 열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번쩍번쩍한 광채에, 임도균은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았다.
“미친.”
한눈에 봐도 고가의 장비들.
임도균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거 마야사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장검 ‘칼리온’ 아닌가요? 이건 장인 그레도스 씨가 제작한 로열 시리즈 방패?!”
씨익.
유진호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무기를 좀 아는구나. 무릇 명품이란 시대와 역사를 초월하는 법이지.”
추억이 아련하다.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
잊힌 역사 속에서도 헌터들 모두가 인정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손수 제작하는 천재적인 명장들이 존재했다.
수십 년이 흘러, 이렇게 또다시 칼과 방패 같은 원시적인 무기를 들고 마수들과 싸우는 세상이 찾아왔으나,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인류의 과학력.
‘명장들이 나이를 먹었어도, 기술력은 그때보다 몇 배로 발전했다. 같은 재료로도 훨씬 섬세하고 튼튼한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씀.’
유진호는 대형 길드들을 최대한 쥐어짠 보람이 있다며 흡족하게 웃었다.
“이, 이게 다 얼마야…….”
“대충 합치면 100억쯤 되려나.”
“컥.”
“뭐, 이 정도로 놀라고 그래? 아직 도착 안 한 물건들도 있는데.”
“……!”
임도균은 기겁하고 말았다.
억대를 가볍게 뛰어넘는 마정석과 값비싼 소재들을 이용해서 만든 고가의 무구들.
이것들은 C급 헌터가 들면 B급 이상으로도 만들어 주고, B급 헌터가 들면 A급으로 만들어 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보물들이었다.
“그런데 수호가 이것들을 전부 북한에 가져가서 써 줄까요?”
“무기는 많아서 나쁠 게 없다. 어차피 수호가 직접 쓰지 않아도, 수호의 병사들에게 들려 주기만 해도 큰 보탬이 될 거야.”
“아, 역시……!”
역시 한 기업의 총수라서 그런가.
유진호 대표의 생각은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왜 이렇게 무기가 많나 했더니, 유진호는 수호를 넘어서 아예 수호가 이끄는 군단을 통째로 무장시킬 계획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수호의 하나뿐인 목숨을 지켜 줄 수만 있다면, 일회용품으로 쓰다 버려도 상관없다. 일단 북한으로 넘어가 버리면 어떤 물자도 지원해 주지 못해. 출발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 둬야…….”
[키에엑! 아주 좋은 마음가짐이다!]때마침 모습을 드러낸 베르가 사악하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역시나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뒷바라지를 하다니!
유진호의 기억을 되돌려 놓은 보람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베르에게 유진호는 수많은 선물들 중에서 가장 작은 상자를 툭 내밀며 말했다.
“특히나 이거. 구하느라 정말 애먹은 물건인데…….”
[키엑?]그 물건을 알아본 베르의 눈매가 흡족하게 가늘어졌다.
역시나…… 기억을 되돌린 보람이 있지 않은가.
* * *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한때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선 역할을 했던 이곳은…….
무려 100년 이상이나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서, ‘한반도 최후의 야생 동물들의 낙원’으로 알려져 있던 지역이었다.
그래서 붙게 된 별명이 ‘원시림’.
혹은 ‘천연림’.
“……원래 이곳에는 수많은 지뢰가 파묻혀 있었습니다.”
최전방에 도착한 수호를 맞이한 것은 군인들이었다.
“수많은 지뢰와 철책으로 둘러싸인,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 곳이 비무장지대였죠.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금지가 되었습니다.”
캬아아오-!
크워어어어어!
한마디로 말해, 철책 너머는 쑥대밭이었다.
“그날, 이곳의 모든 지뢰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습니다.”
벌써 5년째 최전방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김 대위는 ‘그날’의 끔찍했던 참상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뢰는 마수들을 죽이지 못했고, 오히려 광분하게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하늘이 찢기고, 땅이 갈라졌습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수호는 김 대위의 설명을 들으며 철책 너머로 시선을 가져갔다.
“마수들의 종류를 구분하자면, ‘정령들’이었습니다.”
정령.
실라드의 성역에서도 한 번 본 적 있던 존재들.
그곳에는 얼음의 정령들만 살고 있었지만, 이 철책 너머에서 미쳐 날뛰던 정령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폭주한 정령들이 지진을 일으켰고, 끓어오르는 강물을 범람시켰습니다. 어떤 지역은 사방이 얼어붙기도 했고, 또 다른 곳은 갈라진 땅에서 나무가 솟구치더니 열대우림이 형성되었습니다.”
“지형 자체가 바뀌었군요.”
“예. 이 철책 너머는……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그 전에 통일이 안 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로.”
김 대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설명대로, 북한으로 향하는 철조망 앞쪽은 마치 바다처럼 넓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몇 년이나 복무하고 있었지만, 언제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철조망 밖은 이토록 평범한데, 고작 몇 발자국만 넘어가면 용암처럼 지독한 열기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강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의 동서 방향에는 여전히 평범한 바다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푸른 안개가 덮여 있는 이 일대의 강물만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끔찍하군.’
이런 기괴한 현상을 수호는 이미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공허’
수많은 던전들이 서로 중첩되고 겹쳐져 만들어진 차원의 틈새.
……이곳은 이미 단순한 필드형 던전이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어마어마하게 스케일이 커진 이중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원래 사람이 살지 않았던 땅이라 인명 피해가 없었을 뿐, 이런 지역이 한반도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사태평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지요.”
그리고 사실 그 기적은, 한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바로 우진철.
“우진철 협회장님께서 제때 맞춰서 수많은 보호막 스킬들을 보유한 헌터들을 보내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진즉에 우리나라는 북한 꼴이 났을 겁니다. 최소한 한강 위쪽까지는 말입니다.”
설명을 마친 김 대위는 문득 수호를 둘러싼 분위기를 읽었다.
어느 샌가부터 철책을 지키고 있던 초소병들의 이목이 전부 수호 한 명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예의를 지키라니까. 이 녀석들이 정말…….’
병사들의 속마음을 짐작한 김 대위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을 2년째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시선들에 섞인 감정들은 실로 다양했지만, 한 줄로 요약이 가능했다.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군인들 입장에선 누구보다 이곳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천재지변과 같은 재해 앞에서, 일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 대단한 우진철 협회장과 최종인 헌터가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만든 성과는 고작해야 남쪽으로 내려오는 마수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긴 했다.
그 결과, 남한이 무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마수들의 숫자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마경으로 변해 버린 비무장지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에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이곳은 이미 ‘침식’되었으니까.
“이 너머는 이미 정령들의 땅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혹시나 정령들과 싸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령들은 기상 변화를 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우르릉- 콰콰쾅!
때마침 끓어오르는 강물 위로 번개가 쳤다.
변화무쌍한 기상 변화.
그리고…….
캬아오오오-!
“……정령들은 직접 야생의 동식물들에 깃들어서, 기형종 마수를 탄생시킵니다. 수목형 마수들이나 대형종 야수들,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벌레들조차 마수로 변해 버린 겁니다. 요컨대, 이곳은 대자연 자체가 통째로 마수화된 땅입니다.”
김 대위는 북한에 가겠다고 찾아온 수호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뜯어말리고 싶었다.
아직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가 굳이 왜 이런 위험한 곳을 가겠다고 자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운 좋게 S급 헌터로 각성했으면 그냥 얌전히 남쪽만 지키면서 돈이나 쓸어 담을 것이지…….’
‘만용이야.’
‘객기지.’
이 위험한 곳을 제 발로 찾아온 수호의 모습이, 군인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수호에게 주의를 주려던 김 대위의 설명은 오히려 수호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마침 잘됐군요.”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야수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군침을 흘립니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벌레들이 많다는 사실에 입맛을 다십니다.]격렬한 군주들의 반응과 함께, 수호 또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계수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
그 강력한 놈을 다시 상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여섯 개나 남은 머리통을 몇 개 정도 줄여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은 결국 이번에 에실처럼, 다른 후계자들에게도 정식으로 태초의 어둠을 계승시켜 주면 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아르샤와 그레이를 좀 성장시켜 놔야겠군.’
꽈과광!
그런데 기분 탓일까?
아까부터 번개가 너무 친다.
그리고 강물에서부터 느껴지던 뜨거운 열기 위로 서늘한 한기가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으아악!”
“비상! 비상!”
갑자기 초소를 지키던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며 다급성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왜애애애애앵-!
비상벨이 울려 댄다.
“하늘!”
“하늘을 봐!”
군인들의 경악한 시선이 머리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콰르릉! 콰과광!
천둥 벼락과 함께, 하늘 위에서 거대한 날개를 펼친 마수가 내려오고 있었다.
“거대 마수가 나타났다!”
“헌터들을 전부 소집시켜!”
갑작스러운 사태에 수호와 함께 있던 김 대위도 당황하며 무전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옆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수호는…….
“진정하세요. 괜찮습니다.”
조용히 그의 무전을 제지하며 말했다.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저희 어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