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5화(256/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5화
쐐애애애애액-!
검은 그림자가 바람을 가른다.
뿌연 증기를 가르며 빛살처럼 날아가는 그림자 비룡 카이셀 위로 세 명의 인영이 타고 있었다.
성수호와 차해인, 시르카.
그들 아래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사의 강물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열기가 채 닿기도 전에 강물은 벌써 저만치 뒤로 멀어져 버렸다.
‘어머니 덕분에 편하게 건너왔네. 역시 어설픈 용인족보단 비룡 하나 정도는 병사로 거둬야겠어. 아니면 라그나를 어떻게든 잘 키워서…….’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무심한 척 귀를 바짝 기울입니다.]수호의 다짐에 용제의 귀가 솔깃해졌다.
“수호야.”
차해인이 수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차피 넘어온 거, 이대로 쭉 우진철 씨가 계신 곳까지 데려다줄까?”
어머니의 일상적인 말투에 수호의 입에서 픽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말투만 보면 무슨 시장 가는 길에 학원 앞에 떨궈 주겠다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기엔 어머니의 차(?)가 너무 대단하다 못해, 일상을 와장창 박살 내 버렸다.
고작 등장만으로도 전 국민의 관심을 끌어 버릴 정도로 말이다.
문득 아까 전에 차해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던 기자들의 반응이 떠오르자, 수호는 새삼 어머니의 리즈 시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옛날에 국가대표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유명하셨나 보네.’
물론 어머니가 왕년에 정말 잘나갔었다는 사실은 살면서 몇 번이나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들 입장에서 그게 과연 얼마나 와닿겠는가?
그것도 무려 자신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 것을.
수호 입장에서 이십여 년 전이란, 부모님이 결혼 전에 어떻게 만나서 연애했는지만큼이나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진철 씨는 어디쯤에 있다니?”
“안 그래도 협회에서 제일 최근에 공유받았다는 좌표를 넘겨줬어요.”
차해인의 말에 수호가 대답하던 중.
“……차차.”
북한에 넘어온 뒤부터 계속 말이 없던 시르카가 갑자기 차해인을 불렀다.
차해인이 시르카를 돌아봤다.
“왜 그래?”
“여기 이상해.”
시르카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두 팔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정령들,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설마 이곳의 정령들도?”
시르카의 말에 차해인의 표정이 굳었다.
폭주한 정령이라면 이미 경험해 본 적 있지 않던가.
‘파사드 아일랜드’
바로 아이스 엘프들의 성역에서 살고 있던 ‘메아리 숲의 얼음 정령들’.
원래라면 성역에서 얌전히 지냈어야 할 얼음 정령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며 폭주했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던가.
[소군주님.]때마침 베르도 가늘게 뜬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이를 갈았다.
[이 땅에 이타림의 기운이 넓게 퍼져 있나이다.]베르의 말처럼 열사의 강물을 지나쳐 온 뒤부터 외우주에서 넘어온 푸른 안개가 이 넓은 북한땅에 잔뜩 고여 있었다.
안개의 농도가 지금까지 봤던 어떤 곳보다도 짙고 농밀했다.
어떤 면에선 록타크 필드보다 훨씬 더.
‘그나마 인도는 정부라도 건재했지만, 북한은 그조차도 아니다.’
[여길 이대로 방치했다간, 최악의 경우 이 땅이 통째로 거대한 공허 게이트가 뚫릴 수도 있겠나이다.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수호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어머니,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우진철 씨에게 가기 전에 먼저 눈에 보이는 필드부터 해결하자.”
차해인도 심각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좌표가 있으니, 우진철 협회장을 찾는 건 금방이었다.
그보다 문제는 눈앞에서 몽글몽글하게 뭉쳐질 정도로 농축된 푸른 안개 지역.
어차피 우진철이 북한에 온 목적도 이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였으니,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카이셀, 내려가자.”
그런데 카이셀이 아주 약간만 고도를 낮췄을 뿐인데.
까아아악-!
까악! 깍깍!
허공을 떠돌던 정령들이 곧장 이쪽을 공격해 왔다.
[불꽃맹금 검독수리] [불꽃맹금 검독수리]…….
[칼날바람 갈까마귀]…….
“정령들에게 잡아먹힌 야생짐승들이야!”
시르카가 다급히 외쳤다.
“우리 성역에 생겨났던 아이스 골렘 때와 비슷해! 역시 이곳에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온 시야가 수많은 새들로 뒤덮여 버렸다.
쐐애액-!
화르르륵!
시르카의 말처럼, 폭주한 불의 정령들에 잡아먹힌 수많은 독수리들이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채 저돌적으로 육탄돌격을 해 왔다.
활활 타오르는 날갯짓이 마치 불사조를 보는 것 같았다.
바람의 정령에게 먹힌 갈까마귀 경우는 날갯짓을 할 때마다 검기처럼 날카로운 칼날바람이 허공을 찢어발겼다.
하지만 그래서?
[진짜 미쳤나 봅니다. 겁도 없이 어딜.]베르가 대놓고 놈들을 비웃었다.
폭주한 놈들은 이래서 문제다.
한낱 조류 따위가 비룡에게 덤벼?
이깟 놈들에게는 마나까지 쓸 필요도 없었다.
[키아아아아아악!]카이셀이 놈들을 향해 입을 쩌억 벌리고 포효했다.
퍼퍼퍼펑……!
카이셀의 입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온 공기포가 놈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바람의 길을 따라서 놈들의 몸이 속절없이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하지만 차해인은 오히려 카이셀을 꾸짖었다.
“카이셀, 그럼 못 써. 네가 잡아 버리면 수호한테 경험치가 안 들어가잖니.”
[끼루룩…….]또다시 사납게 입을 벌리던 카이셀은 금방 시무룩해져 입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차해인은 단호했고, 자녀 교육에 진심인 어머니였다.
“그럼 수호야?”
“어, 어머니?”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수호의 눈이 본능적으로 파르르 흔들렸다.
아, 이거 뭔지 안다.
시험을 앞둔 어느 날 밤에도 이랬던 것 같…….
“열심히 하고 오렴.”
툭.
……?!
차해인의 손이 주저 없이 수호의 등을 떠밀었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 위에서.
아직 한참이나 많이 남아 있는 정령새들의 한가운데로.
“아니, 엄……!”
엄마가 어떻게 나를-!
그렇게 속절없이 추락하는 수호의 시야 너머로, 아들을 향해 손을 살살 흔드는 어머니의 자상한 미소가 점점 멀어져 갔다.
문득 주마등처럼 사자들이 자기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벼랑에서 떨어뜨린다는 얘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여긴 너무 높잖아-!’
아마 사자들도 이 모습을 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원망보단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지배자의 권능!’
팡! 팡!
잠깐 놀라긴 했지만, 수호는 능숙하게 허공을 밟아 가며 추락 속도를 늦췄다.
그와 동시에 양손에 ‘카미쉬의 분노’가 잡힌다.
[‘스킬 : 흑염의 폭풍’을 사용합니다.]화륵! 콰와아앙!
끼아아악……!
께엑!
…….
[칼날바람 갈까마귀를 처치했습니다.] [칼날바람 갈까마귀를 처치했습니다.]…….
흑염의 검기에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정령새들의 형체가 허공에서 재가 되어 흩날린다.
특히 그중에서도 불꽃맹금 같은 놈들은 같은 불 속성이라도, 감히 파멸의 불길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솔직히 경험치를 많이 줄 것 같은 놈들은 아니지만, 숫자가 많은 건 마음에 드네.’
대충 봐도 족히 수천 마리.
세기도 힘들다.
갑자기 못 보던 새(?)가 자기들의 영역을 침범하자, 일대의 모든 녀석이 다 몰려온 것 같았다.
슈와아악!
[소군주니임-!]그때 추락하는 수호의 곁으로 쏜살같이 날아온 베르가 차해인의 말을 전달해 주었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까지 전부 잡으시랍니다!]“…….”
[성공하시면 용돈 대신 용골을 주시겠답니다!]“참나.”
수호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원래부터 그거 주려고 오신 거면서!”
그리고 눈빛이 돌변했다.
촤촤악!
그의 검이 옆에서 겁도 없이 덤벼드는 불꽃맹금의 몸을 벤다.
그리고.
“일어나라!”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맹금 Lv.1]기사 등급
덥석!
수호의 손이 그림자 맹금의 다리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림자 맹금이 검은 증기가 일렁이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활강했다.
그렇게 하늘을 자욱하게 메운 정령이 깃든 새들이 많은 곳을 향해 활강하게 된 수호가 크게 외쳤다.
“날개 달린 놈들 전부 튀어나와!”
후와아악!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림자 병사들!
[역시나 중요한 순간에 등을 맡길 수 있는 충신은 바로 저인 겁니다.]그중에서도 특히나 이민성, 아니 그림자 창기사 퀘이가 뿌듯한 눈빛으로 웃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창을 치켜들었다.
[모두 나를 따르라!]쐐애액!
퀘이를 필두로 수많은 그림자 창기사들이 정령이 깃든 새들을 향해 화살처럼 뻗어 나갔다.
동시에 시타를 필두로 한 그림자 용인족들도 나타나 거침없이 정령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 전투의 중심에서 수호는 유유히 활강하며 그림자 맹금을 향해 명령했다.
“너희 정령들이 튀어나온 게이트로 당장 안내해!”
까아아악!
그러자 즉시 수호의 명령을 알아듣고 어디론가 방향을 돌리는 그림자 맹금.
“어머.”
위에서 그 모습을 본 차해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동안 제법 전투에 능숙해졌네?”
“저게 제법이라니. 저번에 봤을 때보다 어마어마하게 강해진 것 같은데?”
시르카는 황당하단 표정으로 차해인을 쳐다봤다.
하지만 차해인은 잊힌 시간대에서 대한민국 1위 길드인 헌터스 길드의 부마스터이자, ‘순수한’ 인간 중 한국 최강의 S급 헌터였다.
하물며 가장 가까이에서 진정한 그림자 군주인 성진우의 전투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으니, 보는 눈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카이셀, 우리도 따라가자.”
차해인의 말에 카이셀이 수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점점 시르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점점 정령들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어.”
“그러게. 딱 봐도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
슈와아아악!
나부끼는 푸른 안개를 가르고, 그림자 맹금이 수호를 데려온 방향 끝에 터무니없는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게 뭐지?”
도시다.
푸른 안개에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모습과 분위기가 전혀 북한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기 북한 맞아?”
끼아아아악!
그림자 맹금과 함께 활강하는 수호는, 그 도시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결계?’
반구 형태의 투명한 결계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